김남주 문학의 세계

김남주 문학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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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오늘 우리에게 김남주의 문학은 무엇인가

 

변혁운동의 뜨거운 상징으로서 한국시사에 우뚝한 자취를 남긴 김남주 시인(1945~94)의 20주기를 맞아 그의 시세계를 총체적으로 조명하는 『김남주 문학의 세계』가 출간되었다. 1974년 『창작과비평』에 시를 발표하며 문단에 등장한 이래 ‘남민전(남조선민족해방전선)’ 사건으로 10년 가까운 투옥생활을 겪고 1994년 49세의 이른 나이로 타계하기까지 시인이자 전사로서 불꽃같은 삶을 살았던 김남주의 시세계에 관한 여러 필자들의 다양한 평론들이 묶였다. 당대의 현장성이 살아 있는 주요한 기존 평문들을 엄선하고 김남주 시의 현재적 의미를 규명하기 위한 새로운 논의를 대폭 보충하여 수록한 이 책은 지금까지의 김남주 문학 연구에 대한 결산이자 김남주 시의 당대적 맥락과 현재적 의미를 다각도로 조망하고 그의 시정신을 올바르게 계승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서 큰 의미를 지닌다.

목차

책머리에

 

제1부

예언정신과 선언정신:『진혼가』론 | 김진경

풍자정신과 투쟁적 리얼리즘:『조국은 하나다』 『사랑의 무기』 | 윤지관

출옥 후의 김남주:『솔직히 말하자』를 중심으로 | 임헌영

사상의 거처와 시의 길: 『사상의 거처』론 | 이광호

‘이 좋은 세상’을 향한 사랑과 증오의 미학: 김남주의 풍자시 | 임규찬

역사에 바쳐진 시혼: 김남주를 다시 읽으며 | 염무웅

 

제2부

김남주 시에 대한 몇가지 생각 | 김사인

노래로서의 서정시 그리고 계몽적 열정 | 유성호

김남주 시의 정서적 특질에 대한 일고찰 | 이은봉

혁명의 길 전사의 시: 김남주 시에 나타난 불의 상상력 | 남진우

행동의 시와 시의 양심: 김남주를 다시 읽으며 | 임홍배

수상정보
저자 소개
  • 염무웅

    1941년 강원도 속초에서 출생하여 서울대 독문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196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문학평론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창작과비평사 대표, 민족예술인총연합 이사장,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을 역임했고 현재 영남대 명예교수, 국립한국문학관 관장으로 있다. 평론집 『민중시대의 문학』 『혼돈의 시대에 구상하는 문학의 논리』 『모래 위의 시간』 『문학과 시대현실』 『살아 있는 과거』, 산문집 『자유의 역설』 『반걸음을 위한 생존의 요구』, 대담집 『문학과의 동행』, 공역서 […]

  • 임홍배

    서울대 독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과 대학원에서 괴테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 및 훔볼트 대학에서 수학했다. 현재 서울대 독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는 『독일 고전주의』 『괴테가 탐사한 근대』 『독일 명작의 이해』(공저)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젊은 베르터의 고뇌』 『로테, 바이마르에 오다』 『천사는 침묵했다』 『어느 사랑의 실험』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세상의 끝』 『변신·단식 광대』(공역) 『진리와 방법』(공역) 『파우스트 박사』(공역) 『루카치 미학』(공역) 등이 있다.

책머리에

이 책은 김남주 시인 20주기를 맞아 그의 시세계를 올바르게 평가하고 계승하자는 취지에서 기획되었다. 제1부는 주로 시집 해설 원고를 모은 것이고, 제2부와 3부는 주제별 쟁점을 다룬 것이며, 제4부는 외국 시인의 영향관계를 짚은 것이다. 여기에 실린 원고의 대부분은 시인 생시에 또는 타계한 이후 발표된 글들을 각 필자의 수정 보완을 거쳐 재수록한 것이지만, 생생한 현장비평의 목소리를 되새겨서 후속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을 만하다고 여겨져 엄선한 것이다. 또한 최초 발표 원고를 전면 개고한 경우도 있고, 김남주에 관한 논의에서 꼭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주제에 관해서는 새로 원고를 청탁하였다.<!–more–>

이제 역사의 일부가 되어가는 김남주의 문학을 우리 문학사에서 제대로 자리매김하는 일은 생각처럼 간단치 않아 보인다. 김남주는 1974년 『창작과비평』에 시를 발표하면서 시인으로 데뷔하였다. 그후 1979년 말 남민전 사건으로 투옥되기 전까지 씌어진 초기시에는 농촌생활의 체취가 배어 있는 민요조의 가락과 서구의 혁명적 투사 시인들의 영향이 느껴지는 지적 실험, 그리고 부분적으로는 김수영 등 선배 시인의 영향이 두루 혼재해 있다. 그런 점에서는 그의 시적 개성이 과연 어느 쪽으로 발현되어 무르익을 것인지 선뜻 판단하기 어려운 습작기의 암중모색 양상을 보인다. 그렇지만 1973년 유신반대 투쟁으로 처음 투옥되었을 당시의 경험을 토로한 「잿더미」 「진혼가」 등을 보면 한치의 타협이나 가식도 허용하지 않는 정직한 양심과 견인불발의 투혼이 고스란히 응축되어 있어서 훗날 옥중시의 원형이라 할 만하다. 그런가 하면 농촌생활의 애환을 담은 「추곡」 같은 시는 80년대 김용택 등의 농촌시 계열을 선취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어떻든 1974년부터 1979년 투옥 이전까지 발표된 시는 30편이 채 되지 않으므로 김남주의 시세계 전반을 평가하는 준거로 삼기에는 아무래도 미흡한 편이다.

김남주는 모두 510여편의 시를 남겼는데 그중 360여편이 옥중에서 씌어진 것이다. 10년 가까이 감옥에 갇힌 상태에서 필기구조차 없이 우유갑이나 담뱃갑 은박지에 새겨 적은 원고를 면회 온 사람을 통해 밖으로 내보내는 식으로 그의 옥중시는 세상에 알려졌다. 가혹한 옥중 상황에 맞서 처절한 고투를 벌이면서 현실의 불의와 모순에 온몸으로 항거한 가열한 시정신의 실천은 세계문학사에서 유례가 없는 것으로, 김남주 문학에 대한 평가에서 이에 관해서는 재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요컨대 김남주의 옥중시는 일찍이 김수영이 “지금의 가장 진지한 시의 행위는 형무소에 갇혀 있는 수인의 행동이 극치가 될 것이다”라고 주문했던 바로 그 혼신의 실천이자 투쟁이었다.

그런데 김남주가 시를 쓰는 일과 변혁을 위한 투쟁을 가혹할 만큼 철저하게 일치시켰다는 사실은 그의 시에 대한 평가에서 가장 첨예한 쟁점이기도 하다. 아무리 시창작을 혁명적 투쟁에 귀속시킨다 하더라도 김사인이 말하듯 모름지기 시라는 것이 작가가 의도한 ‘유위(有爲)의 의미’ 차원만으로 성립되지는 않을 터이기 때문이다. 아닌 게 아니라 순결한 혁명적 열정으로 눈부신 김남주의 시 자체가 실은 시의 효용조차 계산하지 않는 무사(無邪)의 경지에서 비로소 진정한 시적 혁명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가령 “전후좌우 살피지 말라 시를 쓸 때는/시를 쓸 때는 어둠으로 눈을 가리고 써라”고 하면서 “네가 쓴 시가 깜부기가 될지 보리밥이 될지 그것은 농부에게 맡기고 써라”(「시를 쓸 때는」)고 말하는 시정신은 그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그러나 다른 한편 시인의 투지가 강고해질수록 선명한 이념만으로는 재단할 수 없는 현실의 복잡다기한 모순을 도식화하고 단순화할 위험도 따라오게 마련이다. 그런 이유에서 김남주는 대지와 노동의 기반을 빼앗긴 옥중 상황에서 자신의 시가 ‘앙상한 증오의 뼈다귀’로 메말라가는 것에 대해 회한을 토로한 바 있다. 감옥을 아무리 ‘정신의 연병장’으로 삼았다 하더라도 푸른 하늘 아래서 흙을 밟고 밭을 갈며 대지의 숨결을 호흡할 수 없었던 질곡의 유폐 상태는 그의 시에서 싱그러운 삶의 기운을 앗아간 참담한 고통이었으리라. 이런 점들을 감안하여 옥중 상황이 시창작에 어떻게 작용했는가를 면밀히 검토하는 일은 향후 연구에서 다루어야 할 숙제가 아닐까 한다.

김남주의 시사(詩史)적 맥락을 점검하는 것도 긴요한 과제의 하나다. 가령 김수영과 김남주의 접점과 분기점을 면밀히 천착한 임동확은 “그 어떤 거짓이나 허위도 용납하지 않으려는 양심의 치열성이 그들 사이의 진정한 연결점”임을 전제하면서도 “다분히 개인적이고 실존적이며 관조적인 양심의 완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 김수영이라면, 김남주는 역사적이고 집단적이며 행동적인 양심의 확보를 우선시한다”는 변별점을 밝히고 있다. 그렇지만 두 시인에게 공통된 더욱 근원적인 시정신의 핵심으로 “그들의 시엔 무엇이 옳고 잘못되었는가 판단하기 이전의, 인간의 본성에서 나온 내면의 목소리가 담겨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바로 그런 문제의식이 특정한 역사적 경험에서 탄생한 김남주의 시가 그 발생적 배경의 제약을 넘어 후대의 독자들에게 과연 어떻게 읽힐 것인가를 규명하기 위해 유념해야 할 사항일 테지만, 그것은 온몸으로 시와 혁명을 동시에 수행하고자 했던 김남주의 진정한 독보성을 궁구하는 일과 일맥상통하는 것이기도 하다.

김남주가 옥중에서 번역을 통해 학습한 외국 시인들의 영향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브레히트의 망명시와 김남주의 옥중시를 비교한 정지창의 글, 브레히트의 변증법적 세계인식과 창작 원리가 김남주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김길웅의 글, 그리고 러시아 시인들의 영향을 짚으면서 시와 혁명의 관계를 새롭게 조명하고 있는 이명현의 글은 보다 진전된 연구를 위한 훌륭한 밑바탕이 되리라 여겨진다.

제한된 지면상 일일이 언급할 수는 없지만 옥고를 주신 필자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모쪼록 이 책이 앞으로 본격적인 김남주 연구를 위한 하나의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2014년 2월

염무웅·임홍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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