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헤어지기 싫은 내 마음을 알아주는 이야기
샘터동화상, 한국아동문예상, 방정환문학상 등을 받은 동화 작가 서석영의 신작 『두근두근 거실 텐트』가 창비에서 출간되었다. 전작 『욕 전쟁』(시공주니어 2011)에서 ‘욕’을 둘러싼 아이들의 좌충우돌을 그려 어린이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작가가 이번에는 단짝을 사귀고 싶어 하고, 밤에도 친구와 헤어지기 싫어 애태우는 아이들의 심리를 짚어 낸 저학년 동화를 선보인다.
아이들 편에서, 아이들의 숨은 진짜 고민을 찾아내는 작가의 남다른 관찰력이 빛을 발하며, 처음 친구 집에서 자는 설렘과 두근거림을 생생하게 포착해 일상 속 특별한 사건과 반짝이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담았다. 어른 없이 아이들끼리만 하룻밤을 보내는 작은 이벤트에서 빚어지는 긴장과 비밀스러운 유대감이 돋보이는 동화로, 어린이 독자들의 현실과 감정에 밀착한 생활형 모험담이다.
아이들 편에서, 아이들의 속마음을 말하는 동화

단짝 친구가 생겼으면 하는 것, 날이 저물어도 친구와 헤어지지 않고 밤새 노는 것은 자라면서 누구나 한번쯤 품어 봤을 보편적 고민이다. 서석영 작가는 『두근두근 거실 텐트』에서 잘난 척하는 엄마 친구 딸이나 관심사가 다른 친구 때문에 속상한 두 아이의 속마음을 들여다봐 이러한 보편적 고민에 구체성과 실감을 더한다.
어른에겐 사소해 보이지만 어린이에게는 절실할 수 있는 고민거리를 아이들 처지에서 그린 이 작품은 마음이 맞지 않는 친구와의 부대낌, 그러다 마침내 마음 맞는 친구를 만나게 됐을 때의 기쁨, 그 친구와 헤어지기 싫은 애틋함, 친구네 집에서 자기 위해 엄마의 허락을 기다리는 조마조마함 등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바뀌어 가는 두 아이의 감정과 심리를 마치 내 마음처럼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어 어린이들의 공감을 사기에 충분하다.
그뿐만 아니라 형식적으로도 어린이의 생각과 느낌을 간명하게 드러내는 동화만의 묘미가 살아 있어 어린이 독자가 반할 만하다. 짜임새 있는 구성과 활달한 서술로 아이들이 좋아할 법한 소재를 다뤘다는 장점을 갖췄으며, 빠른 장면 전환으로 독자를 작품 속으로 단숨에 끌어당기면서도 안정적인 결말로 이끄는 호흡이 능란하다.
일상 속 작은 모험으로 성장하는 아이들
마침내 토요일. 지현이는 빵빵하게 채운 배낭과 곰돌이 인형을 넣은 종이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섰다. 만날 오가는 길이었지만 달라 보였다.
‘저 사람들은 내가 지금 친구 집에 자러 가는 걸 알까?’
지현이는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서진이네 초인종을 눌렀다.(본문 36면)
드디어 친구 서진이네 집에서 자도 된다는 허락을 받은 지현이. 처음 친구네 집에 자러 가는 길은 그동안 수없이 오갔던 길임에도 달리 보인다. 한편, 그토록 고대하던 친구네 집에서의 하룻밤이지만 마냥 꿈같기만 한 것은 아니다. 난생처음 부모님 없이 다른 집에서 자려니 덜컥 겁이 나기도 한다. 그러나 아이들을 위해 거실에 텐트를 쳐 주겠다는 서진이 아빠의 아이디어로 지현이의 어색함과 긴장감은 풀리고 두 아이는 용감하게도 어른 없는 집에서 둘만의 캠핑을 하기에 이른다. 그 과정에서 텐트가 무너지고 손전등이 꺼지는 우여곡절을 겪지만 아이들은 제 힘으로 어려움을 극복하는 법을 배운다.
『두근두근 거실 텐트』는 굳이 거대한 판타지가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겪는 작은 소동들을 통해 하루하루 조금씩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충분히 사랑스럽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한다. 아이뿐 아니라 아이들의 우정을 통해 어른들도 색다른 시간을 보내고 한 걸음 나아간다는 점에서 부모도 함께 읽으면 좋을 동화다. 화가 정현지의 아기자기한 그림체와 과감하면서도 절제된 색상 역시 작품의 매력을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