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끊임없이 폭소를 자아내는 쉴라의 기발한 상상력! _『대단한 4학년』
『대단한 4학년』은 『별 볼 일 없는 4학년』(창비 1996)으로 유명한 주디 블룸(Judy Blume)의 ‘퍼지 시리즈’ 두 번째 책이다. 이 작품은 모두 다섯 권인 ‘퍼지 시리즈(The Fudge Books)’ 가운데 퍼지네 식구가 아닌 다른 사람이 주인공인 유일한 책인 만큼, 주인공 여자아이 ‘쉴라 텁먼’이 보여주는 캐릭터가 아주 독특하고 독자를 사로잡는 힘이 대단하다. 이 작품은 『별 볼 일 없는 4학년』과 함께 1972년 미국에서 처음 출간되었으며 30년이 넘은 지금도 전 세계 어린이 독자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고 있다.
쉴라는 『별 볼 일 없는 4학년』의 주인공 피터의 같은 반 친구로, 물을 무서워하고 개도 무서워하고 컴컴한 것도 무서워하고 숨었던 친구들이 언제 나타나 놀랠지 몰라 숨바꼭질에서 술래가 되는 것도 무서워하는 지독한 겁쟁이다. 게다가 발가락이 못생긴 것 등 자신의 약점이 친구들한테 놀림거리가 될까 봐 늘 일단 잘난 체를 하고 본다. 사사건건 부딪히는 세 살 위인 언니와 두 딸의 개성을 존중할 줄 아는 엄마 아빠가 있지만 쉴라는 집에서도, 밖에서도 자신의 본모습을 감추고 쿨한 척하거나 뭐든 다 안다며 대장 노릇을 하려고 한다. 이러다 보니 거짓말을 해야 하는 일이 많이 생기는데, 매사에 잔머리를 굴리는 쉴라의 행동이 상상을 초월하며 독자들을 끊임없이 웃게 만든다.
뉴욕 근교 시골에서 여름방학을 보내게 된 쉴라는 시골 아이들한테 만만하게 보이지 않으려고 이곳에서도 ‘큰소리치기’ 작전을 펼친다. 하지만 그 지역 요요 챔피언인 ‘마우스’라는 또래 여자아이와 친해지면서 동네 다른 아이들도 알게 되고, 이들과의 관계를 통해 쉴라는 개성을 지켜나가면서도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어떤 것인지 조금 알게 되고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혀 나간다.
시골생활은 쉴라가 싫어하는 것만 기다리고 있었다. ‘제니퍼’라는 귀가 축 늘어진 큰 개가 시골집에 있었고, 여름방학 캠프에서 수영 강습도 받아야 했다. 하지만 도자기 만들기 수업을 받으면서 캠프 생활에 재미를 붙인 쉴라는 캠프 신문이 있어야 한다며 혼자 다 만들겠다고 큰소리쳤다 생고생을 하고, 친구들과 잠옷 파티를 하며 하룻밤을 같이 자면서 진실게임을 하다 대판 싸우는 등 여러 사건을 겪게 된다. 수영 강습이 끝났지만 끝내 쉴라는 물속에 얼굴을 담그지 못해서 개헤엄을 치면서 수영 초급심사에 참여한다. 그랬어도 12미터 수영장을 한 번도 쉬지 않고 통과했다는 것만으로도 쉴라는 대단한 성취감을 갖게 된다.
쉴라를 화자로 하는 1인칭 시점으로 그려져 톡톡 튀는 문체가 속도감 있게, 경쾌하게 읽히며 끊임없이 일어나는 사건들 속에서 자신의 정체가 탄로날까 노심초사, 좌충우돌하는 쉴라의 모습이 무척 재미있어 읽는 내내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겁 많은 쉴라가 컴컴한 방에서 혼자 잘 자게 됐을 때, 큰 개 앞에서 도망가지 않게 됐을 때, 수영 심사를 통과했을 때 등의 장면에서는 쉴라와 함께 짜릿한 성취감과 기분 좋은 흥분을 맛볼 수 있다. 또한 주인공 쉴라 외에도 발레리나를 꿈꾸는 쉴라의 언니 리비, 마우스를 비롯한 여름방학 캠프의 여러 친구들, 수영 선생님 등 저마다 특색 있는 인물들이 등장하면서 읽는 재미를 한층 높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