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운전

책 소개

『최고운전』은 역사 인물인 고운(孤雲) 최치원(崔致遠)을 주인공으로 해서 더욱 유명한 고전 소설이다. 최치원은 신라 사람이면서도 당나라에 건너가 당당하게 과거에 급제하고 황소의 난 때 토황소격문(討黃巢檄文)을 지어 이름을 날린 신라 시대 최고의 문장가이자 학자였다.

 

『최고운전』은 ‘최고운전’ ‘최치원전’ ‘최충전’ ‘최문헌전’ ‘최문창전’ 등 여러 제목으로 전해 내려온다. 지금까지 발견된 이본은 한문본, 한글본을 합쳐 이십여 종으로 각기 다른 제목으로 전해 내려오지만, 이본들 간에 약간의 차이만 있을 뿐 줄거리나 주제, 등장인물의 성격 등을 크게 바꾼 경우는 없다.

 

‘재미있다! 우리 고전’에서는 주인공을 가리키는 제목으로 ‘최고운전’이라는 제목을 택해서(예로부터 장성한 어른, 특히 옛 어른의 경우 이름을 직접 부르는 것이 예의에 어긋나 그 ‘자[字]’나 ‘호[號]’를 부르는 것이 보통이었다), 최치원의 아버지나 주변 인물보다는 최치원의 파란만장한 일생에 집중하여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더욱 감동과 재미를 주고자 했다.

 

 

 

역사 인물 최치원과『최고운전』의 최치원

 

 

 

역사서에 최치원에 대한 자세하고 풍부한 기록은 없다. 열두 살 이전의 출생과 성장과정에 대한 기록도 없고 노년의 삶과 죽음에 대한 기록도 없다. 중국으로 건너가 과거에 급제했으며 황소의 난이 일어났을 때 토벌군 대장의 부하로 있으면서 토황소격문을 지었고, 나중에 신라로 돌아와 가야산으로 들어간 것을 제외하면, 실제 최치원과 고전 소설 속의 최치원은 일치하는 점이 없다.

 

이런 차이에는『최고운전』을 쓰고 읽고 베끼고 들었던 선비들, 백성들의 바람이 들어 있다. 큰 나라 중국에게서 설움받는 작은 나라 조선이 원하는 최치원, 남성들의 그늘에 가려진 여성들이 원하는 최치원의 어머니와 아내, 신분 때문에 자신의 능력을 펴지 못하는 백성들이 원하는 최치원에 대한 바람이 있는 것이다. 자신을 버린 아버지와 자신을 노비라고 멸시하는 승상 앞에서, 신하의 나라 신라 사람이라고 무시하는 중국 황제 앞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뜻을 말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 어떤 역경도 거뜬히 헤쳐 나가고 보란 듯이 이름을 드날려 보고도 싶고, 곤경에 처했을 때 하늘이 최치원을 도와주었듯이 자신 또한 하늘의 도움을 받아보았으면 하는 마음 등이 간절히 담겨 있는 것이다.

 

 

 

큰 나라 중국을 통쾌하게 질타하는 최치원

 

 

 

조선 중기의 학자 고상안(高尙顔, 1553~1623)이 쓴『효빈잡기(效顰雜記)』에 실린『최고운전』에 대한 기록이 발견되기 몇 년 전까지 학자들은『최고운전』이 임진왜란 이후에 씌어졌을 거라고 짐작했다. 하지만 이 기록이 발견되면서『최고운전』이 임진왜란 이전에도 있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듯이 조선은 초기부터 중기까지 명나라를 군주의 나라로 받드는 처지에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중국의 옛 황제를 조롱하고 질타하기를 서슴지 않는 이 작품이 씌어질 수 있었을까.

 

1518년(중종 13년) 신년 인사차 중국에 다녀온 조선의 사신들은 명나라의 공식 역사서『대명회전(大明會典)』을 가져온다. 그런데 이 역사서에서 조선 왕조에 대해 잘못된 기록이 발견되었다(이는 중국이 조선 왕실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무너뜨린 사건으로 ‘종계변무[宗系辯誣]’라고 한다).

 

이 사건은 오늘날로 보면 역사교과서 왜곡 사건이라고 할 만한 것이었다. 조선 왕실은 명나라에 잘못된 구절을 고쳐줄 것을 거듭 요청했지만, 중국은 역사서를 함부로 바꿀 수 없다는 이유로 고쳐주지 않았다. 이 문제는 명나라가 문제의 구절을 고쳐준 1584년(선조 17년)까지 두고두고 조선 왕실과 선비들에게 참으로 굴욕적인 일이었다. 조선 왕실과 선비들은 당연히 중국에 강한 반감을 갖게 되었고, 그 결과『최고운전』과 같은 중국에 대한 반항 의식을 담은 작품을 쓰게 된 것이다.

 

『최고운전』의 몇몇 장면, 특히 신라 왕이 최치원을 중국에 보낼 때 중국 황제를 어떻게 대할 것인지 묻는 장면, 최치원이 신라로 돌아오기 전 소인배 같은 중국 황제를 서슴없이 질타하는 장면 등은 무척이나 극적인 동시에 통쾌하고 재미있다. 이를 통해, 겉으로는 드러낼 수 없었던 중국에 대한 반감과 불평등함을 표현하고 중국과 자주적인 외교 관계를 맺고 싶어하는 의식이 싹틈과 동시에 중국에 대하여 우리의 자존심을 세우고자 하는 조선 왕실과 선비들의 의식을 엿볼 수 있다.

 

 

 

기존의『최고운전』과 어떻게 다른가

 

『최고운전』은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서로 긴밀하게 관계를 맺으면서 하나의 소설을 이루고 있다. 최치원의 어머니가 금돼지에게 잡혀가고 아버지 최충이 바위굴 속으로 들어가 아내를 데려오는 대목은「머리 아홉 달린 괴물」(또는「도둑에게 잡혀간 처녀」) 같은 ‘지하대적퇴치설화’와 비슷하다. 또한 길에 버려진 최치원을 마소가 해치지 않는다는 대목은「주몽 신화」와 닮았고, 최치원이 용궁에 들어가는 대목은『금오신화』의「용궁부연록」(龍宮赴宴錄)을 떠오르게 하기도 한다. 이처럼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들에서 적당한 대목을 빌려 쓰는 것은 고전 소설의 큰 특징 중의 하나이다. 주인공의 영웅성을 부각시키고 거듭 복잡해지는 갈등과 그 해소를 통해 더욱 극적인 이야기의 재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재미있다! 우리 고전’의『최고운전』에는 최치원이 황소에게 보내는 ‘토황소격문’이 삽입되어 있다. 긴 문장이기 때문에 조금 지루할 수도 있겠지만, 어린이와 청소년이 이해하기 쉽게 고치고 조금은 줄여서 실제 격문을 읽은 것처럼 최치원의 힘찬 기상을 느낄 수 있다.

목차

고전의 재미 속으로 빠져 보자

금돼지에게 잡혀간 최충의 아내
아들을 금돼지의 자식으로 의심하다
홀로 바위섬에 머무는 아이
중국 황제가 시 읊는 소리를 듣다
서울로 간 아이
돌함에 든 것을 맞히지 못하면
반은 옥이요, 반은 황금이로다
용왕을 만나다
중국 황제를 놀라게 한 최치원
황소의 난을 평정하다
중국 신하들의 질투로 귀양 가다
신라로 돌아온 최치원

어린이와 청소년이 읽는 작품 해설

수상정보
저자 소개
  • 장철문

    張喆文 시인, 순천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1966년 전북 장수에서 태어나 연세대 국문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1994년 『창작과비평』 겨울호에 「마른 풀잎의 노래」 외 6편을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우리 고전 『심청전』 『양반전 외』 『최고운전』 『최척전』, 『진리의 꽃다발 법구경』, 동화 『노루 삼촌』 『나쁜 녀석』 들을 펴냈다. 시집으로 『바람의 서쪽』 『산벚나무의 저녁』 『무릎 위의 자작나무』 『비유의 바깥』 등이 있음.

  • 오승민

    『꼭꼭 숨어라』로 2004년 국제 노마콩쿠르 가작을 수상했고, 『아깨비의 노래』로 2009년 볼로냐 국제도서전 한국관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었습니다. 『별 볼 일 없는 4학년』 『로봇의 별』 『동화 없는 동화책』 『우주 호텔』 『열두 살 삼촌』 『구름송이 토끼야, 놀자!』 『나의 독산동』 『축구왕 이채연』 등의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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