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푸른 역사가 신채호

책 소개

역사 속 인물이 되살아난다

 

누구든 처음부터 ‘영웅’이나 ‘위인’으로 태어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살아가면서 자신을 좀더 깊이 들여다보고,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하였을 뿐.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면 그들의 땀과 눈물은 말라버리고, 후손들은 그들의 발자취만을 기억할 뿐이다. 한 인물에게서 사람 냄새가 사라지고 나면, 그는 박제가 되어 박물관에 고이 모셔지고 감히 범접하지 못할 영웅이 된다. 어느새 그는 ‘상서로운 기운을 받고 태어나 어릴 적부터 비범한 기재를 선보이고 흔들림 없는 의지로 역사의 중심에 우뚝 선’ 신화를 이룬 것이다. 이 화법은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위인전에서 고스란히 받아들여진다. 차라리 역사왜곡에 가까운 위인전을 읽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역사 속 인물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창비에서 펴내는 ‘내가 만난 역사 인물 이야기’ 씨리즈는 여느 위인전의 통념을 깨뜨린다. 한 인물의 업적을 또렷하게 기록하되, 거기에 이르기까지의 땀과 눈물과 내면을 생생하게 담아내었다. 전시실에 갇힌 인물에 다시 숨결을 불어 넣은 것이다.

또한 인물을 입체적이고 현장감 있게 보여주는 데 힘을 쏟았다. 인물이 살던 시대를 이해할 수 있게 세심하게 들여다보는 ‘돋보기’와 ‘현장 뉴스’, 인물과 관계된 사건을 여러모로 파헤쳐보는 ‘카메라 출동’, 역사 속 인물을 초대하여 어린이들과 대화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 ‘가상 대담 ‧ 가상 인터뷰’가 그것이다.

 

각권이 한데 어울려 훌륭한 역사책이 되는 것도 ‘내가 만난 역사 인물 이야기’의 장점이다. 앞서 펴낸 『겨레의 큰 사람 김구』 『광야의 별 이육사』 『불꽃이 된 청년 윤봉길』 『꽃씨 할아버지 우장춘』, 그리고 이번에 출간된 『늘 푸른 역사가 신채호』는 씨줄과 날줄이 되어 아이들에게 근대사의 풍경을 직조해 보여준다.

 

‘내가 만난 역사 인물 이야기’는 앞으로도 국내외 근현대사의 정치, 문화, 예술, 과학 등 모든 분야를 누비며 의미 있는 인물들을 발굴, 소개할 것이다.

 

 

단재에게 말을 건네다

 

단재 신채호는 참으로 다층적 인간형이다. 우선 그는 근대 역사학의 아버지로 불린다. 중국사와 왕조사에 매달리던 사관을 폐기하고 한국사, 민중사 중심으로 역사를 서술한다. 단재의 역사학적 성취는 오늘날까지 유효할 만큼 빼어나다. 또한 단재는 웅혼한 필치를 휘두르며 명문을 쏟아낸 언론인이자, 일제에 한 치 물러섬 없이 투쟁한 독립운동가였다. 그가 무장투쟁론을 역설하며 샹하이 임시정부를 박차고 나온 일화는 유명하다. 나아가 단재는 사상적 변모를 거듭하여 결국 무정부주의자로 자신을 세운다. 의열단 선언서 「조선혁명선언」에서 단재는 일제와의 비타협 투쟁을 통해 모든 민중이 자유로운 세상을 세우자고 역설하며 무정부주의자로서의 면모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조선상고사』를 탈고한 단재는 ‘무정부주의 동방연맹’에 가입하여 투쟁을 벌이던 중에 체포되어 옥사한다.

 

작가 김남일은 꼼꼼한 사료조사를 바탕으로, 단재의 생애를 힘있게 그려나간다. 마치 살아생전 단재의 글을 보듯 열기가 뿜어나온다. 그런데 작가는 단재의 다층적인 면모와 또렷한 발자취에 집착하지 않는다. 오히려 단재의 내면에 초점을 맞추고, 때로는 단재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나약하고 흔들리는 모습까지 보여준다. 그 고뇌의 과정이자 결과로, 앞서 얘기한 단재의 면면이 드러난다. 작가는 웅변한다. 엉뚱한 행동과 말로 친구들을 놀라게 하는, 망명지의 단칸방에서 쓰린 속을 부여잡고 힘겨워하는, 느닷없이 출가하여 절에서 한 세월을 지내는, 아내와 아들을 실은 기차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눈물 흘리는 모습까지 아울러야 비로소 단재를 이해할 수 있다고.

 

『늘 푸른 역사가 신채호』는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단재의 뜨거운 열정과 사상이 어디에서 비롯되었으며, 무엇이 그를 죽음 앞에서 기꺼이 웃음 짓게 했는지를 느끼게 해줄 것이다. 가슴에 뜨거워질 때 비로소 아이들은 단재에게 말을 건네지 않을까.

목차

발간사

1부 줏대 있는 어린 선비

1936년 2월 18일, 서울
1. 가난해도 책이 좋아
2. 나라를 걱정한 성균관의 책벌레
3. 고향에 학교를 세워
4. 상투 하나 자르지 못한대서야

2부 나의 사랑 한반도야!

5. 오늘에 목 놓아 우노라
6. 은인도 친구도, 친일파라면 절대 안 돼!
7. 우리에게도 영웅이 있노라
8. 마침내 압록강을 건너
9. 나라 잃은 백성으로
10. 고구려여, 아아, 고구려여!

3부 역사는 겨레의 힘

11. 꺾일지언정 구부러지지 않는다
12. 없는 나라를 팔아먹다니!
13. 울어라, 하늘 북이여!
14. 민중이 스스로 주인 되는 세상
15. 눈물로 쓴 조선사
16. 다시 새로운 길에 나서다

4부 꺾이지 않는 붉은 열정

17. 부끄러울 게 하나 없소
18. 운명이 정한 길
1936년 2월 21일, 뤼순

연보
참고한 책들

수상정보
저자 소개
  • 김남일

    1957년에 수원에서 태어났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네덜란드어과를 졸업했습니다. 1983년 『우리 세대의 문학』에 단편 「배리」를 발표하며 등단했습니다. 그동안 장편소설 『국경』(전7권), 『청년일기』 『국경』 『천재토끼 차상문』, 소설집 『일과 밥과 자유』 『천하무적』 『세상의 어떤 아침』 『산을 내려가는 법』, 장편동화 『떠돌이 꽃의 여행』등을 펴냈습니다. 현재 민족문학작가회의 국제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여행을 좋아하는데, 특히 문명의 오지라고 할 만한 실크로드, 티베트, 히말라야 등지를 두루 […]

  • 장선환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희대학교 미술교육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했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칩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 『네 등에 집 지어도 되니?』 『우리가 도와줄게』, 그린 책으로 『외로운 지미』 『늘 푸른 역사가 신채호』 『임진록』 『나무꾼과 선녀』 『땅속나라 도둑 괴물』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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