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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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끝나지 않는다 내 이야기엔 인간이 없다” 기묘한 열기로 들끓는 독창적인 시세계의 발견 2016년 『21세기문학』 신인상에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래 독특한 화법으로 개성적인 시세계를 꾸려온 류진 시인의 첫 시집 『앙앙앙앙』이 출간되었다. 등단 4년 만에 펴내는 첫 시집에서 시인은 기존의 시 형식과 문법을 뒤집어엎는 도발적인 발상과 감각적이면서 섬세한 이미지를 앞세워 ‘시에 반(反)하는’ 다채롭고 경이로운 시세계를 선보인다. 실제와 가상의 세계를 종횡무진 넘나들며 “쉬지 않고 시를 끌고 가는 동력”과 “멈추지 않고 시를 읽게 하는 매력”이 어우러진 “활달하고 역동적인 언어의 잔치”(김언, 추천사)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신인다운 기백이 넘치는 폭발적인 시적 에너지와 활기찬 말의 운동이 “기묘한 열기로 들끓는”(조재룡, 해설) 독창적인 시집이다. 시인은 문장에 대한 통념을 여지없이 깨뜨리며 말의 질서를 재편하여, ‘시인은 죽음의 광대’가 아니라 “죽음은 시인의 광대”(「마음 포기의 각서」)라고 말하는 낯설고 새로운 세계를 그려나간다. 또한 시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책 제목을 비롯하여 만화, 게임, 영화, 음악, 연극, 역사적 인물이나 사건, 수학적․철학적 개념 등 다양한 텍스트를 끌어들여 “대위(對位)하는 언어”와 “다면체의 문장”으로 쌓아올린 시적 장소에서 “푸가의 변주곡처럼”(조재룡, 해설)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치고 빠졌다가 다시 치고 들어가는 경쾌한 리듬과 오른손으로 네모를 그리면서 왼손으로 별 모양을 그리는 기묘한 방식으로 문장을 엮어나가는 것 말고도 시인은 언어를 다루는 솜씨가 능숙하다. “소리의 재앙과 말씀의 재앙 사이”(「데데킨트의 절단」)에서 시인은 “눈알을”-“누나를” “희망”-“피망”(「6월은 호국의 달」), “으아리”-“메아리”-“병아리”(「신체 포기의 각서」), “야차의 시간”-“야채의 순간”(「권태의 괴물」)처럼 개개의 말을 서로 얽히고설키는 독특한 발음이나 리듬으로 변주해가면서 낯선 세계로 이끈다. 그런가 하면 우리말에 대한 관심도 남다르다. 시인은 ‘반지빠르다’(「팔달시장이…」), ‘나투다, 들피지다, 앙가발이’(「데데킨트의 절단」), ‘즘게, 너테, 도린곁, 굼뉘, 푸둥지’(「서정의 짐승」) 같은 멋들어진 우리말을 적재적소에서 살려낸다. 류진 시인은 시적 발상도 기발하지만 이야기를 꾸려나가는 말솜씨가 뛰어나다. ‘입담’이 좋은 정도가 아니다. 김언 시인의 말을 빌리자면, ‘이빨’이 세고 ‘구라’ 치는 실력이 감탄스럽다. 시인의 ‘구라’는 다다이즘의 창시자 트리스탕 차라의 글 제목을 바꾼 「부록: 어찌하여 나는 비겁하고 치사하며 우아하게 되었는가」에서 절정에 달한다. 시인은 “따귀의 대중에 취향을 때려라!”처럼 기존의 말들을 교묘하게 비틀고 “입안 가득 씹히는 상념의 머리털”을 쥐어뜯으며 “독으로 넘치는 포도주를 들이켜는 시대”와 결별을 선언하되 “나는 끝나지 않는다 내 이야기엔 인간이 없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빨뿐인 몸”으로 세상의 모든 “불협화음을 사랑”하고 “엇박자에 올라타 흔들”거리면서 시가 아직 가보지 못한 영토에서 울음인 듯 웃음인 듯 한마디 내뱉는다. 앙앙앙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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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외로운 존재들에게 건네는 용기와 위로 20세기를 대표하는 동화작가이자 사회활동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전기 세기와 국경을 넘어 사랑받는 동화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삶과 문학을 조명한 『우리가 이토록 작고 외롭지 않다면–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전기』가 출간되었다. 『사자왕 형제의 모험』과 ‘삐삐 롱스타킹’ 시리즈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세계적 작가이자, 어린이와 여성 등 세상 속 여린 존재들을 위해 힘껏 목소리를 낸 사회활동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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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러운 한국의 민주주의를 만든 가장 가슴 뛰는 네 장면을 만화로 만나다 우리 사회가 성숙한 민주주의를 이룩하기까지 수많은 갈등과 역경이 있었다. 민주주의는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것이 아니라 평범한 시민들이 모여 부정과 억압에 맞서며 쟁취해낸 것이다.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올바르게 기억하고 젊은 세대에게 그날의 뜨거움을 생생히 전달하기 위해 기획된 ‘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 시리즈가 출간된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기획하고 김홍모, 윤태호, 마영신, 유승하 네 작가가 참여해 제주4·3,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을 그렸다. 4‧19혁명 60주년,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은 2020년, 오래전 그날을 기억하고 지금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진단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책이다. 기획에 참여한 김홍모, 윤태호, 마영신, 유승하 네 작가는 각각 제주4·3,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그렸다. 김홍모는 제주 해녀들의 항일시위와 제주4‧3을 연결해 그려내는 상상력을 발휘하며 해녀들의 목소리로 제주4‧3을 다시 기억한다. 윤태호는 전쟁 체험 세대의 시선을 빌려 한국의 발전과 4‧19혁명을 목격해온 이들의 소회를 솔직하게 풀어낸다. 마영신은 지금까지도 계속되는 5‧18민주화운동의 왜곡과 폄하를 지적하며, 40년 전 광주를 우리는 지금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지 질문한다. 6‧10민주항쟁 현장을 뛰어다녔던 유승하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1987년 그날 다 함께 목놓아 외쳤던 함성을 고스란히 전한다. ‘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 시리즈는 우리 사회가 지금의 민주주의를 이루어내기까지 거쳐온 길을 흥미롭게 조명한다. 네 작품 모두 의미가 깊은 사건들을 새롭게 발견하며 역사적 의미와 만화적 재미를 고루 담았다. 어제의 교훈과 내일의 희망을 이야기하는 모든 ‘민주화운동’은 성숙한 시민들과 함께 계속 기억될 것이다. “우리는 해방된 세상, 새로운 세상을 꿈꾸었다. 심장은 요동치고 있었다.” 해방 전후, 제주도는 그야말로 거대한 혼란 속에 있었다. 인구 증대에 따른 실업난과 생활고, 일제와 미군정의 억압과 착취에 도민들은 극심한 고통을 받았다. 특히 일제강점기 말 제주도지사가 해녀조합장까지 겸직하면서 해녀들에 대한 부당한 착취는 극에 달했다. 사회적 색채가 뚜렷한 작품으로 주목을 받아온 김홍모 작가의 『빗창』은 이처럼 혼란스러운 시기 제주도에서 일어난 해녀들의 항일시위와 제주4‧3을 감각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야학에서 만난 세 해녀 련화, 미량, 재인은 해녀들의 생존권을 보장하고 일제의 수탈에 항의하는 해녀시위를 주도했다. 일제강점기 말 벌어진 이 시위에 수많은 해녀들이 전복을 채취할 때 사용하는 도구인 ‘빗창’을 들고 동참했고, 이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마땅한 권리를 쟁취해냈다. 그러나 억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일본이 항복하며 미군정이 시작되었고, 일제에 부역하던 관료들은 미군정 아래에서 여전히 권력을 누렸다. 경찰의 부당한 탄압과 서북청년회의 테러 역시 이어졌다. 련화, 미량, 재인은 일제강점기 말 해녀시위부터 1948년 제주4‧3까지 굵직한 사건들을 함께 경험하며 억압에 굴하지 않고 끊임없이 저항한다. 무자비한 진압으로 수많은 희생자를 낳은 제주4‧3, 이 비극 속 해녀들의 외침이 사무치도록 생생하다. 해녀들의 목소리로 다시 기억하는 제주4·3 제주4‧3은 1961년 5‧16군사정변 이후 오랫동안 금기시되었다. 2003년에 이르러서야 첫 진상조사 보고서가 발간되었고, 아직까지도 진상 규명이나 피해 구제가 온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제주4‧3의 희생자들은 ‘빨갱이’로 낙인찍히는 불명예를 떠안았으며, 생존자들은 아무 이유 없이 숨죽여 살아야 했다. 『빗창』은 무자비하고 잔혹했던 제주4‧3을 해녀들의 서사로 재해석하여 읽어낸 작품이다. 김홍모 작가는 해녀들이 이끈 투쟁의 역사에 주목하여 항일시위와 제주4‧3을 연결해 그려내는 상상력을 발휘한다. 실제 제주 이주민이기도 한 작가는 심층 현지 취재를 통해 제주4·3의 역사를 재현해냈다. 한편의 수묵화를 보는 듯한 아름다운 그림과 현장감 있는 제주도 사투리가 해녀들의 이야기를 더욱 생생하게 전달한다. 일제강점기 말, 야학에서 민족교육을 받은 해녀들은 청년 독립운동가들과 함께 해녀시위를 주도했다. 해녀들의 시위는 단순히 생존권 쟁취를 위한 것이 아니라 일제의 부당한 착취에 저항하는 항일시위였고, 이들의 항일정신은 고스란히 제주4‧3까지 이어졌다. 해녀시위부터 제주4‧3까지 계속된 해녀들의 투쟁은 지금 우리가 이룩한 민주주의의 초석이 되었다. 비극의 현장에 분명 존재했으나 어느새 잊힌 해녀들의 목소리를 지금 다시 기억해야만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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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러운 한국의 민주주의를 만든 가장 가슴 뛰는 네 장면을 만화로 만나다 우리 사회가 성숙한 민주주의를 이룩하기까지 수많은 갈등과 역경이 있었다. 민주주의는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것이 아니라 평범한 시민들이 모여 부정과 억압에 맞서며 쟁취해낸 것이다.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올바르게 기억하고 젊은 세대에게 그날의 뜨거움을 생생히 전달하기 위해 기획된 ‘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 시리즈가 출간된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기획하고 김홍모, 윤태호, 마영신, 유승하 네 작가가 참여해 제주4·3,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을 그렸다. 4‧19혁명 60주년,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은 2020년, 오래전 그날을 기억하고 지금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진단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책이다. 기획에 참여한 김홍모, 윤태호, 마영신, 유승하 네 작가는 각각 제주4·3,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그렸다. 김홍모는 제주 해녀들의 항일시위와 제주4‧3을 연결해 그려내는 상상력을 발휘하며 해녀들의 목소리로 제주4‧3을 다시 기억한다. 윤태호는 전쟁 체험 세대의 시선을 빌려 한국의 발전과 4‧19혁명을 목격해온 이들의 소회를 솔직하게 풀어낸다. 마영신은 지금까지도 계속되는 5‧18민주화운동의 왜곡과 폄하를 지적하며, 40년 전 광주를 우리는 지금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지 질문한다. 6‧10민주항쟁 현장을 뛰어다녔던 유승하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1987년 그날 다 함께 목놓아 외쳤던 함성을 고스란히 전한다. ‘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 시리즈는 우리 사회가 지금의 민주주의를 이루어내기까지 거쳐온 길을 흥미롭게 조명한다. 네 작품 모두 의미가 깊은 사건들을 새롭게 발견하며 역사적 의미와 만화적 재미를 고루 담았다. 어제의 교훈과 내일의 희망을 이야기하는 모든 ‘민주화운동’은 성숙한 시민들과 함께 계속 기억될 것이다. “너무나 당연한 것을 억압받다 해방되었을 때 얻게 되는 것들이 너무 당연하다보니 새삼스레 느끼기 어려웠던 거지. 공기, 바람, 물, 자유처럼.” 『사일구』의 주인공 김현용은 1936년생으로 일제강점기에 세상에 나왔다. 태어나니 일본인의 세상이라 그에 순응하며 성장했고, 의미도 모르는 채 해방과 전쟁을 경험했다. 공습으로 아버지를 잃고, 어린 나이에 징집되어 전쟁터에서 총탄을 피해야 했던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평화나 자유, 민주주의 같은 대의가 아니라 당장의 생존이었다. 3‧15부정선거를 규탄하고 민주주의를 실현하려는 학생과 시민들의 목소리가 드높던 1960년,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급급했던 현용은 ‘겁쟁이’라는 동생의 비난에도 부당한 현실을 애써 외면한다. 냉소적인 자신과 달리 위험한 투쟁 현장에 뛰어들어 정의를 외치는 동생 현석과 친구 석민을 지켜보며 현용은 복잡한 감정을 느낀다. 격변의 현대사를 고스란히 통과해 여든의 나이에 이른 그는 2016년 겨울, 마침내 회피와 외면만이 정답이 아님을 깨닫고 촛불을 들고 60년 전 혁명의 광장을 조용히 찾는다. 고지식한 노인으로만 보였던 현용의 촛불은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혁명에 함께한 모든 시민에게 조심스레 건네는 화해의 메시지이자, 4‧19혁명의 정신을 계승하고 나아가 서로 다른 역사적 경험을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된다. 윤태호가 그린 한국 민주주의의 굴곡진 역사와 그 안의 사람들 1960년 4월 19일, 학생들과 시민들이 3‧15부정선거와 이승만의 독재에 반대하며 민주주의 혁명을 일으켰다. 식민통치와 해방, 전쟁과 분단을 경험하며 당장의 생존을 위해 애써야 했던 사람들은 어떻게 그처럼 적극적으로 민주주의를 외칠 수 있었을까? 윤태호의 『사일구』는 일제강점기부터 4‧19혁명까지, 굴곡진 한국 근현대사를 한 호흡으로 고스란히 녹여내며 민주주의의 성장과 그 안의 사람들에 주목한다.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수많은 이들에게 과연 4‧19혁명이란 무엇이었는지 질문하는 이 작품은 주인공 현용의 생애로 그 대답을 제시한다.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만화가 윤태호의 노련한 연출과 구성, 탄탄한 스토리 속 묵직한 메시지가 돋보인다. 『사일구』는 역사 속 개인이 저마다의 자리에서 4‧19혁명을 경험했음을, 투쟁과 항거로 이룩한 민주주의는 그 시대를 살아가던 모든 이들에게 빚지고 있음을 역설한다. 각자 다른 사건을 경험한 세대가 어떻게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이 작품은, 촛불을 들고 광장을 찾은 새 세대에게 과거를 폭넓게 이해하는 법을 알려준다. 역사의 뒤편에서 민주주의의 성장을 목격해온 주인공의 솔직한 고백은 60년 전 그날에 빚을 지고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진솔하게 다가오며, 각자의 ‘혁명’에 어떤 이름을 붙여야 할지 고민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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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러운 한국의 민주주의를 만든 가장 가슴 뛰는 네 장면을 만화로 만나다 우리 사회가 성숙한 민주주의를 이룩하기까지 수많은 갈등과 역경이 있었다. 민주주의는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것이 아니라 평범한 시민들이 모여 부정과 억압에 맞서며 쟁취해낸 것이다.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올바르게 기억하고 젊은 세대에게 그날의 뜨거움을 생생히 전달하기 위해 기획된 ‘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 시리즈가 출간된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기획하고 김홍모, 윤태호, 마영신, 유승하 네 작가가 참여해 제주4·3,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을 그렸다. 4‧19혁명 60주년,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은 2020년, 오래전 그날을 기억하고 지금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진단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책이다. 기획에 참여한 김홍모, 윤태호, 마영신, 유승하 네 작가는 각각 제주4·3,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그렸다. 김홍모는 제주 해녀들의 항일시위와 제주4‧3을 연결해 그려내는 상상력을 발휘하며 해녀들의 목소리로 제주4‧3을 다시 기억한다. 윤태호는 전쟁 체험 세대의 시선을 빌려 한국의 발전과 4‧19혁명을 목격해온 이들의 소회를 솔직하게 풀어낸다. 마영신은 지금까지도 계속되는 5‧18민주화운동의 왜곡과 폄하를 지적하며, 40년 전 광주를 우리는 지금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지 질문한다. 6‧10민주항쟁 현장을 뛰어다녔던 유승하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1987년 그날 다 함께 목놓아 외쳤던 함성을 고스란히 전한다. ‘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 시리즈는 우리 사회가 지금의 민주주의를 이루어내기까지 거쳐온 길을 흥미롭게 조명한다. 네 작품 모두 의미가 깊은 사건들을 새롭게 발견하며 역사적 의미와 만화적 재미를 고루 담았다. 어제의 교훈과 내일의 희망을 이야기하는 모든 ‘민주화운동’은 성숙한 시민들과 함께 계속 기억될 것이다. “우리는 광주를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마영신의 『아무리 얘기해도』는 2020년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시작한다. 평범한 고등학생처럼 보이는 주인공은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위에 참여했던 사람이 북한 특수부대 출신이라는 거짓주장을 담은 사진―이른바 ‘광수 사진’―을 접하고 이를 친구들과 돌려 보다가 담임선생에게 꾸지람을 듣는다. 문제의식을 느낀 담임선생은 수업시간에 5·18민주화운동이 일어나게 된 배경과 당시 투입되었던 계엄군이 저지른 잔혹한 만행, 그리고 지금까지도 학살을 둘러싼 진실이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는 문제점 등을 조목조목 설명하지만 하품을 하며 듣는 주인공의 생각은 바뀌지 않는다. 광주의 시민군이 북한 군인과 닮았다는 가짜뉴스를 전파하는 스스로보다는 자신을 ‘일베’로 오해하는 선생이나 친구가 문제라고 생각하며, 비뚤어진 역사 인식을 점점 더 굳혀간다. 작품은 1980년과 2020년을 오가며 당시 광주의 잔혹한 진실과 현재의 냉혹한 무관심을 대비시킨다. ‘아무리 얘기해도’ 귀를 닫고 보고 싶은 것만 보면서 멋대로 허상을 키워가는 주인공의 모습은 독자에게 혐오감과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스스로도 가짜뉴스에 현혹되어 진실을 외면한 적은 없는지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아무리 얘기해도 듣지 않는 이들에게 던지는 불편한 질문 『아무리 얘기해도』는 5·18민주화운동을 다루되 과거를 재현하는 데 그치기보다는 5·18을 왜곡·폄훼하려는 극우세력과 이들이 퍼뜨리는 가짜뉴스의 문제를 함께 고발한다. 현재 어떤 세력에 의해 5·18민주화운동이 왜곡되고 있으며, 이러한 행태가 왜 반복되는지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주인공 학생의 비뚤어진 생각은 광주의 진실이 제대로 역사화되지 않으면 어떻게 왜곡되어 확산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는 ‘일베’ 또는 그 동조자라는 극단적인 예로 제시되지만 우리들 역시 진실을 가리려는 세력의 모략에 감염될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 터무니없는 가짜뉴스가 정정되지 않는 현재의 세태는 40년 전 계엄군이 저지른 잔혹한 행위에 다수가 눈감았던 일과 다르지 않음을 고발하는 것이다. 이는 가해자들과 5·18 민주화운동을 의도적으로 왜곡하려는 세력에게 일차적 책임이 있지만, 이러한 사태를 방치하고 관심을 두지 않는 보통의 사람들에게도 강력한 주의를 환기시킨다. 작가가 『아무리 얘기해도』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마지막 장면에 잘 담겨 있다. 희생자의 무덤 앞에 주저앉아 흰 국화꽃을 들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할머니의 모습은 지금까지도 진상규명이 이루어지기는커녕 왜곡과 조롱이 판치는 세태와, 이를 방치한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역사를 흐리는 가짜뉴스의 해악과 비뚤어진 역사인식에 대한 작가의 지적이 사무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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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러운 한국의 민주주의를 만든 가장 가슴 뛰는 네 장면을 만화로 만나다 우리 사회가 성숙한 민주주의를 이룩하기까지 수많은 갈등과 역경이 있었다. 민주주의는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것이 아니라 평범한 시민들이 모여 부정과 억압에 맞서며 쟁취해낸 것이다.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올바르게 기억하고 젊은 세대에게 그날의 뜨거움을 생생히 전달하기 위해 기획된 ‘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 시리즈가 출간된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기획하고 김홍모, 윤태호, 마영신, 유승하 네 작가가 참여해 제주4·3,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을 그렸다. 4‧19혁명 60주년,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은 2020년, 오래전 그날을 기억하고 지금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진단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책이다. 기획에 참여한 김홍모, 윤태호, 마영신, 유승하 네 작가는 각각 제주4·3,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그렸다. 김홍모는 제주 해녀들의 항일시위와 제주4‧3을 연결해 그려내는 상상력을 발휘하며 해녀들의 목소리로 제주4‧3을 다시 기억한다. 윤태호는 전쟁 체험 세대의 시선을 빌려 한국의 발전과 4‧19혁명을 목격해온 이들의 소회를 솔직하게 풀어낸다. 마영신은 지금까지도 계속되는 5‧18민주화운동의 왜곡과 폄하를 지적하며, 40년 전 광주를 우리는 지금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지 질문한다. 6‧10민주항쟁 현장을 뛰어다녔던 유승하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1987년 그날 다 함께 목놓아 외쳤던 함성을 고스란히 전한다. ‘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 시리즈는 우리 사회가 지금의 민주주의를 이루어내기까지 거쳐온 길을 흥미롭게 조명한다. 네 작품 모두 의미가 깊은 사건들을 새롭게 발견하며 역사적 의미와 만화적 재미를 고루 담았다. 어제의 교훈과 내일의 희망을 이야기하는 모든 ‘민주화운동’은 성숙한 시민들과 함께 계속 기억될 것이다. “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만 용기를 내면 되는 거야. 같이하면 되니까.” 『1987 그날』은 전두환 정권 아래 엄혹한 현실 속에서 미래를 꿈꾸기는커녕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알지 못하고 고뇌해야 했던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1987년을 그리고 있다. 대학생으로서 사회적 책임과 불의에 눈감을 수 없다며 운동에 동참한 진주, 가족과 운동 사이에서 갈등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만 언니 때문에 세상에 대한 믿음을 잃은 대학생 혜승, 그리고 미술대학에 진학하고자 하는 꿈을 가졌지만 집이 철거당하는 각박한 상황에 처한 나리 등이 그 주인공이다. 1987년은 우리 민주주의 역사에서 일대 전환이 일어난 해이다. 학생과 시민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참여한 6·10민주항쟁을 계기로 마침내 전두환 정권은 퇴진하고 국민이 정권을 직접 선출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직접선거로 대통령을 선출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1987년 이전의 ‘투표’는 군인들이 무력으로 빼앗은 권력을 사후적으로 추인하는 통과의례에 불과했다. 유승하의 『1987 그날』은 5·3인천항쟁,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건국대 애학투 사건, 박혜정·박종철·이한열 열사의 희생까지 6·10민주항쟁의 굵직한 사건들을 다루면서도 상계동 강제철거, 신촌 벽화 사건 등 철거민 운동, 민중미술의 역사가 1987년의 흐름에 어떻게 함께했는지 놓치지 않는다. 6월 그날의 뜨거운 함성, 평범한 사람들의 거대한 한걸음 『1987 그날』은 당시 6·10민주항쟁에 참여한 다양한 시민들의 면모를 보여준다. 혜승과 진주처럼 학생운동에 함께한 대학생들부터 이한열 열사를 그린 걸개그림의 작가 최병수 목수를 모델로 한 현장미술가, 명동성당에 모인 상계동 철거민과 6·10국민대회에 참가한 노동자와 종교인, 그리고 수많은 평범한 시민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다보면 1987년의 그날이 ‘평범한 사람들의 거대한 참여’로 가능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저마다 처한 환경 속에서 생각은 달랐지만, 이들 모두 1987년 그날 하나로 결집된 역사의 물결에 합류했던 것이다. 유승하 작가 특유의 따듯한 그림체로 그려진 1987년의 투쟁 현장은 치열하면서도 사람들 간의 연대와 함께하는 시민의 힘을 고스란히 전한다. 민주주의는 목적지가 아니라 과정이라는 말처럼, 6·10민주항쟁은 과거의 단절된 역사가 아니라 지금 한국사회의 토대라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30여년이 흘렀지만 ‘1987년 그날’의 이야기가 여전히 마음을 울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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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면역 건강이 고민인 부모들에게 세 아이를 키우는 의사 엄마가 알려 주는 우리 아이 면역에 대한 모든 것 툭하면 열이 나고 감기약을 달고 사는 아이를 보며 ‘애가 면역력이 약한가?’ ‘뭐라도 좀 먹여야 하나?’ 고민하는 부모들을 위한 책이 출간되었다. 많은 부모들이 홍삼, 보약, 유산균, 영양제 사이에서 갈등하고, 아이의 면역력을 위해 검증되지 않은 여러 육아법을 시도하지만, 정작 ‘면역’이라는 것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기도 한 저자 박지영은 의사로서 의료진과 환자, 보호자 사이에서 궁금증을 해소하는 ‘의료 커뮤니케이터’로 나섰다. 감염병, 백신, 항생제를 중심으로 면역에 대해 부모들이 꼭 알아야 하는 모든 것을 풀어냈다. 병에 걸렸을 때 우리 아이의 몸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좋은 면역력의 조건은 무엇인지, 알레르기 행진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진행되는지, 항생제는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현명한지, 예방접종은 왜 꼭 맞혀야 하는지 등등, 가정의학과 의사로서 진료 현장에서 쌓아 온 경험을 토대로 부모들이 꼭 알아야 하는 내용을 쏙쏙 알려 준다. 면역이라는 신기루, 면역이라는 과학 면역을 알면 아이의 건강이 보여요 아이가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는 것은 모든 부모의 바람이다. 아이가 아프면 불안하고 걱정스러운 부모는 아이의 면역력을 높이기 위한 여러 방법들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면역에 좋다고 소문난 건강식품을 철마다 사서 먹여도 아이는 감기나 수족구병에 걸리고, 아직 아이의 면역력이 약하다고 생각하는 부모는 또다시 ‘면역력 강화’라는 신기루를 좇는다. 부모들은 왜 이렇게 불안할까? 저자 박지영은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아이가 아플 때 아이의 몸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아이가 어떻게 다시 건강해지고 면역을 획득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불안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부모가 면역이라는 과학을 이해하면 이런 소문과 저런 정보에 휩쓸리지 않고 너른 시야로 아이의 면역이 경험을 통해 성장하는 과정을 여유 있게 지켜볼 수 있다. 저자는 다소 어려울 수도 있는 면역에 대한 내용을 적당히 넘어가거나 뭉뚱그리지 않고 차근차근 설명한다. 의사로서의 전문성에 세 아이를 키우고 진료실에서 수많은 아이와 부모를 만난 경험이 더해졌다. 아플 때 아이의 몸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면역의 원리와 아이의 면역 성장 면역력은 건강식품 광고에 등장하는 것처럼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튕겨내는 방어막이 아니다.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은 꽤나 복잡하고 촘촘하게 우리를 보호하고 외부로부터 들어온 ‘적’을 섬세하게 찾아내 물리친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는 아팠다가도 금세 나아서 다시 신나게 뛰어놀 수 있는 것이다. 저자는 2장과 3장에서 우리 몸의 면역 원리와 아이의 면역 성장에 대해 쉽고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피부, 점막, 체내 유익균, 면역 세포가 우리 몸의 면역을 담당한다. 피부와 점막은 외부 미생물을 일차적으로 막아내고, 체내 유익균은 다른 미생물이 자리 잡는 것을 억제하며 면역 세포들을 교육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면역 세포들이 외부 미생물과 병든 세포를 제거하는데, 특히 획득 면역 세포들은 특정 병원체에 대한 항체를 만들어서 이후 똑같은 병원체가 몸에 들어왔을 때 빠르고 정확하게 공격한다. 저자는 세균과 바이러스의 차이를 설명하고, 리노바이러스에 의한 감기에 걸렸을 때와 폐렴구균에 감염되었을 때 각각 아이의 몸에서 어떤 면역 작용이 일어나는지 설명한다. 이를 통해 왜 감기에 걸렸을 때는 항생제를 쓰지 않아도 되는지 알 수 있다. 또한 면역은 아기가 엄마의 배 속에 있을 때부터 시작되어 영유아기에 수많은 외부 물질들과 접촉하고 경험하면서 성장한다. 이유식도 면역 성장의 과정이고, 아이가 아프고 낫는 모든 과정을 통해 아이의 면역은 완성된다. 그리고 예방 접종은 아이의 면역 성장을 돕는 훌륭한 도우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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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징글맞음이 경쾌하게 울린다! 지친 감각을 일깨우는 단단하고 탄탄한 서사의 등장 201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작품활동을 시작한 김유담의 첫번째 소설집 『탬버린』이 출간되었다. 등단 이후 착실하게 발표해온 단편 8편이 묶인 이번 소설집은 신예 소설가 김유담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탄탄한 서사와 생동감 넘치는 인물들로 꽉 차 있다. 태어나면서 불평등하게 주어지는 삶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아등바등 살아가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100점을 받기가 어렵다는”, “최선을 다하는 삶의 무용(無用)함”(「탬버린」 156면)을 어쩔 수 없이 체득해버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씁쓸한 속마음을 김유담은 솜씨 좋게 포착한다. “자신의 욕망에 솔직하고, 자신의 선택을 책임지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좇는 여성 인물”들에게서 우리는 우리와 너무도 닮아 “익숙한, 부끄러워 애써 숨기려 노력해온” 표정들을 발견하게 된다. 김유담이 누설하는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열등감과 비밀스러운 절박함”(전기화, 해설)이 각별하게 다가오는 것은 그 고백 자체가 “이편저편 다 떠나서 그냥 내 편”(김미월, 추천사)이 되어주는, 우리가 간절히 바라던 다독임이기 때문일 것이다. “유난히 강렬한 페이소스를 가지고 있”고, “구성이 단단하고 초점이 분명하며 인물이 살아 있다”는 평을 받은 등단작 「핀 캐리(pin carry)」는 “평범한 한 남자의 어두운 정열과 ‘일부러 져서 이기는 게임’이라는 새로운 이야기 방식을 선보”(심사평)인다. 늘 경쟁에서 이겨야 살아남는 우리 사회를 비꼬는 듯한 이 게임은 소설집 전반에 걸쳐 주인공들이 고투하는 인생의 국면들을 역설적으로 비춘다. 치료비를 감당할 여윳돈이 없어 끔찍한 치통을 참고 나서도 “이 지경이 될 때까지, 그러니까 석사 2학기를 마칠 때까지 대체 무얼 했는지” “인생 전체에 대한 비난”(「우리가 이웃하던 시간이 지나고」 87면) 같은 꾸지람을 들어야 한다거나, “깔끔한 월세방, 안정적인 학자금 대출 상환”을 넘어 “좋은 음식을 챙겨 먹고, 좋은 옷을 입고, 좋은 것들을 보는 삶”이 “내게는 닿을 수 없는 다른 세계에 있는 것으로만 여겨”(「멀고도 가벼운」 190면)지는 막막함에 대해 작가는 볼링에서 “넘어진 핀이든 남은 핀이든 시간이 지나면 결국 모두 쓸려나가고, 새로운 프레임이 시작된다”는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게임의 법칙”(「핀 캐리」 42면)을 상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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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처럼 정지하라, 꽃은 멈춤의 힘으로 피어난다” 사람이기에 해야 하는 말, 세상의 독촉과 맞서는 시인 백무산의 신작 시집 한국 노동시를 대표하는 백무산 시인의 신작 시집 『이렇게 한심한 시절의 아침에』가 출간되었다. 백석문학상 수상작 『폐허를 인양하다』(창비 2015) 이후 5년 만에 펴내는 열번째 시집이다. 1984년 무크지 『민중시』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래 노동자들의 삶과 의식을 대변해왔던 시인은 그동안 끊임없는 시적 갱신과 변모를 거쳐 노동시의 새로운 경지에 이르렀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최근 10여년간에 펴낸 세권의 시집(『거대한 일상』 『그 모든 가장자리』 『폐허를 인양하다』)이 모두 유수한 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문학적 성과를 인정받았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노동하는 삶의 가치와 인간 존재의 근원을 성찰하는 웅숭깊은 사유의 세계를 펼친다. 치열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자신의 내면과 시대상을 침통한 눈으로 응시하는 고백록”(고영직, 해설)과도 같은 묵직한 시편들이 서늘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노동 현실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근원적 비판이나 생태 문제 등으로 시 세계의 폭을 넓혀온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특히 ‘시간’에 대한 남다른 통찰과 전복적 사고를 보여준다. 시인은 ‘혁명의 시간’에 대한 깊은 사유를 통해 ‘정지의 힘’을 예찬하면서 이 ‘정지의 힘’이야말로 “무엇을 하지 않을 자유”와 “무엇이 되지 않을 자유”(「정지의 힘」)를 찾는 길이라고 역설한다. 이는 삶의 과정은 없고 오로지 목표만 존재하는 삶에서 벗어나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분리되기 이전의 감각, ‘인간의 시간’으로 회귀하는 길이다. 그것은 또 단순한 회귀가 아니라 “모든 건 완성된 것에서 시작”되어 “카운트다운될 뿐”(「카운트다운」), 자본의 폭력에 얽매여 끝없이 반복되는 일상에 대한 저항이기도 하다. 모든 것을 “이식하고 교환하고 대신”(「교환가치」)하는 자본주의 논리에 길들여진 삶에 대한 회의가 깊어질수록 시인은 “풍경을 풍경으로 이해했던”(「감각의 기억」) ‘저 너머’의 세계, 근본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열망을 내비친다. 그렇다고 ‘지금–여기’의 현실, “민주화되었으니 흔들지 말”고 “개소리하지 말”라는 “이 한심한 시절”(「겨울비」)을 외면하는 것은 아니다. 허울뿐인 “민주주의는 질척질척하고 가진 자들은 야비하고/권력은 추악”(「사막의 소년 병사」)한 현실을 정면으로 직시하며, “누군가의 작은 기쁨을 위해/누군가를 벼랑으로 밀어붙여야 하”는 “잔혹한 일상”(「평범한 일상」)에서 과연 무엇이 인간적인 삶인지 되묻고, 여전히 버려지고 쓰레기가 되는 사회적 약자들의 비참한 삶을 냉엄하게 바라본다. 우리 사회가 “오래전에 낡은 체제를 혁명하고/또 혁명에 혁명을 거듭”(「히말라야에서」)하여 많은 진보를 이루긴 했으나 현실은 여전히 암울하고, 사회적 불평등과 부조리 또한 변함없다. 힘 있는 자들이 오히려 “작고 바닥을 기고 발톱도 없는” 힘없는 자들의 저항의 공간인 광장의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서는가 하면, 심지어 “약자의 울분을 모방한 자들이/광장을 먹고 튀”(「광장이 사라졌다」)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시인은 좌절하지 않는다. “망가진 뒤에야 간신히 새잎이 열”(「재앙의 환대」)린다는 믿음이 있기에 비록 실패의 기록일지라도 세상을 바꾸려는 결연한 의지를 다진다. 이렇듯 삶에 밀착되어 다가올 시대를 예감하는 백무산의 시는 “현란하고 뒤틀린 언어들을 비집고 나오는 사람의 말”(신철규, 추천사)이다. 그렇기에 그의 시는 늘 우리 곁에서 희망의 노래로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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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게, 기쁘게, 뜨겁게 인생의 파도를 넘어서며 살아갈 것이다.” 세 여성이 펼쳐 내는 가슴 뭉클한 가족 이야기 따스한 손길로 마음을 어루만지는 이 시대 선한 이야기꾼 이금이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알로하, 나의 엄마들』이 창비에서 출간되었다. 『알로하, 나의 엄마들』은 사진 한 장에 평생의 운명을 걸고 하와이로 떠난 열여덟 살 주인공 버들과 여성들의 삶을 그렸다. 백여 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