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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 천사는 침묵했다 
    하인리히 뵐 지음 / 임홍배 엮음 |세계문학, 소설, 장편소설, 창비세계문학|2019년 06월 28일|14,000원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하인리히 뵐의 유작 시적이고 아름다운 필치로 그려낸 폐허문학의 정수 2차대전 직후의 참상 당시 신은 어디에 있었나 2차대전 종전 후 작품과 사회활동을 통해 독일사회의 모순과 불의를 비판하며 ‘독일의 양심’으로 불린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하인리히 뵐의 『천사는 침묵했다』가 창비세계문학 69번으로 발간됐다. 1946년 헤르만 헤세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이후 독일에서 26년 만에 1972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고, 독일 펜클럽 회장(1970~72)과 국제 펜클럽 회장(1971~74)을 역임하는 등 독일은 물론 국제사회에서도 널리 인정받고 신망이 두터웠던 작가의 마지막 출간작이다. 1949년 이전에 집필되었지만, 세계대전에 대한 묘사를 극도로 꺼리던 당시 독일사회의 분위기 때문에 작가 사후인 1992년에야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 독문학자이자 소설가인 W. G. 제발트가 전후 독일문학 작품 가운데 당시 폐허에 직면한 사람들을 사로잡았던 ‘경악의 깊이’를 제대로 표현한 유일한 작품이라 평하기도 했다. 독일군 탈영병 한스 슈니츨러와 군법무관 서기 빌리 곰페르츠가 목숨을 맞바꾸는 사건을 발단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전후의 폐허와 살아남은 사람들의 삶을 세밀하게 묘사하며 세계대전 중 신은 과연 어디에 있었는가 하는 통렬한 질문을 던진다. 임홍배 서울대 독문학과 교수가 번역을 맡아 하인리히 뵐 문장의 결을 세심하게 살렸으며, 면밀한 해설을 통해 작품에 대한 이해의 폭을 한층 넓혔다. 작품 줄거리 1945년 5월 8일 독일이 연합군에 항복하던 날, 탈영병 한스 슈니츨러는 엘리자베트 곰페르츠 부인을 만나기 위해 독일 쾰른의 빈센트 수도회 병원을 찾아간다. 부인의 남편 빌리 곰페르츠는 같은 부대 소속의 군법무관 서기이다. 한스는 탈영 중에 체포되어 감옥 대용의 헛간에 감금되는데, 빌리는 자신의 군복을 한스에게 입히고 도망치게 한다. 한스를 탈출시킨 빌리는 헛간에 머물러 있다가 독일군에 의해 한스로 오인받아 총살당한다. 한스는 빌리의 유품인 군복을 그의 부인에게 전달하고자 그녀가 입원해 있다는 병원으로 찾아간다. 그곳에서 한스는 엘리자베트 부인이 며칠 전에 퇴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부인의 주소를 확인한다. 탈영병 검거를 피하기 위해 병원 의사의 도움으로 가짜 신분증을 입수한 한스는 추위 때문에 무심코 걸친 외투를 돌려주기 위해 우선 외투 주인을 찾아간다. 그는 갓난아기를 잃고 혼자 빈집에 살던 외투 주인 레기나와 차츰 가까워지며, 두 사람은 폐허가 된 일상에서 서로 의지하게 된다. 한편 빌리의 죽음에 대한 비밀이 풀리고, 엘리자베트 부인에 대한 피셔 박사의 유산상속 포기 압박이 극에 달하며 이야기는 결말을 향해 나아간다. 전후 폐허에 대한 묘사 이 작품에서 하인리히 뵐은 종전 후의 일상을 온갖 폐허의 모습으로 표현한다. 1장에서 반복되는 ‘냄새’에 대한 묘사는 전쟁이 남긴 폐허가 공간적인 차원보다 훨씬 더 근본적으로 삶의 환경을 숨막히게 바꿔놓았다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2장에서는 전복된 전차에서 생쥐가 시끄럽게 찍찍대는 모습을 그리며 독일인이 자신들이 페스트를 옮기는 생쥐 족속으로 전락한 현실을 침묵으로 일관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그런가 하면 9장에서는 언덕 너머에서 나타나는 사람들을 통해 인류의 한세대가 완전히 멸망하고 새로운 미지의 종(種)이 탄생할 것을 암시한다. 13장에서 성당 내부에 모신 성인들의 조각상마저 파괴돼 ‘악마적 흉측함’을 드러낸 모습은 전쟁폭력의 악마성을 보여주며, 과연 신앙이 최후의 위안과 구원이 될 수 있는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을 던진다. 교양이 망가진 나치의 유령 『천사는 침묵했다』에는 ‘교양이 망가진 나치의 유령’이 등장한다. 박사학위를 두개나 가진 피셔는 ‘종교적 임무’를 띠고 나치당에 들어가는 곡예를 부리고, 추기경의 총애를 받아 부정한 방법으로 취득한 미술품을 팔아서 떼돈을 번다. 17장에 등장하는 의사는 곰페르츠 부인이 죽음을 앞두고 사투를 벌이는 장면에서도 연구 실적을 올릴 궁리를 하는데 이는 나치의 생체실험을 떠올리게 한다. 1964년 프랑크푸르트 대학 강연에서 독일인에 대해 “교양이 망가진 민족”이라 일컬은 저자 하인리히 뵐은 이들의 모습을 통해 교양이 지식으로 축적되고 학문으로 발전할수록 권력과 유착되며, 비판적 성찰의 기능을 상실하고 맹목적인 도구적 이성으로 변질된다는 것을 비판한다. 폐허에서 피어난 희망 『천사는 침묵했다』는 종전 직후 모든 것이 초토화된 폐허의 어두운 심연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그렇지만 이 작품이 폐허의 살풍경만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콘크리트 잔해더미에서 풀이 자라나듯 숱한 죽음이 묻힌 폐허에서도 희망이 기적처럼 피어나며, 그것이 이 작품의 진면목을 드러낸다. 1960년대 초반에 전후의 폐허문학을 돌이켜보면서 하인리히 뵐은 “중요한 것은 사람이 살 수 있는 땅에서 사람이 살 수 있는 언어를 찾아내는 것이다”라고 언명한 바 있다. 전후 냉전시대와 분단시대를 살았던 뵐은 독일이 과연 ‘사람이 살 수 있는 땅’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 무척 회의적이었다. 어쩌면 그 때문에 뵐의 문학에서 ‘사람이 살 수 있는 언어와 희망’에 대한 탐색은 그만큼 더 치열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소설은 뵐이 평생 추구했던 ‘사람이 살 수 있는 언어와 희망’에 대한 치열한 탐색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다.



  • 푸른 편지 
    노향림 시집 |시, 창비시선|2019년 06월 20일|9,000원

    잊혀가고 소외된 곳으로 나는 오늘밤도 푸른 편지를 쓰리 푸른 그리움으로 빚어낸 투명한 언어의 선율 삶의 근원적 슬픔과 고통을 정갈하고 투명한 언어에 담아 노래해온 노향림 시인의 일곱번째 시집 『푸른 편지』가 출간되었다. 노향림 시인은 1970년 『월간문학』으로 등단한 뒤 시력 49년간 묘사시의 정석을 보여주는 독보적인 시세계를 일구어온 우리 시단의 대표적인 여성 시인이다. 시쓰기를 필생의 작업으로 여기며 반세기에 이르는 동안 오로지 시 창작의 외길만을 걸어온 시인은 섬세하고 감각적인 이미지와 빼어난 묘사력으로 시를 풍경화의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2016년) 제11회 박두진문학상을 수상하며 느릿한 걸음으로 올곧이 자신만의 시학을 갈고 다듬어온 원로 시인으로서의 관록을 보여주었다. 『바다가 처음 번역된 문장』(실천문학사 2012) 이후 7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에는 삶의 밑바닥을 투시하는 예민한 감각과 세상을 관조하는 그윽한 시선이 깃든 시편들이 아름답게 녹아 있다. “존재론적 원적(原籍)으로서의 사랑의 기억”(유성호, 해설)과 삶의 다양한 표정이 오롯이 담긴 고즈넉한 풍경에 흐르는 애틋한 슬픔의 정조가 가슴을 촉촉이 적신다. 서경과 서정의 눈부신 결합 노향림의 시는 삶의 경험을 명징한 언어의 세필로 그린 시간의 풍경화를 보는 듯하다. “아직도 환히 부신 기억”(「돌아온 첫 시집」) 속에 어른거리는 “시대의 초상”과 “찬란한 생명의 무한한 시공간을 직조해”(김승희, 추천사)낸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지난 시간들의 아련한 기억의 바다에서 “섧디설운/이름 하나/기억 하나”(「동백숲길에서」)를 건져 올려 잃어버린 시간들을 복원해내고 삶의 근원적 의미를 새겨나간다. 인간 존재의 슬픔과 고독한 생의 이면에 깃들인 허무와 절망 속에서 시인은 특히 소외되고 단절된 것들, 가난하고 외로운 영혼들의 고단한 삶에 연민의 눈길을 건네며 “따듯한 입김 어린 불빛”(「가난한 가을」) 한줌 던져준다. 시는 불가능을 꿈꾸고, 시인은 낯설고 “다른 하늘을 꿈꾼다”(「시인의 본적지」). 7년에 한권꼴로 시집을 펴내는 과작임에도 시인은 시집을 낼 때마다 늘 겸손해진다는 마음을 여민다. 등단 50주년을 앞둔 연륜의 깊이만큼 원숙한 경지에 이르렀음에도 끊임없이 시의 새로움을 추구하는 시인에게는 아직 가야 할 길이 있다. “백지의 시 몇줄에 필생을 건”(「단 한 사람의 숨은 독자를 위하여」) 시인은 “시간 속에서 잊혀가고 소외된 시의 본적지”(‘시인의 말’)로 언제나 사랑의 ‘푸른 편지’를 띄워 보낸다. 풍경 속에 서린 삶의 고통과 비애를 투명한 언어로 빚어낸 이번 시집은 오래도록 우리 식은 가슴속에서 출렁일 것이다.



  • 흰 당나귀들의 도시로 돌아가다 
    제임스 테이트 시집 / 최정례 옮김 |세계문학, 시|2019년 06월 14일|13,500원

    “우리가 본 지금까지의 어떤 시와도 닮지 않았다” 최정례 시인의 번역으로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미국 초현실주의 대표 시인 제임스 테이트의 산문시집 심부를 찌르는 농담과 해결할 수 없는 삶의 아이러니를 만나다 미국 초현실주의 대표 시인 제임스 테이트의 산문시집이 시인 최정례의 번역으로 한국에 처음 소개되었다. 22세의 나이에 예일대 젊은 시인상에 선정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제임스 테이트는 2015년 71세의 나이로 타계하기 전까지 30여권의 저서를 통해 전미도서상, 퓰리처상,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 상, 월러스 스티븐슨 상 등을 수상한 미국 현대시를 대표하는 작가다. 무질서하게 펼쳐진 일상 속의 초현실적인 사건들로부터 유머, 삶의 아이러니와 슬픔을 기발하게 직조하는, 독특하고 견고한 시세계로 대중과 평단의 지지를 고루 받았으며, 존 애쉬베리, 찰스 시믹 등 미국의 가장 영향력 있는 시인들은 지금까지의 어떤 시와도 닮지 않은 그의 전무후무한 개성에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흰 당나귀들의 도시로 돌아가다』는 2005년에 발간된 그의 열네번째 시집으로 그가 평생 특별한 열정을 쏟았던 장르인 산문시 백여편이 실렸다. 우습고, 냉소적이고, 날카롭고 엉뚱하다 지금까지 미국 시에 있었던 시의 형식을 깨부수고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자 한 제임스 테이트의 시는 언뜻 평이한 문장으로 쓰인 일상의 이야기로 보인다. 하지만 곧바로 엉뚱하고 황당한 사건이 펼쳐지며 독자를 당황스럽게 한다. 한 여자가 늑대를 낳고, 7월의 더운 한낮에 파산한 산타클로스가 나타나 맥주를 청하는 식이다. 이처럼 다변적으로 뻗어나가는 기발한 이야기는 저변에 또다른 줄기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며 놀랍도록 다양한 인물들과 의미를 창조한다. 무질서하게 펼쳐지는 이야기는 수수께끼처럼 보이지만 그 틈새로 언뜻언뜻 제임스 테이트 특유의 유머와 아이러니가 비치고 결국 수많은 상념과 이미지가 파문처럼 번져나가 완전히 새로운 모습의 시가 된다. 그에게 초현실주의는 일상의 개념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것도 아니고 소수 특권층을 위한 것도 아닌, 매일 부딪치며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느닷없이 분출되는, 무의식적인 마음과 같은 것이다. 최정례 시인의 번역으로 만나는 제임스 테이트의 산문시 최정례 시인은 2006년 가을 처음으로 제임스 테이트와 그의 시를 접했다. 제임스 테이트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 채 그의 낭독회에 갔다가 독자들의 열렬한 반응에 시집 『흰 당나귀들의 도시로 돌아가다』를 사서 숙소로 돌아왔고, 그가 만들어낸 이야기에 강하게 매료되어 번역을 마음먹었다. 2009년 처음 번역을 시작해 십년을 매달리는 동안 제임스 테이트가 시치미 떼고 전하는 어수룩하고 수수께끼 같은 말, 무의미한 말들이 자연스럽게 그에게 스며들어 최정례 본인의 시 속에서 변주되기도 했다고 전한다. 최정례 시인은 책 말미의 애정 어린 작품해설을 통해 테이트의 시세계를 친절하고도 상세히 소개한다. 분방한 상상력과 독특한 화법을 꾸준히 독자들에게 선보여온 최정례 시인의 언어이기에 제임스 테이트의 시가 가진 정수를 번역할 수 있었던 바, 『흰 당나귀들의 도시로 돌아가다』가 각기 강한 개성을 가진 두 시인의 매력을 함께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 당신이 없는 곳에서 당신과 함께 
    전동균 시집 |시, 창비시선|2019년 06월 05일|9,000원

    “어디든 갈 수 있어요 무엇으로든 빚어질 수 있어요 저는 아직 태어나지 않았어요” 삶의 안쪽을 끈덕지게 탐구하는 단단하고 맑은 시편들 섬세한 감성의 언어와 선명한 이미지로 독자적이면서도 빼어난 서정의 세계를 펼쳐온 전동균 시인의 다섯번째 시집 『당신이 없는 곳에서 당신과 함께』가 출간되었다. 전동균 시인은 1986년 『소설문학』으로 등단한, 올해로 시력 30년이 넘는 중견 시인이다. 등단한 지 1년 만에 잡지사가 문을 닫는 곡절이 있었으나 이후 김기택, 장석남 시인 등과 함께 ‘시운동’ 2기 동인으로 참여하여 동시대 시인들 가운데 전통 서정의 시혼(詩魂)을 가장 투명하게 보여주는 시인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묵묵히 자신만의 단단한 시세계를 다져왔다. 젊은 나이(24세)에 등단한 뒤 등단 11년 만에 첫 시집을 펴냈고, 이후 꾸준한 창작 활동을 거쳐 최근 백석문학상(2014)과 윤동주서시문학상(2018)을 수상하는 등 평단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백석문학상 수상작 『우리처럼 낯선』(창비 2014) 이후 5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겸허한 마음으로 삶의 비의와 존재의 근원을 파고드는 자각과 통찰의 심오한 세계를 보여준다. 차분하고 담백한 어조인 듯하면서도 강렬하고 비감한 목소리에 때로는 따뜻한 해학이 깃든 시편들이 깊은 울림 속에서 공감을 자아낸다. 윤동주서시문학상 수상작(「‘자정의 태양’이라 불리었던」 외 6편)을 비롯하여 총 51편의 시를 수록하였다. “그러나 괜찮았다” 슬픔과 고통뿐인 삶을 보듬는 따뜻한 사랑의 노래 “있음과 없음, 삶과 죽음, 순간과 영원, 소통과 불화 등 이항대립의 실존적 사건이 뒤죽박죽 얽힌”(최현식, 해설) 이번 시집에는 신성의 세계를 지향하는 종교적 감성이 두드러진 시가 적지 않다. 시인이 가톨릭 신자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시집이 오로지 종교적 죄의식이라든가 영적 각성에 침잠해 있는 것은 아니다. 정작 시인의 눈길이 가닿는 곳은 종교의 울타리를 뛰어넘는 ‘지금–여기’의 현실, 어둑하고 신비한 삶의 안쪽이다. 시인은 현실에 대한 비극적 인식 속에서 삶과 인간 존재의 궁극적 의미와 자신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묻는다. 그리고 나직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슬픔과 고통뿐인 삶이라 할지라도 “이 세상에 사람으로 와 기쁘다고”(「떨어지는 해가 공중에서 잠시 멈출 때」). 시인은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사람’이라 했다. “곁에 있어도 안 보이는 것들”(「잊으면서 잊혀지면서」), 쉽사리 눈에 띄지 않는 존재들의 그림자를 늘 깊이 응시하면서, 불화의 세계를 함께 견디어내며 살아가는 타자의 고통과 슬픔을 외면하지 않는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사랑과 연민의 마음으로 시인은 시가 “깨진 그릇 같은 존재들”(「1205호」)을 위로하는 기도가 되고 “슬픔을 빛으로/신음을 향기로 내뿜는”(「춘수(春瘦)」) 노래가 되기를 소망한다. 그리하여 “빛이 없는 찬란”(「‘자정의 태양’이라 불리었던」)을 발견하고자 세상을 “더 멀리, 더 깊이”(「물속의 기차」) 바라보는 시인의 선한 눈길이 더없이 애틋하게 우리에게 다가온다.



  • 창작과비평 184호(2019년 여름호) 
    정기간행물, 창작과비평|2019년 06월 01일|15,000원

    최근 광주를 두고, 세월호를 두고 막말과 망언을 서슴지 않는 극우보수진영에 대해 사람들이 느끼는 피로는 상당하다. 이들 진영에 대한 분노는 얼마 전 180만명이 넘게 참여한 ‘자유한국당 정당해산 청원’으로 나타나기도 했는데, 이러한 감정들의 연원을 짚어가다보면 한국사회에 오래 지속돼온 어떤 문제적 흐름의 ‘끝’을 보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이 작동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본지 편집위원이자 문학평론가인 송종원은 […]



  • 문학3 2019년 2호 
    문학3 기획위원회 엮음 |문학3, 정기간행물|2019년 05월 17일|8,800원

    나에게 ‘일’이란 무엇인가 현실, 투쟁, 기울어진 세상을 넘어 주목: 일×존엄을 상상하기 『문학3』 2019년 2호가 출간되었다. 이번호 주목란에서는 ‘일×존엄을 상상하기’라는 주제로 다양한 노동현장 속에서 감지되는 일의 양상과 그로부터 파생되는 고민들을 살펴보았다. 담론이기 이전에 우리의 삶과 직결되는 구체적인 조건으로서의 노동을 짚어보는 기획이다. 물론 여전히 변하지 않은 노동조건, ‘투쟁’으로밖에 존엄을 찾을 수 없는 현장도 이번 기획의 사례를 넘어 존재한다. 다만 이번 주목이 기울어진 세상의 문제를 포함하여 일‧노동과 무관한 삶은 없다는 점에서 생각할 거리를 던지고, 나아가 내 삶 그리고 세계를 살아 있는 것으로 체감할 수 있는 활동을, 우리의 잠재력과 존엄까지를 고민케 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우선은 노동(labor)이라는 말에 가려진, 자유로운 인간의 활동(work)으로서의 ‘일’에 대한 글이 눈길을 끈다. 대한항공 승무원 박창진의 글은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을 겪은 뒤 직장에 대한, 노동에 대한 의식이 어떻게 변화하였는지를 생생한 목소리로 들려준다. 해고와 복직, 회사를 상대로 한 소송 등 일련의 과정 속에서 ‘그만두기’가 아니라 ‘일하기’를 스스로의 의지에 따라 ‘선택’했다는 그의 말을 통해, 나를 둘러싼 노동현장의 일을 주체적으로 이끌어간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된다. 또한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글이 인기를 얻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김동식은 소설가라는 직업을 기점으로 그 이전과 이후의 삶을 되짚는다.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거쳐온 여러 직업을 일별하고, 마침내 ‘좋아하는 일’을 찾게 된 과정을 진솔하고도 담백하게 고백하는 글이다. 출판편집자를 거쳐 인권재단에서 일하고 있는 우공은 ‘노동’과 ‘활동’이라는 두 단어를 중심으로 정당하게 활동하기 위한 노동을 고민하는 글을 보내주었다. 활동의 성격을 가진 노동,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활동, 노동의 조건을 더 낫게 하는 활동 등에 대한 사례를 다루며 ‘노동은 무엇이고 활동은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 그 자체의 의미를 세심하게 환기한다. 한편 기존의 노동자가 ‘정규직 남성’으로 대표됨에 따라 노동 문제 안에서도 주변으로 배제되었던 다양한 일의 영역이 시야에 들어오고 있다. 젠더문제연구소 이제(IGE)의 연구자 임국희는 양육 경험을 바탕으로 돌봄노동과 재생산노동에 대해 논한다. 이러한 노동들이 여태껏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지만 평생에 걸쳐 돌봄노동에 ‘오염’되지 않은 삶은 없다고 지적과 함께, 타자를 돌보는 경이로움을 재현할 언어를 찾아야 한다는 새로운 과제를 던지는 글이다. 맥도날드 라이더로 일하며 배달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 출범을 준비하고 있는 박정훈의 글은 점차로 커지는 비정규 노동시장의 현실과 기본소득 제도의 가능성을 논한다. 노동자의 생존권이 아니라 백수의 생존권을 위한 투쟁으로 진정한 노동해방을 시작할 수 있다는 상상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나누는 이분법적 통념에 문제의식을 던진다. 마지막으로 문학평론가 선우은실이 최지인과 정한아의 시를 중심으로 최근 시에서 드러나는 노동의 장면을 읽는다. 기존 ‘노동시’의 둘레를 벗어나 ‘새로운’ 노동시를 정의하는 글이다. 시란 무엇이고 노동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통해 오늘 우리의 ‘삶’과 가장 가깝게 가닿고자 하는 문학적 작업이 미덥다. 창작과 중계 이번호 소설란은 김미월 듀나 이승우 이현석의 작품과 원고모집으로 선정한 서장원의 작품으로 채웠다. 저마다 소설가의 치열한 사유를 엿볼 수 있는 단단하고 여운이 깊은 작품들이다. 시란에는 곽은영 유계영 진은영 최현우, 그리고 시요일 앱의 「시作일기」를 통해 선정한 김상운의 시를 수록했다. 서로 다른 시선과 세계가 담긴 작품이 어우러져 어느 때보다 풍성하다. 중계 코너에서는 웹툰 작가 서늘한 여름밤, 출판편집자 염은영, 인권기록 활동가 홍은전이 소설을, 소설가 김유진, 싱어송라이터 신승은, 팟캐스트 「시시콜콜 시시알콜」 진행자 풍문이 시를 함께 읽고 의견을 나누었다. 현장과 시선 직업환경의학과 의사이자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자원활동가’ 활동을 해온 공유정옥이 ‘반올림’ 활동 시작부터 삼성과의 중재합의까지 12년을 정리하는 글을 보내주었다. 피해자들의 고통을 함께 겪을 수 없음을 절감하고, 바로 거기서부터 고통을 나누는 ‘우애’가 시작된다고 믿는 필자의 고민이 생생하다. 한편 변호사이자 연극배우로도 활동하는 김원영은 공연예술을 중심으로 장예인 예술이 무엇을 추구하는지 장애인 무용 워크숍에 참여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논한다. ‘아름답지 않은’ 장애인의 몸이 혐오, 무시, 멸시의 시선을 넘어 무대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때, 그 어떤 것보다 급진적인 정치적 실천이 된다는 말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시선란에는 2019년 3월 9일부터 4월 1일까지의 광주를 대안학교 교사이자 사진작가 강경필이 사진과 글로 남겼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자리, 같은 구도에서만 보이는 도시의 모습이다. 이어서 『저 청소일 하는데요?』의 작가 코피루왁이 불멸의 삶이라는 제목으로 일회용 플라스틱 컵 재활용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문학웹과 문학몹 1월부터 시작한 문학웹(www.munhak3.com)의 새 코너 ‘시작하는 사전’은 『문학3』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한 윤다혜를 시작으로 류진 주민현 유이우 최지은 이영재 성다영 홍지호 남지은 노국희 시인이 보내온 다채로운 신작시로 채웠다. 올해 말까지 정은영 정다연 박승열 강지이 등을 포함해 총 26명의 시인이 매주 수요일마다 연재를 이어갈 예정이다. 한편 ‘3×100’ 코너는 4월 박솔뫼와 신해욱의 연재 종료로 2019년의 첫번째 연재를 마무리했다. 두 작품 모두 빛나는 문장들을 따라 생경한 풍경 앞에 서게 되는 아름다운 소설이다. 6월부터는 소설가 강화길의 연재가 화요일마다 그리고 장류진 서현경 아다니아 시블리의 단편이 매달 목요일마다 찾아온다. 문학몹은 지난 3월 문학몹 333 두번째 ‘다시 시작하는 이야기’로 독자들과의 만남을 가졌다. 박소란 백은선 유진목 시인이 참여해준 ‘언니들의 시가 돌아왔다: 7~80년대 여성시 다시 읽기’ 행사, 장혜영 감독이 함께한 「어른이 되면」 공동체 상영회와 GV 모두 많은 분들이 자리해 소중한 이야기를 나눠주었다. 오는 7월에 있을 문학몹 행사에도 역시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 일주일 
    김려령 장편소설 |소설, 장편소설|2019년 05월 15일|15,000원

    “상대가 원하지 않는 것은 하지 않는 거, 그게 사랑이야.” 김려령만의 에너지 가득한 소설 성숙한 사랑과 결혼에 대해 가장 뜨거운 온도로 이야기하다!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 등으로 폭넓은 독자층의 사랑을 받았던 작가 김려령이 신작 장편소설 『일주일』로 돌아왔다. 『창작과비평』에서 일년간 연재했던 글을 다듬어 내놓은 이번 소설은, 김려령만의 강렬한 에너지로 성숙한 사랑과 결혼에 대해 흥미진진하게 이야기한다.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흡인력 강한 서사가 깊은 인상을 남기는 가운데, 생생하고 매력적인 인물과 이들 사이를 경쾌하게 오가는 대사는 소설 읽는 맛을 한층 더한다. 결혼 생활에서 각자 ‘실패’를 경험한 뒤 우연한 계기로 여행지에서 함께 일주일을 보낸 두 남녀는, 몇년 후 뜻밖에 재회해 다시 사랑에 빠지지만 여러 사건으로 위기를 맞게 된다.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사랑하는 과정, 그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고난과 극복을 유려하게 그려내는 이 작품은, 대중적인 서사를 통해 사랑의 여러 면모를 깊이 있게 다루는 김려령의 진면목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독한 속박과 참된 자유를 동시에 욕망하는 사랑의 양면성을 능수능란하게 풀어낸 이 소설은, ‘이야기’를 읽는 통쾌함을 선사하면서 독자로 하여금 사랑의 적정한 강도와 거리에 대해 새삼 곱씹게 만든다. 모두의 삶을 뒤흔든 ‘일주일’ 순식간에 독자를 잡아끄는 김려령의 힘 힘겨운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한숨 돌리기 위해 찾은 이스탄불, 낯선 그곳에서 우연히 만난 도연과 유철은 단박에 서로에게 끌려 사랑에 빠진다. 둘은 뜨겁게 행복한 일주일을 함께하지만, 서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함을 알고 있었기에 연락처 하나 묻지 않고 조용히 헤어진다. 그렇게 몇년 뒤, 도연과 유철은 K시의 한 행사에서 작가와 국회의원의 모습으로 우연히 마주치고, 이를 계기로 예전의 사랑은 다시 불타오른다. 둘 다 이혼을 경험한 터라 조심스럽게 서로를 보듬고 이해하며 사랑을 키워나갈 무렵, 유철의 전처인 정희의 등장으로 모든 것은 어그러지기 시작한다. 도연을 이스탄불에서 만나기 훨씬 전부터 유철과 정희의 결혼 생활은 엉망이었다. 정희는 사람들에게 “스토커”라고 빈축을 살 정도로 숨 돌릴 틈 없이 유철 옆에 붙었고, 유철도 그런 정희를 포기한 채 내버려두었다. “서로를 바라보지 않은 채 오래였고 혐오만 남은 부부”가 되어 헤어지게 되었지만, 유철과 도연의 행복한 모습을 보고 비참함을 느낀 정희는 둘의 사랑을 깨뜨리기로 마음먹고 언론을 이용해 두 사람을 불륜으로 매도한다. 가장 행복했던 일주일이 덜미가 되어 유철과 도연은 여론의 뭇매를 맞게 되고, 정희는 그 일주일을 무기 삼아 마음껏 둘을 괴롭히면서 갈등은 점차 빠르게 고조된다. 이스탄불에서 시작된 ‘일주일’은 설레는 사랑의 시작이 되었다가 주인공들을 위협하는 덫이 되었다가 사건의 실마리가 되는 등 끊임없이 변주되며 이야기를 강렬한 에너지로 끌고 가는 중심축이 된다. 운명의 일주일로 인해 세 등장인물이 묶였다 풀렸다 하며 긴장감 넘치게 펼쳐지는 이야기는 후반부로 치달을수록 독자를 더욱 강하게 끌어당긴다. 특히 각 인물들의 개성 강한 내레이션이 지문 사이사이 침투하는 독특한 구성은 읽는 재미를 선사함은 물론 인물들의 섬세하고 복잡한 심리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언젠가 니가 떠난다고 하면, 아무것도 묻지 않고 보내줄게.” 진정한 사랑은 무엇일까, 다시 또 묻는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니?” 묻는 정희를 뒤로하고 돌아서면서, 유철은 “이별의 원인은 정희의 잘못이라기보다 정희 본인일 거”라고 생각한다. ‘혼자’가 용납되지 않았던 관계는 오히려 유철을 더 외롭게 만들 뿐이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 스스로를 검열하고 방어했던 유철을 자유롭게 만들어준 사람이 바로 도연이었다. 딱딱하게 굳은 표준어가 아니라 리듬감 넘치는 사투리로 스스럼없이 도연을 “가스나”라고 부를 수 있게 된 유철은, 처음으로 사랑 안에서 아늑함과 따뜻함을 느끼고 자신의 모든 것을 기꺼이 내려놓을 정도로 도연을 사랑하게 된다. 새로운 가정을 꾸려야 하는 도연과 유철에게는 남은 과제들이 많고 “그러면서 또 상처를 줄 수도 있고 또 상처를 받을 수도 있”지만, 둘은 계속해서 “떨어져 있어도 같이 싸우고 같이 견디”어 나갈 것이다. 상대의 옆에 붙어서는 것과 상대에게서 한걸음 떨어지는 것, 꽉 쥐는 것과 놓아주는 것, 일심동체로 함께하는 것과 각자의 삶을 꾸려나가는 것…… 사랑을 대하는 태도가 극명하게 대비되는 정희와 도연을 중심으로, 이 작품은 ‘진정한 사랑은 무엇일까’라는 오래된 명제에 대해, 지금 여기서 다시 또 묻는다. 작가는 “상대를 옭아맨 사랑은 가짜”라고 단언하고 “무기력하게 끌려가는 당신이 아프다”면서도 “그것이 최선인 상황이라면 이 소설이 위안이 될 수도 있”을 거라고, “당신을 위한 행복을 기원”한다고 말한다. 사랑을 하는 모두가 아프지 않기를, 다치지 않고 사랑할 수 있기를 바라는 작가의 따뜻한 마음이 이 소설을 만나는 독자들에게도 깊은 감동과 깨달음으로 고스란히 전해질 것이다. 청소년문학으로 일가를 이룬 동시에 『너를 봤어』 『트렁크』 등을 통해 꾸준히 사랑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져온 작가 김려령은, 이번 작품을 통해 본격적으로 성숙한 사랑과 결혼에 대해 풍성한 메시지를 던지며 작가로서 또 한걸음 나아갔다.



  • 기분이 없는 기분 
    구정인 만화 |교양, 만화|2019년 05월 08일|13,000원

    미워하던 아버지가 고독사했다!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게 된 나, 다시 잘 지낼 수 있을까?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이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필요할까. 게다가 가정불화의 원인 제공자이자 한동안 연락이 두절되었던 아버지가 고독사를 맞이하고, 이 사실을 아무도 몰랐다면? 아버지의 고독사라는 소재를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삼십대 여성의 삶과 우울, 성장을 그린 만화 『기분이 없는 기분』이 출간되었다. 『기분이 없는 기분』은 ‘아버지의 딸’이자 ‘한 아이의 엄마’로서 깊이 숨겨두었던 감정을 아버지의 고독사 이후 걷잡을 수 없는 우울증에 빠지며 마주하게 된 혜진의 이야기이다. 우울증으로 인해 별안간 기분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기분, ‘기분이 없는 기분’에 빠지게 된 혜진의 삶은 만성화된 아픔과 우울에 고통받으며 오늘을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진심 어린 공감을 호소한다. 이 작품으로 우리 앞에 새롭게 등장한 만화가 구정인은 한 여성의 서사를 다루면서도 현대사회에 만연한 노인 고독사 문제와 우울증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성찰하는 솜씨를 보여준다. 그 결과 자신의 첫 단행본인 이 작품을 통해 우리 만화의 다양성 제고와 작가 발굴을 목표로 한 ‘2019 다양성만화 제작지원사업’ 선정 만화가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군더더기 없는 흑백의 그림체로 삶을 회복하는 여성의 의연한 여정을 섬세하고 정직하게 그리는 이 만화는 억압과 우울이라는 어둡고 긴 터널에서 벗어나 새로운 용기를 찾으려는 독자들에게 정확한 위로와 응원의 손길을 건넨다. 냄새나는 유품, 빚, 그리고 우울증. 아버지의 고독사 이후 남은 것들 “기분이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고, 기분이 없는 기분이었다.” — 본문에서 서울에 사는 삼십대 중반의 혜진은 남편과 아이를 키우며 살아가는 평범한 직장인 여성이다. 그러던 어느날 혜진은 충격적인 소식을 듣는다. 왕래 없이 지내던 아버지가 고독사했고, 방치된 시신이 이웃의 신고로 발견되었다는 이야기였다. 혜진은 아버지의 죽음을 슬퍼할 생각이 없다. 가출과 외도를 일삼으며 사업과 주식에 몰두하다 가산을 탕진한 아버지였기 때문이다. 혜진은 아버지의 존재와 기억을 지우고만 싶다. 하지만 장례를 치르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일은 쉽지 않다. 아이를 돌보는 일도, 끼니를 챙기고 다른 이를 만나는 일도 어렵다. 오래되다 못해 젓갈 냄새가 나는 유품과 빚만을 남긴 아버지의 고독사 앞에서 방황하던 혜진은 급기야 극단적인 상상을 하기도 한다. 완전히 나락에 빠졌다고 느낀 혜진은 드디어 용기를 내어 남편과 병원, 상담 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혜진의 소망은 예전처럼 바깥에 나가 걷고, 햇볕을 쬐고, 아이와 손잡고 어디로든 가보는 것이다. 일상을 회복하고 삶을 지키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의 상태를 직시하고, 어떤 기분인지 찬찬히 살펴야 한다는 것을 혜진도 잘 안다. 하지만 마음을 들여다보면 들여다볼수록 기분을 완전히 잃어버렸다는 사실만을 확인하는 혜진. 과연 혜진은 잃어버린 감정을 회복하고 평범한 일상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 화장품이 궁금한 너에게 10대부터 쌓는 건강한 화장품 지식 
    최지현 지음 |어린이, 청소년|2019년 05월 03일|12,800원

    화장품도 첫 단추가 중요하다! 호기심 많은 10대를 위한, 과학적인 화장품 가이드 전 세계적으로 화장품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우리나라에서는 ‘화장품 전 성분 표시제’를 도입하는 주요한 계기였던 책 『나 없이 화장품 사러 가지 마라』의 번역가 최지현이 청소년에게 화장품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책을 국내에 소개하면서 화장품과 미용 산업을 본격적으로 탐구해 온 최지현은 이후 10년 넘게 ‘화장품 비평가’로 활동하면서 올바른 화장품 정보를 알리는 일에 앞장서 왔다. 이번 책 『화장품이 궁금한 너에게』는 최지현의 첫 단독 저서로 화장품에 조금씩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청소년들에게 과학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화장품의 역할과 쓰임을 정확히 알리는 책이다. 자신을 탐색하고 싶은 10대들의 마음을 십분 응원하면서, 비싼 가격, 인터넷에 떠도는 과장되고 왜곡된 정보, 화려한 마케팅 앞에 주눅 들지 않고 똑똑하게 화장품을 활용할 수 있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시행착오 없는 시작을 위해, 청소년이 알아야 할 화장품의 모든 것 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13~17세 여자 청소년들의 색조 화장 이용률은 약 75%에 이른다. 또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여러 조사에서 토너와 로션의 사용률이 90% 안팎으로 나온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기초 화장품은 물론 색조 화장품도 많이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꼭 통계를 참고하지 않더라도 주변에서 립글로스나 파우더를 바른 청소년들을 만나기는 어렵지 않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기업의 마케팅도 전에 없이 활발하다. 저자는 이런 청소년들이 현명하게 화장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앞 세대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도록 화장품에 대해 알아야 할 가장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지식들을 전한다. 화장품은 물과 기름에, 피부에 이로운 물질을 섞어 놓은 것이라는 아주 상식적인 정의를 통해 화장품의 역할 범위를 설명한 뒤 쿠션, 컨실러, 코렉터 등 복잡하게 나뉘어 있는 메이크업 제품들을 분류하고 성분을 알려 준다. 한방 화장품, 약국 화장품, 남성용 화장품 등은 일반 화장품과 어떻게 같고 다른지 그 허와 실을 꼼꼼히 살피는 한편, 화장품의 사용 기한과 화장 도구의 청결한 사용법도 조언한다. 청소년들의 대표적인 피부 고민인 여드름은 어떻게 관리하고 어떤 화장품을 써야 할지에 대해서도 따로 공들여 설명했다. 과학적 상식으로 화장품 불량 정보를 파헤치다 화장품에 대한 올바른 상식과 지식을 알리는 것은 곧 화장품에 관한 불량 정보들을 바로잡는 일이기도 하다. 화장품에 관한 과장되거나 왜곡된 정보들, 엉터리 정보들이 적잖이 유통되고 있기 때문이다. 화장품 광고가 대체로 ‘순수’, ‘힐링’ 등 감성적인 언어 일색으로 정확한 정보를 주지 않는 경우가 많은 데다, 화장품의 기본이 되는 화학 산업에 대한 대중의 무지와 불안이 적지 않은 탓이다. 화장품의 위험성을 과장함으로써 이익을 얻으려는 사람들도 있다. 『화장품이 궁금한 너에게』에서 저자 최지현은 화장품에 관한 대표적인 불량 정보들을 과학적 사실들을 토대로 하나씩 분석해 나간다. 위해성과 유해성을 구분함으로써 화장품의 특정 성분에 대한 과도한 공포를 가라앉히는 한편, 천연과 합성의 이분법을 해체하고, 유기농과 특허에 대한 불필요한 기대를 줄인다. 또 화장품에 들어가는 색소의 기준이 어떻게 세워지고 관리되는지를 알림으로써 막연한 불안에서 벗어나 편안하게 화장품을 대할 수 있게 돕는다. 미국, 호주, 독일 등 다양한 나라에서 제시된 통계와 연구 결과들이 저자의 분석에 힘을 실어 준다. 화장은 자아를 돌보는 행위이자,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강력한 도구 화장하는 청소년이 적지 않음에도 여전히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저자 최지현은 이런 어른들의 상투적인 우려를 넘어서 화장에 대한 청소년들의 관심을 적극 지지한다. 화장은 단지 예뻐 보이려는 허영이나 욕망의 산물이 아니라 ‘자아를 돌보는 행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청소년기는 분주히 자신을 탐구하고 자아상을 만들어 가는 시기이므로 자꾸 거울을 들여다보는 것이 당연하다. 『화장품이 궁금한 너에게』는 화장품에 대한 과도한 기대나 불필요한 두려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자신을 탐구하면서 건강한 자아상을 정립할 수 있도록 돕는다.



  • 레몬 
    권여선 장편소설 |소설, 장편소설|2019년 04월 30일|13,000원

    레몬, 레몬, 레몬, 복수의 주문이 시작되었다 2002년, 언니가 살해됐다 누군가 봄을 잃은 줄도 모르고 잃었듯이 나는 내 삶을 잃은 줄도 모르고 잃었다 2016년 소설집 『안녕 주정뱅이』로 제47회 동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수많은 독자를 매료한 권여선이 3년 만에 신작 장편소설 『레몬』을 출간했다. 삶의 불가해함을 서늘한 문장으로 날카롭게 그려내며 특유의 비극적 기품을 보여주었던 권여선이 이번에는 작품세계의 또다른 확장으로 장르적인 솜씨까지 유감없이 발휘했다. 한국문학의 특출한 성취로 굳건히 자리매김하며 동료 작가들에게도 찬사를 받아온 권여선의 이번 변신은 독자들에게 완전히 새로운 권여선의 소설을 읽는 재미를 줄 것이 분명하다. 2002년 한일월드컵으로 떠들썩했던 여름, ‘미모의 여고생 살인사건’이라 불렸던 비극이 벌어지고, 이 사건을 둘러싼 모든 인물의 삶이 방향을 잃고 흔들린다. 사건의 중심에 있는 세 여성의 목소리가 번갈아가며 이야기를 끌고 가는 이 작품은 애도되지 못한 죽음이 어떤 파장을 남기는지 집요하게 파고들어가며 삶의 의미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출간 전 실시한 사전서평단 이벤트에서도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킨 이번 작품은 권여선 소설의 새 지평을 증명할 것이다. 탄탄한 서사와 미스터리한 반전의 절묘한 만남 권여선 소설의 새로운 경지 2002년 여름, 열아홉살이던 해언이 공원에서 시신으로 발견되고, 범인이 잡히지 않은 채 17년의 세월이 흐른다. 당시 사건의 용의자였던 한만우를 형사가 취조하는 모습을 다언이 상상하는 장면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용의자는 한명 더 있었다. 해언이 마지막으로 목격됐을 당시 타고 있던 자동차의 운전자 신정준. 하지만 신정준에게는 확실한 알리바이가 있었다. 그렇게 사건은 미제로 남지만 그 비극에 얽힌 사람들의 삶은 송두리째 달라진다. 살인사건으로 시작되는 권여선의 네번째 장편소설 『레몬』은 지금까지 권여선이 보여주었던 소설들과 확연히 구분된다. 이 매력적인 미스터리 서사는 읽는 이를 이야기 한가운데로 순식간에 끌어당기는 놀라운 흡인력을 보여주며 장르적 쾌감마저 안겨준다. 이 작품의 중심화자인 해언의 동생 다언은 “언덕길을 굴러 내려가는 자전거의 종처럼 당당당당 웃던 아이”였지만 사건 이후 “이상한 이미지들이 마구잡이로 혼합되어 있는” 무표정한 얼굴로 변모한다. 그리고 8년이 지난 뒤에야 사건의 주요 용의자였던 한만우를 찾아가겠다는 결심이 선다. 이 작품이 발표된 2016년 문학평론가 정홍수가 “김다언이 한만우 집에 들어서는 장면과 같은 깊이를, 다른 소설에서 느낀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뛰어났다”라고 평한 바 있을 정도로 한만우의 집에서 벌어지는 모든 장면은 이 소설이 결국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애잔하고도 묵직하게 보여준다. 여고생 살인사건으로 시작된 이 이야기는 종내에 신의 존재, 그리고 죽음과 삶의 의미를 묻는 대목으로까지 이어지는데 이 흐름은 권여선만이 보여줄 수 있는 소설적 깊이를 증명해낸다. 이 모든 사건의 중심에 ‘레몬’으로 대표되는 “노란빛”이 있다. 레몬은 화자 다언이 친언니보다 따랐던 선배 상희가 썼던 시에 등장하는 단어이면서, 다언이 한만우 집에서 함께 먹었던 따뜻한 계란프라이의 애틋한 노란빛을 떠올리게 하는 매개이다. 동시에 그 노란빛은 언니 해언이 죽기 직전 입고 있었던 원피스의 색깔이기도 하다. 다시 오지 않을 좋았던 시절을 상징하는 레몬의 노란빛은 다언으로 하여금 비틀린 자력 구제로서의 복수를 결심하게 만드는데 여기에 이 소설의 반전이 숨어 있다. 한편, 2016년 계간 『창작과비평』 창간 50주년을 기념해 발표했던 소설 「당신이 알지 못하나이다」를 수정·보완하여 새롭게 선보이는 이 소설은 2017년 원제와 동명의 연극으로 공연되며 이야기 자체의 흡인력을 이미 증명한 바 있다. “찰나에 불과한 그 순간순간들이 삶의 의미일 수는 없을까” 권여선만이 가능한 소설적 깊이 언니의 죽음을 ‘아름다운 형식’의 파괴로 받아들였던 열일곱살 다언은 17년이 지나서야 “완벽한 미의 형식이 아니라 생생한 삶의 내용이 파괴”되었다는 것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언니의 죽음이 모두를 나머지 존재로 만들어버린다고 생각했지만 다언은 이해할 수 없었던 죽음을 애도하게 됨으로써 삶의 숨겨진 의미와 진실을 찾게 된다. 삶이 이어진다는 것, 살아 있다면 언젠가는 웃고 먹고 이야기하며 펄펄 살아 숨 쉬는 생명의 생생한 감각들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는 것, 그러므로 삶 자체가 유일한 희망이라는 단 하나의 진실을 말이다. 권여선만이 보여줄 수 있는 이 묵직한 메시지는 단순한 이야기를 넘어 ‘아프고 무섭고 견디기 힘든 당신의 삶 한가운데’(‘작가의 말’) 놓일 것이다. “당신의 삶이 평하기를, 덜 아프기를, 조금 더 견딜 만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이야기하는 작가의 간절한 마음처럼 독자들 곁을 레몬의 노란빛으로 환하게 밝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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