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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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의 머리, 행정가의 눈, 시민의 가슴으로 북한을 바라본 평생의 기록 “대북 전문가는 많지만 전문성과 리더십을 겸비한 사람은 그 하나뿐이다”라는 평을 들으며 지난 40여년간 남북관계의 최전선에서 활동해온 정세현의 회고록이 출간되었다. 일제강점기 만주에서 태어나 해방 후 풍찬노숙하며 아버지의 고향으로 돌아와 반항기 넘치는 청소년기를 거쳐 촉망받는 국제정치학도로 자라난 이야기부터, 연구자와 공무원 사이에서 갈등하던 청년기에 특별한 계기와 분투를 통해 남북문제의 한복판에서 명쾌한 해법을 제시하는 협상가로 자리매김하는 과정까지가 여러 굵직한 에피소드 속에서 소개된다. 특히 1990년대 북핵 위기 당시 청와대 통일비서관을 거쳐 2000년대 6자 회담 당시 통일부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당대 한반도의 절체절명의 순간을 헤쳐온 여정은 이 책의 백미다. 여전히 현역으로 남북 문제의 현장에서 뛰고 있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분단체제 아래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강인하면서도 유연한 지침을 제시한다. ‘회고록’이라 하여 흘러간 이야기를 되짚는 것에 집중하기보다, 과거의 경험으로 얻은 지혜를 통해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을 바로 보며 앞으로를 생각하게 하는 점은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다. 남북관계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나가야 할 이때에, 평생 북한을 마주한 ‘현인’의 지혜가 우리에게 더욱 무겁고도 값지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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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과비평』 2020년 여름호는 문학 신작과 비평은 물론 코로나19 사태를 둘러싼 다양한 논의,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한반도 평화의 길을 모색한 대담,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를 비롯한 각 분야 전문가들이 ‘근대 한국어’를 주제로 나눈 심도 깊은 대화, 21대 총선 결과에 대한 흥미로운 분석 등 현 시기의 첨예한 이슈를 탐구한다.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치는 와중에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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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 황석영이 더 강력한 이야기로 돌아왔다! 한반도 100년의 역사를 꿰뚫는 방대하고 강렬한 서사의 힘 세계적인 거장 황석영이 장편소설 『철도원 삼대』로 한반도 백년의 역사를 꿰뚫는다. 철도원 가족을 둘러싼 방대한 서사를 통해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전후 그리고 21세기까지 이어지는 노동자와 민중의 삶을 실감나게 다루고, 사료와 옛이야기를 절묘하게 넘나들며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문학적으로 탁월하게 구현해냈다. 바야흐로 남과 북을 잇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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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토머스 핀천이 그려낸 9·11 전후 뉴욕의 묵시록 최첨단 IT 기술과 국가적 재난이 바꿔놓은 세계를 통렬하게 응시하는 거장의 시선 해마다 강력한 노벨 문학상 후보로 언급될 뿐만 아니라 영어로 글을 쓰는 현존 작가들 가운데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 현대 문학의 거장 토머스 핀천의 최신작 『블리딩 엣지』가 ㈜창비에서 출간됐다. 2001년 봄의 시작부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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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청원을 만든 전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이 전하는 ‘구독’과 ‘좋아요’의 시대 소통 전략 국민청원을 만든 전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 정혜승의 『홍보가 아니라 소통입니다』가 출간되었다. 신문사 기자에서 인터넷 포털의 대외협력 책임자,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까지 올드미디어와 뉴미디어를 넘나들며 끊임없이 소통을 혁신해온 ‘소통 전문가’ 정혜승은 기업·언론·정부 모두 이제는 일방적인 홍보가 아닌 ‘소통’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미디어 생태계의 변화에 따라 소통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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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수 없는 것을 기억할 수 있다면 쓸 수 없는 것까지 쓸 수 있다면” 허무의 심연 속에서 방황하는 기억을 붙드는 빛나는 시편 올해로 등단 40년이 되는 고형렬 시인의 열한번째 시집 『오래된 것들을 생각할 때에는』이 창비시선 444번으로 출간되었다. 제2회 형평문학상 수상작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거울이다』(창비 2015) 이후 5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담백하면서도 진중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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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서는 다르다는 것이 살아남는 방법이야 서로 다른 존재들만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거야” 인간의 고독과 마음의 통증을 끌어안는 섬세한 감각 13년 만에 다시 선보이는, ‘은희경’이라는 강력한 아름다움 *창비에서는 출간된 지 10년이 지난 소설 중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는 작품들을 엄선해 새로이 단장한 ‘리마스터판’을 출간하고 있습니다. 한국문학의 새로운 고전으로 자리잡은 작품들이 오늘의 젊은 독자들에게 한층 가까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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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자리에서 인간중심주의 다시 보기 사람들은 상자에 무엇이 들었는지 이미 알고 있다 주목: 동물과 인간중심주의 『문학3』 2020년 2호가 출간되었다. 이번호 주목란에서는 ‘비인간동물’을 화두로, 비인간동물과 인간동물의 관계를 돌아보고 이제까지와는 다른 세계를 어떻게 상상할지 고민하는 다섯 필자의 글을 담았다.우리가 중심, 보편의 이야기라고 믿고 익숙하게 보아온 것들 뒤에 어떤 목소리가 은폐되어 있었는지, 페미니즘의 질문과 문제의식을 통해 모색해보는 시간을 거쳤다. 그리고 이제 그것이 ‘인간’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 역시 우리 앞에 명백히 놓여 있는 듯하다. 인간이 인간으로 존재하기 위해서 누구의 말과 목소리를, 권리를 그리고 생명 그 자체를 취했는지, 이 착취의 구조를 자연스럽게 만든 것은 무엇인지 ‘상자를 열어보는 것’ 그리고 지금 인간-비인간동물의 관계를 새롭게 조명하고 상상해보는 것이야말로 앞으로 다가올 세계를 구상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이제까지의 세계가 작동해온 원리를 근본적으로 짚는 두 글로 주목을 시작한다. 정치학자 채효정은 오늘날 동물문제가 자본주의적 착취구조와 근대적 법의 체계 속에 놓여 있다고 진단한다. 인간 대 동물의 구도를 넘어, 말을 빼앗긴 동물들 그리고 모든 동물과 가까운 존재에 가해지는 착취를 중단하고 죽음의 체제에 저항하는 생명들의 연대를 역설하는 그의 사유가 깊은 파문을 남긴다. 한편 반려견 ‘오디’ 그리고 퀴어, 페미니즘 이론과의 만남을 통해 비거니즘을 일상에 받아들인 시인 성다영이 경험에서 비롯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는 명제를 당연하게 만들기 위해 모든 폭력에 반대해야 한다는, 그렇게 우리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던 것을 끊어내는 비거니즘이라는 결심이 필요하다는 말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이어 인간-동물이 연루된 이 세계를 어떻게 다시 구상할 수 있을지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동물권연구활동모임 알림(ALiM:)의 활동가이자 변호사 김도희가 법과 정치 그리고 언어를 통해 ‘동물정치’의 필요성을 설득력 있게 전한다. 동물해방이 실현된 미래에 대한 급진적이며 구체적인 상상이 담긴 그의 글을 통해 새로운 미래를 엿볼 수 있다. 알림의 또다른 활동가인 독립연구자 심아정은 인간이 동물과 맺는 관계의 변화를 견인하는 실마리로써의 언어를 고민한다. ‘침략종’이라는 수사(修辭)를 중심으로 인간 언어를 지배하는 이데올로기들을 꼼꼼히 분석하고, 퀴어적 사유와 실천으로 ‘다른 미래’를 상상하자 제안한다. 마지막으로 수의사 박종무가 인간-동물의 관계를 전체 생태계의 문제 속에서 질문하며, 기후위기를 포함해 오늘날 무수한 ‘위기’의 논의를 어떻게 연결 지을지 고민하는 글을 보내주었다. 인간의 행위로 인한 결과 앞에서 채식은 더이상 선택이 아니라 윤리적 의무임을, 그리고 나아가 인간중심적인 행위 양식을 바꾸는 반성이 필요함을 역설하는 그의 목소리가 우리의 일상에 문제의식을 던진다. 창작과 중계 이번호 소설란은 김보영 최제훈 한유주의 신작과 원고모집으로 선정한 나수경의 작품으로 채웠다. 다양한 서사에 각기 다른 매력이 느껴지는 인상 깊은 작품들이다. 중계 코너에서는 에세이스트 고수리, 미술비평가 이빛나, 소설가 임국영이 수록 소설들을 함께 읽고 의견을 나누어주었다. 시란에는 유이우 유진목 이정훈 정한아의 신작시와 함께 원고모집을 통해 선정한 서요나의 작품을 수록했다. 서로 다른 시선과 세계가 담긴 작품이 어느 때보다 다채롭고 풍성하다. 시 중계에는 시인 박다래, 『아레나』 피처에디터 이예지, 방송작가이자 동시인인 정진아가 함께해주었다. 현장과 시선 트랜스젠더이자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의 변호사인 박한희가 올 2월 초 있었던 트랜스젠더 학생의 숙명여대 입학 포기와 일련의 사태에 대한 글을 보내주었다. 트랜스젠더의 존재가 본격적으로 가시화된 지 20년이 되어가는 지금 과연 우리는 트랜스젠더의 존재와 그들이 겪는 구조적 차별의 문제를 얼마나 인식하고 있는지 물으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더 나은 사회로 한발짝 나아갈 것을 제안한다. 다음으로 장애인과의 공존이 손쉬운 배제로 나타나는 현실을 진단하며 더불어 살아갈 다른 방식을 상상하는 두 글이 이어진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이자 노들장애인야학 교사 유기훈은 폐쇄병동의 코로나19 집단 감염에 감추어진 것들을 질문한다. 이번 집단 감염을 통해 코로나19 훨씬 이전부터 이미 세상과 격리, 수용되어 있던 정신장애인들의 현실을 짚으며 ‘시설’이라는 특수한 경계가 나눠버리는 ‘이쪽’과 ‘저쪽’의 낙차를 환기한다. 이어 발달장애인허브 ‘사부작’의 활동가 이남실이 ‘시설’을 넘어 마을이라는 지역사회의 장에서 발달장애인이 자신의 삶을 꾸려나가는 ‘사부작’의 여러 활동을 기록했다. 앞으로 더 많은 ‘사부작’이 우리의 주변에 생기기를 〔문학3〕도 바라본다. 시선란에는 일러스트레이터 최명인이 ‘Face’라는 제목으로 여러 모습의 얼굴들을 보내주었다. 우울과 무력감이 겹쳐진 표정들로부터 공감과 작은 위로가 느껴지기를 바라는 그림들이다. 이어 일러스트레이터 쩡찌의 단편 만화 「좋아하는 것」이 실렸다. 좋아하는 일상 속 평범한 것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자신에 대한 긍정이 진솔하게 담겼다. 문학웹과 문학몹 문학웹(www.munhak3.com)의 새로운 시 연재 코너 ‘비밀의 책’은 문보영 시인을 시작으로 신두호 한여진 임승유 박시하 차도하 김상혁 손유미 이원하의 신작시와 비밀에 관한 에세이를 선보였다. 앞으로 이어질 강지혜 이원 이소호 이자켓 이수명 등의 연재에도 많은 관심을 바란다. ‘3×100’ 코너의 조해진 「완벽한 생애」와 곽재식 「신라 공주 해적전」도 성황리에 연재를 마쳤다. 6월부터 새로 시작될 박문영 강성은의 새 연재에도 변함없는 사랑을 부탁드린다. 5월 중에는 키워드3의 산문 연재가 이어진다. 코로나19-( )-생활을 주제로 이랑 정용주 박정훈이 어느 때보다 흔들리는 요즈음을 살핀다. 이번 문학몹 열두번째 현장은 코로나19로 인해 한데 모이는 대신, 각자의 자리에서 실천한 제로 웨이스트 실천기로 안부를 나누었다. 예기치 못하게 생긴 우리 사이의 거리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좁혀보고자 했다. 이 위기를 의미 있는 시간으로 만드는 데 참여해준 많은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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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도전하는 당신을 위한 살아 있는 여성 사상가들과의 지적 대화! 서점의 서가를 거닐다보면 지혜를 선사한다는 책들은 대개 죽은 남성 철학자의 의견으로 채워져 있다. 만약 살아 있는 여성들이 일상의 문제에 도전한다면 그 책은 무엇을 말하게 될까? 줄리아 크리스떼바부터 로지 브라이도티까지, 동시대 여성 사상가들에게 사랑, 놀이, 일, 두려움, 경이, 우정이라는 여섯가지 주제를 질문한 줄리엔 반 룬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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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고양이 차미, 내가 사는 나의 방에 내가 나타나게 도와줘! 나를 해결해줘!” 미로 같은 일상, 수상한 기미와 징조들 박솔뫼가 선사하는 새로운 앨리스와 이상한 나라 박솔뫼가 이번에는 ‘고양이’를 품에 안고 돌아왔다. 전위적인 실험성과 탐미적인 언어와 고유의 스타일로 2009년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래 끊임없는 주목을 받아온 박솔뫼의 『고요함 동물』이 창비 ‘소설Q’ 시리즈의 여섯번째 소설로 출간되었다. 평범한 일상을 살던 ‘나’의 고양이 ‘차미’는 어느날 불현듯 탐정이 되기로 한다. 탐정 고양이 차미의 발자국이 찍힌 사건일지와 그 서사를 좇다보면, 우리의 일상은 모든 순간이 ‘평범함이라는 비범함’으로 가득했음을 발견하게 된다. 각자가 머무는 공간과 기억 그리고 사람들 속에서 진정한 ‘나’를 찾아주기 위해 나타난 고양이 차미. 이 도도하고 귀여운 안내자를 따라 복잡하고 흥미로운 비밀들을 추리하다보면 문득 우리는 코트에 붙은 고양이 수염 한가닥을 떼어 손바닥에 올려놓고 주위를 두리번거리게 될 것이다. 이곳이 바로 몽환을 통해 진실을 복원하는 ‘박솔뫼 월드’이기 때문이다. “나의 방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 고양이 차미는 탐정이 되기로 하였다.” 평범한 나날에서 일어난 일곱가지 사건 탐정 고양이 차미의 추적이 시작된다 어느날 ‘나’의 고양이 ‘차미’는 문자 그대로 탐정이 되기로 한다. 로렌스 블록 소설의 사립탐정 매튜 스커더나 레이먼드 챈들러 소설 속 우수에 젖은 탐정 필립 말로처럼. 새해가 오기 전, 연말을 기념하며 한가롭고 평범한 나날들. 올해를 마무리하며 내년에는 마음을 먹고 달리기를 꾸준히 하거나 1월 1일을 맞아 목욕탕에 가는 등 소소한 계획들을 세우다가 잠이 든 나는 기묘한 꿈을 꾼다. 꿈속의 나는 거북이로 죽을 끓여 먹는다. 스무마리쯤 되는 거북이가 온 집 안을 돌아다니고, 그 거북이를 나는 다시 잡아먹고. 무언가를 암시하는 듯한 심상치 않은 꿈 때문에 꿈 해설가를 찾아가보지만, 이 예지몽은 끊임없이 내 생각과 생활을 지배한다. 결국, 차미에게 고민을 털어놓은 나는 차미가 일러주는 방법을 따르기로 한다. 방 청소를 하고 쓰레기를 버리고 계란을 넣어 죽을 끓여 먹는 일. 이것이 바로 탐정 고양이 차미가 해결한 첫번째 사건, ‘거북이 새해’ 사건이다. 총 12장으로 구성한 박솔뫼의 이번 소설은 크게 ‘나’의 시선으로 진행하는 일상과 그 일상의 이면을 추적한 차미의 기묘하고 독특한 사건기록이 번갈아 진행된다. 유려한 리듬, 이해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키며 일종의 착란을 통해 서사를 입체적으로 보게 하는 박솔뫼 특유의 매력적인 문장으로 가득하다. 소설 속에서 차미가 밝혀내는 일곱가지의 흥미로운 사건일지는 발생 순서가 뒤섞여 배치되어 서사적 긴장감을 유발하는 탐정소설의 묘미를 한껏 선보인다. 삶의 평범한 순간들을 단지 사소한 일로 치부하고 무심하게 살아갈 때, 사람은 살아가는 기쁨을 잃는다. 그렇게 자신을 잃어버린 ‘나’를 비롯하여 ‘공간’을 통해 존재의 의미를 유추하려는 작가 ‘피에르’, 나의 ‘친구’와 은사였던 ‘선생님’에 이르기까지 보편적인 인물들과 이야기를 시종일관 도도하고 귀여운 고양이의 시선과 보폭으로 가로지르는 이 소설은 현실을 변주하는 박솔뫼만의 독특한 감각으로 충만하고 다채롭다. 나는 본의 아니게 이곳에 의도치 않은 방식으로 존재하게 될 것이다. 고양이는 어떻게 존재하게 되지? 우리는 그걸 이해하지 못하고 늘 여러 생각을 해보고. 나는 어떻게 있는 거야? 그건 내가 해결해야 하지만 탐정 고양이 차미, 내가 사는 나의 방에 내가 나타나게 도와줘! 나를 해결해줘! (139면) 또 하나의 차미, 우리 모두의 고양이 ‘차미 새미 보미’ 책 후반부에는 고양이 ‘차미’가 등장하는 동화 「차미 새미 보미」가 ‘다른 이야기’로 수록되었다.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진행된 「사각 생각 삼각」 전시(2019.10~2020.3)에 선보이기도 한 박솔뫼의 이 매력적인 동화에는 마치 ‘멀티 유니버스’처럼 또 하나의 차미가 등장한다. 사람 엄마 새미와 사람 딸 보미. 이들은 차미와 함께 고양이가 되기 위해 ‘고양이 백화점’을 찾아간다. 흥미롭고 유쾌하게 묘사한 고양이 백화점의 풍경과 점점 진짜 고양이로 변해가는 듯한 새미와 보미의 모습을 즐겁게 좇다보면, 어디선가 차미의 ‘애옹’ 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킬 것이다. 박솔뫼의 품속에서 뛰쳐나온 체셔 고양이가 이제 독자들을 피곤하고 단순한 일상으로부터 새롭고 이상한 나라로 인도할 차례이다. “꼬리가 있다고 다 고양이가 되는 건 아냐.” “그럼 뭘 더 해야 해?” “그러게 뭐를 더 해야 할까. 그게 내가 내는 문제야.” (16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