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간행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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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총선을 앞두고 여당심판론과 야당심판론이라는 낡은 정치공학적 대립이 재연되고 있다. 온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한 코로나19마저 정쟁의 도구가 되는 갑갑한 현실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한층 너른 시야가 필요하다. 촛불혁명이 요구하는 대전환이란 단지 권력교체만을 의미하지 않으며, “다른 삶으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보다 근본적인 문제의식”(강경석 「책머리에」)을 포함한다는 점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 그러한 차원에서 이번호 특집은 전지구적 차원의 문제이자 일상의 영역에서도 해결을 미룰 수 없는 기후변화와 생태위기를 어떻게 인식하고 극복할 것인지 논한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미세먼지, 후꾸시마 오염수, 아마존 화재, 호주 산불 등 얼핏 서로 무관한 듯 보이는 세계적 재난들은 사실 자본주의체제에 깊이 연루된 정치적 문제이기도 하다. 기후변화와 생태위기로 인해 ‘우리가 알던 세계’가 시시각각 달라지고 있는 지금, 생태정치의 확장을 모색하는 중요한 작업에 『창작과비평』도 담론적·실천적 힘을 보태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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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어린이』 봄호 특집은 ‘다문화 시대의 아이들’이다. 한국에 체류하는 이주 아동의 수가 20만 명을 넘었다(2018년 기준). 어느덧 학교와 공동체의 일원으로 자리한 이주 아동이 과연 보편적인 인권을 합당하고도 안전하게 보장받고 있는지 진단할 때다. 여러 현장에 몸담은 필자들은 이주 배경을 지닌 어린이들의 현실을 중계하고, 우리 사회의 제도와 감수성이 ‘다문화 시대’에 걸맞게 나아가야 할 방향을 살펴본다. ‘어린이와 세상’의 「교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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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우리의 미래가 아니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창간 3주년 개편호,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다섯가지 질문 ’삶을 움직이는 플랫폼’ 〔문학3〕이 창간 3주년을 맞았다. 잡지 『문학3』은 2017년 창간호를 시작으로 촛불혁명과 광장, 이분법, 페미니즘, 주거와 공존 감각, 뉴미디어와 쓰기/읽기, 노동 및 여행 등의 키워드로 우리 사회의 단면을 민감하게 포착하고 기존의 사고방식에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신선한 기획을 선보여왔다. 2020년 1호부터 새로운 표지와 장정으로 독자들과 만나는 『문학3』은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삶 속에서 발견하고 행동하는 문학을 추구하고자 한다. 주목: 지속 가능한 삶 이번호 주목란에서는 ‘지속 가능성’을 화두로, 친환경을 넘어 필환경이 요청되는 지금 우리의 삶이 무엇을 위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살펴보았다. 이번호를 준비하는 중에도 호주에서 발생한 기록적인 산불이 대규모로 확산되어가는 과정을 수시로 접할 수 있었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9개의 섬 중 2개가 이미 물속으로 잠긴 투발루는 국민 전체가 기후난민이 될 위기에 처해 있으며, 한국은 매년 최악을 경신하는 미세먼지를 직격으로 맞고 있다. 『문학3』은 지금 세계 곳곳에서 마주하는 재앙의 풍경이 우리의 현실임을 자각하며 각자의 영역에서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을 모색하는 다섯 필자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예술사회학 연구자 이라영은 계층‧인종‧지역‧젠더 문제를 모두 포괄하는 이슈로서의 환경과 생태를 논한다. 비거니즘을 화두로 삼은 그의 논의는 철학적, 정치적 신념과 일상 속 실천이 일치하지 못할 때 느끼는 모순을 동력으로 삼아 그럼에도 ‘밥상 위 실천’을 통해 몸이 일상의 메시지가 되는 경험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생태주의적 사고가 종(種) 착취의 구조 및 소수자 감수성을 발견하게 하고, 나아가 자본주의 체제와 가부장제에 대한 성찰을 가능케 한다는 그의 사유가 우리의 일상에 문제의식을 던진다. 이어서 서울 망원동에서 ‘쓰레기 덕질’을 하고 있는 환경활동가 고금숙이 ‘에코하우스’를 짓고 생활한 경험을 바탕으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상 속 실천에 관해 이야기한다. 기후변화를 가속하는 것이 ‘음의 되먹임’(negative feedback)이라면 한 사람 한 사람의 실천이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는 ‘양의 되먹임’(positive feedback)으로 기후위기에 대처할 수 있다는 그의 외침이 더 멀리 퍼질 수 있기를 바란다. 『왜 아무도 나에게 말해 주지 않았나』를 통해 대한민국 원자력발전소의 실상과 진실을 탐구해온 시인 신혜정은 핵발전이라는 완성되지 않은 기술의 기회비용과 위험성을 꼼꼼히 살피며 탈핵이 미래를 위해 필수적인 선택임을 강조하는 글을 보내주었다. 핵발전의 대안을 묻기보다는 ‘탈핵을 위해 할 일은 무엇인가’로 질문을 바꾸어야 한다는 통찰이 인상적이다. ‘청소년기후행동’의 청소년 활동가 오연재의 글을 통해서는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은 결석시위가 한국에선 어떤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한국의 청소년들은 기후위기에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는지 살필 수 있다. 더 먼 미래를 살게 될 존재임에도 작은 목소리밖에 낼 수 없는 청소년 주체로서의 고민과 모색이 여실히 담겨 있다. 마지막으로 ‘지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의 홍수열은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심각한 수준에 이른 쓰레기 문제의 현주소를 살피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순환경제라는 개념을 소개한다. 개인을 비롯하여 기업과 정부 차원에서 물질낭비적인 현 경제체제에 대한 반성과 극복이 필요하다고 역설하는 그의 글을 통해 더욱 거시적인 차원에서의 지속 가능한 삶을 상상해볼 수 있기를 바란다. 창작과 중계 이번호 소설란은 기준영 김숨 이민진 정용준이 보내온 신작으로 채웠다. 각자의 고유한 시선으로 주변을 응시하는 단단한 작품들이다. 중계 코너에서는 교육인류학 연구자 김경미, 잡지 『글리프』의 에디터로 활동하는 예스24 도서 MD 이정연, 시인 장현이 수록 소설들을 함께 읽고 의견을 나누어주었다. 시란에는 구현우 박연준 이해존 하재연의 신작시와 함께 원고모집을 통해 선정한 성보현의 작품을 수록했다. 서로 다른 시선과 세계가 담긴 작품이 어느 때보다 풍성하게 어우러진다. 시 중계에는 팟캐스트 「서늘한 마음썰」을 만들고 있는 KBS 라디오 PD 김휘연, 시인 조해주, 미학을 공부하며 소설을 쓰고 있는 작가 황운이 함께해주었다. 현장과 시선 『장애학의 도전』 등의 저서를 통해 장애인과 소수자에 대한 새로운 사유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가장 첨예한 장애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뤄온 노들장애인야학 교사 및 활동가 김도현이 장애인의 자립에 관한 글을 보내주었다. 장애인운동의 변모를 환기하며, 자립과 의존을 대립적으로 보는 사고를 넘어 의존을 선택할 수 있는 상태로 장애인의 자립을 상상할 것을 제안한다. 이어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상임활동가인 이은주가 납중독 작업병으로 고통받는 노동자 정경화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산업재해에 무방비로 노출된 노동환경을 고발한다. 수십년 동안 계속되었지만 은폐되어 기억조차 되지 않는 수많은 노동자의 죽음이 새삼 묵직하게 다가온다. 한편 바다 쓰레기, 제주 제2공항 건설 등 제주 환경문제를 지역사회 차원에서 고민하기 위한 ‘우리가 그랬어’ 행사가 작년 11월 제주시의 독립서점 일곱군데서 열렸다. 참여 서점 중 하나인 미래책방의 이나현이 행사 기획과 준비과정을 기록했다. 작지만 모여서 마주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미래책방에서 환경을 위해 기획한 여러 실천이 생생하게 담겨 있어 주목란의 글과 함께 읽어볼 것을 권한다. 시선란에는 일러스트레이터 이에니가 포착한 몽환적인 풍경과 짧은 글이 함께 실렸다. 흐릿한 시야 너머로 쓸쓸함과 슬픔이 겹겹이 쌓인 아름다운 그림들이다. 이어 『그리고 먹고살려고요』의 작가 백두리의 단편 만화도 관심을 모은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살면서 느끼는 순수한 좌절과 사랑이 진솔하게 담겨 있다. 문학웹과 문학몹 문학웹(www.munhak3.com)의 시 연재 코너 ‘시작하는 사전’은 1년간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한재범의 신작시로 연재를 마무리했다. 10월에는 문학몹 열한번째 이야기 함께 시작하는 사전 낭독회를 열어 정다연 정재율 조온윤 홍지호 시인과 함께 발표작을 낭독하고 시와 시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2020년에는 새로운 시 연재 ‘비밀의 책’이 시작된다. ‘비밀’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신작시 한편, 비밀에 관한 에세이 한편이 연재될 예정이다. ‘3×100’의 산문 연재 ‘여성과 몸’ 그리고 소설가 김성중의 「화성의 아이」도 성황리에 연재를 마쳤다. 오는 2월부터 선보일 조해진 곽재식의 각기 다른 색깔의 소설 연재에도 많은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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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론하는 것조차 새삼 피로감을 불러올지 모를 이른바 ‘조국사태’는 우리 사회가 당면한 다양한 과제를 일깨워주었다. 이 사태를 관통하는 핵심이 무엇인지를 두고서 의견이 분분할 수 있겠으나, 주요한 키워드로 ‘진실’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진실은 발견되기보다 모색하고 논하고 구축해야 하는 일이 되었다. 진실이 무중력에 있거나 중립에 있지 않은 만큼 우리는 어떠한 입장과 위치를 가질 것인지 고민해야만 한다. 문학평론가이자 본지 편집위원인 황정아는 각자가 발 디딘 자리를 자각해본 근례로 촛불혁명을 참고하자고 말한다(「책머리에」). 그 어느때보다 집단적이고 열렬하게 우리가 합의했던 과제들을 다시금 굳건히 밀고 나가야 할 때다. 당장 시한이 다가온 선거법 개정안 패스트트랙과,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촛불혁명을 통해 ‘국정운영자’로 거듭나게 된 우리가 총체적인 사유로서 다루어야 할 사안일 것이다. 『창작과비평』은 한국사회가 당면한 과제를 직시하며 굳건한 자세로 다가올 2020년을 준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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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 특집은 한 해 동안 우리 아동청소년문학이 이룬 문학적 성취를 확인하는 ‘2019 현장에서 뽑은 올해의 책’으로 꾸렸다. 26인의 현장 전문가가 ‘올해의 책’을 추천한 결과, 송현섭 동시집 『착한 마녀의 일기』, 전수경 장편동화 『우주로 가는 계단』, 최상희 소설집 『B의 세상』과 이희영 장편소설 『페인트』가 동시·동화·청소년소설 부문에서 각각 ‘올해의 책’으로 꼽혔다. 응답자들의 다채로운 추천작을 바탕으로 우리 아동청소년문학의 현재와 미래를 헤아린 김제곤·박숙경의 부문별 총평과 동시문학의 새로운 경향을 진단한 김재복의 평론도 알찬 읽을거리다. 이 밖에 제11회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 발표와 부문별 수상작이 지면을 풍성하게 채운다. 아울러 제13회 창비청소년문학상과 제10회 창비청소년도서상 수상작이 발표되어 우리 아동청소년문학과 논픽션의 앞길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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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밖』은 영문학의 안과 밖을 잇는 다양한 소통의 노력을 기울여왔으며, 이번 호 역시 그러한 노력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번 호에 담긴 특집부터 동향과 서평에 이르는 글이 관련 주제에 관한 보다 심도 깊은 통찰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소통의 계기를 마련해줄 수 있을 것이라 믿어마지 않는다. [특집] 남성성과 남자들 『안과밖』 47호는 ‘남성성과 남자들’을 주제로 한 네편의 글을 싣는다. 『안과밖』은 젠더와 페미니즘을 주제로 다룬 글을 꾸준히 실어왔다. 이번 호 ‘특집’ 역시‘혐오’에 관한 40호의 ‘특집’, 41호 ‘시평’, 페미니즘 이슈와 연관된 45호의 ‘특집’, 46호 ‘시평’과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서동진은 「스트롱맨의 척추해부학: 신자유주의와 남성성의 정치」에서 피해자 남성 담론을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필자는 “국수주의적이고 절차와 예식 따위엔 아랑곳 않고 직설적 화법을 즐겨 구사하며 강한 남성성을 과시하는 남성 지도자”를 의미하는 ‘스트롱맨’이 사실은 신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남성들의 이상적 자아일 수 있다는 점을 논증한다. 아도르노와 지젝의 논의를 기반으로 ‘스트롱맨’에 관한 흥미로운 ‘해부학’을 제시하면서 서동진은 남성성에 관한 새로운 비판적 사고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김현진은 광기가 “남성의 질병이고 남성의 특권”이었던 로맨스 장르의 세계로 독자를 안내한다. 「기사가 미칠 때: 광기, 남성성, 사랑의 문명」에서 김현진은 중세 로맨스 기사의 특징인 광기와 그것으로 표현되는 남성성을 분석한다. 필자는 광기에 관한 기존 논의의 한계를 지적하며 프로이트의 문명론을 “문명”과 “광기”의 대립으로 재구성하여 새로운 독법의 모델로 삼는다. 이어 필자는 남성의 광기를 사랑의 문명으로 교화하는 궁정식 로맨스의 전통을 이어가는 랑슬로가 사랑이 또다른 광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드러낸다고 지적한다. 김소연은 「로스트 보이와 올드 보이: 학교 서사를 통해 『피터와 웬디』속 소년성 읽기」에서 배리의 『피터와 웬디』를 당대 기숙학교 소설 장르와 소년성, 성장담론, 영제국 팽창과 연관지어 살펴본다. 김소연은 빅토리아 시대 후기에 남성성은 소년기에서 벗어나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소년기의 생명력과 에너지를 간직하는 것으로 재정의되며, 그러한 남성성이 제국의 확장에 기여한다는 인식이 등장한다고 지적한다. 김소연의 논의에 따르면, 네버랜드에서 성장을 거부하며 놀이에 몰두하는 ‘로스트 보이’와 소년기에 머물지도 못하고 성인이 되었지만 성숙하지도 못한 후크 선장 같은 ‘올드 보이’, 끝내 성장을 거부하는 피터팬의 모습을 통해 배리는 영원한 소년기의 환상을 재현하면서 동시에 그 환상성을 비판한다. 강의혁은 38호의 ‘포커스’에서 이주리의 글을 통해 소개한 바 있는 주노 디아스의 대표작을 남성성 비판의 관점에서 살펴본다. 「『오스까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의 남성성 비판의 정치학」에서 강의혁은 “비가시적 특징을 통해 성적 차별과 성별적 분업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구조화”하는 남성성을 “폭력과 남성성의 친화성을 재현”하여 비판한다는 점에서 디아스 소설의 가치를 찾는다. 작품에서 유니오르의 선형적 서사는 모순적이고 파편화된 내용을 통합하는데 강의혁은 유니오르의 서사가 보이는 특징과 그 한계를 아도르노와 블랑쇼의 파편론에 관한 이론적 논의를 통해 조명한다. [쟁점] 다시 짚어보는 세계문학과 시 번역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부커상을 받은 이후로 번역에 대한 학술적, 대중적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고, 번역과 번역자의 역할에 대해서 다양한 논의가 이어져왔는데, 특히 시 번역의 경우 원작과 번역의 관계가 더욱 복합적일 수밖에 없다. 안선재는 「번역과 시: 살아 있는 참새 또는 박제된 독수리?」에서 겉보기가 그럴 듯하지만 죽은 ‘박제된 독수리’보다는 장엄한 모습을 보이지 못하지만 생생하게 살아 있는 참새와 같은 번역의 정당성을 주장한다. 30년 넘게 시를 포함한 한국의 많은 작품을 꾸준히 영어로 번역해온 안선재는 번역의 목적과 방법론뿐만 아니라 문학이 진정으로 살아 있도록 만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도 동시에 강조한다. 정은귀는 「세계문학 장에서 ‘한국시–하기’의 일」에서 세계문학의 장에서 한국 시가 ‘살게 하기’ 위한 번역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영어가 아닌 한국어로 시를 쓰는 것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정은귀는 좋은 번역의 기준을 가독성과 충실성 중에서 택일하는 것이 아니라 원본과 번역본 모두를 독립된 작품으로 읽고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문학의 공간에 관한 블랑쇼의 논의를 바탕으로 정은귀는 원작과 번역과의 이항대립에서 벗어나 번역에 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시평/쟁점] 인공지능과 BTS ‘시평’으로는 이중원의 「인공지능시대 인문학의 새 화두들」을 싣는다. 43호 ‘특집’이 문학작품을 중심에 두어 포스트휴머니즘을 살펴보았다면, 이번 ‘시평’에서 이중원은 새로운 시대에 인문학적 논의가 필요한 개념과 대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이중원은 인공지능(로봇)의 인지 및 행위 능력의 기반이 되는 네트워크, 빅데이터, 기계학습의 기술적 특징을 일별하고, 기계가 인간과 같은 자율적 행위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자율성과 인격, 도덕성과 책임 개념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간중심주의를 넘어선 대안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검토하는 이중원의 글에 관한 다양한 후속 논의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이번 ‘문화비평’의 주제는 BTS(방탄소년단)다. 한류와 특히 케이팝(K-pop)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는 징후는 도처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싸이 이후 한국의 가수가 세계를 무대로 지속적인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많았지만, 그 시기가 이렇게 빨리 찾아오리라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이러한 점에서 BTS의 성공에 관해 수많은 질문이 쏟아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데, 이규탁은 「젠지, 진정성, ‘K’: BTS의 성공이 보여주는 것들」에서 BTS의 성공 요인과 그 함의를 밝힌다. 해외 케이팝 팬들을 고려한 전략, 인터넷 미디어를 통한 소통, 글로벌 팝과의 차별화, 새로운 세대인 ‘젠지’(Gen Z)의 감성에 호소하는 ‘진정성’이 어떻게 BTS가 성공할 수 있는 요인이 되었는지 상세히 설명하면서, 이규탁은 ‘로컬’의 아이돌이면서 동시에 ‘글로벌’ 팝스타라는 BTS의 이중적 정체성의 함의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재조명/동향] 피털루 학살 200주년 그리고 9‧11 18주년 올해는 피털루 학살 200주년이다. 이번 ‘재조명’에서 박찬길은 평화적으로 사회 개혁을 요구하는 시위대를 군대를 동원하여 폭력적으로 진압한 피털루 학살의 의의를 다시 살펴보고 낭만주의 연구의 관점에서 그 의미를 되짚어 본다. 「1819년의 영국: 피털루와 셸리」에서 박찬길은 1810년대의 ‘시대정신’을 “진보에 대한 기대감”과 “기존의 제도들의 반동” 사이의 갈등으로, 1819년 피털루 학살을 그러한 갈등이 폭발적으로 드러난 사건으로 규정한다. 이어 필자는 셸리가 학살 소식을 접하고 집필한 「혼돈의 가면극」과 「개혁에 관한 철학적 견해」를 살펴보고 「1819년의 영국」에 담긴 응축된 메시지를 역사적인 맥락에서 재조명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다양한 사회 변혁의 요구와 문학과의 관계를 다시금 생각해보는 계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박찬길의 글은 독자의 귀한 일독에 값할 것이다. 이번 ‘동향’에서 조충환은 9‧11이 소설로 재현되는 과정과 방식의 함의를 살펴본다. 「9‧11 소설의 도전과 한계: 소설의 매체성과 서사의 다원성」에서 조충환은 9‧11을 재현하는 서사의 방식이 저널리즘 보도에서 논픽션 서적과 다큐멘터리로, 연극과 영화로, 소설로 재현되는 과정을 일별한다. 조충환의 논의에 따르면 9‧11을 다룬 소설은 재난과 참사를 예술적으로 재현하는 것에 관한 고뇌와 더불어 실시간으로 비극적 장면이 영상으로 중계된 9‧11을 문자로 재현할 수 있는지에 관한 의문에서 벗어날 수 없다. 조충환은 9‧11을 소재로 한 소설을 크게 네가지로 구분하여 각각의 유형에 따른 소재와 정치적 입장 및 재현하는 방식의 차이점을 밝힌다. 이어 새로운 세대가 성인으로 성장해감에 따라 미국 사회에서 9‧11은 이제 동시대인들이 같이 체험한 사건에서 역사적 사건으로 차츰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앞으로 미국 사회가 9‧11을 어떻게 자리매김할 것인지에 대해 간략한 전망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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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다른 가치를 실천하는 이동 일상과 일상 바깥을 함께 질문하기 주목: 여행, 다른 가치를 실천하는 이동 『문학3』 2019년 3호가 출간되었다. 이번호 주목란에서는 ‘여행, 다른 가치를 실천하는 이동’이라는 주제로 지금 이곳을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이 삶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장으로써의 여행에 대해 살펴보았다. ‘일상 바깥을 향한 이동’이라는 제한적인 의미를 넘어, 자신이 있는 곳에서부터 삶의 풍경을 만들어가는 역동적인 실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했다. 이번 기획을 통해 우리가 이동을 통해서 무엇과 만나(려 하)는지, 내가 지금 ‘있는’ 곳에 대한 감각을 어떻게 키우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동시에 지금 있는 곳에서 만들어내는 시작의 방향성을 어떻게 구축할지 그 상상의 범위를 넓힐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청년문제 연구자 류연미의 글은 최근 청년 세대의 여행을 진단한다. 청년 세대의 여행 경험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였지만 여행을 떠나는 장소를 통해 정체성을 확인하려는 시도는 늘 실패할 수밖에 없음을 짚고, 그럼에도 “자아를 두고 떠나온” 여행이라는 시공간적 단절이 일상에 대한 실험으로써 갖는 의미를 경쾌하게 환기한다. 이어 문학평론가 오은교는 장류진 장희원 이현석 박서련 지혜 황정은의 소설을 중심으로 최근의 한국 소설에서 나타나는 여행과 동행의 장면을 살핀다. 오늘날의 여행 서사가 인간관계의 갈등과 화합의 조건을 어떤 방식으로 탐색하는지, 그 속에서 한 인물이 처한 현실과 인식의 지정학적 위치는 어떻게 드러나는지 논하고, 여행 서사가 가질 수 있는 희미한 연결감의 가능성을 가늠해본다. 각기 다른 경험을 바탕으로 여행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방식을 생생하게 전해주는 세편의 글이 이어진다. 영상 제작자 이주영은 현재 가족과 함께 캠핑버스를 타고 아메리카 대륙을 횡단하는 여행기를 보내주었다. 현지에서 만난 아이들과 함께한 단편 영화 제작 워크숍 이야기와 “땅이 아닌 ‘살아 있음’으로 뿌리 내리”기 위해 선택한 삶의 방식을 진솔하고도 담백하게 다룬다. 이어 여행 작가 정효정이 그동안의 여행 경험을 바탕으로 페미니즘의 시각으로 바라본 여행과 안전한 여행의 실천을 고민하는 글을 보내왔다. 이란에서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로 정체화하게 된 과정과 여성 여행 작가로서 그간 받아온 악플에 대한 분석을 유쾌한 필치로 그린다. 마지막으로 공공문화기획자이자 제주 여행 공간인 삼달다방의 대표 이상엽이 삼달다방에서 기획한 장애인 여행의 순간을 되짚는다. ‘삶은 여행이고 여행이 자유로워야 한다면 그것이 누구에게나 가능해야 한다’는 말이 묵직하게 다가오는 글이다. 창작과 중계 이번호 소설란은 박선우 손보미 장희원 조갑상의 작품과 원고모집으로 선정한 서수진의 작품으로 채웠다. 다양한 서사에 각기 다른 시선과 세계가 담겨 여느 때보다 풍성하다. 중계 코너에서는 바둑TV 진행자 강나연, 디지털 콘텐츠 PD 김보미, 연극 연출가 김진아가 수록 소설들을 함께 읽고 의견을 나누었다. 시란에는 이현승 장혜령 허연, 그리고 원고모집을 통해 이문경의 작품을 선정해 수록했다. 여운이 길게 남는 아름다운 시편들이다. 시 중계는 김복희 시인, 미술작가 나미나, 에세이스트 송은정이 함께해주었다. 현장과 시선 2018년 6월 청계천 베를린 장벽에 그래피티를 했다는 이유로 한 미술작가가 기소되었다. 피고인을 변호했던 강태리 변호사가 사건의 발단과 국민참여재판의 진행을 생생하게 기록했다. 예술의 표현 영역에 대한 질문과 함께 공공의 공간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우리 스스로 결정하고 있는가에 관해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글이다. 한편 난민✕현장 활동가 송다금은 ‘법무부 난민면접 조작사건 피해자 증언대회’에서의 발언, ‘난민도 사람이다’에서 시작된 문제의식을 좇아 동물권까지 세심하게 환기하며 피해자를 정형화하고, 피해의 굴레를 반복시키는 사고방식에 대해 논한다. 이어 같은 난민✕현장 활동가이자 시각문화 연구자인 전솔비가 일상 속 미디어를 통해 전시되는 난민 이미지를 점검하고 우리 안의 난민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묻는 글을 보내주었다. 최근 한국 사회의 난민수용에 대한 논의가 깊어지는 가운데, 각기 다른 관점으로 치열하게 난민을 사유하는 두 글이 난민을 상상하는 방식과 태도를 점검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라본다. 시선란에는 일러스트레이터 조우리가 경북 상주에서의 일상을 그린 일러스트와 짧은 글을 보내주었다. 자연이 주는 온전한 휴식과 여유가 느껴지는 그림으로, 「문득 하늘」이라는 작품은 이번호의 표지로 쓰였다. 『올해의 미숙』의 작가 정원은 「구십구 프로 프라다」라는 제목의 단편 만화를 선보인다. 아파트 건설 전의 매립지를 배경으로 상실에 대한 감각이 겹겹이 쌓이며 긴 여운을 남긴다. 문학웹과 문학몹 1월부터 시작한 문학웹(www.munhak3.com)의 시 연재 코너 ‘시작하는 사전’은 노국희 정다연 정은영 박승열 강지이 한연희 정재율 이정훈의 신작시로 연재를 이어왔다. 12월 연재 마무리까지 이다희 김기형 조온윤 전호석 김지연의 작품이 계속 올라갈 예정이니 끝까지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3×100’ 코너는 6월부터 8월까지 강화길 소설가의 「대불호텔의 유령」을 연재했다. 매회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이야기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7월에는 문학몹 열번째 이야기 ‘오싹오싹 낭독회─대불호텔의 유령’을 기획해 독자들의 참여를 받아 작품 대부분을 함께 낭독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편 장류진 서현경 아다니아 시블리의 각기 개성 강한 단편도 연재를 마쳤다. 오는 10월부터 새로 시작되는 김성중 소설가의 연재와 함께 ‘여성과 몸’이라는 주제로 선보일 산문 연재에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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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7월, 아베 정부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표명한 후, ‘백색국가’ 제외 조처를 발표하였다. 강제징용배상 판결을 경제적 문제로 치환한 일본정부의 대응방식은 전쟁범죄의 책임을 부정하고 은폐하는 데 그 핵심이 있다. 일제의 식민지배가 합법적이고 그로 인해 조선이 근대화되었으며, 일본군 ‘위안부’도 자발적 선택이었다는 제국주의의 논리가 민낯을 드러낸 것이다. 이 시점에서 3·1운동 이후 우리 시민들이 오랜 기간 실천하고 심화해온 민주·평화혁명의 정신이 남기는 메시지를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에게는 “평화와 상생의 촛불정신”(백지연 「책머리에」)이 그 어느때보다 절실하다. 실제로 한일 갈등과 무역 보복에 대응하는 시민들의 자발적 행동은 그동안 단련되어온 촛불시민혁명의 저력을 실감케 한다. 더불어 촛불정신이 현재의 상황을 헤쳐나가는 데 진정한 동력이 되려면 불평등과 적폐를 개선하려는 사회정치 개혁을 늦추어서는 안 된다. 이에 『창작과비평』 2019년 가을호는 ‘불평등’에 대한 논의를 시작으로 새 계절을 맞이하고자 한다. 당분간 지속될 한일 갈등의 문제를 현명하게 풀어나가려면 공동체의 협력과 지혜가 긴요한 이때에 『창작과비평』 역시 성심을 다해 노력할 것을 약속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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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광주를 두고, 세월호를 두고 막말과 망언을 서슴지 않는 극우보수진영에 대해 사람들이 느끼는 피로는 상당하다. 이들 진영에 대한 분노는 얼마 전 180만명이 넘게 참여한 ‘자유한국당 정당해산 청원’으로 나타나기도 했는데, 이러한 감정들의 연원을 짚어가다보면 한국사회에 오래 지속돼온 어떤 문제적 흐름의 ‘끝’을 보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이 작동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본지 편집위원이자 문학평론가인 송종원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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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호 특집은 창간 16주년 기념 세미나 ‘아동문학의 새로운 서사 전략’을 지상 중계한다. 디지털 미디어를 창조적으로 다루는 오늘날의 어린이들은 아동문학을 수용하는 과정에서도 좀 더 자유롭고 평등하게 저자의 파트너가 되기를 원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아동청소년문학 창작자들이 새롭게 시도해 볼 만한 서사 전략과 더불어 그 속에서도 변함없이 뜻을 잇고 있는 문학의 가치는 무엇인지를 네 명의 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