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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9년과 2019년의 대화를 통해 조명한 3·1 백주년 2019년 올 한해는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정부를 비롯한 다양한 주체의 기념활동이 잇따랐으며, 관련 출판물의 성과도 풍성했다. 그러나 3·1에서 촛불혁명으로 이어지는 긴 시간대를 꿰뚫는 구조적이고 역사적인 안목을 제시하려는 노력은 상대적으로 미흡했던바, 이 책은 일찍이 ‘촛불혁명’론을 제기한 담론의 당사자로서 그 나름으로 3·1을 새롭게 조명한 계간 『창작과비평』의 올해 봄호 특집과 여름호의 3·1 관련 글들을 바탕으로 논의를 더 실차게 갈무리하기 위해 1919년과 2019년의 대화를 본격적으로 시도한 것이다. 이를 위해 역사학을 비롯해 한문학, 정치학, 사회학, 인류학 등 국내외에서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참여하여 분과학문 횡단적 작업의 결실을 맺었다. 촛불의 눈으로 되돌아본 3·1 백낙청은 서장이라기보다 총론에 가까운 「3·1과 한반도식 나라만들기」에서 3·1 자체보다 3·1이 꿈꾸었던 국가건설의 과제에 초점을 두어 성찰하면서, 한반도 근대의 나라만들기는 단계적으로 진행되어왔고 아직도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고 본다. 그는 3·1이 한반도에서 주체적 근대적응의 출발점이라고 보는데, 이는 3·1이 근대극복 노력의 본격적 출발이기도 했다는 명제를 동반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개항 이전부터 준비해온 한반도의 이중과제 수행이 이때 드디어 본격화되는바, 근대적응은 근대극복 노력을 포함하는 이중과제의 일부로서만 장기적 성공을 기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특히 새로이 쓴 덧글을 통해,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촉발된 최근의 한·일 경제전쟁에 대한 정세 분석까지 시도하며 치열한 현장감각을 보여준다. 그는 촛불혁명에 반대하는 한·일 수구세력의 연대행동이라는 전에 없는 현상이 지금 나타난 것을 남북화해의 진행과 연결시켜 구명하면서, (친일행위를 한 인물들과 그 인적 청산에 초점이 맞춰지는) ‘친일잔재’가 아니라 (‘친일파’의 국한을 넘는) ‘일제잔재’가 분단체제에서 어떻게 진화·온존해왔으며 분단체제의 재생산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지를 정확히 인식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시야를 동아시아 차원으로 넓힌 문제의식에 바탕을 둔 임형택은 「3·1운동, 한국 근현대에서 다시 묻다」에서 3·1의 정치적 지향이 ‘민국혁명’임을 논하는 한편, 3·1 이후 좌우 통합을 위한 사상운동에 각별히 역점을 두었던 사실에 주목해 홍명희와 조소앙의 사상을 조명하면서, 중도주의, 즉 절충론이 아닌 진정한 ‘바른 길’의 흐름을 부각한다. 그는 오늘의 촛불혁명이 21세기를 열어가기 위해서는 “한국 근현대가 3·1에 진 채무를 갚는 데서 출발할 필요가 있다”(72면)고 강조한다. 브루스 커밍스의 「독특한 식민지, 한국」은 세계체제 내에서 식민지 조선을 반주변부로 일본을 중심부로 위치짓고 논의를 전개함으로써 한반도의 문제를 세계사적 맥락에서 인식하게 돕고 있다. 커밍스는 일본이 한국을 식민화해서 과연 무엇을 얻었는가라는 의미심장한 질문을 제기하며 20세기가 진행될수록 “일본은 불을 향해 달려드는 나방처럼 재앙으로 이끌려갔다”고 평가하면서, “세계의 다른 나라들과 원만하게 살 수 있는 능력에 대해 남아 있는 우려를 아직 불식하지” 못한 일본이 “태양을 향해 날아가는 이카로스”(86면)라고 우려한다. 도진순은 「시간(Kairos)과 기억(Memory)」을 통해 정치적 쟁점인 건국론의 역사적 맥락을 짚으면서, 이승만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듯이 1948년 건국론을 주장한 것이 아니라 1919년 건국론을 주장했으며, 그 장막 뒤에는 한성임시정부의 집정관으로 추대된 자신에 대한 선양이 자리하고 있었다고 밝힌다. 도진순은 한반도 전체로 시선을 확대해보면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수립, 대한민국의 건국, 이 세가지는 각각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연동하는 동아시아와 3·1운동」에서 백영서는 ‘연동하는 동아시아’와 ‘세계사적 동시성’의 관점에서 3·1을 재조명하는데, 이를 위해 중국의 반일 민족운동인 5·4를 발견적 장치로 삼아 반식민지와 식민지라는 차이가 갖는 의미를 염두에 두고 3·1을 재해석한다. 또한 3·1에 나타난 민의 결집 경험을 주체, 매체, 목표라는 측면에서 분석한 백영서는 3·1이 근대성의 지표인 국민국가의 건설이라는 정치제도화의 기준에서 볼 때는 단기적인 성취에 실패한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지만, 사회 전체의 대대적인 전환을 혁명으로 볼 때 그 결과가 ‘점진적·누적적 성취’로 드러난다는 점에서 3·1이 ‘계속 학습되는 혁명’ 또는 ‘현재 진행 중인 혁명’이라는 주목할 만한 주장을 펼친다. 정혜정의 「3·1운동과 국가문명의 ‘교(敎)’」는 동학운동을 추동한 동학 및 (동학을 잇는) 천도교와 3·1의 연결고리를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서양의 종교 개념과 달리 동학이 표명한 교(敎)는 종교와 교육을 아우르는 동시에 정치적 의미를 띠며 또한 국가의 이상을 담지한다고 보는 정혜정은 손병희에 대한 재평가와 조소앙의 종교사상에 대한 분석을 통해 동학과 3·1의 연속성을 환기하면서, 특히 여성의 참정권을 규정한 ‘대한민국임시헌장’의 선진성의 배경에 동학과 증산도의 남녀평등사상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남주는 「3·1운동, 촛불혁명 그리고 ‘진리사건’」에서 ‘민주공화’에 입각한 국민주권이란 측면에서 3·1운동과 촛불혁명의 연관을 고찰하면서, 촛불혁명 이후 진행되고 있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평화와 협력’의 한반도체제로의 전환을 이끌어낼지를 점검한다. 그는 바디우의 ‘진리사건’ 개념을 참조하여 3·1운동부터 촛불혁명까지의 과정을 분석하면서, 시민항쟁과 같은 저항운동을 통해 민주공화의 해방적 지향을 실현하기 위한 흐름이 지속되었으며, 그 속에서 근대적응과 근대극복이라는 이중과제의 긴장도 유지되어왔다고 파악한다. 또한 촛불혁명으로 전환이 이루어진 남북관계에 시민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시민참여형’ 통일의 조건을 형성해야 하며, 이를 위해 선거법이 개정되어야 한반도체제로의 전환을 이룰 정치연합을 구축하는 길이 열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 3·1 이후 누적되어온 운동과 사상 이지원은 「3·1운동, 젠더, 평화」에서 평화와 인권의 관점에서 3·1에 참여한 여성의 주체적 경험을 집중 분석한다. 그는 여성들이 자신들만의 사회적 네트워크를 가동하여 3·1운동을 조직하고 3·1운동 현장의 폭력적 진압과 구금 이후의 성적 폭력에 맞섰으며, 이를 통해 제국주의 지배와 남성 중심의 규범에 저항하는 민족적·젠더적 해방의 통쾌함을 맛봄으로써 사적 경험이 공적 영역으로 전화되는 체험을 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여성이 인권의 주체로서 식민주의 폭력에 대한 저항만이 아니라 가부장적 규범을 넘어서는 다양한 정체성을 발휘함을 밝히는 이지원의 연구는, 우리 근대가 단순히 적응이나 아니면 극복의 시각에서만 파악될 수 없는 복합적 과정임을 명료하게 보여준다. 홍석률은 「4월혁명, 민주항쟁의 가능성과 현실성」에서 한국전쟁 휴전 7년 만에 일어난 4·19의 전개과정을 입체적으로 분석하면서, 4·19를 비롯해 과거 거듭되었던 민주항쟁이, 엄청난 열정과 에너지, 잠재적 가능성을 보여주었음에도 번번이 중간에서 좌절되거나 아주 제한적인 성취만을 거둔 것은 냉전·분단 상황이라는 한국사회의 기본적인 구조가 작용한 결과라고 주장한다. 촛불항쟁의 성과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특히 특정 집단이 항쟁의 성과를 전유하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위해 다른 요구들을 무시하거나 부차화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기욱의 「5·18 정신의 보편화를 위하여」는 1980년대와 1990년대 한국의 정치적·사회적 지형이 형성되는 데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친 5·18민주화운동을 개관한다. 신기욱은 5·18민주화운동이 1980년대 미국의 정책을 전세계적으로 제한된 형식의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쪽으로 바뀌게 하는 데 기여했음을 강조하는 한편, 5·18 정신을 현재화하고 보편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함을 일깨운다. 「6월항쟁과 87년체제」에서 김종엽은 87년체제를 사회세력 간의 경쟁의 관점 및 분단체제와의 관련 속에서 해명하고자 한다. 즉 그에 따르면 87년체제와 분단체제의 대립과 갈등은 표면헌법과 이면헌법의 대립으로 나타나며, 양자의 대립은 정치체제에서 표면헌법을 강제하려는 민주파와 이면헌법을 진정한 헌법으로 이해하는 보수파의 대립으로 표현된다는 것이다. 그는 6월항쟁이 수립한 87년체제와 그것의 작동원리를 담은 헌정체제는 30여년간의 ‘점진적이고 누적적인 성취’가 결코 작지 않지만, 헌정체제의 관점에서 보면 촛불혁명의 성과가 선거법 개정으로 집약되는 만큼 당면 과제인 선거법 개정이 이루어진다면 87년체제 극복 작업도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며 새로운 단계로 들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유재건은 「한반도 분단체제의 독특성과 6·15시대」에서 분단 후 최초로 남북 정상이 화해와 교류를 통한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통일에 합의했다는 점에서 획기적 사건인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 이후의 시기를 현존 자본주의 세계체제의 국지적 양상인 한반도 분단체제가 서서히 해체되는 과정으로 파악한다. 그는 이러한 분단체제의 극복이 동아시아 질서의 변화와 함께 세계체제 전체에 의미심장한 변화를 가져올 것인바, 촛불혁명으로 마련된 국내 개혁의 동력이 뒷받침된다면 6·15공동선언이 제시한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남북연합의 길이 충분히 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미완의, 혹은 진행 중인 혁명」에서 정헌목은 비폭력 원칙과 도심 광장에서 열린 집회의 가시성을 중심으로 2016~17년의 촛불집회를 고찰하면서, 촛불집회를 통해 부패한 정권을 몰락시킨 집단적 경험과, 수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문제해결에 나서 변화를 끌어냈다는 역사적 사실이 부여하는 자신감에 주목한다. 그는 그래서 촛불집회가 마무리된 후 집회 기간의 동력을 바탕으로 한국사회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내기 위한 움직임이 여러 방면에서 나타나는 가운데, “여성들이 몸을 부딪치며 스스로 자신을 지키고 싶은 열망”도 나타날 수 있었다고 본다. 그리고 그는 비폭력 대 폭력/정상 대 비정상이라는 이항대립 구조 아래 선별적으로 결합된 ‘비폭력-정상’의 프레임은 그 바깥의 존재들에 대해 지속적인 차별 기제로 작동할 수 있음을 지적하면서 “촛불을 통해 ‘정상화’된 국민국가 대한민국이 포용 가능한 구성원은 누구이며, 어디까지였을까”(370면)라는 날카로운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그리하여 그는 이상적 대의를 위해 모인 사람들의 현실적 조건은 복합적이었던 만큼 극우 포퓰리즘 정치세력이 세계 곳곳에서 부상하는 지금 한국사회에 필요한 것은 대안에 대한 상상력을 제약하는 문제틀을 넘어서는, 새로운 공동성에 대한 모색이라고 제안한다. 점진적이고 누적적인 성취의 변혁 과정 이 책의 논지를 따라 100년의 우리 역사를 다시 볼 때 “점진적이고 누적적인 성취” (incremental achievement)의 변혁 과정이라는 큰 흐름이 확연해지지만, 그 100년의 과정은 단선적 발전이 아니라 때로는 심각한 중단이나 퇴보도 겪는 굴곡의 역사이기도 하다. 이 책은 이런 관점에서 3·1 이래 점진적으로 누적되어 우리 사회가 촛불혁명이라는 중요한 국면에 도달하는 데 작용해왔고 미래사에 영향을 미칠 우리의 주요 사상사적·운동사적 자원을 망라해 차분히 점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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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의 함성에 촛불은 어떻게 답할 것인가 ‘만세’ 이후 100년의 기억과 현실 올해는 3‧1운동이 일어난 지 꼭 100년이 되는 해다. 정부주도의 100주년 기념사업 및 각종 단체의 학술대회가 작년(2018)부터 성대하게 준비되면서 전 사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편 대한민국을 더 나은 사회로 만들기 위해 발굴해야 할 3․1운동의 정신보다는 100주년이라는 가시적인 기념성 혹은 정치적 의도가 부각되는 방식으로 3‧1운동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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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차례의 촛불집회, 그날의 기록들 2016년 10월부터 2017년 4월까지 23차례 진행된 촛불집회로부터 1년여가 흘렀다. 수백만명이 운집했음에도 평화롭게 이뤄진 집회는 ‘촛불혁명’으로 일컬어지며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 길이 남을 일로 평가되고 있다. 그간 촛불혁명을 다룬 사진집, 자료집 등은 활발히 출간되었으나, 혁명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시민의 목소리에 주목한 책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한 아쉬움을 달래줄 신간 『우리가 촛불이다』가 창비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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