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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감독의 데뷔작 「귀여워」 「귀여워」는 그 동안의 한국영화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특이한 감수성과 낯선 화법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한국사회의 주변부 삶을 바라보는 이 영화의 시선이 특이하고 새롭다. 「귀여워」는 그들의 삶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짙게 담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동정이나 연민에 빠져 있는 것도 아니다. 균형 잡힌 거리감각, 이것이 그 감수성의 새로움일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감수성의 새로움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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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하고 날카롭게 작동하는 감각기관 천운영의 신작 소설집『명랑』(문학과지성사 2004)은 첫 작품집인 『바늘』(창작과비평사 2001)이 보여준 생생하고 감각적인 묘사의 힘을 새삼스럽게 환기시킨다. 문명적 제도와 일상의 형식이 부여하는 압박감을 벗어나려는 인물들, 그리고 그들이 희구하는 강렬한 생의 에너지는『명랑』에서도 중심적인 모티프가 되고 있다. 천운영 소설의 인물들은 일반적인 사람들보다도 훨씬 예민하고 날카롭게 작동하는 감각기관을 지니고 있으며, 이들의 육체적 반응은 그 어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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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나리뚜 감독 이 영화를 연출한 감독은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나리뚜(Alejandro Gonzalez Inarritu)라는 다소 낮설고 긴 이름을 가진 멕시코인이다.「21 그램」」(21 Grams 2003)을 온전히 감상하기 위해서는, 짧지만 화려한 그의 경력을 미리 알아두는 것이 좋을 듯하다. 그는 데뷔작 「아모레스 뻬로스」(Amores Perros 2000)로 흥행과 비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행운아이고, 2002년에는 숀 펜(Sean Penn) 이마무라 쇼헤이(今村昌平) 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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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범은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략전쟁 당시 반전평화팀의 일원으로 활동했으며, 귀국 후에는 한국군의 이라크파병을 반대하는 운동을 벌여왔다. 지난 8월 9일부터 경북 울진에서 한국군의 철군과 이라크의 평화를 위한 단식투쟁에 들어갔으며, 9월 3일에는 김재복 수사와 단식평화순례길에 올랐다. 이 글은 단식평화순례 일정중 여수에서 쓴 9월 12일의 일지이다. 단식평화순례 일지 전체는 박기범이라크통신과 평화유랑단 평화바람에서 읽을 수 있다-편집자. 여수, 전쟁반대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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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예술을 사랑하시는 읍민 여러분 어렸을 적, 내가 살던 읍내극장의 주요 광고수단은 자동차였다. 자동차를 이용해 큰길이며 골목을 누비는 영화광고는 집안에 들어앉은 사람에게까지도 알릴 수 있다는 점에서 포스터보다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시는 대천 읍민 여러분!”이라는 말로 시작해서 아무 극장에서 어떠어떠한 영화를 상영한다는 내용이 확성기를 통해 울려나오면, 길갓집 담장 너머 한 아이는 궁금증에 사로잡히곤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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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만화영화 북한을 소개하는 수많은 방송 프로그램에서 만화영화는 북한을 이해하는 매우 중요한 자료로 자주 소개되곤 한다. 필자는 언젠가 대표적 미국만화인「톰과 제리」가「심술고양이와 꾀보쥐」라는 제목으로 방영된다는 소리를 듣고, 북한에서도 만화영화를 보는구나 생각했다. 이후 계속적으로 북한의 만화영화가 방송을 통해 소개되고, 오다가다 조금씩 북한 만화영화를 접하면서 남한에 범람하는 폭력적인 만화영화와는 무엇인가 다른 북한 만화영화에 신선한 느낌을 받은 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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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육 직전의 나른한 일상 지난해 깐느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과 감독상을 한꺼번에 수상한 「엘레펀트」(Elephant 2003)는 참으로 소름끼치는 영화다. 익히 알려진 바대로 이 영화는 콜럼바인 고교 총기난사사건과 같은 실화에서 소재를 얻어 제작된 것이지만, 감독은 피가 튀기는 살육의 현장보다는 그러한 살육이 자행되기 직전의 평범하고 나른한 일상을 관찰하는 데 훨씬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주인공도, 별다른 플롯도 존재하지 않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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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베리아 반도의 보석 바스끄 유럽의 남서부, 대서양과 지중해 사이, 이베리아반도에 위치한 열정적인 나라 스페인은 다양한 민족과 언어, 문화가 공존하는 땅이다. 현재 스페인 내에서 쓰이는 언어는 크게 네 가지로 분류가 되는데, 안달루시아와 까스띠야 지역의 까스띠야어(현대 스페인어), 바르셀로나와 동부 해안지역에서 쓰이는 까딸루냐어 서북부 지역의 갈리시아어, 그리고 북부 삐레네 산맥 부근에서 통용되는 바스끄어가 그것이다. 그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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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대안올림픽에서 시작된 기업과의 전쟁 2000년 9월 15일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에서 올림픽 성화에 불이 붙던 개막식 날에, 평화의 제전 다른 한켠에서는 또 하나의 성화가 타오르고 있었다. 전세계 시민들과 언론이 주목한 올림픽 개막식의 성화가 축제의 불꽃이었다면 후자는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의 가슴에 쌓인 한과 분노를 태우는 저항과 항의의 횃불이었다. 이 횃불은 오스트레일리아 모국토지위원회(MLC:Metropolitan Land Council)와 원주민단체들이 주축이 되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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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국시에서 고독이 사라지고 있는가 최근의 한국시에서 고독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대체적으로 착한 시만이 대접받는 풍토가 된 것 같다. 생활과 자연에 기반한 시들이 삶에 대한 진정성이 넘치는 시로 포장되어 평단과 독자들에게 유통되는 현상은 최근 몇년 사이에 더 강력해진 것 같다. 때아닌 ‘남루’와 ‘느림’과 근검한 ‘생활’. 시인이라고 해서 꼭 의식적으로 거지와 성자 사이에 있어야 되는 걸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