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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에 대한 개념은 지구상에 꽃이 탄생하면서 비로소 만들어진다. 초록의 무성한 식물들이 지금과 같은 지구의 모습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고생대 시대로 지구가 탄생한 지 무려 40억년 이상이 소요되었다. 그리고 다시 꽃이 만들어지기까지 무려 5억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고, 그로부터 1억 5천년 이상의 세월 뒤에 그 아름다움을 감상할 사람이 태어났다. 꽃과 아름다움과 인간의 역사는 비교하려야 비교할 수 없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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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귀국한 지 두 달도 채 되기 전에 서울 거리를 마냥 걸어보겠다는 꿈을 접었습니다. 내 주위를 마구 침범하는 자동차들 때문이었습니다. 허망함이라고나 할까요, 그런 느낌은 그 꿈을 접었다는 것 자체보다는 그 꿈을 품고 살았던 시간에 비해 너무나 빨리 그 꿈을 접어야 했다는 것 때문인 듯합니다. ‘봄바람에 날리는 흙먼지’ 대신 ‘황사 현상’이라는 변화쯤은 견딜 수 있었습니다. 시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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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영국의 시골 장원에서 벌어지는 갑작스런 살인극과 그것을 둘러싼 비밀스런 내막을 다룬 로버트 알트만(Robert Altman)의 신작 「고스포드 파크(Gosford Park)」는 참 오랜만에 영화적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애거서 크리스티 풍의 살인극처럼 보이긴 하지만, 사실 이 영화는 대단히 고전적인 드라마에 가깝다. ‘고스포드 파크’에 사냥 파티를 즐기려 귀족들이 방문하고, 대저택의 주인인 윌리엄 맥코들(마이클 갬본)과 그의 부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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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평론가이자 미술운동가인 김윤수 선생의 정년을 기념해서 신학철, 임옥상, 이종구, 박불똥 등의 민중미술가들이 그림을 모은 작은 전시회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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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중 가장 즐겁던 종업식, 학교에서는 탐구생활과 함께 방학중에 해야할 일이 적힌 인쇄물과 함께 권장도서목록을 나누어주었다. 빨리 끝내주었으면 좋겠는데 선생님은 방학중 주의사항이며, 소집일에 대한 이야기며,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했고 마지막으로 권장도서목록에 있는 책들을 꼭 읽으라는 말을 덧붙였다. ‘권장’이라는 단어는 왠지 새마을운동이나 국민교육헌장이 떠오르는 강압적 의미가 강해서 조흔파의 『얄개전』은 몇번씩 반복해서 읽으면서도 권장도서목록의 책은 읽을 생각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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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 리치몬드가(街)는 막다른 길이라서 기독형제학교가 학생들을 풀어놓는 시간말고는 고요한 거리였다. 사람이 살지 않는 이층집 한 채가 광장 터의 이웃들과 따로 떨어져서 막다른 길의 끝에 서 있었다. 거리의 다른 집들은 내부의 점잖은 살림을 의식하는 듯 갈색의 침착한 얼굴로 서로를 응시했다. 우리 집에 전에 세들어 살던 사람은 사제였는데 뒤편 거실에서 죽었다. 오랫동안 닫혀 있어서 곰팡내가 나는 공기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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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까지도 나는 조동진(1947년생)이 김민기나 조용필보다 나이가 많다는 사실을 몰랐다. 이건 마치 레너드 코언(1934년생)이 엘비스 프레슬리(1935년생)보다 나이가 많다는 사실만큼이나 의아한 점이다.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레너드 코언은 ‘1970년대의 로큰롤 스타’고 엘비스 프레슬리는 ‘1950년대의 로큰롤 스타’ 아닌가. 이와 비슷하게, 조동진은 ‘1980년대의 언더그라운드 가수’이고 조용필과 김민기는 ‘1970년대’부터 유명해진 인물이다. 조동진은 386도, 475도 아니고 564세대에 속한다. 조동진에 대해 의아한 점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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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에 학생으로부터 받은 이메일 카드 가운데 몇통에 인사말이 “선생님, 부자 되세요”였다. 참 황당하고 불쾌한 느낌이었다. 2월말에 졸업식장에 가니 후배들이 졸업하는 선배들에게 “선배님, 부자 되세요”라는 현수막으로 인사를 하고 있었다. 내가 잘 모르는 틈에 “부자 되세요”라는 말은 널리 퍼진 인사말이 되어 있었다. 그렇게 된 연유를 사람들에게 들어보니 탤런트 김정은이 출연하는 비씨카드 광고가 연말연시에 방영되었는데, 그 무렵이 다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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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식공학자들의 장난이 점점 심해져간다. 이번에는 인간 수정란을 소 난세포와 뒤섞는 일이 일어났다. 놀랍게도 그 혼합물 속에서는 생명이 발생했고, 이것이 시험관 속에서 열흘 가까이 살아 있으면서 수백개의 세포를 가진 생명체로 자라났다. 사건이라면 대단히 큰 사건인데, 그것이 저 먼 돌리의 나라 영국이나 지타 2ㆍ3(ZITA2ㆍ3: 미국에서 슈퍼젖소로 유명했던 지타를 복제한 소들의 이름)과 CC(Copycat: 2002년 2월에 복제된 고양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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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맨발로 밟았던 논두렁길 풀잎에는 이슬이 구르고 있었다. 여름날 아침이었다. 소학교 2학년 학생으로 처음으로 찾아보았던 외갓집에서 나는 산뜻한 아침의 들녘을 만나게 되었다. 낙동강 기슭에 펼쳐지던 그 들녘은 한정없이 넓은 것이었다. 들녘 언저리 흰 모래사장 가까운 곳에 참외밭이 있었다. 원두막의 실체를 처음 본 것도 그곳에서였다. 어른들이 따준 꼬리가 달려 있는 황금색 참외를 가슴에 안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