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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읽어야 맛이고 음반은 들어봐야만 제값을 한다고 생각하는 원칙주의자들에게는 수집품 더미에 포위되어 있는 콜렉터의 모습이 참 한심해 보일 것이다. 바로 며칠 전, 또 500여 장의 LP를 사서 낑낑거리며 박스를 옮기고 있는데 마침 작업실로 놀러 온 친구가 그런다. “죽을 때까지 그 판들 한번씩이라도 돌릴 수 있겠니?” 물론 임파서블이다. 갖고 있는 LP, CD, LD, DVD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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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와 돼지>읽기 나는 어렸을 적 제법 곱게 자랐다. 내가 중학생 이후부터는 계속 사업에 실패하시던 아버지가 조금씩 일에 진척이 있었고, 내가 고등학생이었을 때는 아버지의 사업이 번창하여 동네에서 제법 사는 집으로 통했다. 가족 모두 건강했고 아버지의 사업도 잘 되었다. 덕분에 나는 만화가의 꿈을 키우며 학교수업이 없는 공휴일이나 방학 때면 방안에 틀어박혀 만화를 보고 그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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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도 상상봉 맨 꼭대기에까지 추어올라 발 뒤축을 도두 들고 있는 목을 내빼어도 가로놓인 앞산의 그 높은 봉은 눈 아래 정복하는 수가 없다. 하늘과 맞닿은 듯이 일망무제로 끝도 없이 빠안히 터진 바다, 산 너머 그 바다, 푸른 바다, 고향의 앞바다, 아아 그 바다 그리운 바다. 다시 한번 발가락에 힘을 주고 지끗 뒤축을 들어본다. 금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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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파일」에 따르면 적어도 외계인은 이제 외부에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FBI 요원 ‘멀더’의 전언에 따르면 “진실은 저쪽에 있다.” 여기에서 저쪽은 지구 바깥이 아니며, 공존하는 현실이지만 보지 못하는 거리 사이에 놓인 횡단면이다. 「맨 인 블랙」(Men in Black) 씨리즈는 이것을 유쾌하게 보여주는 영화다. ‘제이’는 MIB 요원이 되기로 결심하자 외계인들이 활보하는 현실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웃집 외계인’이라는 부제가 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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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 7월 8일자를 넘기면서 A21면에 실린 「서해 꽃게 고갈 원인은 간척사업」」이라는 기사가 눈에 확 들어왔다. 서해교전은 꽃게잡이 어민들의 먹고사는 문제와 남북의 대치상황이 빚어낸 필연적인 사건이었다고 할 때, 꽃게의 씨를 말리는 주범이 따로 있었다니 이것이야말로 서해교전의 가장 큰 원인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퍼뜩 들었기 때문이다.”(김동민 「갯벌을 살려야 꽃게도 살고 사람도 산다」, 『디지털 말』) 인천지검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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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숲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가장 풍성하게 제공하는 계절이다. 도시를 뜨겁게 달구는 태양 빛은 식물이 그토록 갈구하는 동력자원이요,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물은 식물에게 필요한 물품조달의 통로를 마련해준다. 풍부한 빛과 물과 온도와 낮 길이, 식물에게 최상의 조건을 제공하는 것이 바로 여름 한철인 것이다. 그러나 현대의 사람사회에서, 뜨거운 빛과 물은 어떻게 해서든 피해야 할 여름의 걱정거리이다. 걱정을 넘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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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조류에 얽힌 전설이 많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곧 흉년이나 풍년을 알리는 접동새(소쩍새), 반가운 소식을 전한다는 까치, 사람이 죽거나 흉한 일이 생김을 알린다는 까마귀, 장수를 상징하는 두루미(학), 부부의 사랑을 상징하는 원앙 같은 새들이 늘 우리네 삶 속에 등장하곤 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나 우리네 삶의 풍속 중 결혼식에 새 목각이나 원앙금침 등이 등장하고 있는데 이는 새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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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가리켜 ‘국경 없는 언어’라고 한다. 미술이나 무용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원시의 언어는 인간이 서로의 동질성 확인을 위하여 고안해낸 것이다. 예를 들어 만약 내가 아프리카의 한 오지에 떨어진다면 ‘먹다’ ‘자다’와 같은 단순한 단어로부터 출발하여 한 달, 두 달 시간이 갈수록 차츰 그들 세계에 존재하는 좀더 복잡한 개념의 단어들을 배워가게 될 것이다. 또 만약 내가 언어라는 것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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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이라는 지면에 만화를 그리면서 가끔씩 나 자신에 대해 내가 솔직한 만화를 그리고 있는 것인가? 하고 물어볼 때가 있다. 신문이라는 매체의 특성상 만화의 성격도 시사적인 것이 많고 진실을 밝히는 이야기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상상으로 꾸며진 이야기들은 신문독자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사람들은 진솔함 속에서 얻어지는 공감으로 통쾌함과 대리만족을 느끼고 싶어한다. 물론 나는 정치적 소재가 아닌 가족이야기를 그리고 있었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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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후리: 등잔불, 촛불 같은 옛날 비추개(조명기구)의 바람막이. 불우리. 불어리. 촛불의 한 면을 가리도록 부채처럼 해단 부분을 말한다. 흔히 반사를 이용하여 더욱 밝게 하자는 것으로 설명하나, 바람 부는 방향을 가려 꺼지거나 펄렁이는 것을 막고, 잘 때는 벽을 향하게 해서 방 안을 은은히 밝히도록 한다. 가장 경계가 엄해야 할 궁궐에서는 밤새 불을 켜두기 때문에 화재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