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
지난 6월의 한ㆍ일 월드컵 경기에서 한국 축구가 세계 4강에 올랐다는 사실 이상으로 내게 강렬한 인상을 준 것은 그 경기들을 응원하기 위해 거리로, 광장으로 수십만, 수백만이 몰려든 이른바 ‘레드 데블스’의 출현이었다. 이렇다는 것을 나뿐 아니라 국내외의 보도진과 그 광경을 지켜본 시민들 거의가 공감하고 있는 것이었지만, 텔레비전 화면을 벌겋게 색칠해버리는 그 장면은 언제고 되풀이해서 다시 보더라도 감동적이었다. […]
-
음악은 ‘시간 예술’이다. 시간을 거대한 무형의 바윗덩어리라고 가정한다면 그것을 어떻게 뚫고 쪼개고 다듬고 갈아내느냐에 따라 하나의 조각품이 완성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변형되고 형상화되는 인간 내면의 모습에 우리는 동참할 수 있고 공감할 수도 있다. 음악에서 이 바윗덩어리의 재료는 다름 아닌 시간이다. 연주자의 입장에서 음악행위에 가장 매료되면서도 가장 고충을 느끼는 것은 음악이 본질적으로 결코 ‘완성될 수 없는’ […]
-
난 일년 넘게 한가지 만화를 그리는 데 열심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다. 아시다시피 유행으로 따지자면 이미 한물간(?) 소재이고 관련 서적도 쓸만한 건 거의 다 출판돼서 더이상 번역할 책을 찾기도 힘든 분야다. 야심차게 열 권으로 기획되어 방대한 자료조사와 시행착오를 거쳐 이미 두 권 이상의 원고가 완성되어 출판 시기만 기다리고 있다. 사람들은 묻는다. 왜 또 『그리스 로마 […]
-
여름 장이란 애시당초 글러서, 해는 아직 중천에 있건만 장판은 벌써 쓸쓸하고 더운 햇발이 벌여놓은 전 휘장 밑으로 등줄기를 훅훅 볶는다. 마을 사람들은 거지반 돌아간 뒤요, 팔리지 못한 나무꾼패가 길거리에 궁싯거리고들 있으나, 석유 병이나 받고 고기 마리나 사면 족할 이 축들을 바라고 언제까지든지 버티고 있을 법은 없다. 츱츱스럽게 날아드는 파리떼도 장난꾼 각다귀들도 귀찮다. 얼금뱅이요 왼손잡이인 […]
-
이슬람의 오늘과 내일 서정민(이하 서): 안녕하세요? 이렇게 만나뵙게 되는군요. ‘이슬람과 정치’라는 주제로 학위를 마치고 귀국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평소 존경하던 정수일 교수님의 이슬람에 관한 책이 출간된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웠습니다. 제가 전공한 분야(중동정치학)와 연관해 현실적인 주제를 가지고 대담을 해보자는 제의로 이 자리가 마련되었습니다. 정수일(이하 정): 네, 오랜만입니다. 서: 『이슬람문명』을 읽어보니 이슬람을 […]
-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다시 생각하기 환상이 너무나 거대해지면 우리는 그것이 환상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게 된다. 그러다 불현듯 자신이 환상 속에 들어와 있음을 깨달을 때 우리는 놀라게 된다. 우리는 예술을 빌려 그 경악을 대리체험하곤 한다. 왜냐하면 벌거벗은 그대로의 현실이 환상의 껍질을 뚫고 눈앞에 환히 드러날 때의 충격을 감히 감당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삶은 하나의 커다란 환상에 […]
-
“국민 화합이야 다 되어 있는 것 아닙니까. 이번 월드컵을 보더라도 우리 국민들은 화합하고 있죠. 다만 친일파 숙청이 문제인데, 이것을 반드시 짚고 나갈 필요는 있지만 벌써 반세기가 넘지 않았습니까. 친일파 본인들은 다 죽고 후손들이 남았는데 그분들과 마찰이 생기고 분열될 소지가 있잖아요. 그런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시간이 다 지났으니 화합하고 용서하는 게 좋잖아요.” 8월 14일자 『오마이뉴스』에 […]
-
▣ 이슬받이: 이슬이 내리는 때. 길섶의 풀에 이슬이 맺혀 있는 오솔길. 이슬 내린 길을 걸을 때 맨 앞에 서서 가는 사람. 이슬떨이. ▣ 하: ‘많이’ ‘크게’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말임. ▣ 노량으로: 어정어정 놀아가면서. 느릿느릿한 몸놀림으로. ▣ 해찰부리다: 어떤 일에 마음을 쏟지 않고 이것저것 손을 대다. 불출이가 걸음이 본래 유복이만 못한데다가 무겁지 않은 짐이라도 […]
-
2001년 1월 캘리포니아에서 2차대전 후 처음으로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했다. 샌프란시스코, 새크라멘토, 로스앤젤레스 같은 대도시는 물론, 세계 최고의 두뇌와 육체가 몰려있다는 실리콘 밸리와 헐리우드도 예외가 아니었다. 정전은 캘리포니아의 모든 분야를 혼란에 빠뜨렸다. 실리콘 밸리에서는 첨단 기기들이 멈추어섰고, 한시간에 수천억원의 돈이 공중으로 날아갔다. 현금자동출금기와 신용카드 단말기가 정지했고, 상거래가 잠시동안 뒤죽박죽이 되었다. 야간대학에서는 촛불을 켠 채 강의를 듣고 […]
-
사람이 사람보다 개 같은 짐승을 더 사랑한다면 분명 비인간적인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구촌의 남쪽 특히 아프리카와 같이 자연조건이 나쁜 곳에서는 지금도 매년 몇십만 명의 어린아이들이 굶어죽어가는데, 자연조건이 그보다 좋은 지구촌 북쪽에는 그런 사실에 아랑곳없이 ‘애완견’이란 이름의 개를 위한 호텔이 있는가 하면 개를 치장하기 위한 미용원이 있는, 인간적이라 해야 할지 동물적이라 해야 할지 모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