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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유령이 죽음의 춤을 추고 있다. 잦아드는가 하면 다시 높아지는 광적인 리듬을 따라 이 유령의 춤은 희생자들의 시신을 길게 늘어뜨리며 점점 더 큰 원무(圓舞)를 만들어간다. 우리의 머리를 짓누르는 악몽, ‘신용카드’라는 이름의 바이러스가 바로 그것이다. 한 젊은 가장의 살인과 자살을 기억하며 지난주에 우리 동네공원 뒷산에서 한 남자가 목을 매 자살을 했다. 시신 곳곳에서 아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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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가장 좋아하시는 노래가 나옵니다!”반전시위에서 「Fucking USA」라는 노래를 틀면서 단상 위의 남성운동가는 이렇게 말하더라고, 한 여성주의자 친구는 어이없어 했다. ‘Fucking USA’, 어원을 따지자면’미국을 강간하자’가 되는 이 후렴구 가사를 힘찬 목소리로 반복하는 노래를 틀어놓고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역시 어이없기는 마찬가지다. ‘반전’을 이야기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신나게 이 노래를 따라하고 있는 장면을 상상하니 소름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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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화의 그늘에서 시작된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그 어느 때보다 구설수가 많았지만 결국 마이클 무어 감독의 한 마디로 끝이 났다. 다큐멘터리 부문의 시상을 위해 단상에 오른 마이클 무어는 부시를 향해 ‘부끄러운 줄을 알라’고 외쳤다. 객석은 반응은 두 가지였다. 박수를 치거나 야유를 퍼붓거나. 무어를 아는 사람들에게 그의 이런 모습은 결코 진기한 일이 아니다. 최근 국내에서도 번역ㆍ출간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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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중순부터 약 2주에 걸쳐 후배 몇몇과 함께 중국여행을 다녀왔다. 『열하일기』에 관한 책(『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을 쓰는 내내 고대하던 여행이었다. 연암의 여정을 되밟으면서 『열하일기』와 좀더 내밀하게 대화하고 싶다는 소박한 희망에서였다. 그러나 출발일정이 다가올 즈음, 중국여행은 그 자체만으로 비장한 실존적 결단을 수반해야 하는 기막힌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4월 초순경부터’괴질에 관한 괴담들’이 거리를 떠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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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창작과비평』 겨울호에 「새만금의 미래를 여는 새로운 시각」을 발표하고 뒤이어 12월 디지털창비 웹매거진에 조금 더 구체화된 내용을 「새만금 개발의 대안, 바다도시」라는 제목으로 소개한 이래 여러가지 반응을 접할 수 있었다. 이런저런 비판도 많았고 격려와 찬동의 뜻을 표한 분도 적지 않았다. 최근 웹매거진에 실린 전승수 교수의 「진정 우리가 바라는 새만금의 미래는?」이라는 제목의 글은 갯벌을 전문적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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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2003년 3월 31일(토) 장소: 창작과비평사 회의실 설준규: 오늘은 서울대학교 영문학과 교수로 오랜 동안 재직하시다 지난 2월말로 정년퇴임을 하신 『창작과비평』 편집인 백낙청 선생님을 모시고 말씀을 나누겠습니다. 선생님은 정규적인 직장에서는 퇴임을 하셨지만 여전히 활발한 활동을 펴고 계신데요, 오늘 이 자리는 정년퇴임을 계기로 마련된 것인 만큼 교육 및 영문학연구에 어느정도 촛점을 맞추어 이야기를 진행해나가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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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새만금 간척사업에서 바랐던 진정한 모습은? 금빛 찬란하게 무르익은 ‘황금벌판’은 과거 우리에게는 풍요의 상징이었다. 40대 이상의 한국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아름답고 풍요한 가슴 떨림을 이해할 것이다. 그러나 WTO 체제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지금도 그러한 풍요의 상징은 여전히 진실일까? 지금도 가을의 풍성한 추수와 함께 손자들의 뛰노는 모습에 온갖 시름을 잊고 깊숙이 패인 주름살이 그 대가를 충분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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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거대한 실수가 축복으로 바뀌고 있다. 새만금은 환경파괴로만 끝나는 게 아니고 경제적인 파탄까지 초래할 거대한 재앙을 향해 가고 있다. 문제를 알면서도 중단도 못하고 있다. 확실하고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필자는 대통령 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회’의 국토분과 위원장으로서 새만금특별소위원회의 위원장 자격으로 새만금 문제에 대한 본격적인 검토를 할 기회가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누구보다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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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에 전쟁은 없었다. 어린 시절, ‘맹호부대 용사들아!’ 노래부르던 베트남전은 신나는 병정놀이 이상이 아니었고, 가까운 걸프전 때는 다들 그랬듯이 전자오락 게임인 양 TV를 지켜봤다. 코소보와 유고슬라비아에 무지막지한 살육이 감행될 때는 그 지역이 실제로 존재하는 지구상의 땅인지 실감조차 들지 않았다. 하물며 리비아 트리폴리에 미군 폭격이 감행되고 파나마, 그라나다가 침공될 때는 꼼꼼히 외신을 들여다본 기억조차 없다. 그뿐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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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공부’하기 시작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어떤 영화사 책을 통해서든 이딸리안 네오리얼리즘(Italian neorealism)에 관한 이야기를 접하게 되고, 그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로베르토 로쎌리니의 「무방비 도시」 (Roma, città aperta, 1945)를 거의 ‘의무적으로’ 보게 된다. 그리곤 약간의 관심을 더 기울여 로쎌리니의 다른 영화 「파이자」 (Paisà, 1946)나 「독일 영년」 (Germania anno zero, 1947)까지를 찾아보는 이도 있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