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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학교에 돌아가 학생들과 함께 시를 공부하면서 알게 된 기쁨 중의 하나가 새삼스럽게도 남의 좋은 시를 찾아 읽는 즐거움이다. 가령 장철문의 시 「모자」를 보자. 장모님이 새 자전거를 샀다고 모자를 선물로 보내셨다 늦은 술자리에서 돌아와 헐렁한 생활한복에 모자를 쓰고 각설이 흉내를 낸다 어릴 때 꿈 중에는 승려와 거지도 있었다 「모자」 전문 장모님이 보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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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l-made 미스테리 스릴러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는 아주 ‘잘 만들어진'(well-made) 미스테리 스릴러이다. 그는 이 영화에서「공동경비구역 JSA」의 미스테리적 긴장감을 기억하고 있는 우리들이 품을 법한 기대감을 충분히 충족시켜주고 있다. 서서히 그러나 치밀하게 ‘복수’의 감정을 응축시켜 가다가 끝내 폭발적인 동시에 정교한 반전의 논리를 통해 인간의 근원적 ‘욕망’의 정체를 드러내는 그의 이야기 솜씨와 연출의 리듬. 그 힘 앞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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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가 농민을 죽인다 WTO 제 5차 각료회의가 열린 멕시코 칸쿤에서 세계 NGO와 민중 시위대는 ‘우리는 모두 리(이경해열사)다!’ ‘WTO를 철폐하라’ 기업은 욕심을 버려라’ ‘WTO는 농민을 죽인다’ ‘WTO는 지구를 망친다’ ‘이윤이야말로 우리의 적이다’ ‘세계화는 사라져야 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WTO에 대해 격렬하게 저항하였다. 이번 칸쿤 각료회의가 아무런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무산되자, 아프리카연맹(AU)의 비제이 마크한 무역ㆍ산업ㆍ경제담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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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환경은 악화되지 않았다? 최근 국내에서 번역ㆍ출간된 『회의적 환경주의자』라는 책이 화제다. 덴마크 오르후스(Aarhus)대학 정치학과의 통계학 전공 교수인 비외른 롬보르(Bjørn Lomborg)가 쓴 이 책의 핵심 주장은, 널리 퍼진 비관적 전망과 달리 지구환경이 결코 악화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방대한 통계자료를 통해 그는 지구환경과 인간의 생활조건이 오히려 더 나아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인구증가에도 불구하고 1인당 평균적으로 돌아가는 식량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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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전시와 판매 자연과 놀아요 흙과 함께 놀아요 옥수수밭에서 책을 읽어요 놀이 한마당 대장장이와 놀아요 작품전시(창비 3층) [창비 웹매거진/20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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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통일에 대한 영화적 되새김질 오랜만에 독일영화 한 편이 극장을 찾는다. 볼프강 베커(Wolfgang Becker) 감독의 「굿바이 레닌!」(Good bye, Lenin! 2003 ). 이 영화는 여러가지 점에서 지난 4월 개봉되었던 폴커 슐뢴도르프(Volker Schlöndorff) 감독의 「레전드 오브 리타」(Legends of Rita 1999)를 떠올리게 한다. 두 영화는 각각 2000년과 2003년 베를린영화제에서 ‘최우수 유럽 영화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두 편 모두 독일통일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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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이주노동자로 살기 “97년 10월 저는 한국에 이주노동자로 왔습니다. 필리핀에서는 해보지 못했던 고단한 노동의 시간들, ‘바보야, 바보야’라며 머리를 때리던 공장 아저씨들, 일이 서툰 저에게 고함치며 욕하던 사람들, 어떤 짓궂은 아저씨는 매운 음식을 억지로 먹게 하기도 했습니다. 어서 빚을 갚고 돈을 벌어 필리핀에 돌아가기 위해서는 그런 일쯤은 참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보다 더 무서운 것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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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어제’인 ‘오늘’에 충실할 뿐 한국은 과연 지금 ‘몇시’인가. 요즘 들어 자주 떠오르는 생각이다. 경제는 오후 4∼5시쯤 되지 않나 싶다. 쇠락의 길로 접어든 분위기다. 정치는 더 심각해 저녁 8시쯤 되지 않을까 싶고, 외교는 한치 앞도 안보일 정도로 캄캄한 자정쯤이 아닌가 싶다. 경제ㆍ정치ㆍ외교 모두가 노년기의 사양길로 접어들고 있는 분위기다. 하지만 불과 1년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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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록을 한다는 것은 나는 자우림의 팬이다. 여느 팬들이 그러하듯, 나도 자우림의 새 앨범을 기다렸다가 구입하고, 자우림에 대한 기사나 평론을 주의 깊게 읽으며, 자우림의 음악을 자주 귀에 꽂고 다닌다. 그렇지만 내가 자우림에게 느끼는 가장 큰 매력은, 정확히 말해 프론트 우먼(front woman) 김윤아에게서 온다. 김윤아는 자우림 노래의 대부분을 작사·작곡하며, 자우림을 설명하는 많은 담론들은 곧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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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재자의 판타지로 시작된 21세기 최근 극장에 걸린 몇 편의 한국영화들을 보고 있노라면 혹시 기억이란 이곳의 우리들에겐 저주와 같은 것은 아닐까하는 근심에 휩싸이게 된다. 물론 누구나 이런 근심을 공유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망각의 시대에 더욱더 강박적으로 불쾌한 기억에 이끌려가는 스크린들을 응시하다 보면 문득 그 이유가 궁금해지는 순간이 있다. 돌이켜보면 우리의 21세기가 이창동의 「박하사탕」(2000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