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
굳이 교실 붕괴와 교육 이민 같은 말을 들먹이지 않아도 우리 교육이 병들어 있다는 것,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선생님들은 애써 내면으로부터 길어 올리지 않고는 정열을 가지고 수업에 임하기 어렵고, 학생들은 학교생활을 무의미한 것으로 느끼며, 학부모는 학교와 교사에 믿음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나 더 고약한 것은 어디서부터 이 문제에 손을 대야 할지 모두가 망연하다는 점이다. 교육문제는 마치 […]
-
2003년 한국영화계의 중요한 사건 「송환」 이런저런 한국영화들이 보여준 ‘저력’으로 2003년 영화계는 떠들썩했지만, 개인적으로 돌이켜보면 강한 인상을 남긴 영화는 장준환의 놀라운 데뷔작 「지구를 지켜라」를 제외하고는 한편도 없었던 듯하다. 하지만 한국 독립다큐멘터리 역사의 ‘전설’ 「상계동 올림픽」(1988)의 김동원 감독이 발표한 다큐멘터리 「송환」은 2003년의 한국영화계를 마무리하는 중요한 사건인 동시에, 한해 동안 한국영화들에 느꼈던 실망을 조금쯤은 상쇄해주는 작은 선물처럼 […]
-
계란으로 바위를 치다 보면 지난 2월 18일, 반다나 시바(Vandana Shiva)는 세계 환경운동가들에게 코카콜라에 저항하던 플라치마다 마을 사람들의 저항이 결국 코카콜라 공장 폐쇄라는 결과를 낳았다는 기쁜 소식을 전달했다. 인도 세계사회포럼에서 코카콜라 반대를 외치던 플라치마다 마을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려본다. 그들은 마치 “자, 봐, 되잖아! 힘을 내라구!”라고 말하는 것 같다. 때마침 한국에서도 가슴 설레는 일이 벌어졌는데, […]
-
Fairtrade, 무역질서를 바꾸자 ◁ Fairtrade상품에 부착되는 마크들 “공정무역은 우리와 우리가 삶을 의지하는 땅에 희망을 줍니다. 까페다이렉트는 질 좋은 커피를 생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우리는 어떻게든 커피가격을 낮추려는 중간상인에게는 커피를 팔지 않습니다”(훌리오 세싸르 히메네스 로페스Julio Cesar Jimenez Lopez, 멕시코). 영국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커피 상품명세서에는 검게 그을은 얼굴의 농부가 환하게 웃는 모습이 담겨 […]
-
아름다움에 허기져서 어느 문학강연회에서 시를 왜 쓰냐고 누가 묻길래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밥은 왜 먹냐고. 그러자 그는 ‘허기져서’ 그렇다고 하였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말했다. “나는 아름다움에 허기져서 시를 써요.” 뒷풀이자리에서는 내가 말해 놓고도 그 말이 멋지게 생각되어 분위기에 한껏 취했지만, 집에 돌아와서 술기운이 빠져나감에 따라 멋쩍어지고 얼굴이 붉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
-
여러모로 새 출발을 다짐한 해 올해는 새해 인사를 겸해 창비 이야기를 주로 할까 합니다. 지난 2003년이 창비로서 특별히 뜻깊은 해였기 때문이기도 하고, 새해를 맞아 창비가 다짐하는 이런저런 일들이 나랏일과 세상일에도 해당되는 바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지요. 아시다시피 창작과비평사는 지난 6월 말에 파주 출판도시에 새 사옥을 짓고 이사했습니다. 1966년 계간 『창작과비평』지 창간 이래 실로 37년 […]
-
무엇을 배울 것인가? 올 한해 동안 영국에서는 유전자조작(GM)식품을 놓고 대대적인 사회적 평가와 논쟁이 벌어졌다. 유럽에서 GM식품에 대한 일반시민들의 거부감이 강하고 반대운동이 거세다는 것은 매스컴 등을 통해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올해의 논쟁은 상당히 특별한 의미를 지닌 것이었다. 이번 논쟁은 영국 내에서 GM작물의 상업적 경작을 허용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었고, 그 […]
-
그녀의 컴백, 슬프지 않다 가수 백지영씨는 올해 여름 4집 앨범으로 공중파 방송에 ‘컴백’ 했다. 듣던 음악만 듣는 습성 때문에, 그녀의 컴백 타이틀곡인 ‘미소’를 TV나 카페 등에서 접하기 전까지 나는 가수 백지영씨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최근에야 주변 사람들을 통해 그녀가 3년 전 라틴 음악의 선두주자로 각 방송사 가요 순위 프로그램의 1위를 휩쓸던 스타였다는 것을 […]
-
화려한 궁중요리의 향연 「대장금」 드라마 「대장금」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과거 사극들처럼 왕의 자리를 놓고 벌이는 권력자들의 암투가 아니라 궁녀들의 요리 경연이 소재라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특히 눈 앞에 펼쳐지는 화려한 궁중요리들이 시청자들을 매혹하고 있다. 「대장금」이 아니어도 요즘 들어 화려한 요리들을 소개하는 방송 프로그램이 많이 늘었고, 시청률도 높다. 우리도 이제 배고프고 먹을 […]
-
시 읽기가 마냥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시 읽기가 마냥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지리한 현실을 지루하게 복제만 하고 있는 소위 ‘리얼리즘 시’들을 만나는 것도 그렇지만 나는 다음과 같은 환상시들을 만나는 것이 더 괴롭다. 내 몸 속에서 누군가 제발, 제발 하며 엎드려 절하고 울며 가기도 해, 엄마일까? 나는 젖은 혀로 그의 영혼을 핥아보려고도 해 밤에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