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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물게 찾아온 걸작 누군가가 필자에게 최근 개봉영화들 가운데 추천작을 골라달라고 요구한다면 세 편의 영화를 꼽고 싶다. 참으로 오래 기다려왔던 자끄 리베뜨(Jacques Rivette)의 「알게 될 거야 Va Savoir」(2001), 가장 놀라운 데뷔작 가운데 하나라는 평을 들었던 「처녀자살소동 The Virgin Suicides」(1999)의 쏘피아 코폴라(Sofia Coppola)가 선보이는 두번째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Lost in Translation」(2003), 그리고 마지막으로 벨기에의 다르덴(Dardenn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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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도둑’ 코카콜라 전세계를 통틀어 하루 동안 팔리는 코카콜라는 10억잔. 10초마다 세계 각지에서 12만6천명의 사람들이 코카콜라를 마시고 있다. 1886년 미국 애틀랜타의 약사였던 존 펨버턴이 두통을 덜어줄 응급제로 만들어 낸 코카콜라는 오늘날 브랜드 가치로만 705억 달러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고립된 곳에도 코카콜라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습니다”라는 광고가 이야기하듯 코카콜라는 세계 200여국에서 판매되는 음료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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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들이 궁극적으로 꿈꾸는 편집증적 환상은 작고 평화로운 캘리포니아주의 도시, 즉 소비를 위한 파라다이스에서 한가로이 개인적 삶을 즐기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날 그는 갑자기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가 진짜 세계처럼 꾸며진 허구의 세계는 아닌가 의심하기 시작한다. 자기 둘레의 모든 사람들이 이 거대한 쇼에 동원된 뛰어난 배우와 엑스트라들일지도 모르다고. 이에 대한 가장 최근의 예가 피터 위어(Pet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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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띠나의 경제위기 지금 우리 코가 석자인 판에 아르헨띠나의 경제위기에 대하여 논평을 해달라는 ‘창비 웹매거진’의 청탁을 받고 직업적 저널리스트로서 약간 의외라는 느낌이 들었다. ‘진승현 게이트’에 이어 ‘윤태식 게이트’가 나라안 가는 곳마다 화제이고 세계의 가장 큰 관심사는 뭐니뭐니 해도 아직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빈 라덴의 생사문제가 아니던가. 아르헨띠나 금융위기를 단순하게 라틴아메리카 지역문제 차원에서 접근하자면 창비에서 나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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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정부에 벌써 황혼이 깃들고 있다. 예상보다 일찍 다가온, 초라한 황혼이다. 그런 황혼 속에서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뒤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던 개혁도 꼬리를 감추어버렸다. 개혁은 대관절 어디 갔는가. 개혁이 이제 한 단계 급수를 올려 혁명의 길로 나선 것도 아니고 우리 사회가 더이상 개혁을 외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충분히 개혁된 것도 아닌데, 개혁만 자취를 감추어버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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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을 떠나며 공항에는 도착할 때처럼 많은 사람들이 환송을 나와 서 있었다. 치마저고리와 양복을 입고 손에는 모두들 붉은 진달래꽃 조화를 들고 있었다. 그들은 연신 꽃을 흔들며 ‘조국통일’ ‘민족자주’ 등을 외쳐댔다. 도열해 서 있는 긴 행렬의 끝에 이르니 거기엔 인민학교 아이들이 서 있었다. 그런데 이 어린 아이들이 눈물을 흘리며 통일되어 다시 만나자고 하는 것이었다. 눈물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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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멸’을 위한 불교와 ‘미래’를 위한 정치의 결합이 이룬 가장 찬란한 장면 중 하나가 신라인들의 조각과 건축예술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왕릉, 즉 무덤이 모종의 ‘적멸 혹은 멸망의 정치적 완성’으로서, 아름다움은 영원하다는 말씀의 집을 이룬다. 그 무덤으로써 우리는 미래와 죽음과 꽃과 젖가슴을 삶으로 등식화할 수 있다. 현실은 모순투성이고 모순은 한발을 벌써 ‘현실 이외’ 가상현실에 두고 있다. 소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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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작가 2차 만남 백두산에서 돌아와 저녁을 먹고 나니 열시 가까이 되었다. 그런데 북의 평론가 조정호씨가 북의 문인들이 아까부터 와서 기다리고 있다고 3. 나와 정희성 시인이 백두산 시낭송회가 무산된 것에 대해 항의하는 말을 했다. 그랬더니 정식으로 사과한다고 말하면서 그래서 북의 문인들이 온 것이라고 한다. 북에서는 평론가 조정호 박사말고도 작가동맹 부위원장 김보행씨와 리호근 시인, 『통일문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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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리산에 처음 오른 것이 80년대 초의 일이고, 이 산을 처음 종주한 것도 80년대 중반의 일이다. 그때부터 지리산은 나에게 ‘고향’이 되었다. 나는 틈만 생기면 지리산으로 떠났다. 무박이건 1박2일이건 며칠이건 그 산에 파묻힘으로써 나는 새로운 활기를 얻어 돌아오곤 하였다. 중산리에서 쳐다보이는, 천왕봉 아래에 걸친 흰구름에 왜 가슴이 그토록 뛰는지, 제석봉의 고사목들이 왜 이 산에서 죽어간 수많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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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강에서 오전을 그렇게 대기 상태로 보내고 오후 2시가 되어서야 버스에 올랐다. 대동강을 간다고 했다. 배를 타는 곳은 주체사상탑 앞 선착장이었다. 175m의 주체사상탑 앞에 150m 높이의 분수가 물줄기를 시원스럽게 뽑아 올리고 있었다. 분수에서 뿜어내는 물보라를 맞으며 일행들은 모두 즐거운 비명을 질러댔다. 어제부터 동행하는 북의 안내원 K 참사와 나는 뱃머리에 앉아 있었다. 대동강물은 한강물과 비슷했다. 그렇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