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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오래된 저의 곰인형 얘기를 할까 합니다. 회사에도 데려 온 적이 많아서 무려 동료들도 알고 있을 지경이에요. 어린 시절부터 갖고 있던 건데, 나이를 먹어서까지도 당최 인형놀이에 심드렁해지지가 않아서 앞으로도 쭉 이렇게 살아야겠어요. 지금 제 곁에 있는 곰돌이는 이름이 ‘순남이’인데, 사실은 그 전에 더 오랫동안 예뻐했던 인형이 따로 있었어요. 이름은 ‘꿀’이었고요. 여기서부터는 슬픈 얘기입니다. 잃어버렸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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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스마트폰을 마련했습니다. 전에 쓰던 전화기는 2G폰이었지만 별 문제가 없어서 계속 썼는데, 이젠 너무 낡아서 바꾸게 되었습니다. 새 전화기는 아주 예쁩니다. 벨소리는 제가 좋아하는 개 짖는 소리로 해 두었고, 특별히 남편한테 전화가 오면 하프 소리가 울리면서 신혼여행 때 찍은 사진이 뜨게 했습니다(네, 저희는 신혼입니다). 어느 때나 인터넷 검색을 할 수 있는 것도 신기하지만, 아침이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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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회사 사무실로 전화가 걸려왔다. “저기, 『우아한 거짓말』 만든 분이세요?” 어딘가 떨리는 듯한 남학생의 목소리였다. 나는 다소 의아하기도 하고 긴장되기도 해 얼른 답했다. “네, 그런데요. 어떤 일이신가요?” “제가요, 그 책을 읽고요, 너무 좋아서요……. 저도 주인공이랑 비슷한 처지였거든요. 지금은 학교를 안 다니지만……. 대구에서 자살했다는 애도, 이 책을 읽었다면 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순간 가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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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코레에다 히로까즈 감독의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이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더없이 사랑스러운 이 영화는 부모의 이혼으로 떨어져 살게 된 형제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동생 류는 아빠와 후꾸오까에 살고, 형 코이찌는 엄마와 가고시마의 외갓집에 삽니다. 가고시마에는 연기를 뿜어대는 활화산이 있는데, 코이찌는 화산이 폭발하면 헤어졌던 가족이 다시 모여 살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요. 그래서 화산이 폭발하는 기적이 일어나기를 꿈꿉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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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 만나 친해진 친구 중에 ‘얘는 뭔가 달라.’라는 느낌을 주는 아이가 있었다. 공부도 곧잘 했고, 괜스레 어른스러워 보이는 게 조금 질투도 났었다. 친구는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영화 공부를 시작했고, 그때부터 시나리오도 쓰고 작품도 만들고 하는 정말 ‘뭔가 다른’ 인물이 되었다. 대학 초년생이었던 어느 날, 다짜고짜 그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나 책 좀 추천해 줘.”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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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신년은 60년에 한번씩 오지요. 하지만 갑신년이라고 하면 대부분 1884년을, 그리고 갑신정변을 떠올리게 마련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조선 고종 21년(1884)에 김옥균, 박영효 등의 개화당이 민씨 일파를 몰아내고 혁신적인 정부를 세우기 위하여 일으킨 정변. 거사 이틀 후에 민씨 등의 수구당과 청나라 군사의 반격을 받아 실패로 돌아갔다.”라고 갑신정변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찌 역사적 사건이 이처럼 간단히 정리될 수 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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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는 강원도 지역에 폭설이 내렸습니다. 요즘 여러 가지 일들로 정신이 없어서 그저 제 몸 하나 간신히 끌고 다니느라 계절이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고 있었는데, 강원도에 있는 고향 집에 가서 무릎까지 쌓인 눈을 푹푹 밟으면서야 비로소 ‘겨울이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저는 ‘겨울’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동물이 수리부엉이입니다. 수리부엉이는 텃새이니까 조금 뜬금없지요. 수리부엉이는 따뜻한 봄에 알을 낳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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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여러분께 시를 몇 편 이어서 읽어드리려고 합니다. 새 신을 신고 뛰어 보자 팔짝. 머리가 하늘까지 닿겠네. 아버지는 나귀 타고 장에 가시고 할머니는 건너 마을 아저씨 댁에. 아가야 나오너라 달맞이 가자. 앵두 따다 실에 꿰어 목에다 걸고 검둥개야 너도 가자 냇가로 가자.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달려라 냇물아 푸른 벌판을.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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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삼각형의 대열을 이룬 사람들이 무언가에 쫓기듯 밀리고 밀려가고 있다. 뭔가 불안해 보이는 이 상황! ‘이게 뭔가?’ 싶어 책을 뒤집어 보면 커다란 돌덩이가 뒤표지 한가득 그려 있다. 사람들이 커다란 바위를 피해 달아나고 있던 것. 이 책 『해바라기 마을의 거대 바위』의 표지 모습이다. 책의 제목도 그렇고 표지도 그렇고 무언가 낯설기도 하고 신선하기도 하여 궁금증이 일었다. 그래서 책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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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어느 자리에서, 권정생 선생님의 작품들에 대해 이야기 나눈 적이 있습니다. 『몽실 언니』「강아지똥」「무명 저고리와 엄마」 같은 대표작 말고, 선생님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는 몇몇 숨은 작품들이 언급되었는데요. 특히 『하느님이 우리 옆집에 살고 있네요』의 유머와 재미와 의미에 대해 열변을 토한 분이 있었습니다. 엥? 제목마저 낯선 이 작품은 뭐지? 게다가 성자처럼 살다 가신 권정생 선생님의 ‘유머’라니?’ 그날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