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 길라잡이
-
얼마 전 ‘기찻길 옆 작은 학교’ 아이들의 열두번째 공연 ‘우리 아이들의 나라는’을 보아서 그런 것일까. 김중미의 최근작 『우리 동네에는 아파트가 없다』(2002)를 보는 내내 그날의 아이들이 자꾸만 눈앞에 어른거린다. 풍물로 노래로 연극으로 인형극으로 제가 사는 인천광역시 동구 만석동의 지난날과 오늘날과 앞날을 작은 목소리지만 조근조근 말하고자 했던 그 아이들 말이다. 『우리 동네에는 아파트가 없다』가 말하는 우리 […]
-
가고 싶었던 다른 길 이오덕 선생님이 80 평생 일궈온 길은 우리 민족, 우리 아이들, 우리 교육현장을 살리는 데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을 해오셨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은 나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다. 그런데 정작 선생님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시는 것 같다. 여느 때도 그런 말씀을 가끔 하셨지만 얼마 전에 새로 내신 『문학의 길 교육의 […]
-
오색꽃 세상에 제일가는/ 어여쁜 꽃은/ 그 어느 나라의/ 무슨 꽃일까 // 먼 남쪽 바닷가/ 감장돌 앞에/ 오색 꽃 피어 있는/ 바위나리지요. 바위나리는 날마다 이런 노래를 어여쁘게 부르면서 동무를 불렀습니다. 그렇지만 바다와 벌판과 바람결밖에는 아무것도 없는 이 바닷가에는 동무가 될 사람이라고는 하나도 없었습니다.ㅡ「바위나리와 아기별」중에서 (『사슴과 사냥개』, 8∼9면) 「바위나리와 아기별」은 연애 사건 때문에 […]
-
민들레 하늘의 별처럼/ 민들레는 흩어져 꽃으로 빛나고/ 그리움이 있기에 아름답고/ 설움이 있기에/ 사랑이 있고/ 외로움이 있기에 착하게 되고/ 민들레는 흩어져 살면서 하늘을 보고/ 하늘에서 어머니를 만나고/ 하늘에서 형제들을 만나고/ 민들레는 총칼이 없어도 폭풍우를 이기고/ 민들레는 다만 사랑으로 이어지고/ 임금도 신하도 주인도 머슴도 없이/ 민들레는 땅을 가르지 않고/ 전쟁도 없고 휴전선도 없고/ 민들레는 소리도 […]
-
겨울 물오리 얼음 얼은 강물이/ 춥지도 않니?/ 동동동 떠다니는/ 물오리들아// 얼음장 위에서도/ 맨발로 노는/ 아장아장 물오리/ 귀여운 새야// 나도 이젠 찬 바람/ 무섭지 않다./ 오리들아, 이 강에서/ 같이 살자. ㅡ「겨울 물오리」(이주영 엮음『별님 동무 고기 동무』, 우리교육 1997) 우리 어린이 문학 작가 중에서 가장 좋은 작품을 가장 많이 쓴 사람을 손꼽는다면 단연 […]
-
“그림책은 아주 따분할 수 있어요. 가령 책을 읽을 때, 한장 한장 넘기고 나면 그걸로 끝이지요. 당신이 어른이라면 불평 한마디 없이 그렇게 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아이들은 그렇게 공손하지 않아요. 그림책이 참으로 매혹적인 이유 가운데 하나는, 책 속에 형식 그 자체를 더욱 재미있게 만들기 위한 기교들이 많다는 거예요. (…) 책은 스스로 움직일 수 없습니다. 제가 하고자 […]
-
창작과비평사 아동문고 200ㆍ201번 출간을 기념하는 글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고 망설이던 끝에 원고를 쓰기로 했지만 막상 자리에 앉으면 선뜻 글이 써지지 않았다. 그만큼 나와는 애증이 겹치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1977년 이후 세상에는 창비아동문고를 읽고 자란 ‘행복한’ 사람과, 읽지 못하고 자란 ‘불행한’ 사람의 두 부류가 있다고 하겠다”(김이구, 『기념 자료집』)는 말처럼 창비아동문고는 내 삶에 많은 […]
-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메리트 공주님」 어느 화창한 5월의 봄날, 꼬마 친구들의 낭랑한 노랫소리를 들으며 땅에 묻히는 한 소녀가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메리트. 수줍음 많고 얌전한 여덟살짜리 평범한 아이였다. 메리트는 어째서 그토록 어린 나이에 세상을 뜨게 되었을까? 작가 린드그렌은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친절한 목소리로 그 비밀의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놓는다. 아무 일 없던 메리트에게 요나스 페터라는 […]
-
일본근대동화선집 『도토리와 산고양이』와 『울어 버린 빨간 도깨비』를 이제야 다 읽었습니다. 몇 작품은 일본문학공부모임에서 읽었고, 또 몇 작품은 읽어보지 못한 작품이어서 언젠간 읽어야지 하다 이번에 마저 다 읽은 것입니다. 두 권의 작품집을 읽은 독후감을 쓰려면 이런저런 얘기가 길어질 것 같아 일본근대동화선집 2권의 표제작인 「울어 버린 빨간 도깨비」 이 한 작품만을 읽고 난 느낌이나 간단히 적어보겠습니다. […]
-
인류가 쌓아온 문화는 그것을 만들어낸 국가나 민족만의 소유물은 아닙니다. 그것이 지역적인 것이든 보편적인 것이든 인류 모두의 재산으로 소중히 여기며 같이 나누고 누리는 것이 마땅할 것입니다. 막연하게 우리 것이 좋다고 우기는 것은 옹졸한 짓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그림책을 우선적으로 아이들에게 보여 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문화적 사대주의에 대한 반감에서가 아닙니다. 아이가 세상을 인식하고 상상력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