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 길라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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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이야기’ 하면 많은 사람들이 ‘권선징악’이라는 낱말부터 떠올린다. 결말이 뻔하고 권선징악의 세계만 담고 있는 아주 얄팍하고 시시한 이야기로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옛이야기를 꼼꼼히 들여다보면 거기에는 깊은 사람살이의 철학이 담겨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랜 세월 서로 말해주고 듣는 가운데 묘사 없이 사건의 정수만 간결하게 남은 옛이야기에는 시대와 사회를 같이 걸어온 사람들의 삶이 ‘상징’으로 담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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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사람들은 동시라고 하면 어렸을 때 배운 ‘교과서 동시’를 쉽게 떠올린다. 우리가 배운 교과서에는 어떤 시들이 실려 있었나? ‘뭉게구름 두둥실’ ‘아롱다롱 무지개’ 이런 따위 시구(詩句)들이 떠오른다. 내 ‘삶’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그 곱고 아기자기한 시어들! 그런 시어들을 동원해 요리조리 꾸며낸 시들을 우리는 동시라고 믿게 되었던 것 같다. 그렇기에 우리는 어린 시절 우리에게 깊은 전율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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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비틀즈의 『1』 앨범이 세계를 휩쓸었죠. 저도 ‘몰래’ 사서 열심히 들었습니다. 그런데 왜 ‘몰래’ 사서 들었느냐? 제가 음악얘기를 잘 떠들어서 주위사람들은 제가 비틀즈쯤은 당연히 졸업한 줄 알고 있는데, 그동안 모르지 않은 척했을 뿐이지 사실은 잘 몰랐거든요. 그래서 이번 기회에 비틀즈 과목을 ‘핵심요약 정리’해보겠다고 긴장감마저 갖고 들어봤는데, 그런 유치한 생각은 금세 사라지고 저도 모르게 비틀즈 노래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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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03년 2월 『한국글쓰기연구회 회보』에 실었던 글을 「하륵 이야기」의 재공연에 맞춰 수정ㆍ재수록한 것입니다-편집자주 반해버린 연극 「하륵 이야기」 두 달쯤 전부터 달력에 빨간 동그라미를 쳐놓고 기다리는 일이 있다. 우리 동네 부천의 복사골문화쎈터에서 12월 27일 어린이연극 「하륵 이야기」 공연이 있는 것이다. 누구랑 같이 갈지 모르겠지만 표도 넉 장 일찌감치 예매해두었다. 작년 과천 마당극 축제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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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가 그랬어』 2003년 10월, 오랜 세월 잊혀졌던 어린이 잡지가 다시 발간되었다. 『고래가 그랬어』. 새롭게 부활한 어린이 잡지라는 사실만으로 반가운 책이다. 『고래가 그랬어』라는 제목도 관심을 끈다. 무슨 뜻인지 알 수는 없지만 뭔가 독자에게 말을 걸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아이들이 “우리 엄마가 그랬어!” 라는 말을 하듯, 고래가 무슨 말인가 하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그 제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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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을 맞아 이번호 어린이책 길라잡이에는 박물관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글을 싣습니다-편집자 자신의 눈을 믿는 박물관 교육 박물관은 어떤 곳을 말할까? 박물관은 고고유물을 전시하는 장소, 역사유적지, 미술관, 자연사박물관과 동물원, 식물원 들을 모두 포함한다. 우리나라 박물관들이 대개 고고유물을 전시하다보니 박물관하면 고고역사박물관만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미국의 경우 자연사박물관이 많고, 유럽국가들의 경우에는 미술관들이 대부분이다. 이렇듯 박물관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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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헌. 내가 그를 처음 만난 것은 꽤 오래 전의 일이다. 한때는 그이네 옆집으로 이사하여 문만 열면 서로 마주볼 수 있게 가까이 살았던 적도 있다. 서로 잘 아는 사이에 그의 책을 이야기하는 일은 여간 거북살스러운 짓이 아니다. 칭찬 일색으로 쓰자 해도 그렇고, 껄끄러운 말을 섞자니 그 또한 불편하기는 매한가지다. 그러나 그가 몸 속에 아이 가진 사람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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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든 우리 그림책 두 권을 만났다. 아이들하고도 즐겁게 보았다. 한 권은 지난해 10월 한림출판사에서 나온 『엄마를 꺼내 주세요』이고 또 한 권은 돌베개어린이에서 올 3월에 내놓은 『빨간 끈으로 머리를 묶은 사자』이다. 두 권 사이에 특별한 공통점이 있다면 여성 작가라는 점과 두 작가 모두 글과 그림을 혼자 했다는 것, 그리고 그림만 보아도 흥미롭게 줄거리를 읽어낼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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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 팔지 마세요』를 읽고 3월 15일, 이라크 전쟁을 반대하기 위해 열리는 집회에 어린이를 위해 일하는 여러 단체들이 모였다. 20명 남짓한 어른과 피켓 몇장이 전부였던 이전 집회와 달리 아이와 어머니들이 많이 왔다. 무엇보다 전쟁반대를 주장하는 갖가지 소품들과 나들이 가듯 줄줄이 걷는 아이들이 볼만했다. 광화문에서 인사동을 돌아 종묘까지 가는데 사람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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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야기를 들려줘. 솔직하게, 좀더 자세히 들려줘. 네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 놀랍다는 생각이 들어. 네 이야기 속에는 내가 몰랐던, 아니 못 봤던 세계가 있어. 보는 사람에 따라 세상이 이렇게 달라 보일 수도 있다는 걸 알았어. 내가 본 게 다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가봐. 같은 걸 본다고 다 같은 게 아니었나봐. 똑같은 걸 바라보면서도 서로 바라보는 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