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 길라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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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인에겐 아파트 주차장에서 현관까지의 거리도 한 우주다. 지하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층계를 통해 밖으로 나와서 내가 사는 아파트동 건물로 들어선다. 십 미터나 될까? 더 이상의 목표가 사라진 늦은 밤 귀갓길이다. 이 짧은 틈새에서 비로소 나는 모든 것을 삼켜버릴 듯한 까만 하늘과 마주한다. 점점이 별들이 박혀 있다. 걸음을 멈춰 푸우 마지막 담배연기를 뿜어댄다. 최근에 읽은 소설의 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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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어린이책 30주년 특집 창비아동문고’ 30년간 231권 출간 창비 어린이책으로 첫선을 보인 책은 창비아동문고 1번으로 나온 『꼬마 옥이』다(이주홍 동화집 『못나도 울 엄마』, 마해송 동화집 『사슴과 사냥개』도 함께 나왔다). 판권을 보면 간행일은 1977년 2월 20일, 4·6판형 278면으로 요즘 책에 비해 판형이 작고 두께는 두툼한 편이다. 책값은 750원. 요즘 나오는 창비아동문고가 8000~9000원이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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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인 해외연수 일정중 다녀온 스웨덴 아바(ABBA), 카디건즈(The Cardigans), 그레타 가르보(Greta Garbo), 압솔루트 보드카(Absolute Vodka), 이케아(IKEA) 가구…… 당신은 ‘스웨덴’ 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압솔루트 보드카의 열렬한 팬이기도 하지만, 어린이책을 만드는 내게 스웨덴은 무엇보다 「삐삐 롱스타킹」「산적의 딸 로냐」「지붕 위의 카알손」「사고뭉치 에밀」같은 동화 주인공들과 이들을 태어나게 한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Astrid Lindgren)의 나라다. 지난 6월부터 석달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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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파두부를 만들어볼래 어린 시절부터 요리는 친근한 존재였다. 평남 안주(安州)가 고향으로 18세에 홀로 남으로 내려와 신산하게 살면서 자수성가하신 아버지는, 일요일이면, 당시로는 드물었던 탕수육과 돈가스(포크 커틀렛)를 격주로 직접 만들어주셨다. 외식문화는 상상할 수 없던 때였기도 하지만, 나도 커서 아버지가 되면 ‘우리 아버지가 그렇듯’ 일요일에는 아이들을 위해 요리를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그렇게 남자가 요리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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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동동 거미동동』전시회 참관기 *저 산 뒤에 꼬박꼬박하는 것은 뭣고? (저 산 뒤에서 꾸벅꾸벅 조는 것은 뭘까?)-‘꼬리따기 노래’ 시작할 때 주로 처음에 사용되는 문장-글쓴이. 『시리동동 거미동동』원화 전시회 제주기적의 도서관 개관과 함께 권윤덕선생님의 『시리동동 거미동동』원화 전시회가 제주에서 열렸다. ‘작가의 방’이라는 이름으로 강당에 마련된 전시회는 기적의 도서관 개관과 함께 열지 않았더라도 어린이들의 관심을 끌기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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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호 「어린이책 길라잡이」는 어린이문학 작품이 아이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창비 어린이책출판부에서 기획한 ‘이야기마당’으로 꾸몄습니다. 어린이문학의 실제 독자인 아이들의 생생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시기 바랍니다-편집자. 이야기 나눈 사람들 사회: 김현(경기 호평 초등학교 교사) 강유진(경기 파주 천현초등학교 6학년) 김민준(서울 송파 오륜초등학교 6학년) 김혜정(충북 음성 대소초등학교 5학년) 이성용(경기 고양 자연을 닮은 아이들의 자유학교 4학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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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누구나 한 번은 읽었다고 생각하지만 마크 트웨인(Mark Twain)은 고전(古典)에 대해서 ‘누구나 한 번은 읽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제대로 읽은 사람이 별로 없는 책’이라고 했다. 마크 트웨인의 말은 한국적 상황에도 잘 적용된다. 전국민이 목을 매고 있는 입시에 고전문학이 나오기 때문에 교과목에 들어가 있긴 하지만 제대로 가르치고 읽고 있는 경우는 별로 없다. 조상들의 삶을 이해하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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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어린이책 30주년을 앞두고 나온 개정판 창비아동문고의 번호에 따라 작가를 거론하면 한국 현대아동문학사를 살필 수 있다고 한다. 나는 문학과 출판의 관계는 잘 모르지만, 각 시대의 대표급에 해당하는 작가와 신인들의 작품을 출간해왔으니 참말 그렇기도 하다. 더위가 막 가실 무렵 나가사끼 겐노스께의 『바보별』을 읽었다. 『바보별』엔 생존에 대한 희망 외엔 모든 것에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는, 그래서 어리석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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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환경을 담은 그림책 우리들 인간은 자신이 자연의 일부이면서도 그 사실을 잊고 산다. 우리는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란 말로 자연을 남용하고 파괴한다. 나도 그런 사람 중의 하나지만, 언제부터인가 생태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나 또한 생존의 위기를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날마다 밥상에 오르는 음식들, 숨쉬는 공기, 마시는 물, 그 무엇도 이제는 안전하지가 않다. 우리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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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다룬 어린이 책을 중심으로 요즘 세상이 온통 미국과 아프가니스탄의 전쟁 얘기로 시끄러우니 제 머릿속에도 오직 전쟁 생각밖에 없습니다. 21세기에도 우리는 여전히 전쟁을 하는구나, 20세기를 전쟁의 시대라 했는데 21세기도 여전히 사람이 사람 목숨을 빼앗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계속하는구나, 그런 생각을 하니 다른 일은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사람이 하는 일이 어찌 이리 무서울까요? 어찌 이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