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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커뮤니티>독자통신

『이븐 바투타 여행기』의 경제사적 의의 / 신철균

2008.12.08커뮤니티 > 독자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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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재의 헤게모니 쇠퇴’를 주제로 한 IROWS(Institute for Research on World-Systems) 학술회의가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리버사이드 캠퍼스에서 열렸다(2002년 5월 3, 4일). 나는 직접 가보지 못했다. 생계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그 회의는 나의 인터넷 첫 페이지를 6개월 장식한 채 끝났다. 내가 품었던 질문이 옛날에도 있었다. “인간은 왜 생계 유지에 대한 책임을 걸머쥐어야 하는가?” 이에 대해 고대 그리스의 시인(헤시오도스)은 이렇게 말했다. “신이 인간의 살림을 감추셨기 때문에.”
시인의 설명은 당시로서는 그럴듯하다. 그러나 시인은 노동력 시장에서 나를 찾는 구매자가 없거나 내가 충분히 낮은 보상을 받도록 강제되지 않아서 구매자를 만나지 못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언급할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 때는 시장이 좀 다른 성격의 것이었으니까.

『이븐 바투타 여행기 1』『이븐 바투타 여행기 2』

『이븐 바투타 여행기 1』

 

지난 6개월 사이에 내가 감동적으로 읽은 책이 『이븐 바투타 여행기』이다. 책 속에서나마 더 넓은 세상을 돌아다니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이 책은 여러 측면에서 유익하지만, 특히 시장의 역사적 성격에 대해 시사하는 바 크다. 이 여행기는 세월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는 것이 고전이라는 사실 혹은 흐를수록 잊혀져서는 안될 지혜의 보고가 고전이라는 사실을 잘 보여주었다.

 

이븐 바투타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유럽에 이르는 여행을 통하여 곳곳의 명소와 각계 각층의 사람들, 종교의식과 행사, 세계 유명도시의 시장과 생활풍경을 보았다. 그는 칼 폴라니의 용어로 말하자면 호혜와 재분배, 가정경제 그리고 시장을 통하여 경제적 이득 뿐 아니라 모종의 비경제적 이익을 위해 거래를 행하는 사람들을 묘사함으로써 자본주의 체제 이전의 인간의 살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였다.

 

예컨대, 그는 이슬람 쉬아파의 성지 중 하나인 나자프에 대한 묘사에서 “그곳의 주민들은 행상인데 그들이 모여사는 곳에는 시장이 없고”, 연중 행사인 ‘소생의 밤’에 시장이 열흘 간 열린다고 쓰고 있다.(1권 268면)

‘소생의 밤’은 환자의 치유와 관련된 종교행사로, 멀리 이라크나 페르시아로부터도 병자들이 몰려왔다고 한다. 그 상인들의 평상시 삶에 대해 자세히 언급하지 않았지만 종교의례의 장소 즉 성묘의 운용 비용이 어떤 식으로 공급되는지 말해줌으로써 간접적으로 그 지역의 경제생활을 알 수 있게 한다. 이라크나 기타 지방 사람들은 병에 걸렸다가 낫기만 하면 이곳 성묘에 무언가 헌납을 한다고 한다. 만일 머리가 아팠다면 금이나 은으로 머리 모양을 만들어서 성묘에 가져온다. 감독관은 그것을 창고에 넣어둔다. 묘소의 창고는 굉장히 큰데, 그 안에 소장된 재화는 너무 많아서 이루 다 헤아릴 수가 없다. 이것은 종교적 권위의 집단이 중앙의 역할을 하면서 재분배를 행하기 직전의 모습을 그린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가 인도를 여행할 때의 기록은 좀더 구체적이다. 델리에는 “안바라트라는 식품 저장고와 각종 장비, 쇠뇌, 화포 등의 무기고”가 있는데 저장고는 농산품을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다.(2권 42면) 이전에 알라웃 딘이 집권했을 때는 물가조절을 위해 왕이 몇몇 상인들을 불러 자금을 대주면서, 그 돈으로 소와 양을 샀다가 되팔고 그 값을 국고에 바치면 국가가 노임을 주는 방식을 취했다고 한다. 만일 농산물 값이 오르면 창고를 열어 비축품을 방매해서 값을 낮추도록 조처했다고도 한다. 이러한 사례들은 시장에 어떤 허구적인 요소가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와는 다른 언급도 등장한다. 다울라 아바드 지방의 “이교도들은 상업에 종사하는데, 대부분이 보석상으로서 거부들이다… 다울라 아바드는 인구가 많고 관할지가 넓기 때문에 인두세(人頭稅)와 지조(地租)를 가장 많이 상납한다.” 이 사례는 분명히 좀더 시장다운 시장의 존재를 증언해주고 있다. 그러나 주목할 점은, 이런 시장은 수도에서 비교적 떨어진 곳에 있었다는 것과 이 시장의 성격이다. 상인들이 보석상이라는 점 그리고 가수가 노래하고 춤을 추는 가수시장이 “이곳 시장에서 가장 화려하고 큰 시장이다.”라는 점 역시 이곳 시장에서 판매되는 상품이 생산도구 또는 생계수단과는 거리가 먼 시장이었다는 점을 말해준다.

이러한 사례로 볼 때 자본주의 이전의 역사적 체제에서 시장은 어떤 성격이었을까?

 

고대로부터 이윤추구적 시장이 오늘날의 자본주의 체제와 마찬가지로 존재했다는 것이 맞는 견해일까? 아니면 제국(帝國)의 세계가 쇠퇴하는 공간에 경제의 세계ㅡ그러나 자못 오늘날의 그것과는 다른ㅡ가 등장하는 것일까? 난해한 질문이다. 그러나 이븐 바투타의 여행기만 보면 공납적 재분배는 재분배를 위한 권위나 강제력을 지닌 중앙이 강력할 때 등장하기 쉽고, 그 반대일 때는 부차적으로 시장이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추정이 가능할 듯싶다.

 

그가 인도를 여행하기 훨씬 전인 5, 6세기에 인도의 일부 지역에서는 토지의 사유제와 토지구매의 수단으로서의 화폐경제가 크게 융성한 적이 있었는데, 어떤 경로로 이븐 바투타가 그려내는 체제로 바뀌었는지 궁금하다. 그러나 여기서 제국의 시장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그리고 자본주의의 시장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 확답을 내리는 것은 성급하다.

 

『씰크로드학』

『씰크로드학』

그 밖에 이 책은 14세기 제국의 원거리 무역에 대한 정보를 주고 있다. 이집트와 중국 남부를 여행할 때는 원거리 교역을 목격했는데 교역품은 의약품 유리 보석 향신료 비단 물소뿔 등 거의 대부분 사치품이었다. 이 점은 역자의 저서 『실크로드학』에도 잘 드러난다. 원거리 교역품 중에 그 생산지 사회체제의 재생산에 필수적인 생산도구를 만드는 데 투입되는 물품이 거의 없었다는 사실은, 원거리 교역량이 아무리 많다 하더라도 생산된 지역의 생산체제와 그 외부의 체제 사이에 착취관계가 성립할 수 없고 생산체제 내부에서만 착취가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제국의 체제간 사치재의 교환은 원거리 무역을 하는 두 체제의 계급적 질서를 보존하는 데 기여하기 때문에 그 교역 자체에서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것이 제일의 목표가 되지는 않는 경향이 있다.(이에 대한 반대 주장은 Xinru Liu, Ancient India and Ancient China: Trade and Religious Exchanges, AD 1-600, Oxford University Press 1988. 참조)

 

요컨대, 이븐 바투타의 관찰은 페르낭 브로델이 오늘날의 시장을 묘사하는 불투명한 반시장의 영역과는 좀 다른 방식의 불투명성이 제국의 세계에 있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제국에는 제국 나름의 불평등과 신분적 질곡이 있었고, 여행기 곳곳에서 드러나듯이 교통ㆍ통신의 미비로 말미암아 고통을 초래하고 오해와 갈등을 불러일으키기도 매우 쉬운 취약한 체제였다. 따라서 우리는 과거의 제국들의 세계에 낭만적이거나 긍정적인 감흥을 가질 필요는 없다. 다만 16세기에 서유럽을 중심으로 발흥한 역사적 자본주의가 나머지 세계를 포섭하고 완전히 전지구화한 것이 과연 문명사적 진보인가 후퇴인가에 대한 대차대조표를 그려봐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면, 제국이 운영되는 방법에 대한 이해를 한갓 호고(好古)의 취미로 오해해서는 안될 것이다. 제국의 세계에 대한 이해는 만물의 상품화와 세계적인 부와 권력의 양극화라는 현실을 반성하고 좀더 원대한 계획을 위한 길잡이를 찾고 시장에 대한 오래된 관념을 재검토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우리가 현실에서 마주하는 시장은 정상이 아니다. 독점에 의해 통제되는 시장이 일반적이고, 참으로 경쟁이 보장되는 진정한 시장은 협소한 영역에서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일 앞서 언급한 그 학술회의가 폐막되는 날 한국의 어떤 정치가는 “내 사고는 지극히 시장경제적”이며 “나는 시장경제를 확고히 지지한다”라고 말했다. 누가 이 이야기를 했는지 명기할 필요는 없는데, 앞으로 대통령후보가 될 거의 누구나 이런 발언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은 ‘시장의 원리’라는 미명하에 벌어진 반시장적인 시장 제한의 산물이라는 점을 모르는 것일까? 현실의 자본이 일차적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이윤이고, 노동력을 낮은 수준의 임금으로 묶어두는 방법으로 성적ㆍ인종적ㆍ지역적 차별을 동원하고 있어서 실제로 다수의 사람이 합당한 소득과 자녀에 대한 교육기회와 적절한 의료혜택을 누릴수 있는 길은 오늘날 우리가 지닌 세계자원의 분배체계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체계를 만들어내는 길밖에 없다는 점을 모르는 것일까? 시장경제를 지지한다지만 그가 지지할 만한 시장이 우리에게 얼마나 있는가? 혼란스럽다. 그렇지만 우리가 알고 있던 세계에 대한 지식의 구성이 새로 바뀌는 시점에 혼란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전환의 시절은 ‘불안’을 동반하다. 수구세력은 그 불안을 감소시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합리적 설명을 하려고 노력하지만, 자본주의적 ‘시장’에 대한 개념을 교체하는 불안, 그것은 즐거운 불안이요, 유익한 설렘이다. 혼돈 속에서 새로운 질서를 창안할 지혜를 찾으려는 용기만 있다면 말이다.

 

이븐 바투타의 여행기는 모든 ‘좁은 영역’에 갇혀 있는 사람에게 드넓은 세상을 안내하는 좋은 길잡이가 될 것 같다. 역자 정수일은 각 장마다 이븐 바투타의 여행 지도를 고증해서 상세히 그려 넣고 세밀한 각주를 달아서 학습효과를 높임으로써 번역의 수준을 높였다. 그리고 역자가 자부심을 갖고 말하고 있듯이 전형적인 중세 아랍어 특유의 역사성과 문학성을 감안하면서 옮겼기 때문에 원저자나 역자의 필력에서 오는 문학적 재미로도 가득 차 있다.

신철균, 실크로드학, 이븐바투타여행기, 정수일,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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