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OR
  • ENG
  • 사이트맵
  • 블로그
  • 창비교육
  • 창비학당
  • 미디어창비
  • 검색
    • ID/PW찾기
    • 회원가입
    • 로그인
창비 – Changbi Publishers

Main menu

콘텐츠로 바로가기
  • 도서
    • 전체 도서
    • 새로 나온 책
    • 수상도서
    • 추천도서
    • 전자책
  • 저자
  • 계간 창작과비평
  • 창비어린이
    • 창비어린이 홈
    • 계간 창비어린이
    • 새소식
    • 도서 목록
    • 어린이/청소년 독서활동 자료
    • 빅북
    • 책씨앗
    • 커뮤니티
    • 공모
  • 커뮤니티
    • 팟캐스트 라디오 책다방
    • 독자통신
  • 문학상 및 작품공모
    • 단행본 투고 안내
    • 만해문학상
    • 백석문학상
    • 신동엽문학상
    • 창비장편소설상 공모
    • 창비신인문학상 공모(시/소설/평론)
    • 계간 ‘창비어린이’ 원고모집
    • 어린이-청소년 관련 공모
  • 이벤트
    • 독자 행사 정보
    • 행사/이벤트 후기
    • 당첨자 발표
  • 고객센터
    • 자주 묻는 질문
    • 1:1 문의하기
    • 도서관을 위한 One-Stop 상담
    •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공지사항
  • 창비 소개
  • 계간 창작과비평 (구)
    • 계간 창작과비평 소개
    • 편집위원
    • 정기구독 안내/신청
    • 전자구독이란?
    • 정기구독자 게시판
    • 창비주간논평
Home>커뮤니티>독자통신

노동자가 있는 한 노동문학은 살아 있다 / 김형미

2008.12.08커뮤니티 > 독자통신
  • 작게
  • 크게
  • 인쇄
  • 목록

지난 4월 말에 열사추모제를 5회째 맞이하여 그날도 어김없이 구로노동자문학회에선 시낭송을 하게 되었다. 오랜만에 걸어보는 3공단 B지구 길이 무척 정감이 갔다. 한산한 도로엔 또다시 4월의 푸른 나뭇잎들이 무성했고, 꿈결인 듯 웅웅거리는 발전기 돌아가는 소리들도 간간히 들렸다. 화살처럼 많은 시간들이 순식간에 지나갔지만 변함없이 견고하고 완고한 공단거리. 이 길 위에서 무수히 스쳐 지나갔던 수많은 이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처음 구로동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그 많던 연대시, 축시, 추모시, 선동시 낭송 때완 달리 너무 오랜만에 낭송해보는 거라 사뭇 긴장을 하기도 했었다.

 

올해는 연례행사처럼 써왔던 추모시 형식을 버리고 부평 대우차 노동자들을 위한 연대의 마음을 시로 담아 세편을 낭송했다. 부평에서든 구로에서든 구조조정과 정리해고의 한파를 맞은 노동자들의 삶은 다를 바 없다는 마음이었다. 행사가 열린 마이크로노동조합 역시 97년 부도 이후 2000%에 달하는 임금체불 등에 맞서 3년여에 걸친 싸움을 진행중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1900여명의 ‘아줌마조합원’들이 퇴직금 한 푼 못 받고 길거리로 내몰려야 했다. 가랑비가 날리는 찬 바닥에 스티로폼 하나씩 깔고 앉아 무대를 보는, 내 어머니 같기도 하고, 내 언니 같기도 한 4,50대 아줌마 조합원들의 눈빛을 뭐라고 말해야 할까? 아마도 오랜만에 무대 위에 선 때문이었을 게다. 괜시리 눈알이 씀벅거려왔다.

 

그러고 보니 구로동에 산 지도 어언 10여년이 다 되어간다. 가방 하나 달랑 매고 구로동을 찾아온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 구로공단에 목련과 벚꽃이 피고 지고 하기를 몇차례였는지. 아련한 기억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다.

90년대 초만 해도 구로공단엔 사람들도 많았고 노조도 활성화되어 있어서 임단협 때면 활기가 있었다. 또 다양한 단체들이 그 어느 지역보다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어서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삶을, 삶의 목적을 표현하는 수단을 달리 택했을 뿐 구로노동자문학회 회원들 누구나 그들과 함께 똑같이 일하고 분노하고 웃고 즐기며 13년을 보내왔다. 한땐 시낭송뿐만이 아니었다. 시화전은 물론 시극 또는 극본까지 쓰기도 했었으니까 말이다. 신이 나는 일상이었던 것 같다. 가리봉 시장 골목에 그득그득 넘쳐나던 사람들, 그곳에 있던 낯익은 입간판들, 허름한 막걸리집들. 술집에서 만나 서로 어울려 취하고 노래 부르고 2차 가던 사람들의 모습들이 눈에 선하다. 누구나 이 거리를 잊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2001년이 되면서 갑자기 시공간을 건너뛴 것 같은 느낌이다. 그 사이 공단 사람들의 지적 허기를 채워주던 오거리의 공단서점도 허름한 호프집에 자리를 내주었고, 여러 노동조합과 단체들이 사라져갔다. 또한 80년대 후반 이후 급속한 산업구조의 변화에 따라 구로공단의 많은 업체들이 도산, 폐업, 이전 등으로 사라져갔다. 그리고 이제 한동안 비어 있던 이들 자리엔 대형 의류할인매장들과 테크노타운을 꿈꾸는 정보통신업체들이 하나 둘 들어서고 있다.

 

남아 있는 생산직 현장의 풍경도 많이 바뀌었다. 물론 바뀌지 않은 것은 여전히 값싼 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이다. 젊고 씩씩했던 이십대 초반의 여성노동자들의 자리는 다시 돌아온 ‘처녀’들, 즉 4,50대 아줌마들과 외국인노동자들, 그리고 소수의 병역특례병들로 채워졌다. IMF 원년으로부터 3년여가 지난 지금은 구로동에서 일하다 결혼과 이직 등으로 떠났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다시 돌아오기도 한다. 삶이 다시 각박해진 탓이다. 돌아온 그들에게 구로공단은 실상 지난 10년 새 변한 것이 하나도 없는 모습이다. 10년 전으로 돌아가 있는 임금수준에 더욱 뻑뻑해진 노동강도에 더해 이젠 고용불안까지 겹치다보니 현장의 분위기 역시 언제 우리가 87년 노동자 대투쟁을 겪었는지, 언제 우리가 인간선언을 했었는지조차 가물거린다고 한다. 그런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때면 90년 내내 우리의 정신을 혼란스럽게 했던 각종 성장의 논리들과 포스트담론들이 먼 나라 이야기들처럼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100만의 실업자와 800만에 이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억압하는 사회가, 공장 내에서만의 착취가 아니라 가치라는 이름으로 가치로 환원되지 않는 모든 인간적 행위들을 배제하고 생활세계 전반을 황폐화하고 있는 이 사회가 우리의 유토피아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여 어느 누군가 그랬던가. 온갖 이론은 모두 회색이고 오직 푸르른 것은 생명의 나무일뿐이라고.

 

그날, 그러니까 열사문화제가 있던 날. 모두들 돌아가고 한산한 공장 담벼락을 한없이 게으르게 걸어나오며 오랜만에 따뜻하게 차오르는 뿌듯함을 맛보았다. 목소리도 작고 발음도 명료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자 괜시리 혼자 얼굴이 붉어지기도 했지만 그런 부끄러움조차 따뜻했다. 그때 문득, 이름을 감추고 존재를 감추며 숨어 일하는 것이 미덕이었던 80년대를 지나 이제 누구나 자신의 이름을 더 알리지 못해 안달인 이 시대에 그러나 모든 혁명적 문학은 항상 주변부에서 나왔었다는 어떤 이의 이야기도 가만히 떠올려보았었다.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이타의 마음으로 자신을 키워가고 있는 문학인들이 아직도 많다고 나는, 우리는 믿는다.

 

김형미, 노동문학, 창비
0 comments0 trackbacks
댓글쓰기목록
https://www.changbi.com/archives/939/trackback 트랙백 복사

댓글쓰기

*
*

취소

목록보기
  • 커뮤니티
    • 팟캐스트 라디오 책다방
    • 독자통신
  • 창비 뉴스

    • 2021 창비 어린이·청소년 통합시상식 관련 안내
    • ㈜창비교육에서 단행본 편집자를 모집합니다
    • (주)창비에서 홍보디자인 계약직 사원을 모집합니다.
    • 리영희 10주기 글쓰기 대회 수상자 발표
    • (주)창비에서 계약직 사원을 모집합니다(콘텐츠사업 고객관리 부문, 총무 부문).
  • 창비주간논평

    • 지금은 독화살을 뽑아야 할 때
    • 팬데믹이 우리를 바꾸지 못한다면
    • 제주에 두개의 공항이 필요할까?
  • 시요일

  • 회사소개

  • Contact

  • 제휴 문의

  • 창비트위터

  • 창비페이스북

  • RSS

  • 에스크로
  •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사이트맵

Family Site

  • Changbi English
  • 季刊 『創作と批評』日本語版
  • 창비주간논평
  • 창비에듀닷컴
  • 창비 블로그
  • 미디어창비
  • 창비 공식 페이스북
  • 창비 공식 트위터
  • 인문까페 창비
  • 세교연구소
  • 창비학당
  • 창비서교빌딩 대관 서비스
창비

copyright (c) Changbi Publishers, Inc. All Rights Reserved.

10881 경기도 파주시 회동길 184 (413-756 경기도 파주시 문발동 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 513-11)
대표전화 031-955-3333(월~금 10시~17시) / 팩스 031-955-3399 / Webmaster@changbi.com
대표이사: 강일우 / 사업자등록번호: 105-81-63672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