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은 느낌을 글과 미술 작품으로 뽐내는 어린이들의 잔치 ‘제24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독서감상문대회’가 지난 7월 1일부터 9월 20일까지 진행되었습니다. 총 350편에 이르는 작품이 응모되었고 본사에서 의뢰한 심사위원들이 이를 심사하였습니다. 그 결과와 시상 내역을 아래와 같이 발표합니다. 상장 및 상품은 수상자에게 개별적으로 전달됩니다.
■ 대상(1명) | 상장과 문화상품권 30만원
염효제(파주 해솔초 4)
■ 우수상(10명) | 상장과 문화상품권 10만원
유지찬(군산 미장초 2) 김윤호(성남 야탑초 3) 정세훈(하남 한홀초 1) 임솔(광주 세품국제크리스천스쿨 5) 남강민(성남 야탑초 4) 이동환(성남 하탑초 4) 남민우(서울 화양초 6) 김주원(서울 세명초 5) 김다나(성남 위례푸른초 6) 김윤슬(서울 당곡초 6)
■ 장려상(20명) | 상장과 문화상품권 5만원
허예린(고양 문화초 2) 성가윤(남양주 어람초 3) 김서준(경인교육대학교부설초 2) 김연아(서울 양전초 1) 정호경(계룡 금암초 1) 김다은(전주 여울초 5) 최한별(충남 금산초 4) 조정민(성남 야탑초 4) 김민준(남양주 심석초 5) 정수현(김해 능동초 5) 유영서(인천 능허대초 4) 원가연(인천 하늘초 5) 방수빈(남양주 어람초 5) 백윤지(동수원초 6) 김예지(파주 운정초 6) 김미래(양산 가양초 6) 정지윤(양산 가양초 6) 한연우(홍익대사범대학부속초 5) 권익현(구미 금오초 5) 원예빈(세종 도담초 5)
■ 심사위원
본심: 최은경(초등교사, 아동문학평론가), 송언(동화작가)
예심: 대전 동화읽는어른 모임
■ 심사평
어린이가 책을 읽는 일은 존중되어야 한다. 책을 읽고 감동한 마음을 한 자 한 자 글로 쓰는 일은 어린이의 몫이다. 어른들은 어린이가 즐겁게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여 평생 독자가 되도록 지원할 의무가 있다. 어린이가 책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표현하는 마당이 바로 ‘창비 좋은 어린이책 독서감상문대회’이다. 제24회 독서감상문대회에 응모된 작품은 모두 350편이며 예심은 (사)어린이도서연구회 대전 동화읽는어른모임이 맡아 50편의 작품을 선정해 주었다. 혹시 본심에 갈 만한 작품을 놓칠세라 선정 작업에서 제외된 작품도 다시 읽어 보며 꼼꼼하게 심사해 주신 예심위원들께 고마움을 전한다.
본심에 오른 작품을 심사하며 어린이들의 글쓰기 수준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걸 실감했다. 특히 염효제 어린이의 「『장군님과 농부』를 읽고」는 ‘이런 글을 열한 살 어린이가 쓴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할 만큼 놀라움과 설렘을 주었다. 우리는 격한 감동으로 다가온 염효제 어린이의 글을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것에 동의하며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하였다. “권정생 선생님의 책들은 어려서부터 읽어서 이 책 역시 낯설지 않고 기대되었다.”로 시작되는 염효제의 글에는 책 제목과 표지 그림에 대해 질문을 품고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또한 “나는 장군과 농부를 비교해서 장군에 대해 비판할 점을 많이 발견하였다. (…) 하지만 나는 농부도 다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이유와 장군에 대한 비판을 이야기하려고 한”다며 장군과 농부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과 균형 잡힌 해석이 ‘생명을 살리는 농부의 손’이라는 가치에 기대어 설득력 있게 전개된다. 가족과 함께한 텃밭 농사 경험에 비추어 작품을 읽는 독자가 농부처럼 “생명을 사랑하고 다른 사람을 도울 줄 알고, 행동으로 실천하는 사람”으로 자라기를 바라는 작가의 의도를 제대로 간파하며, 책의 진짜 제목은 “장군과 농부님”이 맞다고 당당히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점도 놀랍다. 『장군님과 농부』를 읽고 쓴 우수상 김윤호(3학년)와 장려상 원가연(5학년) 어린이 글도 눈여겨볼 점이 많았다. 그만큼 권정생 선생의 『장군님과 농부』는 생각할 거리가 풍부한 작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주로 가는 계단』은 이동환(4학년), 남민우(6학년) 어린이의 글 속에 우주적 상상력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동환은 작품 속 주인공 지수에게 “우주에 있는 가족은 아주 잘 살고 있다. 지금은 너만 생각하고 살아라.” 하고 위로한다. 또한 자신이 지수라면 부모가 없는 아이들을 도와주는 봉사를 하면서 상처를 치유하고 싶다는 자기만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어 더 인상 깊다. 남민우는 「평행 우주론의 위로: It`s not all you see」에서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서 우주의 신비를 재미있게 접할 수 있”으며 주인공 지수가 자신의 가족이 다른 우주에서 잘 살고 있기를 바라면서 지금, 여기에서 하루하루 열심히 살고 있는 모습을 근거로 “이 세상이 전부라고 생각해 좌절하는 사람들에게 평행 우주론을 말해 주고 싶다.”라고 밝힌다.
『불량한 자전거 여행 2』를 읽고 임솔(5학년)은 “누군가와 관계가 나빠진다고 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호진이처럼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사랑과 배려는 겨울처럼 꽁꽁 얼어붙은 누군가의 마음에 따뜻함을 전할 수” 있다는 믿음을 드러낸다. 정지윤(6학년)은 「최고의 단장, 최고의 아들 호진이에게」라는 제목의 편지글에서 호진이의 엄마가 되어 “서로의 의견을 존중해 주면서 더 행복하게 살자!”라는 약속을 전한다. 이러한 따뜻한 글은 어린이 독자가 원하는 최고의 결말이 아닐까 생각한다.
시대성을 반영한 작품 『담임 선생님은 AI』를 읽은 김주원(5학년)은 언젠가 인공지능이 한없이 인간에 가까워져 “더없이 멋진 영희 선생님을 반에서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예측하면서 “로봇이 발전해서 단순히 우리 삶을 편안하게 해 주는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 우리와 교감하고 진정한 친구가 되어 줄 날”에 대한 기대를 품는다.
「『수원 화성에서 만나는 우리 과학』을 읽고」를 쓴 김다나(6학년)의 글은 미래지향적이다. 자신이 살고 있는 위례신도시와 정조가 꿈꾸고 만든 계획도시인 화성의 특징을 견주며 화성이 가진 중요성과 현대적 의미를 차분하게 풀어 간다. “환경 오염이 큰 관심거리가 된 요즘인 만큼 미래의 도시에서는 환경친화적인 아름다움도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라는 바람도 놓치지 않는다.
어린이의 마음은 그림 작품에서도 듬뿍 묻어났다. 김윤슬(6학년)은 『딸에게 보내는 노래』를 읽고 봄바람처럼 포근한 색감을 바탕으로 아기의 장난감과 물병, 선반 위의 작은 화분까지 세밀하게 그렸다. 어른이 흉내 낼 수 없는 독특한 질감과 무늬가 살아 있는 그림이다. 『나무가 자라는 빌딩』을 읽고 정세훈(1학년)이 그린 「우리가 함께하는 마을」에는 편지가 열리는 나무도 있고 벌집 모양의 꿀이 흐르는 나무가 자라 사람과 동식물이 공존하는 행복한 세상이 펼쳐진다.
선정된 어린이뿐 아니라 아쉽게도 수상하지 못했지만 신나고 즐거운 책읽기를 보여 준 모든 어린이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초등학교 교사 최은경, 동화작가 송언)
* 수상자에게는 2019년 11월 말까지 상장 및 상품을 우송해 드립니다.
* 수상작 보기:
http://www.changbi.com/archives/category/children-community/child-report-competition
2019년 11월 4일
(주)창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