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은 느낌을 글과 미술 작품으로 뽐내는 어린이들의 잔치 ‘제23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독서감상문대회’가 지난 7월 2일부터 9월 14일까지 진행되었습니다. 총 401편에 이르는 작품이 응모되었고 본사에서 의뢰한 심사위원들이 이를 심사하였습니다. 그 결과와 시상 내역을 아래와 같이 발표합니다. 상장 및 상품은 수상자에게 개별적으로 전달됩니다.
■ 대상(2명) | 상장과 문화상품권 30만원
김서현(서울 당곡초 6)
김준섭(성남 위례푸른초 5)
■ 우수상(9명) | 상장과 문화상품권 10만원
최현서(하남 위례초 3) 박서준(서울 도성초 2) 노영채(대구 태암초 4) 최현서(서울 양재초 6) 박가영(서울 양재초 5) 오주원(서울 도성초 5) 최여원(대구 동일초 6) 손수연(이천 장호원초 6) 박예주(고양 문화초 4)
■ 장려상(20명) | 상장과 문화상품권 5만원
최시유(서울 삼각산초 2) 김주아(서울 성산초 1) 홍은교(인천 창신초 2) 안지민(서울 보라매초 3) 이윤채(서울 대방초 2) 윤가온(서울 일원초 3) 진수호(서울 세륜초 2) 장윤서(화성 청계초 1) 두드림(의정부 호원초 1) 강제훈(쁘띠아뜰리에 3) 김민준(부산 다대초 3) 김가영(서울 보라매초 6) 김누리(계룡 금암초 6) 정다민(서울 대조초 6) 제시윤(하남 위례초 5) 신선이(대구 신천초 4) 윤서로(서울 일원초 4) 최서래(고양 용현초 6) 신성현(서울 봉화초 4) 오유찬(쁘띠아뜰리에 5)
■ 심사위원
본심: 최은경(초등교사, 아동문학평론가), 송언(동화작가)
예심: 대전 동화읽는어른 모임
■ 심사평
책 읽는 어린이와 함께하는 ‘창비 좋은 어린이책 독서감상문대회’가 23회를 맞이하였다. 이번 감상문 대회는 예년과 달리 여러 가지 변화를 보여 주었다. 우선 초등 저학년 권장도서와 고학년 권장도서 외에 학년에 관계없이 전 학년이 응모할 수 있는 그림책 분야 권장도서가 추가된 점이 이채롭다. 이런 변화에 따라 다양하고 질 높은 독서감상문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 작품의 특징을 살려 창의적으로 읽어 내는 글들을 보며 그만큼 책 읽는 어린이의 독서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는 생각에 기쁜 마음이 앞섰다. 예심은 (사)어린이도서연구회 대전 동화읽는어른 모임 여러분들이 맡아 400여 편의 독후감을 함께 읽고 50여 편을 가려 주셨다. 이번 본심에 올라온 작품들을 읽으며 어린이 독자가 개성 넘치는 작품들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가꾼 그 시간이 무척 행복했을 것이라 상상해 보았다.
그림책을 읽고 쓴 글들에서는 그림책이 주는 독특한 맛과 느낌이 실려 있었다. 학년에 관계없이 글과 그림이 주는 색다른 감동을 자신만의 독법으로 읽어 낸 글들이 신선하고 유쾌하였다. 저학년이 자신의 느낌을 꾸밈없이 솔직하게 드러낸 글뿐 아니라 『해룡이』나 『빈 공장의 기타 소리』처럼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담은 책을 읽고 깊이 있는 질문과 마주하며 자신의 생각을 진지하게 드러낸 글을 써 낸 것도 인상 깊었다. 고학년은 작품 속에 담긴 사회의 변화에 따른 다양한 가치와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쓴 글들이 많았다. 글 속에 담긴 비판적인 생각과 번뜩이는 재치는 책과 함께 성장하는 고학년 독자를 느끼기에 충분하였다.
하지만 주제가 드러나는 책을 작가의 의도대로만 읽고 쓴 글이나 자신의 생각을 쓰기보다는 줄거리를 소개하는 데에만 치중한 글도 있었고 저학년 아이의 살아 있는 입말이 아니라 어른의 말로 고쳐진 응모작도 있어, 어린이들이 자신의 생각을 다양한 형식으로 자신감 있게 드러내지 못하는 것에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심사를 할 때 책을 끝까지 충실하게 읽고 썼는지, 책 읽기와 독후감 쓰기를 통해 자신의 생활과 느낌이 어떻게 연관이 되어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또한 아이다운 생각과 표현을 자신만의 글과 그림으로 담아냈는지를 꼼꼼하게 보고자 하였다.
이번 심사에서 가장 치열하게 고민했던 점은 김서현(『마음도 복제가 되나요?』를 읽고)과 김준섭(『디자인은 어디에나 있어!』를 읽고)의 글 두 편이 모두 독자의 개성과 글쓰기의 힘을 보여주는 데 경중을 가릴 수 없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심사위원들은 두 편 모두를 대상으로 추천하기로 했다.
본심에 오른 50여 편의 독후감 중에서 꼭 함께 읽고 싶은 감상문들이 있다. 6학년 김서현의 ‘『마음도 복제가 되나요?』를 읽고’는 다른 감상문과 달리 손 글씨와 그림이 곁들여진 독특한 응모작이었다. 책 속 내용과 자신의 생각의 변화를 글과 그림으로 적절하게 배치하여 감상문이 한 편의 작품처럼 읽혔다. 또한 동화집에 실린 여러 작품 중에 가장 감동적인 작품을 골라내는 안목이 탁월했다. 좋은 독서활동 중 하나는 내가 읽은 책을 다른 이들도 읽고 싶도록 소개하는 것이다. 서현이는 “「마음도 복제가 되나요?」는 뒷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서 나 혼자서 별 이상한 추리를 다 해 봤다. 작가님께서 이 이야기만 따로 뒷이야기까지 쓰신다면 무조건 사서 읽을 것이다. (…) 이 책은 여러 이유로 상처를 받고 또 그 상처를 이겨내는 과정이 나타나 있는 책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에 상처를 입거나 외롭고 우울할 때 이 책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외롭고 우울한 기분은 다 사라진다. 그러니 사람들이 꼭! 한번씩은 보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서현이의 글을 읽으면 이병승 작가의 『마음도 복제가 되나요』를 찾아 다시 읽고 싶어진다. 이처럼 창의적이고 독특함이 묻어나는 글은 서현이가 새롭게 쓴 이야기이자 어린이 문학의 주인은 어린이 독자라는 것을 보여 준다.
5학년 김준섭의 글 ‘『디자인은 어디에나 있어!』를 읽고’는 글 솜씨가 인상적이고 깊이가 있었다. 기승전결이 분명하여 글의 짜임새가 탄탄하고 어색한 문장 없이 매끄럽게 잘 읽혔다. 어른이 도와주어도 이만큼 질 높은 글이 나오기 힘들다는 생각이다. 준섭이는 “사람들은 자신도 스스로 디자인하는 존재가 아닐까”라는 질문을 하고 우리 민족이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다는 점을 찾아낸다. 과거 역사 속 우리 민족이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즐기기 위해 디자인한 한옥과 한국의 정원을 소개하고 현재 디자인의 인위적인 면을 비판적으로 읽어 낸다. 그리고 미래의 디자인으로 버린 물건을 새로운 용도의 물품으로 디자인하는 “업사이클링”을 소개하면서 “환경을 위한 디자인을 하면 결국 우리에게도 이롭고 또 다른 의미의 사람을 돕는 디자인으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디자인의 가치와 의미를 새롭게 읽어 내고 있다. 이만한 독자가 있어 창비 어린이책 역시 더 좋은 책으로 진화해 갈 수 있다.
6학년 손수연의 「할머니와 허리 수술」은 그림책『할머니의 여름휴가』를 읽고 쓴 동시이다. 여름 해는/더 뜨거워지고/할머니 밭에/고추는/해를 닮아/더 빨개지는데/사십 년을/밭에서 보낸/할머니 허리는/앞산을 닮아/휘고 있었지// (…) 두 개의 못을 허리에 박으시고/육지로 다시 나온 할머니// 긴 여름 보내고/집으로 돌아 오셨네// 수연이의 감상문은 그림책의 서정적이고 감각적인 부분을 시로 잘 표현하였다. 시인으로 자라 좋은 작품을 보여 주는 수연이의 미래를 상상하고 응원한다.
4학년 노영채의 ‘『할머니의 여름휴가』를 읽고’는 영채의 그림책 읽기 과정이 잘 드러난다. “빨리 읽고, 다시 천천히 읽고, 앞에서 읽고, 다시 뒤집어서 읽을 만큼 이 짧은 그림책은 흥미롭고 신비했다”는 영채. 그림책 속 소라를 현실과 다른 세계로 이어 주는 통로로 상상하고 “붉은 게는 할머니와 바다에 가고 싶은 손주의 마음”이자 “마지막 장면까지 등장해서 진짜 할머니와 메리의 여름휴가를 증명하는 것”으로 읽어 낸다. 캐릭터의 사랑스러운 점과 작품 전체의 미덕인 고요함까지 읽어 낸 감상문에서 시원한 바닷소리는 덤으로 느낄 수 있었다.
3학년 최현서의 ‘『해룡이』를 읽고’는 자신이 감동한 면을 잘 잡아내어 쓴 글이다. 집을 떠난 해룡이가 다시 돌아와 돈을 전하고 가족들의 신발만 바라보다 떠난 모습이 너무 슬펐다는 현서. “그러나 해룡이가 선택한 행동이 과연 옳았을까”하는 질문을 마주한다. “가족이 가장 바라는 것이 서로 위로해 주며 함께 있어 주는 일이었을지도 모른다”는 것과 “내 주위의 또 다른 해룡이들이 있는지 잘 살펴보고 그 사람의 입장에서 한번 더 생각해 보기로 결심”하는 옹골찬 모습을 보여 준다. 『해룡이』라는 좋은 작품이 있어 저학년 독자가 읽어도 수준 높은 생각을 담은 글이 나올 수 있었다는 데 심사위원들의 의견을 같이했다.
책을 읽고 느낀 점을 매력적인 그림으로 그려 준 독자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책을 읽고 느낌을 그림으로 그리는 과정에서 자신의 재능이나 관심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으면 한다. 지면 관계로 소개되진 않았지만 ‘정말 이렇게 생각했어? 진짜 놀랍다.’라고 무릎을 친 글들이 여럿 있다. 그 친구들에게도 축하의 말을 전한다.
책을 읽고 온통 그 책에 마음을 빼앗긴 아이들, 내가 감동한 책을 다른 친구에게 소개하고 싶은 아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자라니 좋은 어린이책은 오래도록 아이들의 곁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내년에도 후년에도 더 풍성한 글과 그림 잔치가 열리기를 기대한다.
(최은경, 송언)
* 수상자에게는 2018년 11월 말까지 상장 및 상품을 우송해 드립니다.
* 수상작 보기:
http://www.changbi.com/archives/category/children-community/child-report-competition
2018년 11월 2일
(주)창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