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회 우수상_최여원] 『운동장의 등뼈』를 읽고

제23회 창비 좋은어린이책 독서감상문대회 우수상

『운동장의 등뼈』를 읽고

대구동일초등학교 6학년 최여원

동물도 마음이 있어요

‘물도 주고 좋은 사료도 주어야지.’

『운동장의 등뼈』라는 책 속의 또 다른 이야기인 「동식이 사육 키트」는 내가 제일 공감 가는 이야기이다. 내가 좋아하는 애완동물이 나왔기 때문이다. 내 취미는 책을 읽는 것이기도 하지만 책을 읽으며 상상하는 것 또한 내 취미 중 하나이다. 나는 책 속 주인공 또는 주변 환경을 상상하며 책을 읽는다. 내가 이 이야기를 읽기 시작한 뒤 몇 분 안 되어서 나는 ‘핑크베베’라는 이름을 가진 핑크빛 예쁜 동식이를 상상하기 시작했다. 그 동식이를 바라보는 나나의 눈빛과 주인공이 부러워하는 모습을 말이다. 주인공은 나나의 동식이도 곧 나오게 될 것이라는 말을 듣고서는 너무 부러워서 엄마 몰래 동식이를 구매한다. 동식이를 구매하자 어떤 안내 방송이 나오기 시작했다.

“동식이는 화분 형태로 배송되며, 사료와 물을 잘 뿌려 주면 예쁘게 자랍니다…….”

나는 속으로 이 책 속의 아이들이 살짝 부러웠다. 화분 형태로 배달된다는 것이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도 했지만 간단한 방법으로 동물을 키울 수 있겠다는 점에서 말이다.

그런데 머지않아 부럽기는커녕 이 아이들이 얼마나 큰 고통을 선사할지에 대해 두려움이 커져만 갔다.

나나의 동식이는 색깔도 보랏빛에 검은빛이 돌며 이상하게 생겼기 때문이다. 나 역시 나나의 동식이가 징그럽게 느껴졌다. 나나는 같이 반품하러 가자며 회사에 반품을 요구했다. 하지만 회사는 먹이상의 문제라며 반품을 해 주지 않았다. 난 반품을 해 주지 않는 회사를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주인공이 나에게 던진 질문 한마디.

“그럼 버려지는 동식이들은 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맞다. 버려지는 동식이는 다 어디로 가는지 이 책 속에는 쓰여 있지 않다. 어쩌면 회사에 버려진 동식이들만 따로 방 한가득 채워 놓았을지 모른다.

나는 동식이들의 똘망똘망한 눈동자를 생각했다. 동식이들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나를 사랑해 주세요.”

동식이는 마치 물건처럼 다루어진다. 그런 대우를 받는 동식이의 마음 한편에는 주인이 자신을 좋아해 주길 바라는 마음, 조금만 더 신경 써 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주인만을 바라보는 동식이를 버리지 않는 나나에게 나는 참 고맙다고 느꼈다. 징그럽다며 버릴 수도 있는데 말이다.

어쩌면 이 책은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들이 미처 몰랐던 동물의 마음을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주인들에게 조금의 관심을 원하는 동물들, 또 주인이 자신을 싫어하는 것을 알지만 다시 사랑해 주길 바라는 동물들……. 버려지고 학대당하고, 관심 받지 못한 이 아이들은 굳은 결심을 하고서 집을 나오다. 더 이상의 학대와 무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이 책 속의 동식이도 감정을 표현할 수 있듯이 동물들에게도 감정이 있다. 자신이 주인에게 학대를 당하고 버려진 동물들은 어떤 심정일까? 나는 문득 동식이와 우리 인간의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았다.

지구가 아닌 다른 별이 있다. 주인은 동식이라고 생각해 본다. 동식이들이 우리 인간들을 애완동물처럼 기른다. 우리 인간은 구매되고 상자로 배송된다. 어떤 동식이들은 인간이 마음에 들지 않아 버리거나 학대한다. 인간들이 자신들에게 그래 왔듯이. 학대당하고 버려지는 인간들은 애처롭게 이야기한다.

“왜 나를 사랑해 주지 않니? 마음에 안 드니? 너 말 잘 들을게. 귀여운 표정 지을까? 나는 꾸준히 너만 바라보는데 그래도 싫어? 아님 완전 복종할까?”

이렇게 하염없이 말하는데 동식이는 우리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한다. 인간은 동식이를 두려워한다. 동식이는 언제나 우리 인간을 버릴 수 있기 때문에…….

갑자기 나는 이런 별이 실제로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인간이 동물에게 선사한 고통이 다시 인간에게도 돌아오는 별이.

이 세상에는 수많은 생명체가 있다. 그들 모두가 소중하고 별처럼 빛난다. 이 불빛 속에서는 어두워져 가는 불빛도 있다. 버려진 동물의 빛이 어두워져 간다. 인간에 대한 실망감과 배신감 때문인 걸까? 이 동물들은 인간을 피해 멀리, 멀리 달아난다. 자신이 겪은 고통을 잊을 때까지, 나는 이 동물들의 불빛을 밝게 만들어 주고 싶다. 인간으로 인해 고통받은 이들에게 조심조심 다가가서 상처를 아물게 하고 싶다. 나는 언젠가 이들에게 고통을 선사한 사람들이 반성하고 뉘우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