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회 창비 좋은어린이책 독서감상문대회 우수상
『운동장의 등뼈』를 읽고
서울도성초등학교 5학년 오주원
힘들고 외로울 때도 함께 있어 줄게
여러분은 동물과 식물의 특징을 합쳐 만든 유전자 조작 생물에 대해 상상해 본 적 있나요? 만약 그런 생물이 존재한다면 갖고 싶은가요? 유전자 조작으로 그런 생물을 만들 수 있다면 저는 부드러운 털을 가지고 있는 강아지의 복슬복슬한 느낌과 꽃을 피우고 색이 변하는 식물의 특징이 조합된 생물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럼 예쁜 이름도 지어 주고 같이 뛰어놀기도 하면서, 계절마다 변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비현실적으로 들리겠지만, 이런 유전자 조작 생물을 애완용으로 키우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 아이들은 『운동장의 등뼈』의 「동식이 사육 키트」에 나오는 에세와 나나네 반 친구들이에요.
『운동장의 등뼈』는 우미옥 작가님께서 쓰신 단편 동화집이에요. 저는 그중에서 「동식이 사육 키트」가 제일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동식이는 유전자 조작 생물이에요. 제가 상상한 것처럼 동물과 식물의 특징을 조합해서 만든 생물이죠. 동식이는 귀엽고 사랑스러울 것 같아요. 그러니까 아이들이 그렇게 다들 키우고 싶어하겠죠? 주인공 에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저는 동식이를 갖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마음이 너무 공감이 가요. 제가 만약 주인공 에세였어도 그랬을 것 같아요. 요즘 아이들은 슬라임, 스티커, 시바견을 좋아하는데요. 그렇게 뭔가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을 하면 웬만한 아이들이 다 그 유행을 따라가거든요. 엄마한테 졸라서도 사고 만약 그래도 엄마가 사 주지 않으시면 몰래라도 사죠. 「동식이 사육 키트」의 에세도 그랬습니다.
동식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먹이를 살 돈과 책임감, 그리고 마지막으로 동식이와 미래를 함께 하려는 마음이 필요했어요. 이건 동식이를 키울 때만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화분 하나를 키워도 식물이 시들지 않도록 물도 주어야 하고, 거름도 줘야 합니다. 애완동물이 아플 때는 병원에도 가야 합니다. 키우다가 다치거나 아플 수도 있는데, 그렇더라도 절대 포기하거나 버리지 않아야 하죠. 이런 것들을 생각하지 않고 무턱대고 생명을 키우면, 그 생명에게 가장 큰 피해가 갈 수밖에 없습니다. 에세와 같은 반인 나나의 동식이에게 생긴 일처럼 말이죠.
나나는 용돈으로 엄마 몰래 동식이를 샀다가 정체를 알 수 없는 싼 먹이를 사서 먹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에세처럼 말이죠. 그런데 나나의 동식이가 얼룩덜룩 이상한 모양으로 변하자 버리려고 합니다. 나나는 책임감이 부족해요. 책임감이란 예쁘고 귀여울 때만 곁에 있는 것이 아니라, 병이 들거나 문제가 생겨도, 혹 내가 원하지 않는 모습일 때라도 버리지 않는 마음입니다. 힘들고 괴로울 때 같이 있어 주고 도와주는 것입니다. 책임감은 꼭 애완동물과 주인 사이에서만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친구 사이에서도, 선생님과의 관계에서도, 가족 관계에서도 필요합니다. 좋을 때뿐만이 아니라 어려울 때에도 함께 해 주는 책임감이 진실된 관계를 만들어 가는 거겠죠?
나나와 에세는 이상하게 변한 동식이를 반품하려다가 마음을 바꿔 반품을 포기합니다. 버려진 동식이의 최후를 보게 되거든요.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속으로는 내심 반품을 받아 주면 어쩌나, 걱정했거든요. 저는 이 책을 통해 생명은 어떤 경우에라도 소중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어요. 애완동물을 키우다 보면 내가 ‘주인’이라는 이유로 동물에게 함부로 해도 된다고 여길 수도 있잖아요? 주인이 갖추어야 할 자격 조건은 힘이 아니라 책임감입니다. 어떤 생명에게도, 또 어떤 관계에서도 책임감을 잃지 않아야 될 것 같습니다.
창비어린이출판부
Latest posts by 창비어린이출판부 (see all)
- [제24회 대상_염효제] 『장군님과 농부』를 읽고 - 2019/11/04
- [제24회 우수상_김윤슬] 『딸에게 보내는 노래』를 읽고 - 2019/11/04
- [제24회 우수상_김다나] 『수원 화성에서 만나는 우리 과학』을 읽고 - 2019/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