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은 느낌을 글과 미술 작품으로 뽐내는 어린이들의 잔치 ‘제22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독서감상문대회’가 지난 7월 3일부터 9월 11일까지 진행되었습니다. 총 515편에 이르는 작품이 응모되었고 본사에서 의뢰한 심사위원들이 이를 심사하였습니다. 그 결과와 시상 내역을 아래와 같이 발표합니다. 상패와 상장 및 상품은 수상자에게 개별적으로 전달됩니다.
■ 대상(1명) | 상패와 문화상품권 30만원
강호영(인천 굴포초 6)
■ 우수상(10명) | 상장과 문화상품권 10만원
김도경(양산 석산초 6) 김민지(성남 위례푸른초 5) 박정원(서울 신목초 2) 박준서(서울 서이초 5) 유정희(포천 영북초 6) 이소현(서울 잠원초) 이윤채(서울 대방초 1) 이주현(세종 종촌초 6) 최지유(서울 돈암초 6) 홍은교(인천 창신초 1)
■ 장려상(20명) | 상장과 문화상품권 5만원
김경민(서울 영도초 6) 김다은(전주 서일초 3) 김민서(서울 갈산초 2) 김재하(창원 웅남초 4) 마예영(분당 야탑초 6) 문재호(서울 미아초 4) 박선후(서울 월촌초 5) 박지윤(창원 동산초 6) 안정대(김천 아포초 1) 유가영(김포 걸포초 3) 유채민(고양 백마초 5) 윤희연(전주 인후초 6) 이루나(아산 월랑초 1) 이서연(남양주 화도초 3) 장인수(성남 검단초 4) 전연우(인천 먼우금초 5) 정승준(서울 일원초 3) 정유은(서울 목원초 5) 조서연(부천 상도초 4) 추민준(서울 월촌초 3)
■ 심사위원
본심: 김옥(초등교사, 동화작가), 최은경(초등교사, 아동문학평론가)
예심: 대전 동화읽는어른 모임
■ 심사평
올해로 22회를 맞이한 ‘창비 좋은 어린이책 독서감상문대회’는 예년보다 많은 515편의 작품이 응모되었습니다. 늘어난 작품 수를 보며 그만큼 책 읽는 어린이가 많아지고 있다는 생각에 기쁜 마음이 앞섰습니다.
예심은 (사)어린이도서연구회 대전 동화읽는어른 모임 선생님들이 맡아 독후감을 함께 읽고 본심 진출작 50편을 선정하였습니다.본심에 올라온 작품들을 읽으며 아이들이 책과 함께 자신의 생각을 키운 그 시간이 무척 행복했을 것이라 상상해 보았습니다. 저학년 응모작은 자신의 생활과 느낌을 꾸밈없이 솔직하게 드러내서 아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종이에 꾹꾹 눌러쓴 글씨와 그림도 정겹게 느껴졌습니다. 고학년 응모작은 작품 속에 담긴 다양한 가치와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쓴 글이 많아 세상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번뜩이는 재치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줄거리를 그대로 소개하거나 책의 주제에만 치우쳐 쓴 글들을 보며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을 성큼성큼 용기 있게 드러내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심사를 할 때 책을 끝까지 충실하게 읽고 독후감을 썼는지, 책 읽기와 독후감 쓰기를 통해 자신의 생활과 느낌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그리고 자기만의 생각과 표현을 글과 그림으로 잘 담아냈는지를 꼼꼼하게 살펴보았습니다.
본심 진출작 중에서 꼭 함께 읽고 싶은 감상문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6학년 강호영 어린이가 『몸무게는 설탕 두 숟갈』을 읽고 쓴 독서감상문은 아주 인상적인 글이었습니다. 강호영 어린이는 “내 마음도 (…) 사춘기가 오면서 먹먹한 먹지가 되었다. 순수보다는 까칠한 마음이 나를 지배하면서 성격도 난폭해졌다.”라고 썼습니다. 그리고 동시집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마음에 알록달록한 색깔이 번지기 시작하는 걸 느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글을 통해 쉽게 들여다볼 수 없는 사춘기 소년의 마음결을 읽으며 동시가 어떻게 소년의 마음을 출렁이게 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강호영 어린이는 이 동시집을 읽고 다시 시를 써 보고 싶다고 고백하며 「숲」이라는 동시를 썼습니다. 강호영 어린이의 글을 읽고 동시집을 다시 들추어 보며 동시의 힘을 느끼게 됩니다. 이렇게 좋은 동시집과 훌륭한 독자의 만남은 최근 몇 년간 좋은 동시집이 연달아 출간되면서 어린이 독자와 동시의 관계를 가깝게 만들어 가려는 흐름과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창비 좋은 어린이책 독후감대회에서 ‘동시’로 쓴 독후감이 처음 대상으로 선정된다는 점도 의미가 깊습니다.
6학년 김도경 어린이가 『빼떼기』를 읽고 쓴 글은 자신이 직접 빼떼기가 되어 이야기를 차분하게 들려줍니다. 언뜻 읽으면 줄거리처럼 보이지만 이 글의 행간에는 한 작품을 제대로 읽고 공감하며 감정 이입해 쓴 독자의 해석이 들어 있습니다. “그래도 좋은 주인을 만나 행복한 삶을 살게 됐어. 몸이 불편해도 말이야. 그동안 모두 고마웠어. 마지막까지 너희 곁에 있어 행복해.”라는 마지막 문장은 김도경 어린이가 만든 새로운 빼떼기의 이야기이자 ‘문학의 진정한 주인은 독자’라는 말이 떠오르게 했습니다.
이소현 어린이가 『최고의 서재를 찾아라』를 읽고 쓴 독서감상문은 책을 좋아하는 어린이가 책을 읽는 공간인 서재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지를 알려 줍니다. 조선 후기를 살아가는 여덟 인물의 서재를 만난 뒤 “그들의 서재는 서재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 한마디로 그들의 서재는 그들의 삶과 학문이 숨 쉬는, 자기 자신을 그대로 담은 공간”으로 표현했습니다. 무엇보다 자신의 서재를 “책에 길이 있다는 뜻으로 책 ‘서’ 자에 길 ‘도’ 자를 써서 서도재”라고 이름을 짓고 “책에서 길을 찾고 책이 보여 주는 길로 걸어가고 싶다.”라고 말한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책을 향한 마음이 글에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 이소현 어린이의 꿈을 응원하고 싶었습니다.
5학년 김민지 어린이의 독서감상문은 『왕국을 구한 소녀 안젤라의 경제 이야기』를 꼼꼼히 읽고 사려 깊게 쓴 글입니다. 보통 ‘경제’는 다루기 힘든 주제인데 차분하게 글로 정리하면서 현재 우리 사회의 이슈를 잘 끌어낸 점이 돋보였습니다. 김민지 어린이는 책을 읽고 나서 우리나라의 청년 실업 문제를 생각했습니다. 캘버른 왕국의 안젤라 공주처럼 나라가 지원을 해서 청년들이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가정을 이루게 한다면 저성장, 고령화 사회를 막을 수 있다고 썼습니다. 자기의 주장을 당당하게 밝히고 있어서 좋았습니다.
1학년 이윤채 어린이가 『호로로 히야, 그리는 대로』를 읽고 쓴 글은 여덟 살 아이만의 상상과 생각이 그대로 담겨 있어서 읽는 내내 유쾌했습니다. 책의 내용만 읽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 속에 빠져서 상상을 펼치는 모습이 보여 흐뭇했습니다.
이 글에서 언급하지는 못했지만 소중한 글과 그림을 응모해 준 모든 어린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책을 읽은 느낌을 글로 쓰고 그림으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재능과 관심을 새롭게 발견하는 기회가 되었으리라 생각해 봅니다.
책을 향한 두근거리고 설레는 마음을 간직한 아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으니 앞으로 창비 좋은 어린이책 독서감상문대회가 더욱더 풍성한 잔치가 되기를 기대하겠습니다.
(김옥, 최은경)
* 수상자에게는 2017년 11월 말까지 상장 및 상품을 우송해 드립니다.
* 수상작 보기:http://www.changbi.com/archives/category/children-community/child-report-competition
2017년 10월 30일
(주)창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