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창비 청소년 글쓰기 대회 고등부 우수상
『푸른 늑대의 파수꾼』을 읽고
임하령(서울 건국대학교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 1)
『푸른 늑대의 파수꾼』은 일본군 강제 위안부에 대한 내용을 다룬 책이다. 책에는 1940년대의 소녀 수인, 2016년에서 시간 여행을 통해 수인을 만나는 햇귀, 그리고 햇귀를 괴롭히는 태후라는 세 청소년이 등장한다. 햇귀와 태후는 봉사 활동을 통해 할머니가 된 현재의 수인을 만난다. 이후 햇귀는 우연히 시간 여행을 통해 과거의 수인을 만나고, 수인의 운명을 바꾸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햇귀는 수인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인물이다. 첫 시간 여행 이후 자신이 몰랐던 우리나라의 모습을 본 햇귀는 다양한 방법으로 정보를 모은다. 경성이 어딘지도 몰랐던 햇귀가 차츰 우리 역사에 대해 알게 되고, 덮어 두어야 할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과정은 우리가 어떻게 역사를 대해야 하는지 알려 준다. 역사는 과거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다. 먼 과거에서부터 시작된 사건들이 모여 현재를 만들고, 현재의 사건들이 모여 미래의 역사가 되듯이 과거와 현재, 미래는 끊임없이 서로 소통한다. 책에서 다루는 위안부 문제를 예로 들자면, 일본군이 조선의 여성들을 강제로 끌고 가서 갖가지 학대를 가한 것은 분명한 과거의 사건이다. 하지만 그 사건으로 인해 피해를 입고 상처를 입은 사람들은 아직까지 살아 있고, 한국과 일본 간의 부정적인 감정도 여전히 남아 있다. 과거의 사건에만 집착하다 보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말도 맞지만, 세상에는 잊을 수 없는 일도 존재한다. 만약 일본과의 미래 관계를 위해 그들이 우리에게 가한 피해를 모른 척한다면 지금 당장의 관계가 개선될지는 몰라도 우호적인 관계가 언제까지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작은 틈을 무시하면 언젠가 관계가 깨지듯이 역사를 묻어 둔 국가 간의 관계는 언젠가 무너지고 만다. 무조건 과거의 사실만 고집하는 것도 잘못된 방식이지만, 역사를 잊고 나아가려는 생각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역사를 기억하는 방법 역시 중요하다. 책 속에서 태후는 수인 할머니의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며 할머니가 위안부였고, 일본군이 강제로 끌고 간 것이 맞느냐며 할머니의 상처를 조롱하는 글을 적는다. 이 상황에서 태후가 역사적 사실을 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태후는 옛사람들의 상황과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 역사를 바라볼 때는 사실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사실과 함께 그들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갔는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사실만을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옛사람들과 소통하고 그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함께 해야 하는 것이다. 태후처럼 역사를 기억하는 것은 잊는 것만 못한 기억이다.
역사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만들어진다. 우리가 자신의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를 알고, 미래를 고민하듯 역사를 대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과거의 사실을 잊지 않는 것에서 시작해 그 시대의 사람들을 이해하고, 옛사람들의 지혜에서 얻은 깨달음으로 현재를 충실히 사는 것이 역사를 기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과거는 현재의 거울이라고 한다. 햇귀가 시간 여행을 통해 현재의 어려움을 이겨 낼 방법을 찾았듯이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면 우리에게 닥친 어떤 어려움이라도 해결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창비청소년출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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