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창비 좋은어린이책 독서감상문대회 우수상
너도 날아 봐
―『물렁물렁 따끈따끈』을 읽고
서울 연촌초등학교 2학년 최태원
나는 학교를 좋아합니다. 왜나 하면 처음으로 남자 담임 선생님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우리 선생님은 점심시간에 축구도 시켜 주고 숙제를 안 해 와도 ‘다음에 꼭 해 오세요.’ 하고 넘어 가십니다. 그런데 1학년이던 작년에는 안 그랬습니다. 우리 할머니보다 조금 젊으신 여자 선생님이셨습니다. 그 선생님은 축구를 못 하게 하셨습니다. 숙제를 깜빡하고 안 해 가면 아주 칸이 많은 반성문을 쓰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나는 학교에 가기 싫을 때가 있었습니다. 1학년 때 이 책을 봤으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1학년 때 선생님께 야단맞을 때 교실이 물렁물렁하고 따끈따끈해지는 상상을 했더라면 별로 힘들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교실이 남극까지 날아갔습니다. 나는 날아가는 꿈을 자주 꿉니다. 그런데 교실이 날아간다면 정말 신이 날 것 같습니다. 우리 교실에 있는 친구들이랑 물건들이랑 모두 함께 날아간다면? 비행기도, 로켓도 필요가 없겠지요? 거기에서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자격 시험을 볼 때는 기분이 좋았습니다. 왜냐 하면 노는 법을 말하는 데는 자신 있기 때문입니다. 엄마는 나를 보고 ‘노는 데는 박사’라고 하십니다. 자전거 타기, 인라인 타기, 킥보드 타기, 보드게임, 축구, 야구를 모두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무슨 책에서 보니까 아이들은 놀면서 큰다고 했습니다. 나는 더 많이 놀고 싶은데 엄마랑 아빠는 그만 좀 놀고 숙제랑 공부를 하라고 하십니다. 엄마랑 아빠도 어릴 때가 있었을 텐데 왜 그런 말씀만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놀다 보면 몸도 튼튼해지고 기분도 좋아지고 새로운 생각도 많이 납니다.
책에 나온 어른 자격 시험도 무척 쉬웠습니다. 그런데도 틀리는 걸 보면 어른들은 아이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하긴 나를 낳으셨다는 우리 엄마도 나를 보면서 ‘내가 낳았지만 대체 얘는 왜 이러는지 알 수가 없다니깐.’ 하실 때가 많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어른들이 나를 사랑해 주고 ‘빨리빨리’라는 말을 그만 하는 것입니다. 나는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하고 있는데 자꾸 재촉을 하니까 일이 더 잘 안 될 때가 많습니다. 내가 만약 작년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담임 선생님께도 읽어 보시라고 말씀드렸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선생님께서 축구를 하게 해 주시고 야단도 덜 치시고 반성문도 내 주지 않으셨을 텐데…….
지금 우리 반 선생님이 무척 좋기는 하지만 우리 교실이 물렁물렁하고 따끈따끈해져서 시원한 놀이동산으로 날아가면 좋겠습니다. 왜냐 하면 작년에는 놀이동산으로 2학기 현장학습을 갔습니다. 그런데 담임 선생님께서 ‘올해는 2학기에 운동회를 하기로 하면서 현장학습은 가지 않습니다.’ 하고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참 이상합니다. 현장학습을 가는 건 아이들인데 왜 어른들끼리만 결정을 한 걸까요? 교실이 놀이동산으로 날아가면 어쩔 수 없이 현장학습을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 교실아, 너도 날아 봐! 내가 바라는 놀이동산으로!’
창비어린이출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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