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창비 청소년 글쓰기 대회 중등부 우수상
『동물 뉴스』를 읽고
경기 곡선중학교 2학년 이소영
“넌 동물이냐, 인간이냐?”
이 질문을 들었을 때 보통 사람들은 매우 기분 나빠한다. 자신을 한낱 동물 따위에 비교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사실 기분 상할 이유는 없다. 동물은 인간만큼이나 영리하고 때론 더 뛰어난 기질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나도 동물은 인간보다 못한 존재라고 여겼고, 언젠가부터 내 머릿속엔 ‘동물<인간’이라는 공식이 탄생해 있었다. 그런데 동물이 그저 본능만 따르는 어리석은 존재라는 단단한 믿음의 장벽이 이리도 한순간에 무너질 줄은 몰랐다. 내가 생각한 인간과 동물의 구분 기준은 배려의 여부였다(단, 자신의 가족은 제외하고). 야생의 세계는 동족끼리도 물어뜯으며 싸울 정도로 거친데 과연 그 안에 약자가 서 있을 수 있을까? 그런 생각만으로도 벌써 무리에서 퇴출당한 동물 한 마리가 힘없이 누워 있는 모습이 연상되었다. 무리의 이익을 중시하는 동물이 어찌 늙어빠지고 짐 같은 존재를 거두어들이겠는가.
그러나 곧 내 생각이 좁았다는 걸 알았다. 우리가 버스에서 노약자를 배려하고 웃어른을 공경하듯 큰수달도 굶는 동료에게 생선 한 입 내주고, 몸이 둔해진 동료를 물에서 구해 주었다. 이제는 손이 더 많이 가는 존재가 되었음에도 내쫓지 않고 구성원으로 인정하며 잘 보살피는 따뜻한 마음씨에 내 마음마저 따뜻해졌다. 큰수달은 늙은 부모님을 모시기 힘들다는 이유로 요양원에 보내는 짓을 하지 않고, 입에 겨우 풀칠할 정도로 나오는 부모님의 기초수급비를 빼앗지도 않으며, 부모님의 유산을 더 많이 상속받기 위해 가식적인 사랑을 베푸는 짓은 더더욱 하지 않는다. 인간과 달리 큰수달은 순수한 사랑을 베푸는 것이다. 어떠한 보상을 바라지 않는 있는 그대로의 사랑. 이와 달리 우리 인간들은 많이 타락했다. 안타깝게도 순수해야만 할 사랑마저도 죽어 가고 있다. 모두가 그러는 건 아니지만, 요즘 사회는 점점 따뜻함이 식어 가고 얼어 가기까지 하는 추세다.
내가 인간과 동물을 구분하는 기준은 배려의 여부였다. 그리고 지금 내가 깨달은 건 동물과 인간을 구분하는 기준 따위는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행여 인간이 배려를 잊어버려, 오히려 예전 내 생각과 반대 방식으로 동물과 인간이 구분되는 건 아닌지. 그러지는 않았으면 한다.
놀랍게도 동물은 어미 잃은 고아를 키우는 넓은 아량까지 갖추고 있다. 어린 동물은 맹수의 위협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므로 죽기까지는 시간문제다. 마냥 죽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어린 침팬지를 구원하는 구세주가 있으니 바로 어른 침팬지이다. 우리는 아이를 입양하는 사람을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만, 한편에선 오히려 안 좋게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그런 비난자들은 침팬지처럼 넓은 아량을 베풀지 못하고 혈연주의에만 얽매이는 꽉 막힌 사람이다. 침팬지는 어떠한 편견 없이 아기를 받아들이는, 박수를 받아 마땅한 일을 했다. 그렇다고 내가 꼭 입양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사람들이 편견을 버리고 폭넓은 시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충분하다.
이제 ‘인간적’이라고 생각되는 특징을 동물에게 찾기보다 ‘동물적’이라고 생각되는 특징을 인간에게서 찾는 것이 더 맞는 말인 것 같다. 인류는 동물의 깊은 배려심과 진정한 사랑을 본받아야 하며, 동물을 한낱 짐승으로 무시해선 안 된다. 그들에게는 아직도 배울 것이 넘치기 때문이다.
창비청소년출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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