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 창비 좋은어린이책 독서감상문대회 대상
두 번의 발차기
―『기호 3번 안석뽕』을 읽고
고양 중산초등학교 6학년 박동현
동생이 학교 도서 바자회에서 『기호 3번 안석뽕』을 사 왔을 때 나는 책이 저학년용 도서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제목에 흥미가 가서 한번 읽어 보았는데 이게 웬걸. 상당히 재미있고 생각해 볼 점이 많은 책이었다.
석진(석뽕)이는 시장 떡집네 아들이다. 조조(조지호)와 기무라(김을하)와 친한, 그저 그런 평범한 아이었다. 그런데 회장 후보 패거리들과 시비가 붙어 허풍을 놓던 기무라 때문에 얼떨결에 전교 회장 선거에 나가게 되었다.
선거에 나갔으니 당연히 선거 운동을 해야겠지. 이들의 선거 운동은 보통 선거 운동이 아니다. 다른 후보들은 푯말을 들고 기호를 목 터지게 외치겠지만 우리의 후보 안석뽕은 달랐다. 조조는 할머니 고무줄 바지를 입고 립스틱도 바르며 온갖 쇼를 한다. 그러는 동안 기무라는 팻말을 들고 흔든다. 안석뽕은 ‘일등만 사람이냐 꼴찌도 사람이다 꼴찌까지 생각하는 기호 3번 석뽕 안석진’이라는 문구를 붓글씨로 써 내건다.
이 대목을 읽었을 때는 정말 빵 터졌다. 전교 부회장 선거에 나가는 친구를 도와준 적이 있었다. 그 친구의 선거 운동을 할 때에는 팻말 들고 서서 친구의 이름과 기호만 목청껏 외쳤는데……. 이런 방법도 있구나 싶었다. 다음번에 돕게 되면 이런 창의적인 방법으로 선거 운동을 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 책에서 석뽕은 회장 선거에만 휘말렸던 것이 아니다. 석뽕은 재래시장 앞에 생긴 P․MART 사건에도 휘말린다.
백발마녀는 슈퍼 집 딸이다. 기무라나 조조, 석뽕과 달리 위기의식이 매우 투철하다. 시장 앞에 대형 마트가 들어서자 무엇인가 행동을 개시할 생각을 하다니. 그 일로 경찰서에도 가고 고생했지만 그렇게 자신이 원하는 일을 밀고 나갈 수 있는 용기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석뽕이가 회장 선거에 나갈 때 백발마녀는 자신이 추천해 주는 대가로 나중에 부탁 하나를 들어줄 것을 원한다. 그 부탁이 이런 곳에 사용되다니. 솔직히 많이 놀랐다. 백발마녀는 지금 부탁을 하겠다며 석뽕을 대형 마트로 데려간다. 대형 마트에 가서 가져온 치킨 상자를 풀며 석뽕에겐 망을 보라고 한다. 과연 치킨 상자 안에는 무엇이 들었을까. 정말 한 장을 넘길 때마다 긴장감이 몰려왔다. 이윽고 상자 안에 든 것의 정체가 밝혀졌을 때 나는 식겁했다. 상자 안에 든 것은 바퀴벌레였다.
바퀴벌레를 잡아와서 마트에 뿌릴 생각을 하다니. 이건 정말 뭐라고 해야 할지……. 바퀴벌레를 뿌리고 화장실에 갔다 온 백발마녀는 운다. 석뽕이 왜 우느냐고 물었다. 이렇게 화장실이 깨끗한데 어떻게 재래시장에 오겠냐고. 더 서럽게 흐느낀다. 작은 재래시장의 아이들과 거대한 마트. 상대가 안 된다. 쨉이 안 되는 거다. 그런데도 용감히 부딪혀 본 것은 물론 정의롭고 대단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마트 입장에서 보면 매우 기분이 나쁠 텐데 도대체 무엇이 옳은 것일까?
내 부모님께서는 작은 학원을 하고 계신다. 백발마녀가 재래시장을 사랑하고 잘 되길 바라는 것처럼, 자식으로서 당연히 학원에 사람이 많이 몰려오길 바란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다른 학원에 대해 안 좋은 소문을 퍼트리고 학원의 기출 문제집을 빼오는 등의 일은 전혀 용감하고 정의로운 일이 아니다. 언뜻 보기에는 둘 다 비슷한 일 같은데 느낌은 매우 다르다. 도대체 왜 그럴까?
내게는 아직 너무 어렵다.
어찌 되었든 안석뽕은 회장 선거에서 떨어지고 P․MART는 번성한다. 시장 아줌마, 아저씨들이 가게도 아이들에게 맡기고 매일매일 시위를 하는데 말이다.
세상은 참 이상하다. 내가 옳다고 생각했던 것들은 모두 틀리다고 생각한 것들에게 밀리고 있다. 하지만 거봉 선생이 알려준 하늘을 찌르는 체조처럼 열심히, 힘차게 살다 보면 또 모를 일이다. 언젠가 내가 옳다고 생각한 것들이 이길지.
창비어린이출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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