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 창비 좋은어린이책 독서감상문대회 우수상
『너구리 판사 퐁퐁이』를 읽고
문수진(광명 하안남초등학교 5학년)
얼마 전 학교 급식 시간이었다.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나오는데 맞은편에서 달려오던 급식차에 한쪽 팔꿈치가 부딪히고 말았다. 급식차를 끌고 오던 남자 아이는 친구와 장난을 치느라 나를 미처 못 본 모양이었다. 그 아이는 친구와의 장난에 정신이 팔렸는지 나에게 사과도 하지 않고 그냥 자기네 교실로 들어갔다. 팔꿈치를 들어보니 부딪힌 부분이 빨갛게 부어올라 있었다. 나는 너무 속상해서 그 아이를 쫓아가 사과를 받고 싶었지만 용기가 나질 않았다. 그때 문득 학교 복도에서는 뛰면 안 된다는 교칙이 떠올랐다. 선생님은 자주 강조하시지만 나도 그렇고 반 아이들도 그렇고 그걸 지키는 아이는 솔직히 거의 없다. 아마 아까 나를 치고 간 그 남자 아이도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다치고 보니 왜 선생님이 그렇게 강조하는지 이해가 됐다. 생각해 보니 학교에는 여러 가지 규칙이 많은데 나를 비롯한 많은 아이들이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직접 겪고 나니 규칙 하나하나마다 다 지켜야 할 이유가 있는 것 같다. 나는 그냥 부딪히는 정도로 끝났지만 어쩌면 작은 규칙 하나를 어긴 게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학교 안에서는 언제나 크고 작은 사건들이 끊임없이 생긴다. 작은 학교에서도 서로 규칙을 지켜나가지 않으면 혼란스러운데 그보다 몇백 배나 더 큰 사회에서 규칙이 없다면 얼마나 무질서해질까, 생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하다.
나라도 마찬가지다. 커다란 나라가 안전하고 질서 있게 움직이기 위해선 많은 규칙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라엔 법이 있나 보다. 하지만 법은 너무 어렵기 때문에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다가가기 어려운 것 같다. 게다가 법에서 쓰이는 단어들은 따라 읽기도 힘들다. 하지만 어렵다고 피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 법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이니까 아무리 힘들어도 더 알아야 하고, 더 친해져야 한다. 그런 면에서 『너구리 판사 퐁퐁이』는 쉽고 재미있게 읽혔다. 어려운 단어들도 알기 쉽게 설명해 주었고 재미난 사건들로 지루할 틈이 없었다. 그 중에서도 제일 흥미 있던 사건 파일은 마지막 다섯 번째 사건 파일인 「악법도 법일까?」였다. 행복초등학교에 하루 12시간씩 공부해야 한다는 새로운 법이 생기자, 너무 힘들었던 학생들이 자신들의 인권을 침해한다고 모두 함께 모여 공부를 멈추고 항의를 한 사건이었다. 법으로 정한 걸 왜 지키지 않느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내가 생각해도 하루 12시간씩 책상 앞에 앉아 공부하는 것은 너무 힘들고 무리일 것 같다. 책 속에서 판다 교장 선생님은 의회에서 만든 법이기 때문에 무조건 지켜야 한다고 했지만 ‘정말 그래야 하는 걸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학생들이 너무나 힘들고 고통스러워서 지키기 힘든 법이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그럴 경우엔, 지키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왜냐하면 법은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행복을 해치면서까지 악법을 지키는 것은 사람들의 인권을 무시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난 책에서 나온 것처럼 ‘시민불복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아마 법이니까 꼭 따라야 한다고 믿었을 것이다. 하지만 악법이나 사람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법은 꼭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만으로도 퐁퐁이 판사에게 고마워해야 할 것 같다. 앞으로 법에 대해 더 많은 걸 알고 싶어졌다.
창비어린이출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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