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창비 청소년 글쓰기 대회 중등부 대상
『고전은 나의 힘: 역사 읽기』를 읽고
서울 양정중학교 1학년 박정우
이 책의 4장에는 제국주의를 다룬 다양한 고전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 책의 230쪽에는 서구 문물 유입을 서로 다르게 바라보았던 두 사상가의 글이 실려 있다. 그중 나는 후쿠자와 유키치의 쪽을 지지한다. 그 이유로는 네 가지가 있다.
첫째, 배움의 첫 번째 단계는 모방이다. 배우고 익힌다는 뜻인 學習(학습)이라는 단어의 習(습) 자는 새가 부모의 날갯짓을 모방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단은 모방을 통해 사상과 제도를 수용하고 거기서 드러난 문제점을 점진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은 자명한 논리다.
둘째, 자유, 평등, 민주주의, 의회제도 등과 같은 사상과 제도는 짧은 기간 내에 수용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상과 제도는 유럽의 특수한 역사적 환경 속에서 만들어지고 발전되어 온 것이고 수많은 시행착오도 거친 역사의 산물이다. 이러한 것을 수용하는 데에는 현실적으로 많은 시간이 소요되므로 일단 적극적으로 수용한 후 그 운영 과정에서 문제점들을 개선하는 편이 좋다. 후쿠자와의 판단은 이러한 냉철한 현실인식이었다.
셋째, 일본은 중국과 같이 동양 문명을 이끌어 왔던 유구한 문화적 전통을 가지고 있지 않다. 중국과 달리 이러한 점은 오히려 일본이 자신의 문화와 제도에 대한 불필요한 집착을 갖지 않도록 해주는 측면도 있다. 외부의 좋은 문화와 제도가 있다면 그것을 재빨리 수용하여 ‘자기화’하는 어찌 보면 문화 수용에 있어 유리한 측면도 있는 것이다. 일본은 섬나라라는 특성상 외부 세계의 영향력에서 일정 부분 벗어날 수 있는 행운이 있었고 그러한 지리적 특성은 다른 문화를 자신의 필요에 따라 선택 수용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었다. 후쿠자와 유키치는 이러한 자신의 조국 일본의 특성을 명확히 간파하여 해법을 제시한 것이며 쑨원이 말하는 것처럼 무분별한 수용은 아닌 것이다.
넷째, 일본과 중국의 이러한 차이는 결국 현실의 결과에서도 나타난다. 일본은 서구의 식민지가 될 처지를 모면했을 뿐 아니라 아시아에서 당당히 제국주의 국가의 일원으로 성장했고 서구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당당하게 경쟁하게 되었다.
또한, 쑨원의 견해가 틀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쑨원의 견해는 아편전쟁 이후 중국이 겪어 온 100년간의 서구화 과정의 실패를 통해 얻은 것이라는 점이다. 중국은 광대한 영토와 인구, 지역적인 편차, 유구한 유교 문화의 전통과 자부심 등이 있었다. 쉽게 다른 문화와 제도를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쑨원의 견해는 중국이 처한 역사적인 특수성에서 기인한 것이다. 일본이 처한 입장은 이와 다른 것이다. 당시 우리나라가 처한 역사적 특수성은 중국보다는 오히려 일본과 가깝다. 이런 측면에서 나에게는 쑨원의 입장보다는 후쿠자와의 입장이 더 설득력이 있는 것이다.
창비청소년출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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