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에서 출간한 『침대 밑 그림 여행』(권재원 글·그림)이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의 ‘8월의 읽을 만한 책’에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사는 아래와 같습니다.
화가의 그림을 본다는 것은 화가가 색과 선으로 창조한 가상 세계에 관객이 참여하는 행위이다. 즉, 화가가 창조한 상상 세계를 관객이 만나는 일인 것이다. 비단 그림만이 아니라 문학, 음악, 영화, 연극 할 것 없이 예술 감상 행위라는 것은 작가의 상상력에 독자 또는 관객이 동참하는 행위일 것이다. 그러한 행위를 통해 우리는 자신의 감정을 고양시키고 삶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침대 밑 그림여행』은 예술 감상 과정을 한 권의 책으로 만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 그림이는 소방관 복장을 하고 놀고 있다. 혼자 상상놀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때 마침 빨간 불자동차가 나타나 앵앵 소리를 내며 침대 밑으로 들어가고, 불자동차를 따라 그림이는 침대 밑으로 들어간다. 그랬더니 침대 밑에는 그야말로 놀라운 세계가 펼쳐져 있다. 난생 처음 보는 낯선 사람들이 하나씩 나타나는 것이다. 그림이는 이들에게 불자동차를 보았느냐고 물으며 이상한 여행을 계속한다. 그런데 이때 그림이가 만나는 사람들이 바로 마르크 샤갈, 페르난도 보테로, 아마데오 모딜리아니, 빈센트 반 고흐, 조르조 데 키리코, 오귀스트 로댕, 윤두서, 에드바르 뭉크, 호안 미로, 앙리 마티스 등의 작품 속 인물인 것이다. 그림이는 이들과 만나 묻기도 하고, 놀라기도 하고, 함께 춤도 추면서 다양한 느낌을 받는다. 그러다가 한참 만에 그림이는 불자동차를 찾아 사다리를 타고 위로 올라오는데, 그곳이 바로 맨 처음에 자신이 침대 밑으로 들어갔던 그 장소인 것이다.
이 책은 예술 감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작가와 독자, 예술가와 관객의 만남이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앨리스가 흰 토끼를 따라가서 놀라운 세계를 경험했듯이 이 책의 주인공 그림이는 불자동차를 따라가서 놀랍고 새로운 미술 세계를 경험한다. 독자인 우리는 그림이와 함께 여행하면서 다양한 스타일의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예술 감상은 곧 꿈같이 매혹적인 상상 여행이라는 것을 이 책은 잘 느끼게 해준다. 만화 풍의 그림과 아주 다른 스타일의 다양한 작품들이 한 권의 책에서 멋진 앙상블을 이루고 있다. 본문 뒤에는 ‘그림이 신문’난을 두어 독자가 화가와 작품에 대한 궁금증을 풀 수 있게 한 것도 흥미롭다.
추천자 : 이상교, 엄혜숙(아동문학가, 아동도서 연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