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창비 좋은어린이책 독서감상문대회 우수상
나의 스마트폰에게_『지도에 없는 마을』을 읽고
원주 태장초등학교 4학년 이은재
안녕?
그동안 나를 거쳐 간 핸드폰과 지금의 내 소중한 스마트폰아!
나는 『지도에 없는 마을』을 읽고 너와 한몸이 될 뻔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팔에 소름이 돋았지 뭐니?
이 책을 읽고 그동안 내가 핸드폰과 지금의 스마트폰에게 얼마나 집착했는지를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어.
여기에 나오는 도시의 많은 사람들과 자작나무 섬의 보담이 엄마 또한 자신이 집착하는 물건 속으로 사라져 버리는 일이 생겨 버렸거든.
이 사람들의 공통점은 어느 한 가지 물건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자신이 흡수되어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줄도 모르고 없어졌다는 점이야.
나는 언니가 있어서 닌텐도 게임기와 컴퓨터, 핸드폰도 언니가 처음 썼던 나이보다 일찍 쓰기 시작했어. 그래서 나에게 언니보다 더 자제하는 능력이 없었나 봐.
매일 엄마에게 그만하라는 소리를 들을 때까지 하다가 결국엔 혼이 나서야 그만둔 적이 한두 번이 아니거든.
한 달 전에는 아빠와 엄마를 졸라서 기어이 지금의 내 가장 소중한 보물 1호인 너, 스마트폰을 얻어 내고야 말았어. 그 순간에는 정말 기분이 너무 좋아서 하루 종일 웃고만 있었던 것 같아.
물론 엄마가 내가 너를 사용하면서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들을 만들어 적은 각서에 내 이름을 적고 도장도 꾹 찍고. 꼭 지키겠다는 다짐을 열 번도 더 하고 나서 너를 자유롭게 만질 수 있었지만 말이야.
나는 네가 정말 신기했어. 벨 소리, 여러 게임들, 패턴, 테마 바꾸기, 카톡, 카스에 사진을 올리고 댓글 다는 일, 검색 등 너무 많은 것들이 나를 자꾸만 유혹을 해 시간이 언제 지나가는지도 모르고, 눈을 감아도 생각나고, 자고 일어나서도 너를 제일 먼저 켜면서 하루를 시작하게 되는 지경이 되었지 뭐야. 또, 엄마나 아빠 눈을 피해 몰래 하기도 하고…….
나는 이 책을 읽고 많이 반성하게 되었어. 생각해 봐. 어느 날 내 방에 나는 없고 너 스마트폰만 덩그러니 있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어.
내가 너한테 흡수되면 나는 너를 만지지도 보지도 못 할 텐데……. 무엇보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가족들과 친구들, 맛있는 음식들, 재미있는 물놀이 등등 아주아주 많은 일을 못 하게 되잖아.
그래서 나는 너를 이제부터 멀리하기로 했어. 하긴 오늘 안과에 가서 시력 검사를 하니 언니는 안경을 안 바꿔도 되는데 나는 3단계나 낮아져 안경을 바꾸는 바람에 학원 갈 때와 학교 갈 때 외에는 집에서 너를 하는 일이 금지되었어. 너를 가까이하고 싶어도 어쩔 수가 없지만 말이야.
그렇지만 오해하지는 말아 줘. 난 어쩔 수가 없어서 너를 멀리하려는 게 아니라 정말로 스마트폰 너를 자제하기로 마음먹었거든. 그러니까 내가 너를 멀리한다고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고 내가 너에게 집착하지 않도록 날 도와줘.
그런데 이 『지도에 없는 마을』은 참 이상한 책인 것 같아.
생각해 봐. 영혼이 물건에 흡수된 이야기라면 귀신이라도 나올 것만 같은 상황이 펼쳐져 정말 무시무시하고 끔찍한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데 이상하게도 이 책에서는 끔찍하고 무섭기보다는 슬픈 마음이 드는 건 왜일까?
이건 내 생각인데 그건 아마도 보담이 엄마와 실종된 사람들이 몸만 왔을 뿐 마음은 여전히 물건에 갇혀 있어서가 아닐까?
내가 책 속에 나오는 실종된 사람들처럼 되었다면 아마 우리 엄마는 매일매일 눈물만 흘리고 있을 거야. 그 모습을 생각하니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지 뭐야.
언제나 나를 즐겁게 해 준 스마트폰아! 이제 내 마음 알겠지?
날 지켜봐 줘. 내가 조절하는 능력을 키워 너를 필요할 때 잘 쓰는 날까지…….
약속할게. 날 꼭 지켜봐 줘!
2012년 8월 9일 수요일
내 스마트폰에게 은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