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물이 과잉생산되고 속독법이 만연하는 이 시대에 이 이상들[간단함, 명료함]은 독자로 하여금 문장을 빠르게 읽어가면서 스쳐지나가는 기성품 사상을 수월하게 받아들이도록 만들고, 따라서 진정한 사고를 하려면 언어의 물질성 속으로 들어가서 문장 형태를 취한 시간 자체에 동참할 필요가 있음을 간과하게 만들고 있다면? 아마도 이들 중 가장 세련된 변증법적 지성이며 가장 세련된 문장가라고 할 수 있을 아도르노의 언어에서는, 밀도 자체가 비타협성의 산물이다. 빽빽한 추상관념과 전후 참조들도 바로 그것을 둘러싼 값싼 용이함에 맞서는 것으로, 이런 상황 속에서 읽도록, 즉 진정한 사고를 하려면 댓가를 치러야 한다는 점을 독자에게 알리는 경고로 읽히도록 의도된 것이다. 문체의 단호한 추상성은 개별적이며 경험적인 현상을 넘어서서 그 현상의 의미에까지 나아가라는 명령인 셈이다.”
이러한 명령에 주눅 들지 않을 이라면 분명 프레드릭 제임슨의 문장을 읽고 즐길 수 있을 거라고, 그런 생각이 들어 이 책의 <머리말>에서 발췌해보았습니다. 이 책, 『맑스주의와 형식』은 현존하는 가장 탁월한 문학·문화비평가의 한 사람으로 손꼽히는 프레드릭 제임슨이 1971년 발표한 작품입니다. 그의 두번째 작품이죠. 우리에겐 1984년 처음 소개되었고(그때의 제목은 『변증법적 문학이론의 전개』였고요), 30년 만에 개정판이 다시 나온 거랍니다.
제임슨은 계급구조가 은폐되고 체제에 의한 물화가 전면화한 자본주의 시대에 대응해 정통 맑스주의 문학이론을 재정립하고자 아도르노, 벤야민, 마르쿠제 등 프랑크푸르트학파와 블로흐, 루카치, 싸르트르 등 주요한 맑스주의 이론가들의 저작에 대한 독보적인 분석을 이 책에서 선보이고 있답니다.
30년이 지나도 유효한 그의 분석을 한번 즐겨보시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