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창비 청소년 글쓰기 대회 중등부 우수상
비바, 천하최강, 비바, 나의 친구들! — 『비바, 천하최강』을 읽고
서울 정신여자중학교 2학년 강민지
25여 년 전 엄마의 중학교 시절과 나의 시절은 닮아 있다. 엄마도 지금의 나처럼 친구들과 같이 좋아하는 가수를 화두로 삼아 수다를 떨고, 용돈을 모아 앨범을 사고, 가수 사진을 보며 가슴 떨려 하며, 쉬는 시간마다 육상 선수 버금가는 속도로 매점으로 달려가 낄낄거리며 함께 빵을 나눠 먹었다고 한다. 우연히 엄마의 학창 시절 얘기를 듣고 난 후 나는 정말 깜짝 놀랐다. 엄마의 학창 시절이 바로 나의 학창 시절과 너무도 닮아 있기 때문이었다. 25년 후, 나도 엄마처럼 바로 어제 일처럼 예전의 학창 시절을 그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고 있을까?
이 책의 4명의 주인공들은 책을 읽는 내내 내 친구들을 떠오르게 했다. 승언, 성운, 영인, 완균. 4명의 주인공들은 학창 시절의 단짝 친구이다. 이들은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영인이네 집에 모여 함께 영화를 보는 등 늘 함께했고, 넷 중 누군가가 부당한 일을 당할 때 그냥 보고 있지 않고 도와주는 의리 있는 친구들이다. 이 글의 화자 승언처럼 나에게도 잃고 싶지 않고, 평생을 함께하고 싶은 세 명의 단짝 친구들이 있다. 영민, 지인, 정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친하게 지내는 친구 영민. 나와 성향과 취향이 비슷한 영민이는 이 책 속 영인과 닮아있다. 덩치 큰 복학생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완균을 위해 제 몸 다치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온몸을 던져 싸우는 영인, 초등학교 3학년 때 줄넘기로 때리는 남자 친구에게 ‘왜 그러느냐’며 대들어, 나 대신 맞은 영민. 검사가 된 영인은 성운이 죽은 후, 사건을 맡지 못한 것에 대해 성운은 물론 다른 친구들에게 심한 죄책감을 느끼고, 미안해했다. 책 속 영인과 내 친구 영민은 많은 부분에서 겹쳐 보인다.
내 친구 지인은 주인공들 중 한 명인 완균이와 닮은 구석이 많다. 지인이도 완균처럼 굉장히 내성적이고 순진하다. 완균은 복학생에게 온갖 쓴 소리와 괴롭힘을 겪어도 그냥 멍청히 당하고 있다. 지인도 마찬가지다. 지인을 싫어하는 아이가 있었는데, 그 아이가 지인을 아무리 못살게 굴어도, 지인은 아무 말 없이 그냥 당하고만 있다가 학교가 끝난 후에야 나에게 힘들었던 일을 털어놓곤 했다. 그때마다 참고만 있는 지인이가 너무 안쓰러웠다. 완균처럼 성격이 유하고 온순한 지인이 덕분에 조금 이기적이던 내가 많이 겸손해졌다. 그렇지만, 책 속 영인처럼, 내 친구 영민이처럼 지인이를 괴롭히는 애들에게 맞서 지인이를 보호해 주지는 못했다. 그래서, 나는 나와 다른 책 속 영인이에게, 내 친구 영민이에게 끌릴지도 모른다.
초등학교에서 혼자만 덩그러니 이곳 중학교로 배정된 나는 친구가 없어 힘들었다. 이때 비슷한 처지였던 정윤이를 만났다. 정윤과 나는 친구가 없는 비슷한 처지라 그랬는지 서로가 더욱 절실했다. 이 책에서 성운이가 처음 등장하는 장면에서 정윤이 생각이 절로 났다. 마치 성운이는 정윤이의 남자 버전이랄까. 책 중심에는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의 성운이 성폭행을 당하고 있는 여자아이를 보고 지나치지 않고 성폭행범과 맞서 싸우다가 칼에 찔려 죽은 비극이 있다. 내 친구 정윤도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이다. 우리와 함께 다니던 친구 중 한 명이 다른 아이와 오해가 생겨 무척 힘들어한 적이 있다. 정윤이 자신의 일처럼 불같이 화를 내며 “내가 대신 싸워 줄까?”라고 얘기하는 것이 아닌가. 그 후로도 정윤이는 그 친구를 절대 좋게 보지 않았다. 성운이가 책 속에서는 주로 드세고, 용기 있는 인물로만 묘사됐지만, 나는 책을 읽으면서 내 친구 정윤이와 오버랩하며, 성운의 숨어 있는 여린 면이 느껴졌다. 정윤이도 힘든 일이 있으면 나에게 털어놓고 가끔은 여린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 책의 네 명의 주인공은 다르지만 서로 닮아 있다. 나와 세 친구들도 닮은 듯 다르다. 아니, 서로 다른 점에 끌려 친구가 되고, 서로를 말없이 닮아 가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궁금해진 엄마의 학창 시절을 듣고 깜짝 놀랐듯, 이 책 속 학창 시절과 엄마의 학창 시절, 그리고 나의 학창 시절은 다른 듯 서로 닮아 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친구는 제2의 자신이다’라고 말했듯이, 나는 내게서 문득문득 친구를 위해 무엇이든 해내는 영민이의 모습을, 내성적이면서 소심한 지인이의 모습을, 정의롭지만 여린 정윤이의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 내 친구들도 나처럼 문득문득 서로의 모습을 발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비바, 천하최강!” 책 속 네 명의 주인공들이 우정이 영원하기를 비는 주문처럼 나도 주문을 왼다. “비바, 나의 친구들. 브라보, 나의 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