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창비 청소년 글쓰기 대회 고등부 우수상
『세한도의 수수께끼』를 읽고
대전 성모여자고등학교 2학년 이소현
‘모든 것은 수학적으로 진행된다.’
미적분법을 확립한 독일의 수학자, 라이프니츠가 한 말이다. 이 말을 처음 접했을 때, 그럴 듯해 보이지만 과장이 심한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세한도의 수수께끼』를 한 장씩 넘겨 가면서 그때 당시의 시각이 180° 바뀌었고 세상의 만물들이, 아니 우리 주위의 일상적인 일들과 그 안의 물건들조차 수학적 원리를 담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정말로 모든 것이 수학적 원리와 작은 부분이나마 교집합을 갖고 있으며 그 원리로서 일이 진행되며 해결되고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 한 권의 책이 자칫 잘못된 생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나의 편견들을 깨끗한 체로 걸러 준 셈이다.
나에게 사고의 전환뿐 아니라 시각적인 즐거움까지 선사해 준 『세한도의 수수께끼』에서 가장 흥미롭게 본 부분은 윤기와 진주를 포함한 등장인물들이 ‘국보급 유물’ 세한도에 숨겨져 있는 진정한 보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금강비를 다루었던 마지막 장면이었다. 책에 따르면 금강비는 1.414의 비율을 뜻하는 단어로 서양의 황금비와도 연관되어 있는 개념이다. 추사는 담백한 필체와 함께 이 섬세하고도 유려한 비율의 멋을 세한도에 완벽히 덧입힌 것이다. 1:1.414의 다이아몬드 같은 비와 네 그루의 소나무로 상징되는 선비의 강인한 지조와 절개가 어우러져 있는 세한도는 감히 남의 나라 사람들도 탐낼 정도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마지막 부분 중에서도 잠시 언급된 한국의 문화유산에 숨어 있는 수학적 원리에 많이 관심이 갔는데 부석사 무량수전, 석굴암 속의 금강비가 그것이다. 부석사 무량수전의 건물 높이와 너비의 비율이 금강비로 이루어져 있고, 석굴암에서 역시 석굴과 불상의 높이가 금강비에 딱 들어맞는다는 내용을 읽고 그 옛날에 현대 기술로도 어려워 보이는 정교한 구도를 설정해 무구한 역사 속에 수학을 녹여 낸 조상님들의 지혜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문득 세한도의 ‘수수께끼’는 세한도만이 아닌 우리의 고전 예술 속에서 발견한 다양한 수학적 원리들을 뜻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우리의 옛 건축물과 그림 등에서 찾아볼 수 있는 비례적이고도 계산적인 아름다움이 결국 구무라 일행이 그토록 고군분투하며 찾으려 했던 귀중한 보물이었다는 사실은 책의 제목과도 일맥상통하는 듯하다.
그렇다면 이토록 섬세했던 그 옛날의 수학적 원리가 오늘날의 실생활에서는 어떤 분야 속에 스며들어 응용되고 있을까? 답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다. 배달하는 아저씨도, 우리 집을 처음 방문하시는 손님도 집 주소를 찾기 힘들어 헤매곤 했던 그때의 땀을 한 번에 닦아 줄 ‘새 주소 제도’가 그 주인공이다. 2011년 7월, 전국적으로 동시 고시된 새 주소는 도로 이름과 건물 번호로 이루어져 있다. 이 새 주소는 도로의 폭이 40m가 넘거나 왕복 8차선 이상의 도로를 ‘대로’, 대로보다는 작지만 폭이 12m가 넘거나 왕복 2차선 이상의 도로는 ‘로’, 이 밖의 도로는 ‘길’이라는 새로운 도로 용어를 제정하여 도로 크기를 나타내고 있다. 또, 건물 번호는 도로가 시작하는 곳에서부터 20m구간마다 붙여진 기초 번호를 사용하여 도로 왼쪽 건물에는 홀수, 오른쪽 건물에는 짝수의 번호를 부여한다. 그리고 20m마다 숫자는 2씩 올라간다고 한다. 즉, 새 주소 제도는 도로와 건물을 효과적으로 분류하기 위해 간단한 수학적 원리를 사용한 것이다. 이처럼 건물의 위치까지도 정확히 담고 있는 새 주소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찾아가고자 하는 목적지에 대한 정보들을 알기 쉽게 제공해 줌으로써 나침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결국 우리 또한 자유분방하면서도 질서정연한 숫자 속에서 하루를 보내고 있으니, 사람들이 수학 원리들로 가득한 세상에 살아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동서를 막론하고 과거에서 현재까지, 현재에서 바라보고 있는 미래까지도 지배하고 있는 디지털 숫자들, 그리고 수학. 우리가 앞으로도 일상생활에서 만나게 될 수학적 원리는 또 어떤 것들이 있을까? 발전해 가는 새로운 나날을 꿈꾸며 마침표를 찍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