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다닐 때 가장 어려웠던 과목은? 수학이라고 대답하는 분들이 가장 많을 것 같습니다. 저도 그랬고요. 제가 수학을 어려워하게 된 두가지 큰 계기가 있었는데요, 하나는 2.45 곱하기 47.6처럼 자릿수가 다른 수끼리의 곱셈이었어요. 선생님은 이런 경우엔 일단 계산할 때 소수점을 떼 버리고 245랑 476을 곱한 다음에 소수점을 나중에 찍으면 된다고 하셨는데, 저는 ‘그럼 47.6한테 너무 미안하잖아? 서로 크기가 저렇게 다른데 같다고 생각하고 일단 곱하라니, 너무 자존심 상할 것 같아.’ 이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왠지 굉장히 편법인 것만 같고, 다른 아이들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걸까 궁금하고, 그런데 선생님께 말은 못하고…….
이렇게 그냥 숫자에 불과한 것들에도 나도 모르게 마음을 부여하게 되니까, 저에게 수학은 너무 냉정하고 마음을 숨겨야 하는 과목 같았어요. 그러다 또 한 번 수학에서 큰 벽을 느끼게 된 것은 함수와 그래프와 입체 도형이 나오는 부분인데요(아, 지금 이렇게 열거하기만 해도 벌써 아득해지네요), 그 중에서도 입체 도형, 도형을 회전시키면 어떤 도형이 될지 예측하는 것은 정말이지 머릿속으로 상상이 안 되는 거예요! 저는 그냥 동글동글한 원은 참 귀엽다, 직사각형은 우직하게 생겼네, 개성 있는 마름모는 AB형일 것만 같아, 원뿔은 뾰족해서 무섭게 생겼어, 그런 생각에 빠져 있었을 뿐.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하는 아이들에게도 희망이 생겼어요. 『반원의 도형나라 모험』을 읽어 봤더니 글쎄, 반원은 완벽한 원도 아니고 그렇다고 다각형도 아니라며 반쪽이라고 놀림을 받고, 평면 도형은 입체 도형을 무서워하고, 정다각형은 우쭐거리고, 그런 얘기들로 가득 차 있었던 거예요! 이런 책이 진작 나왔으면 수학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훨씬 줄었을 텐데. 게다가 이 책은 모험 동화로서의 역할도 충분히 해 내는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입니다. 반원이의 형 동그라미는 어디로 갔을까요? 과연 입체 도형의 음모는 무엇일까요? 궁금해하며 따라 읽다 보면 수학에 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거예요. ‘타일처럼 붙일 수 있는 도형은 한 꼭짓점에 모인 내각의 합이 360도’ 같은 무정한 내용을 이렇게 따뜻하게 풀어낼 수 있다니, 하고 감동하실 겁니다._청소년팀 정소영
창비청소년출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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