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제게 고양이는 낯선 동물이었어요. 엄마도 고양이는 요물이라고, 정 안주는 동물이라며 싫어하셨구요. 그러다 초등학생 때 제 인생에 첫 묘연을 만났어요. 처음에는 개와는 다른 언어를 쓰는 고양이가 많이 신기했습니다. 불러도 오지도 않고 만지려 하면 슬쩍 빠져나가는 통에 어린마음에 상처도 받았지요. 내가 이렇게 잘해주는데! 왜 날 좋아하지 않는 거야? 라며. 턱을 긁어주면 좋아할까 싶었는데 고르릉 고르릉 기관차 소리를 내기에 화난 줄 알기도 했구요. 날이 갈수록 고양이와의 오해(?)는 자연스럽게 풀어졌고, 그 은근한 매력에 빠져들었습니다. 고양이는 요물이라던 어무니마저..
그런 어릴 때의 제가 떠오르는 그림책이 있습니다.
권윤덕 선생님의 『고양이는 나만 따라해』인데요, 처음 한번은 큭큭거리면서 읽었어요. 아이와 고양이의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워서요. 인터넷에서 본 어떤 동영상도 생각났고요. [동영상 보기] 두번째 읽을 때는 작가의 관찰력에 놀라며 읽었어요. 책에 묘사된 고양이 그림들이 말도 안 되는 동작들 같아 보이지만, 저는 ‘아니 우리 집 고양이를 언제 순간포착 도촬해 가셨나?!’했거든요. 고양이를 키우는 반려인이라면 공감하실 거예요. 소리가 나는 쪽으로 귀만 쫑긋 눕혀지는 작은 디테일까지 신경 쓴 그림에 감탄 또 감탄. 그리고 세 번째 읽을 때는 조금 짠해졌습니다. 아이를 중심으로 읽게 되었거든요. (지금은 상상도 못할) 수줍고 내성적이었던 소녀시절. 맞벌이 부모님 때문에 늦은 저녁까지 혼자 집에 있었던, 15년도 더 묵은 기억들이 민화풍의 깊고 진한 채색을 통해 순간 생생해지는 느낌이라 가슴한쪽이 저릿해졌어요. 그림책 속 소녀는 고양이를 통해 자기도 모르는 새 위로받고 한층 성장합니다. 어찌나 다행인지요!
“이제 진짜 내가 고양이를 따라 해야지!” 이렇게 결심하면서 아이는 한 발짝 크게 앞으로 걸음을 내딛는다. 그 걸음을 따라 고양이는 아이를 떠나 여리고 외로운 또 다른 친구를 찾아간다. _계간 graphic plus #2 창작 그림책과 작가들 특집 권윤덕 인터뷰 중에서
『만희네 집』부터 『시리동동 거미동동』 『일과 도구』 『꽃할머니』까지 권윤덕 선생님의 글과 그림은 글의 주제와 그림의 기법?쓰이는 재료까지 다양하지만 관찰 대상(주제)에 대한 애정과 고찰을 공통분모로 두고 있습니다. 덕분에 그림책을 읽는 독자는 자기도 모르는 새에 마음이 따뜻해지고요. 한번만 읽으면 놓칠 수도 있는 숨은 이야기를 찾아내는-혹은 만들어내는- 재미도 있습니다. 『고양이는 나만 따라해』에서도 그런 숨은 장면이 있는데요, 에필로그 격인 마지막 담장 뒤에 빼꼼 나온 고양이 컷이 그것입니다. ‘여리고 외로운 또 다른 친구를 찾아’간다는 작가가 숨겨놓은 설정이 너무나도 사랑스럽습니다.
글을 맺으며 동영상을 하나 더 링크해 봅니다. 일명 ‘고양이가 찍은 영화’라는 영상이예요. 소리도 꼭 함께 들으세요. 음악이 좋습니다. _어린이출판부 디자이너 이은혜
창비어린이출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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