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세 알아채셨나요? 바로 고구마입니다.
『아주 아주 큰 고구마』 라는 그림책에는 이렇게 장장 8장에 걸쳐 거대한 고구마가 그려져 있습니다. 파란하늘유치원 아이들이 고구마를 캐러 가기로 한 날, 아침부터 비가 내려서 아이들은 대 실망입니다. 하지만 고구마가 얼마나 크게 열려 있을까, 우리는 얼마나 큰 고구마를 캘 수 있을까 하고 상상하기 시작하자 곧 즐거워집니다. “이만큼 커질까?” “아냐, 이-만큼 커져.” “아냐, 아냐. 이-만큼 이-만큼 커져.”
그러면서 아이들은 다음 날 캐게 될 고구마를 그리기 시작해요. 그리고 등장하는 엄청난 위용의 고구마! 이런 말은 조금 남세스럽지만 저는 책 한가득 온통 고구마 밖에 없는 장면들을 넘기면서 점점 고조되는 긴장감과 흥분을 느끼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맛있는 것을 여럿이 함께 모여서, 배불리 먹고, 신나게 놀고 싶다는 인간의 원초적인 욕구들을 모두 만족시켜 주는 이 그림책은 저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즐거운 마음을 불러일으킬 거예요.
사설을 붙이자면 저희, 회사 농부들도 엊그제 고구마를 캤습니다. 이미 증거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지만, 정말로 ‘아주 아주 큰 고구마’도 캔 것입니다. 그간 꼬부라진 가지나 뻣뻣한 식감의 상추와 같이 보잘것없는 소출을 자랑스럽게 들고 와 선심 쓰듯이 (조금) 나누어 주며 의기양양해하는 농부들을 보면서 ‘저 사람들이 왜 저러나’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런 비웃음을 다 이겨 내고 드디어 번듯한 고구마를 캔 날이 온 것입니다. 여름내 하늘유치원 아이들처럼 고구마가 얼마나 커질까 하며 두근두근하기도 하다가, 아냐 비료도 물도 제대로 안 주는데 어떻게 잘 자라겠어 하는 비관적인 생각을 하면서 고구마밭을 바라봤었습니다. 그래서 흙을 파내는 호미 끝에 고구마가 걸릴 때마다 감동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지요. 다들 서툰 농부들 손에서도 이렇게 쑥쑥 자라 준 고구마를 마냥 기특해했습니다. (물론 고구마를 가득 채워 올 요량으로 빈 상자를 네 개나 가지고 가셨던 모 국장님께서는 상자 두 개밖에 채우지 못해 다소 실망하기도 하셨지만요.)
저는 추위를 싫어하는 탓에 어느 순간 가을이로구나 하는 생각을 할 때부터 우울해지던 여느 해와 달리 올해는 고구마 덕분에 가을의 즐거움을 맘껏 느끼고 있는 중입니다. _어린이출판부 서채린
창비어린이출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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