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루따 타루히 글, 타바따 세이이찌 그림 『벽장 속의 모험』
창비에 입사하고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이었습니다. 일본인 할아버지 손님 한 분이 회사로 오셨습니다. ‘후루따 타루히(古田足日)’라는 이름의 작가라고 했어요. 사실 그때는 말 그대로 어리바리한 신입 사원일 때라 그분이 어떤 분인지, 무슨 내용의 책을 썼는지 잘 알지 못한 채 미팅 자리 구석에 앉아 있을 따름이었지요. 후루따 할아버지는 무척 단정한 인상이었습니다. 또 본인이 쓴 『벽장 속의 모험』(창비 2003)이 1974년 일본에서 출간된 이래 지금까지도 많은 아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며 책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분이셨습니다.
‘벽장 속의 모험? 음, 일단 제목이 흥미진진한데?’
후루따 할아버지와 짧은 만남을 가진 뒤에야 저는 책을 펼쳤습니다.
여기는 벚꽃 유치원. 벚꽃 유치원에는 무서운 게 두 가지 있습니다. 바로…… 벽장과 쥐할멈. ‘벽장’은 급식 시간이나 낮잠 시간에 소란을 피우면 그런 행동을 한 아이가 갇히는 곳이고, ‘쥐할멈’은 선생님들이 하는 인형극에 등장하는 무서운 캐릭터입니다. 어떤 의도였건 간에 아이를 벽장에 가둔다는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일단 패스. 낮잠 시간에 소란을 피운 두 아이, 아끼라와 사또시가 함께 벽장 속에 갇히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는데요, ‘내가 잘못한 게 아닌데, 나한테 왜?’ 하며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가, 그 안에서마저 장난을 치기도 하고, 그러다 갇힌 공간이 주는 공포(쥐할멈이 나올 것만 같은 혹은 나오는)와 싸우며 서로 화해하고 함께하는 이야기가 정말 흥미진진하게 펼쳐져 순식간에 흠뻑 빠져 읽었습니다. 요즘 말로 LTE급 전개로 지루할 틈이 없었어요. 숨 막히는 모험을 마치고 벽장 속에서 나온 개구쟁이 사또시와 아끼라는 이렇게 말합니다. “벽장 속은 쥐할멈 나라야. 대모험을 할 수 있는 곳이라고.” “대모험도 할 수 있지만 땀띠도 나는 곳이야.” 그리고 선생님은 사또시와 아끼라에게 벽장 속에 오랫동안 가둔 것에 대해 사과합니다.
현실과 비현실 세계를 넘나드는 모험 이야기 『벽장 속의 모험』. 무서운 이야기는 물론이고 까닭 없이 무서운 장소 역시 정말 무서워하는 저로서는 벽장이라는 공포의 공간을 멋지게 극복해 낸 아이들이 무척 대견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이런 아이들의 심리를 이야기 속에 탁월하게 그려낸 후루따 할아버지가 정말 대단하게 생각되었습니다. ‘작가를 만나기 전에 미리 이 작품을 읽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컸고요. 때때로 책장에서 『벽장 속의 모험』을 꺼내 읽습니다. 뭔가…… 힐링되는 느낌……. 여러분도 꼭 한 번 읽어 보시면 좋겠습니다._어린이출판부 천지현
창비어린이출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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