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2006년 가을에 발간된 계간 『창비어린이』 14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 편집자.
한국_천지현(어린이책편집자)
『고양이 학교』 프랑스 ‘앵꼬륍띠블 상’ 수상
뜨거운 여름이 시작될 무렵, 지구 저편에서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김진경의 장편동화 『고양이 학교』(전5권, 김재홍 그림, 문학동네어린이)가 지난 6월 7일, 프랑스의 권위 있는 아동·청소년문학상인 ‘앵꼬륍띠블 상(Le Prix des Incorruptibles)’을 받았다는 것이다.
올해로 17회를 맞는 이 상은 여느 상과 달리, 프랑스 내 3천여 학교 관계자와 15만여 명의 어린이와 청소년 들이 직접 수상작을 선정해서 더 의미가 있다. 먼저 서적연합회 등 도서 관련 전문가들이 연령별로 7개 부문(미취학아동부터 고교 1년까지)으로 나눠 후보작을 선정하여, 프랑스 전역에 링크된 도서관이나 학교에 배포한다. 이후 후보작의 작가는 1년 동안 학교와 도서관을 돌며 해당 작품을 읽은 학생들과 작품에 대해 토론한다. 이렇게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 수상작이 결정된다. 올해는 3천여 개 학교와 13만 5천여 명의 학생, 그리고 5천여 명의 어른이 투표에 참가했는데, 『고양이 학교』는 총 40편의 후보작 중 유일한 동양 작품으로, 우리의 초등학교 5~6학년에 해당하는 ‘CM2/6e’ 부문에서 8859표를 얻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고 한다.
『고양이 학교』는 동서양의 신화와 전설이 절묘하게 버무려진 판타지동화로 “극적 긴장감과 유머, 마법이 잘 어우러진 작품”이라는 평을 얻었다.
드디어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문 열어
6월 28일, 많은 이들의 기대와 관심 속에, 그리고 꽤 오랜 기다림 속에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관장 이숙현)이 문을 열었다. 우리나라 부모들의 높은 학구열과 질적·양적으로 성장한 어린이책 시장을 생각하면 사실 국가대표급 어린이청소년도서관 하나 없었다는 사실이 자못 부끄럽기까지 하다. 그래서 더욱 반갑다. 이날 열린 개관 행사에는 김명곤 문화관광부장관을 비롯해 신기남 세계도서관정보대회조직위원장, 한상완 한국도서관협회장 등 국내외 관계자 300여 명이 참석하여 개관을 축하했다.
지하철 2호선을 타고 강남역에 도착해 8번 출구로 나가 5분 정도 걸으면, 노란색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이 건물이 바로 옛 국립중앙도서관 학위논문관 건물을 리모델링한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아래 도서관)이다. 도서관은 지상 4층, 지하 2층(연면적 2,435평) 규모를 자랑하는데, 어린이자료실과 외국아동자료실이 1층에, 멀티미디어실과 전시실이 2층, 청소년자료실과 연구자료실이 3층, 독서토론실과 쎄미나실이 4층에 자리잡고 있고, 그밖에 강당과 휴게코너 등이 있다.
이제 막 첫 걸음마를 시작한 도서관은 전국 109개 사립어린이도서관과 514개 공공도서관, 그리고 초·중·고교에 있는 9649개 도서관 등 전국 1만여 개 도서관들의 정책적 구심체 역할을 하는 정책 도서관으로서의 기능을 담당하겠다고 그 포부를 밝혔다. 현장 사서 재교육, 각종 독서프로그램 개발·보급, 아동문학 자료 수집 및 연구 등이 그 주요 업무다. 장서 소장능력은 30만 권 정도라고 하는데, 현재 어린이책 23만여 권과 DVD 등 멀티미디어 자료 5만여 점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도서관을 둘러보면 전집류의 책들이 많고, 분류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국립도서관이라고 하기에 부끄러운 점이 없지 않았다. 또 납본 도서관이라 관외 대출이 되지 않는 점이 참 아쉬웠다.
도서관은 개관 기념으로 개관일부터 8월 27일까지 「동심의 세계를 그리는-한국 아동문학 이야기」 전시회를 열었다. 1910년부터 80년까지 국내에서 발행된 아동문학 단행본과 잡지, 주요작가 연보 등 250여 점을 장르별, 종류별로 전시해 우리나라 아동문학의 발자취를 돌아볼 수 있었다. 또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7월 28일∼8월 29일까지 ‘스토리텔링’ ‘도서관 학교’ ‘도서관체험프로그램’ 등 다양한 독서관련 활동 및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이용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아직은 홍보가 덜 된 탓인지 다소 관내가 한산해 보였는데, 아이들의 뜨거운 호응과 관심을 받는 국립도서관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길 바란다.
어린이 평화책 순회전시회-’모르는 척하지 마’
평화박물관건립추진위원회가 6개 지역 어린이도서관과 함께 7월 3일부터 9월 2일까지 「어린이 평화책 순회전시회-모르는 척하지 마」를 열고 있다. 경기도 파주에 있는 어린이도서관 꿈꾸는교실(7/3~7/8)을 시작으로, 북촌미술관 어린이도서실(서울 종로, 7/11~7/15), 청개구리도서실(경기도 광명, 7/18~7/22),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서울 금천 7/24~8/4), 부평 기적의도서관(8/8~8/19)을 돌아 느티나무어린이도서관(경기도 용인, 8/21~9/2)에서 마무리 행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7월 첫째주 주말, 파주 꿈꾸는교실을 찾았다. ‘전쟁의 비극’‘평화의 이해’‘일상의 평화’라는 주제 아래, 전시된 총 100권의 책은 동화작가 김중미·이현과 배성호(서울 당산초등학교 교사), 최지혜(부평 기적의도서관 관장), 윤석연(평화박물관건립추진위원회 운영위원)이 선정했는데, 그림책, 동화, 동시집, 만화 등 종류도 다양했다. 아이들이 바닥에 앉아 편안하게 책을 읽으면서 평화에 관한 이야기를 자연스레 나누는 모습이 평화교육과 평화의식이 확산되기를 바라는 전시회의 의도와 잘 맞아떨어지는 듯했다. 더욱이 책 전시뿐 아니라, 평화 그림 퍼즐을 그려 붙이는 등 체험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되어 어린이들이 다양한 놀이와 함께 평화를 생활 속에서 느낄 수 있게 했다. 다른 어린이도서관에서도 ‘평화이야기책 만들기’‘평화동화 구연’‘작가(김중미)와의 대화’ 등 다양한 행사를 준비해 더욱 풍부한 전시회가 되었으리라 짐작된다. 더욱이 행사가 마무리된 뒤에는 이것들을 자료로 제작하여 전국의 초등학교와 어린이도서관, 공부방 등에 나눌 계획이라고 하니 더 많은 아이들이 이 전시회를 자료로라도 만날 수 있겠다. 서울과 수도권 내에 집중된 이러한 행사가 지방으로까지 확산될 수 있도록 여러 단체의 지원과 협력이 뒷받침되기를 바란다.
존 버닝햄, 다시 한국을 찾아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 존 버닝햄(John Burningham)이 지난해에 이어 7월 5일, 아내 헬렌 옥슨버리(Helen Oxenbury)와 함께 한국을 찾았다. 그의 그림책 인생 40주년을 기념하는 『존 버닝햄-나의 그림책 이야기』(엄혜숙 옮김, 비룡소 2006)의 출간과 기념전시회 개막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특별히 7일과 8일 양일간 성곡미술관과 교보문고에서 가진 싸인회에서는 어린이 독자들이 그의 싸인을 받기 위해 끝도 없이 줄을 서는 등 인기를 체감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반갑게 한국말로 인사를 건네며 싸인을 하는 버닝햄의 모습에서 이웃 할아버지 같은 따뜻함이 느껴졌다.
서울 성곡미술관에서 9월 3일까지 열리는 존 버닝햄 40주년 특별전 「나의 그림책 이야기」에는 다양한 소재와 기법을 사용한 총 250여 점의 회화, 드로잉, 설치작품 들이 관람객을 맞았다. 작년에 앤서니 브라운(Anthony Browne)과 함께 가졌던 전시회가 원화 중심의 공동 전시회였다면,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특기할 점은 본관 1층 전시실에 있는 사진 및 포스터 들을 통해 존 버닝햄의 유년시절부터 청소년기, 그리고 그가 동화를 쓰고 그리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캐러번이라고 하는 주거용 트레일러에서 살았던 어린 시절, 써머힐에서 보낸 학창시절, 양심적 병역거부자로 등록하여 평화봉사단을 비롯한 여러 사회복지사업에 참여했던 이야기, 아내 헬렌 옥슨버리를 만난 이야기 등 버닝햄의 삶을 작품과 함께 만나는 재미가 쏠쏠했다. 이어서 『내 친구 커트니 Curtney』(1994; 비룡소 1996), 『우리 할아버지 Granpa』(1984; 비룡소 1995) 등 버닝햄 대표작의 원화들이 다음 전시실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특히 각 전시실을 돌면서 『알도 Aldo』(1991; 시공주니어 1996)나 『마법 침대 The Magic Bed』(2003; 시공주니어 2003), 『지각대장 존 John Patrick Norman McHennessy: The Boy Who Always Late』(1987; 비룡소 1999) 등의 한 장면을 표현한 조형물에 눈길이 갔는데, 아쉬운 점은 전시장 내에서 사진을 찍는 것이 허락되지 않아 이 재미난 조형물을 사진에 담을 수 없었다는 점이다. 전시장을 둘러보는 내내, 아이들이 아쉬워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또 전시장 한켠에는 『우리 할아버지』가 애니메이션으로 상영되고 있어 아이들의 관심을 끌었고, 「갤러리 파이브」 등 존 버닝햄이 직접 제작한 여러 가지 포스터들은 어린이책 일러스트와는 다른 경향을 만날 수 있었던 좋은 기회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별관의 제3전시실에서는 존 버닝햄의 동화책을 읽으며 버닝햄에게 편지를 쓰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짧은 영어로나마 버닝햄 할아버지에게 정성들여 편지를 쓴 아이, 버닝햄이 그렸다 해도 믿을 정도로 흡사하게 알도를 그려 인사말과 함께 편지를 쓴 아이 등 그 재미난 내용을 일일이 소개할 수 없는 것이 유감이다. 주말에는 전시회 관련 어린이 교육프로그램도 마련되어 방학을 맞아 미술관을 찾은 아이들에게 다양한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Little Nemo의 그래픽 판타지 세계’에 빠지다
지난 7월 14일 오후 2시 20분, 파주출판도시에 있는 어린이책예술센터에서는 「Little Nemo의 그래픽 판타지 세계」라는 주제로 어린이책예술센터가 생긴 이래 첫번째 쎄미나가 열렸다. 우리나라 그림책 정보의 비어 있는 부분과 국제적인 보편적 시각에서 중요한 이슈나 관점을 다루겠다는 취지의 이 쎄미나에 어린이책 편집자와 동화작가, 일러스트레이터 등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했다.
1부에서는 재미마주 대표 이호백 선생이 ‘Little Nemo의 세계’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Little Nemo’는 해외 그림책 판타지를 설명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작품으로, 인쇄술의 발달로 새로운 그림책의 꿈을 실현해가던 20세기 초에 미국의 윈저 맥케이(Winsor McCay)가 『뉴욕헤럴드』 주말판에 6년간 연재했던 단편만화 씨리즈다. 네모(Nemo)라는 꼬마 아이의 꿈을, 그전에는 볼 수 없었던 전혀 새로운 그래픽으로 표현한 이 씨리즈는 훗날 어린이 판타지세계를 표현한 가장 웅장하고 드라마틱한 작품으로 이 분야의 교과서로 여겨지게 되었다고 한다. 다과회를 한 다음, 바로 2부 애니메이션 감상에 들어갔다. 먼저 본래의 단편만화를 영상자료로 만든 것을 감상한 다음, 원작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리틀 네모 Little Nemo-Adventures In Slumberland」(1992)라는 애니메이션을 감상했다. 그러나 구관이 명관이라고 했던가, 원작에서 발견되는 뛰어난 상상력과 위트가 상실된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책이라는 2차원의 공간이 주는 무한한 가능성과 함축성을 다시금 실감하게 되었다.
앞으로 어린이책예술센터의 쎄미나는 그림책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검증된 강사진을 초청, 이 분야에서 중요하게 다룰 만한 국제적 정보나 파주어린이책잔치에 대한 전시 리뷰 및 보완 쎄미나로 꾸려질 예정이라고 한다. 의미있고 알찬 주제를 통해 어린이책 작가, 일러스트레이터, 편집자 등이 모여 내실 있는 대화를 나누고 정보를 공유하는 자리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