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2005년 가을에 발간된 계간 『창비어린이』 10호에 게재된 글입니다-편집자.
학교도서관과 인연을 맺다
한수초등학교 도서관에서 근무한 지가 올해로 4년째에 접어들었다. 처음 도서실과 인연을 맺은 것은 아주 우연한 기회에서였다. 큰아이를 입학시켜놓고 학교에 한번도 찾아가보지 못했다. 그러다가 2001년에 큰아이 3학년 때 학부모총회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교장선생님이 학교에 도서관을 만들 계획으로 3층을 증축공사중이라고 했다. 어머님들의 많은 협조 부탁드린다는 말씀과 함께……
가슴이 설레었다. ‘우리 아이 학교에 멋진 도서관이 생긴다니……’ 집으로 돌아와 학교 홈페이지에 글을 올렸다. 전공을 했으니 도와드리겠다고. 그렇게 용감할 수 있었던 건 사서는 당연히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학부모들에 의해 운영되는 곳이 대부분이라는 현실을 몰랐기 때문이다. 그때 무슨 용기가 나서 그런 글을 올렸을까 싶기도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한수도서관과 인연을 맺게 해준 연결끈이었다. 학교에서 연락이 왔다. ‘고양시 지역사회협의회’에서 진행하는 도서관 도우미 연수가 있다며 또 한 분의 학부모와 연수를 받으라고…… 알고 보니 그 학부모도 아이가 전학을 온 뒤 우연히 홈페이지에서 도우미 연수가 있다는 걸 보고 신청한 것이었다. 이렇게 우리 둘은 얼떨떨한 기분으로 연수를 받으러 다녔다. 학교도서관이 왜 있어야 하는지, 우리 도우미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등을 배우면서 정말 가슴이 벅차오르는 걸 느꼈다.
그때부터 이희수씨(함께 도우미 연수를 받고 지금까지 한수도서관에서 도우미로 활동하고 있는 나의 가장 든든한 벗이다)와 함께 도서관 만들기를 시작했다. 학교에서는 처음 연수를 받을 때만 해도 주된 일은 학교에서 알아서 할 거니까 부담 갖지 말라고 했는데, 막상 연수가 끝나고 나니 모든 일이 우리의 몫이 되었다. 학교에서는 장소와 서가, 책상, 의자를 마련해준 게 전부였다. 그러나 다행히 우리의 의견을 전폭적으로 지지해주었다. 이렇게 한수도서관 만들기는 시작되었다.
첫걸음을 내디디며
지금처럼 교육청에서 지원해주는 리모델링 지원금이나 신설 지원금이 없었기 때문에 학교의 남은 예산으로는 건물과 시설을 갖추기에도 빠듯했다. 그러다보니 장서를 갖추는 것이 가장 큰 숙제였다. 의논 끝에 내린 해결 방법은 도서바자회였다. 어린이도서연구회와 각종 추천도서 목록, 그리고 알고 있는 책에 대한 모든 정보를 총동원하여 책 목록을 만들었다. 그러고는 도서업체를 물색했고 다섯 군데를 정해서 공개입찰토록 했다. 공개입찰은 우리가 만든 목록으로만 바자회를 하면서도 할인율이 가장 높은 업체를 찾기 위한 방법이었다. 또한 그것이 가장 잡음의 소지가 없는 깔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 방법은 지금까지도 우리 학교가 도서바자회를 할 때 사용한다. 공개입찰일에는 교장, 교감, 교무부장, 행정실장, 도서실 담당 선생님, 우리 두 도우미가 참석한 가운데 제일 적합한 업체를 선정했다. 한 학년당 150~200여 권의 도서로 바자회를 진행했다.
바자회 당일 학부모들에게 바자회의 목적과 협조사항을 전달했다. 바자회를 통해 도서를 구입해서 한 달 뒤에 도서실에 기증해주십사 하는 내용이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학부모들의 열의가 대단했다. 좋은 도서실을 갖추는 데 기꺼이 참여해주었고, 개인이 사는 도서말고도 도서를 구입해 바로 기증해주는 분도 상당히 많았다. 바로 기증해준 도서와 한 달 뒤 기증된 도서를 모두 합쳐, 개관식 때 우리 도서관의 장서 보유량은 약 7,000권 정도가 되었다. 책 첫 장에 기증자 이름을 넣느라고 고생을 하긴 했지만, 그건 즐거운 일이었다. 바자회를 마치면서 바로 수서작업에 들어갔다. 분류, 라벨작업 등 개관 준비작업을 하면서 밤 열시에 집으로 돌아오는 일도 허다했다. 돌이켜보면 그때가 시간을 아끼며 가장 열심히 생활했던 때인 것 같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대부분 학부모들은 우리가 학교에서 어느정도 보수를 받고 일하는 줄 알았다고 한다. 그 정도로 억척스럽게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만큼 행복했던 적도 없는 것 같다. 그렇게 바쁘고 정신없이 준비해 드디어 2001년 11월 개관을 맞게 되었다.
아이들이 까치발을 딛고 서야 할 만큼, 책을 빌리기도 힘들 만큼 북적였다. 요일마다 학년을 나누어서 이용해야 할 정도였다. 개관한 뒤부터 우리 두 사람은 다른 도우미들과 같이 활동하게 되었다. 도우미들은 한 번에 이틀씩 봉사했다. 한 사람이 오늘은 어제 봉사한 도우미와, 내일은 새로운 도우미와 교대로 봉사했다. 그래야만 전날에 있었던 상황을 다음 도우미에게 무리 없이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몇달을 지켜보시던 교감선생님은 좋은 도서실을 만들어놓은만큼 제대로 운영을 하려면 사서가 있어야 한다며 나에게 사서로 근무해줄 것을 제안했다. 당시 수원이나 군포 지역은 학교도서관이 생겨나고 경기문화재단에서 사서를 파견해주는 상황이었지만, 고양시에는 도서관과 사서가 있는 학교가 거의 없었다. 그런 형편에 학교 예산으로만 사서를 두는 것이라 큰 의미가 있었다.
2002년 3월 사서로 첫 근무를 시작했고, 도우미를 모집하면서 나름대로 많은 생각을 했다. 도우미란 뭘까? 정말 말 그대로 도우미 역할만 필요할까? 뭔가 생산적인 활동이 이루어져야만 보람과 성취감을 갖고 지속적인 도우미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청소나 대출, 반납 처리 같은 일만 반복한다면 중도에 그만두기 쉽고, 그 활동은 길어야 1,2년일 것이다. 그래서 학부모총회 때 도우미 신청을 받고, 첫 모임 때 강사를 초빙하여 학교도서관의 필요성과 학부모 도우미의 역할 등에 대한 강의를 마련했다. 내 아이의 학교도서실에 스스로가 굉장히 중요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느낀 것만으로도 강의는 대성공이었다.
그 후 청소, 대출과 반납, 수서업무 같은 일은 사서인 내가, 아이들을 위한 모든 활동은 도우미들이 맡았다. 도서바자회, 동화읽어주기, 인형극, 독서퀴즈대회 같은 활동을 미리 짜두고 도우미들에게 원하는 활동에 신청하게 했다. 도우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린이책에 관심을 갖고 실제로 많이 접해보는 것이다. 하지만 “무조건 읽어보세요.” 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조건’이라는 말처럼 막막하고 두려운 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 해결 방법을 도서바자회에서 찾았다. 도우미들끼리 정해준 목록을 가지고 서점에 가서 읽어보고 내용, 제본 상태, 학년별 적합성 등을 살피고, 괜찮은 책을 추가해서 만든 최종 목록을 정해진 날짜까지 제출하도록 했다. 도우미들이 완성한 목록은 도서선정위원회를 거쳐 바자회 목록으로 각 업체에 보냈다.
이렇게 해서 추진된 바자회는 굉장한 신뢰를 얻었다. 실사를 했기 때문에 바자회 기간 동안 책을 구입하려는 학부모들에게 막힘없이 설명해주고, 학생의 독서수준에 맞춰 적당한 도서를 추천해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바자회는 다른 학교 학부모들까지 구입하러 올 정도로 큰 행사가 되었다.
책을 들고 교실에 직접 찾아가다
첫해에는 ‘동화읽어주기’를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도서관에서 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학원에 가느라 무척 바쁘고, 선생님들도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2003년부터는 ‘찾아가는 동화읽어주기’를 시작했다. 학년·반별로 신청을 받았다. 처음에는 학부모에게 반이 공개되는 걸 꺼리는 선생님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열심히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었고, 그 결과 1학기에 24개 학급이, 2학기에는 30학급이, 2004년에는 36학급 전체가 신청해서 지금까지 전학년·전반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지금도 매주 화요일 8시 50분부터 9시 30분까지가 동화읽어주기 시간인데 책 선정과 도우미들의 반 배정이 중요하다. 궁리 끝에 인터넷에 ‘한수도서실도우미'(http://cafe.daum.net/hslibmom)라는 까페를 만들었다. 이 까페를 통해 다음주 반을 배정해주고, 각 반이 그동안 읽었던 책 목록을 함께 올려준다. 도우미들은 화요일 이전에 그 사항을 까페에서 확인한다. 그래서 중복되는 일 없이 36학급에서 이야기소리가 울려나온다. 이 동화읽어주기 시간이 끝난 뒤 도우미들은 바로 돌아가지 않고 한데 모여 커피타임을 가지면서 반의 반응과 학년별로 읽어주기 좋은 책에 대한 정보를 나눈다.
올해는 더 큰 수확이 있었다. 학교에서는 교실 반칸 정도의 공간을 도서도우미 방으로 마련해주었다. 아마도 우리 학교도서관이 잘 운영되는 까닭은 이렇게 학부모, 학생, 그리고 학교가 한마음으로 움직이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 공간이 생기면서 ‘보물찾기’라는 도우미들 공부모임이 만들어졌다. 매주 화요일 책읽어주기가 끝나고 나면 책을 읽고 토론하는 모임이다. 모둠 공부를 원하는 도우미들이 많아서 두 모둠으로 나누어 그림책 공부를 했다. 2학기에는 ‘메이킹 북'(책 만들기)에 도전한다. 인형극 준비나 도서실신문 만들기, 독서퀴즈대회 준비도 훨씬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전에는 학생들이 거의 돌아가고 난 저녁시간이나 수업시간 중에 준비했는데, 지금은 시간의 제약도 없고, 행사 진행 전에 아이들에게 공개되지 않아 훨씬 좋다.
도서관을 수업에 활용해주세요
학교도서관의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는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수업과 도서실의 자료를 연결할 수 있게 돕는 역할이다. 나는 교사들이 도서관을 수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제안했다. 맨 처음 도서실을 개관하고 나서는 학생들에 비해 선생님들의 호응이 별로 없었다. 관심을 보이는 선생님도 무척 막막해했다. 그래서 우선 교과를 정하고 주제와 수업 진행방법에 대해 의논했다.
지난해 3학년 한 학급의 경우에는, 아이들을 네댓 명씩 모둠으로 나눈 다음, 모둠별로 각자 관심있는 주제를 잡도록 했다. ‘나비’라든가, ‘네덜란드’라든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주제를 정하고 나서는 주제에 대해서 이미 알고 있는 것과 알고 싶은 것을 적고, 자료를 찾다가 우연히 알게 된 것도 적도록 했다. 그런 뒤 각자 모둠별로 흩어져 자료조사를 한 다음 발표를 하게 했다. 자료를 찾기 전에 나는 아이들에게 자료의 분류 방법을 간략하게 설명해주고, 책 앞면의 차례와 색인을 이용하여 주제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해주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아이들은 처음에는 어떻게 책을 찾아야 할지, 주제에 맞는 내용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지 몰라 난감해했지만 정말 기대 이상으로 빨리 자료를 수집해갔다. 도서관 활용 수업의 효과가 알려지면서 점차 전학년으로 번져갔다. 도서실에 오는 것을 어렵게 여기던 아이들도 재량수업 시간을 통해 도서실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점점 발길이 잦아졌다.
도서관 활용 수업을 진행하다보니 큰 아쉬움이 있다. 정작 학습에 활용할 자료가 제대로 구비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우리 어린이책은 창작물에 많이 치우쳐 있고, 기획물도 ‘바다’라든가 ‘세계의 국기’ 하는 식으로 너무 포괄적이고 피상적인 내용만 담고 있는 게 많아 학교수업과 연계할 만한 자료들이 턱없이 부족하다. 학교의 장서가 17,000권이 넘는데도 막상 자료 조사를 해보면 충분하지 않았다. 그러니 장서수가 많지 않은 학교들의 경우는 더 심각할 것이다. 그래서 올해는 도서관 활용 수업에 필요한 학년별 자료 구축에 신경을 쓰고 있다. 그러나 서점과 도서목록을 뒤져보아도 초등학교 교과와 관련된 출판물이 의외로 몇몇 주제에 국한되어 있다. 출판사에서 교과서와 관련해서 좀더 전문적이고 세분화된 책을 내주기 바란다.
무엇이든 저질러라!
한수도서관에서 근무한 지 4년. 짧은 경험을 통해 사서교사는 학교와 지역사회,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 사이에서 중간자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주위의 사서교사들에게 무슨 일을 하려고 해도 학교당국이 잘 도와주지 않아서 어렵다는 얘기를 가끔 듣는다. 학교도서관은 학교에서도 어느정도 독립적인 공간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다가서지 않으면 눈에 띄기 힘들다. 나는 사서선생님들이 두려워하지 말고 일을 저질렀으면 한다. 한수초등학교 도우미 어머니들은 내가 무슨 이야기만 꺼내면 “어! 선생님, 또 일 벌인다.” 하고 놀라지만 곧바로 그 일이 어떤 일인지, 자신이 무얼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한다. 사서 혼자서는 가능하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어떻게?”라고 물으면 난 “그냥”이라고 대답한다. 그 일이 한수 아이들에게 좋을 것 같으면 일단 저질러버린다. 수습은 힘들게도 도우미들의 몫이다. 이런 모습을 학교는 묵묵히 지켜본다. 그러다가 정말 협조해주어야 할 일이 생기면 전폭적으로 도와준다.
교장, 교감 선생님은 가끔 이런 말씀을 한다. “우리가 도서실에서 무슨 일을 하든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고 묵묵히 지켜봐주는 것이 도서실이 가장 잘 운영되게 돕는 길이고, 도우미들도 부담을 느끼지 않고 일하도록 돕는 길인 것 같다.” 학교에서 협조해주는 일을 이보다 잘 표현할 수 없다. 이렇게 되기까지 쉽지 않았지만, 사실 나는 좋은 학교에 좋은 선생님, 그리고 좋은 도우미들까지 복이 참 많은 것 같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사서교사로 사명감을 갖고 즐겁게 일하고는 있지만 교육당국이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 답답한 마음이 든다. ‘학교도서관 활동 평가기준’ 같은 것이 한 예이다. 어린이들에게 책을 읽히려는 방편으로 독후감쓰기 등 독후활동을 강제하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책읽기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지하게 고민하거나 현장에서 아이들과 만나본 사람들이라면 어린이에게 의무적으로 독후활동을 시키는 것이 오히려 책과 멀어지게 한다는 사실에 공감할 것이다. 그러나 정작 교육당국에서는 그에 대한 반성이 없는 듯하다. 각 학교의 도서관이 잘 운영되는지에 대한 평가기준을 도서관에 얼마나 많은 독후감이나 독서일기 같은 독후활동 자료를 확보해두었는가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평가기준은 많은 후유증을 낳는다. 아무리 학교에서 도서관을 잘 운용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 해도 행정당국의 이런 평가기준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건 교장, 교감이나 도서실 담당교사, 사서교사 누구나 마찬가지다. 독후활동 자료 같은, 그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외형적인 자료를 평가의 잣대로 사용할 것이 아니라 도서관이 학교 아이들에게 얼마나 잘 활용되는지를 살펴야 할 것이다.
또 한가지 교육당국에 건의하고 싶은 것은 사서교사의 지위가 안정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여전히 많은 학교에서 사서교사는 교장, 교감이 바뀔 때마다 자리에 불안을 느껴야 하는 임시직이다. 이래서는 사서교사가 장기적인 계획을 짜서 소신껏 도서관을 운영하기 어렵다. 바람직한 길은 교사자격증을 갖춘 사서교사 채용을 확대해 사서교사가 학교 어린이에게 직접 도서관 관련 수업을 진행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사서교사의 지위 안정과 함께 도서관과 수업 연계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학교도서관과 관련하여 한가지 제안을 하려고 한다. 뒤늦게나마 도서관의 중요성에 눈을 뜬 교육당국과 지방자치단체들이 곳곳에 지역도서관을 세우고 있다. 바람직한 일이긴 하나 지역주민들의 욕구에 부응하기엔 아직 멀기만 한 현실이다. 또한 도서관 하나를 마련하기 위해선 부지 확보에서 건물 짓기, 도서관 직원 채용 등 시간과 비용이 여간 많이 드는 게 아니다. 이래서야 언제쯤 우리도 선진 외국처럼 집 가까이 도서관을 두고 수시로 드나들 수 있을까 한숨부터 나온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학교도서관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이다. 학교에 도서실을 갖추고 점차 지역주민들에게 이용을 확대시켜나가면 어떨까. 어차피 아이를 키우는 집이 대다수니 지역주민이라고 해도 ‘학부모’의 확대개념으로 생각한다면 그리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고 본다. 실제로 우리 도서관에서는 도우미 어머니들에게 따로 도서대출 권한을 주고 있다. 지금은 60여 명의 학부모지만, 대상을 학교 전체 학부모로, 또 지역주민으로 확대해나가는 게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는다. 물론 학교도서관에 더 많은 책이 갖춰져야 하고 사서보조교사까지 채용해야겠지만 그 비용은 새로 지역도서관을 짓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다. 일찌감치 저녁을 먹고 아이와 손을 잡고 함께 책을 빌리러 학교도서관으로 향하는 엄마 아빠들, 밤늦게까지 불 밝히고 책을 즐기는 이들을 반기는 학교도서실의 풍경…… 이런 모습이 이루어지는 날을 꿈꾸어본다.
지금을 학교도서관의 부흥기라고 한다. 1960년대 몇몇 학교 위주로 활발하게 이루어지다 70년대부터 침체만 거듭해온 학교도서관, 이제 다시 그런 옛날로 돌아갈 수는 없다. 우리 어린이들에게 멋진 도서관을 물려주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아직까지도 도서관에서 이루어지는 수업의 대부분은 그냥 아이들을 도서실에 풀어놓고 마음대로 책을 읽게 하는 데 그치고 있다. 그러나 학교도서관은 그 이상의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학교와 사서교사, 그리고 학부모들의 노력으로 지역사회의 중심에 학교도서관을 세울 날이 머지않았다고 확신하며, 오늘도 난 도우미들과 함께 여름방학 동안 진행할 독서활동을 준비한다.[창비 웹매거진/200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