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멸’을 위한 불교와 ‘미래’를 위한 정치의 결합이 이룬 가장 찬란한 장면 중 하나가 신라인들의 조각과 건축예술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왕릉, 즉 무덤이 모종의 ‘적멸 혹은 멸망의 정치적 완성’으로서, 아름다움은 영원하다는 말씀의 집을 이룬다.
그 무덤으로써 우리는 미래와 죽음과 꽃과 젖가슴을 삶으로 등식화할 수 있다. 현실은 모순투성이고 모순은 한발을 벌써 ‘현실 이외’ 가상현실에 두고 있다. 소설가 강석경이 쓰고 사진작가 강운구가 찍은 천년 전 무덤에 관한 글과 사진, 천년 후 무덤=글=사진이 21세기를 맞은 예술의 진정한 자기탐색, 즉 ‘현실 너머’ 예술현실의 길로 되는 까닭이다.
―김정환 시인의 『능으로 가는 길』 소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