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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제17회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 발표 2025.11.14

제17회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 발표

계간 『창비어린이』가 우리 아동청소년문학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역량 있는 신예 작가를 발굴하기 위해 제정한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의 제17회 심사 결과를 아래와 같이 발표합니다. 상금은 각 부문 300만 원이며, 시상식은 2026년 2월 말에 열릴 예정입니다.

 


 

 

제17회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 수상작

 

● 동시 부문

수상작: 최설희 「줄줄이 칭찬」 외 9편
수상자 약력: 서울에서 나고 자랐다. 대학에서 문예창작학을 공부하고 어린이책을 만들고 있다.
심사위원: 남호섭(동시인) 김제곤(아동문학평론가)
심사평 중에서
 「줄줄이 칭찬」 외 9편은 전반적으로 고른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안정적인’ 자기 목소리를 내어 기꺼이 당선작으로 꼽을 수 있었다.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을 따스하게 하는 긍정의 힘(「줄줄이 칭찬」)과 세심한 관찰력을 기반으로 한 독특한 시선(「나만 그런 거 아니지」), 독자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이끌고 가 코끝이 찡하게 만드는 재주(「냉동실의 왕」 「소나기 내리는 날」)까지 갖췄다. 그중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그날, 호랑이는」이었다. 이야기 전개가 다소 매끄럽지 않을 수 있지만 한 번 더 읽어 보면 시상이 확연해진다. 우리 건국 신화의 곰과 호랑이 이야기를 호랑이 관점에서 이렇게 멋지게 풀어낸 작품은 찾아보기 어렵다. 호랑이가 “원래 거기 있었던 문”을 밀고 동굴 밖으로 걸어 나가는 것은 큰 깨달음을 얻은 자의 진일보처럼 읽힌다. 마치 원효가 해골바가지 물을 마시고 모든 게 마음에 달렸음을 꿰뚫은 것과 흡사하다. 절묘한 귀결, 놀라운 의미가 숨어 있는 수작이다.

 


 

● 동화 부문

수상작: 남지민 「갈대밭에서는 절대로 손을 흔들지 마세요」 외 1편
수상자 약력: 198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에서 환경재료과학을, 동대학원에서 환경계획학을 공부했다. 어린이책작가교실과 동화창작모둠에서 동화를 공부했다. 그림책  『아무도 지지 않는 카드 게임』과 청소년소설 『싱크 데이트』를 냈다.
심사위원: 김남중(동화작가) 박숙경 이충일(이상 아동문학평론가)
심사평 중에서
 「갈대밭에서는 절대로 손을 흔들지 마세요」는 갈대밭에 들어갔다가 갑자기 갈대가 된 소년의 이야기이다.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사건에 적절한 단서를 주고, 조금씩 진실을 밝혀 나가는 미스터리 서사의 공식을 활용하여 인물이 겪고 있는 결핍(가정 폭력)과 우정을 눅진하게 담아냈다. 끊임없이 흔들리지만 쓰러지지 않는 ‘갈대’의 상징도 그러하거니와, 오로지 ‘갈대밭’이었기에 가능했을 법한 이야기를 창출해 낸 서사적 역량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갈대로 변한 아이가 차라리 ‘집보다 갈대밭이 낫다.’라고 말하는 대목은 가정 폭력의 현장을 신랄하게 묘사하는 여느 리얼리즘보다 예리한 아픔으로 다가왔다. 반면 그 아픔을 필사적으로 감싸는 우정의 방식은 기묘하고도 매혹적이다. (…) 함께 제출된 「플로피 테일」 역시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를 매력적인 서사로 풀어낸 수작으로, 최종 수상에 적지 않은 힘을 보탰다. 

 


 

● 청소년소설 부문

수상작: 채형욱 「모래알의 온도」 외 1편
수상자 약력: 1996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유통업에 종사하고 있다.
심사위원: 정은숙(청소년소설작가) 강수환 원종찬(이상 아동문학평론가)
심사평 중에서
 「모래알의 온도」는 아버지의 장례식을 계기로 ‘나’, 엄마, 그리고 집을 나갔던 이복 누나가 다시 만나는 이야기다. 가족끼리 헤어져 있던 시간이 길었던 만큼 소설은 주로 이들 사이에 놓인 공백의 시간을 반추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과거의 상처를 돌아보며 오해를 풀고 관계를 회복하는 뻔한 이야기겠거니 싶다. 그러나 소설은 오히려 이들 가족의 완전한 결별로 끝맺는다. 겉으로 보기에 이들은 분명 작별했지만, 서로의 속마음을 털어놓고 과거의 어느 시점을 나누며 끊어져 있던 무엇인가를 작게나마 회복한다. 슬픔으로부터 내면의 성숙을 발견하는 작가의 깊은 시선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다른 작품인 「스케치북은 글러브를 부러워한다」는 하이틴 드라마를 연상하게 만드는 산뜻한 이야기다. 미술반 동아리 부원인 ‘나’는 미술에 진심이지만 완벽을 기할수록 스케치 한 장조차 마무리하지 못해 끙끙 앓는다. 우연히 미술반에 들어온 야구부 친구와의 만남으로 ‘나’에게는 뜻밖의 변화가 찾아온다. 두 인물의 만남은 분명 우연이나, 잘 쓴 소설은 우연을 필연으로 전환하는 힘을 갖는다. ‘스케치북’과 ‘글러브’의 관계가 서서히 깊어지는 과정이 매끄럽게 전개되는 가운데, 각자의 문제와 실마리를 찾아 가는 긍정의 기운이 특히 인상적인 작품이다. 

 


 

● 평론 부문

수상작: 김지영 「공모의 서사: 감염된 세계에서 살아남기」 
수상자 약력: 1991년 서울에서 나고 자랐다. 서울여자대학교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문예창작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심사위원: 김지은 오세란(이상 아동문학평론가)
심사평 중에서
 「공모의 서사: 감염된 세계에서 살아남기」는 박지리의 소설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의 구조를 분석하여, 닫힌 권력 공간에서 살아가야 하는 인물의 자유 의지와 윤리의 문제를 명징하게 보여 주었다. 박지리의 작품은 출간된 지 시일이 꽤 경과하였으나 청소년 서사에서 관습적으로 수용되던 성장에 도전적인 질문을 던졌기에 여전히 청소년문학계에서 시사점을 가진다. 이 부분에 대한 의미 부여도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분석해야 할 텍스트의 분량이 긴 탓인지 박지리의 작품 세계를 전반적으로 검토하여 청소년문학사적 의미를 부여하지 못한 부분은 아쉽다. 심사위원들은 계간 『창비어린이』를 읽는 독자들이 어떤 원고를 읽으며 유의미한 대화를 나누었다고 기억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 결과 「공모의 서사: 감염된 세계에서 살아남기」 가 숙련된 어휘와 문장으로 자신의 논지를 설득하고 있어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2025년 11월
(주)창비


* 부문별 수상작과 수상 소감 및 심사평 전문은 계간 『창비어린이』 2025년 겨울호(91호)에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