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창비신인소설상 발표_당선자: 김사과 2005.10.11
우리 문단을 이끌어갈 참신하고 역량있는 신인을 발굴하기 위해 창비가 제정한 '창비신인문학상' 심사결과를 알려드립니다.
시상식은 만해문학상ㆍ백석문학상ㆍ신동엽창작상과 함께 오는 11월 18일(금) 오후 6시 30분 프레스쎈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제8회 창비신인소설상
당선작: 김사과 「영이」
▷ 당선자 약력: 김사과(본명: 방실)
1984년 서울 출생. 한국예술종합학교 극작과 1학년.
▷ 심사위원: 은희경 김영하(소설가), 임규찬 임홍배 백지연(문학평론가)
▷ 본심 진출작: 총 659편의 응모작 중 아래 11명의 19편이 본심에 진출함.
김사과(인천) 「영이」「동생」
김주원(부천) 「목각 팔분음표」 「엄마의 분장사」
명전(파주) 「더티 와이프」
모희준(서울) 「시간의 종말」 「Invisible Touch」
박선우(광주) 「풀치」 「크랙」
박숙희(인천) 「개복숭아나무」 「대사자 지열의 무덤 삼각고임천장에 그린 무늬」
박정윤(박명애)(인천) 「에이전트 오렌지」
백정희(광명) 「더부기르기」 「푸줏간 풍경」
이지하(서울) 「물 위의 물」 「뭍 안쪽, 고기잡이」
이하언(서울) 「검색」 「차가운 손」
장이라(서울) 「새가 있는 아침식사」
▷ 창비신인소설상 심사평:
창비신인소설상이 올해로 8회를 맞는다. 가능성 있는 신인은 어디에서건 예고없이 나타나게 마련이지만, 우리가 마련한 등용문이 이들의 존재를 그 누구보다도 먼저 발견하고 격려하는 자리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왔다. 다행스럽게도 지난해보다 눈에 띄게 증가한 응모작의 숫자(총 659편)는 기분 좋은 예감으로 다가왔다.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응모작들이 보여주는 소재의 다양성과 비교적 밀도 높은 문장들은 좋은 작품을 발굴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주었다. 물론 작품을 읽다보니 신인과 기성문인의 경계를 오가는 모호하고 불안정한 작품들도 많았다. 패기와 도전의식을 전면에 내세우는 데 급급해 정작 본질적인 주제는 제대로 드러내지 못한 작품들도 있고, 반대로 안정된 형식을 통해 친숙하게 다가오지만 기존 문학과의 차별성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작품들도 있었다. 그중에서 당대의 문학적 고민을 함께하면서도 자기만의 개성을 보여주는 새로운 얼굴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본심을 통과한 19편의 작품 중에서 최종적으로 집중 거론된 작품은 5편이었다. 박선우의 「크랙」은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남자 주인공과 뇌사상태에 빠진 그의 아내를 주인공으로 삼아 균열의 일상에 대한 성찰을 엮어낸 소설이다. 차분하고 안정된 문장, 세밀하게 공들인 관찰적 묘사의 힘은 이 소설이 드러내는 뚜렷한 장점이다. 그러나 가족적 일상으로부터 파급되는 균열의 위기를 응시하는 작중화자의 시선이 수시로 드러내는 감상적인 일면은 소설의 차분한 묘사력이 갖는 힘을 떨어뜨린다. 결말부분에서 안전진단을 의뢰했던 집주인이 털어놓는 의외의 사연들도 돌연한 사건 이상으로 다가오지 못했다. 결정적으로 소외의 풍경을 담아내는 작가의 문제의식이 예각화되지 못하고 사건을 엮어나가는 데 그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하언의 「차가운 손」은 산부인과 여의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제도와 관습에 질식당할 수밖에 없는 사랑, 가족간의 관계에 대한 문제를 파헤치고 있다. 일단 스토리의 흡입력이 있고 주인공의 행로를 궁금하게 만드는 작품이지만, 가족제도가 부여하는 상처와 결핍을 견뎌내는 주인공의 대응방식이 진부하고 상투적으로 다가왔다. 주관적 심리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서술방식이나 정교함이 떨어지는 문장들도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다.
박정윤의 「에이전트 오렌지」가 소재로 삼은 궁핍의 현실이나 국제결혼의 문제 등은 자본주의의 모순적 삶이 전면화된 우리의 일상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영역이다. 담담하게 인물의 사연을 풀어가는 작가의 차분한 서술방식은 소외된 삶에 대한 감정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잔잔한 세태묘사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 소설의 결말은 왜 이러한 소재를 다루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의식을 불러일으키지 못하였다.
명전의 「더티 와이프」는 마지막까지 심사위원들을 고심하게 만든 작품이다. 깔끔하고 세련된 문장, 섬세한 심리묘사는 기성작가 못지않은 완결미를 자랑한다.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에피쏘드를 축적해나가는 힘이며, 물화된 소외의 풍경 속에서 주인공이 느끼는 결핍의 심리를 서정적으로 드러낸 장면들도 시선을 끌었다. 그러나 이러한 뛰어난 솜씨가 ‘리얼 돌’이라는 문명비판적 소재와 안이하게 연결되는 감상적인 서술의 행로는 진부한 결말이라는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였다. 최근 소설들이 유행처럼 내세우는 문명비판의 상상력을 답습하고 있다는 느낌을 떨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