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겨울 책따세 청소년 권장도서 2종 2003.12.31
『민통선 평화기행』『십시일反』이 ‘책따세(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 2003년 겨울 청소년 권장도서’에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의 말
『민통선 평화기행』이시우 지음
먼지가 자욱한 비포장길을 지나면 거기에 철로가 놓여 있다. 오래도록 비바람에 온 몸을 내 맡기며 녹슨 굵은 못이 박힌 철로가 우리의 눈앞에 펼쳐져 있다. 그 철로앞에 우리의 길을 가로막으며 서 있는 철책이 있다. 그것이 우리의 모습이다. 아니 오히려 그것은 우리의 모습이라기보다는 우리의 아버지 할아버지의 모습들이다. 분단이라는 상황은 우리의 현실 속에서보다는 오히려 부모님의 역사 속에서 구호속에서만 존재하고 있는 듯하다. 언제 우리에게 현실로 분단의 모습이 다가온 적이 있는가!
이 책을 읽으며 우리는 분단의 현실을 읽는다. 바로 우리 앞에 펼쳐진 민통선의 여러 가지 여행의 기록들은 우리를 생활속의 상처로 안내한다. 저자는 자유의 반대가 관성이라 이야기한다. 저항하고 꿈꿀 자유까지 막는 관성. 우리는 어쩌면 그 관성속에 몸을 맡겨버리고 앞으로 앞으로만 나아가고 있는지 모른다. 우리 몸에 남겨진 상처조차도 잊은 채. 조용히 그 상처를 쓰다듬으며 생활의 현장으로 다가간 민통선 평화기행은 우리에게 조용히 외친다. 우리의 생활속에 어쩌면 철책이 존재하고 있다고. 책을 읽으며, 책속에 있는 사진을 보며 우리는 또 다른 희망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이 책을 읽는 모든 학생들이 그 희망의 이유를 찾을 수 있다면 아마 이 여행은 또 다른 시작이 될지 모른다.
- 오복섭 추천 (경기 분당 낙생고 교사)
『십시일反』박재동 외 지음, 국가인권위원회 기획
별 생각 없이 시내서점에서 이 책을 사서 집에 오는 길, 덜커덩거리는 지하철 의자에 앉아 책을 읽는데, 한 장 두 장 책장을 넘기다 왈칵 감정이 북받쳐 올라와 눈물이 쏟아지려 해, 깜짝 놀랐다. 그 복잡한 저녁 지하철 속에서 나를 울리다니.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에 대해 만화책을 기획했다. 뛰어난 만화가 열 사람이 함께했다. 국가기관에서 목적을 가지고 만든 만화니까, 가치관이 강조되다가 구성이 희생되어 뻔하디 뻔해지고 재미가 적고 감동이 별로이겠구나 하고 짐작하기 쉽다. 그런데 뚱한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다 보면, '이건 예술이야'라고 탄식하게 되는 만화가 여러 편 나와서 마음을 확 돌려놓는다.
이 책에는 전쟁에 희생된 사람들이 있고, 몸이 멀쩡하지만 마음이 불구인 사람들에게 괄시 당하는 아름다운 장애인이 있고,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어머니 밑에서 눈물 흘리는 아이가 있고, 정의를 지킨다는 법에 쫓겨 다니는 이주노동자가 있고, 부모에게 인정받지 못해 아파하는 동성애자가 있다. 분명히 이런 사람들이 우리와 함께 산다는 사실을 이미 다 아는데, 새삼스럽게 가슴이 막 아프다. 비참함에 대한 기록이면서도, 당하는 사람들의 인간적 고상함을 잘 형상화해내어서 읽는 이에게 패배감이 들게 하지 않는 점도 중요하다.
내가 가르치는 어떤 학생도 이 책을 함부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학교 선생님들 사이에서 이 책은 손에 손을 타고 도는 인기를 누렸다. 책 한 권 읽었다고, 습관으로 몸에 익어 아주 익숙해진 몰인정이 다 녹아내리지야 않겠지. 학교를 졸업할 무렵에는 세상이 어떤 곳인가 내다보게 되는데, 그런 때에 읽으면, 세상에 눈뜨며 자기 마음을 알게 되는 계기를 한번 만나게 된다.
- 송승훈 추천 (경기 광동고 국어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