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大山文學賞 수상작 발표 2001.11.01
대산문화재단이 주관하는 대산문학상의 제9회 수상자들이 발표되었다. 시·소설·평론·희곡·번역 등 다섯 개 부문을 대상으로 하는 올해 대산문학상은 시·소설·평론 등 주요 3개 부문 수상작이 모두 본사에서 출간된 작품이다.
시: 『지리산』 이성부
소설: 『손님』 황석영
평론: 『문학의 귀환』 최원식
희곡 「화려한 家出」 이근삼
번역 『Talgung 달궁』 이인숙·김경희·마리즈 부르뎅 佛譯
상금: 부문별 3천만원씩 총 1억5천만원 시상
시상식: 11월 23일 하오 6시 세종홀 -
1. 수상작 선정 경위
▲ 詩 부문 : 수상작 『지리산』(이성부 作, 창작과비평사 刊)
본심에 올라온 8권의 시집 중 심사위원들의 주목을 받은 것은 『천일馬화』(유하 作)와 『지리산』이었다. 『천일馬화』는 경마장을 소재로 천민자본주의의 현장을 신랄하게 풍자하고 있는데 언어의 대담하고 활달한 구사가 단연 돋보였다. 『지리산』은 시인이 지리산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이 모두 들어있는데, 지리산에 관해서는 앞으로 아무도 더 시를 쓸 수 없을 만큼 완벽한 산행시집이었다. 심사위원들은 유하의 현란한 요설과 달변과 재능이 시적 변용과 내면적 침잠을 거쳐 한차원 높아지기를 기다리기로 하고, 이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힘차고 품위있는 언어로 백두대간의 한 자락을 개성있게 그려놓은 이성부의 시집을 수상작으로 선정하였다.
▲ 小說부문 : 수상작 『손님』(황석영 作, 창작과비평사 刊)
심사위원들은 본심에 올라온 10권의 소설을 대상으로 논의한 끝에 별 어려움 없이 『손님』을 수상작으로 결정할 수 있었다. 『손님』의 수상작 선정에는 공산주의와 기독교 사이의 갈등이라는 근대사의 예민한 주제를 우리에게 생소한 북한쪽의 자료를 활용해 영혼들이 증언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진지하게 펼쳐보이고 있다는 점, 그 주제를 형상화하는 데 있어 작가의 노련함이 돋보인다는 점, 북한 사람들의 어투까지를 포함한 그 문체가 활달하고 서정적이라는 점, 그리고 이에 이르기까지의 작가의 오랜 노고와 관록도 마땅히 존중되어야 한다는 점 등이 고려되었다. 이와 함께 불교적 사유를 철학적인 문체로 깊이있게 형상화한 『꿈』(김성동 作)의 문학적 성과에 대해서도 진지한 논의가 있었다.
▲ 評論부문 : 수상작 『문학의 귀환』(최원식 作, 창작과비평사 刊)
심사위원들은 해설비평적 성격이 도를 넘거나 학술논문과의 구분이 명확치 않은 경우, 대상에 대한 표피적 접근이나 반대로 전문성을 구실로 현학취를 과시한 경우 등을 기준으로 삼아 본심에 오른 7권의 평론집들을 심사했다. 그 결과 박학다식을 바탕으로 한국문학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선보인 『기억의 계단』(김인환 作), 투명하고 안정감 있는 문체로 현장비평에 대한 애정을 충실하게 표현한 『디지털 욕망과 문학의 현혹』(김주연 作), 단단하고 견고한 논리로 거시적 안목에서 한국문학을 분석한 『문학의 귀환』 등 세권으로 논의를 좁혔다. 이중 단어 하나 문장 한줄을 공들여 쓰고 있으면서도 나름대로의 주장을 탄탄하면서도 예리한 논리의 구축을 통해 더욱 설득력 있고 울림이 큰 문학론으로 바꾸어 놓은 점을 높이 평가해 『문학의 귀환』을 수상작으로 선정하였다.
2. 심사평 (본심)
★ 시부문
예심 통과 시집들을 숙독한 결과 유하의 『천일馬화』와 이성부의 『지리산』이 마지막 후보작으로 남았다. 두 시집은 언어와 주제가 상이하고 각기 독특한 개성을 지니고 있어서 수평으로 비교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수상작은 하나만 뽑게 되어 있으므로, 심사위원들은 선택의 고통을 겪어야 했다.
『천일馬화』는 제목 자체가 시사하듯 경마장을 소재로 천민자본주의의 현장을 신랄하게 풍자하고 있는데 언어의 대담하고 활달한 구사는 한국시단에서 결코 제 2인자가 될 수 없음을 입증한다. 예컨대 「붉은 악마라는 한심한 건전성(…) / 허나희에서 진도희까지 포르노의 여주인공들(…) / 영계 콤플렉스 혹은 체음보양술의 후예들(…) / 주사파는 서태지를 따라부르는 래퍼(…) / NLPDR은 방송국 PD(…) 」 등이 줄지어나오는 대목은 얼핏보아 통쾌한 현실비판이다. 그러나 스포츠신문 뉴스나 TV연예에 소양이 없으면 해독하기 힘들고, 번역을 할 경우에는 시행보다 많은 각주를 달아야 할 것이다. 시집의 전반부에 비하여 후반부에는 순수 서정시들이 많이 눈에 띄어 시적 기량의 넓은 진폭을 느끼게 한다. 특히 자전거의 노래들은 시의 특성을 잘 형상화했고, 「몽생미셸 수도원」 시편도 예민한 감성이 자아내는 아름다운 현악을 들려준다. 「변마」들이 「사행」하는 지저분한 한국의 현실과 외국의 수려한 풍광 가운데 어느 것이 육성이고 어느 것이 가성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다. 현란한 요설과 달변과 재능이 시적